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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3. 피끝마을전 2.피끝마을(허리)
작성일 : 17-12-12 14:33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7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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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근데 여기 광조씨와는 어떤 사이세요?”

 “!”

 

  아침 한 시진을 달린 일행이 첫 번째로 만난 역에서 아침을 먹을 때 성준모가 수빈에게 수빈에게 직격으로 물었다.

 어젯밤, 같은 것을 물어본 항현 입장에서 화약통을 불에 달군 부지깽이로 휘적이는 것을 본 것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수빈의 대답은 의외로 선선했다.

 

 “음...... 별건 아니에요. 광조씨는 언어학, 그것도 새로운 문자인 훈민정음을 다시 연구하는 언문청(훈민정음의 사용과 용례를 연구하던 기관)에 신입이셔서 저희가 정음을 조금 깊이 있게 연구하고 난힘(신기한 힘, 초능력)을 어찌 깃들게 하는 지를 연구할 때 도와 주셨죠. 그렇죠?”

 “아~ 예......”

 

  태광조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수빈도 묵묵히 자기 국밥그릇에 시선을 꽂고 숟갈만 떴다.

 어쩐지 냉랭한 분위기에 항현과 준모는 의아해하며 수빈과 광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빙긋한 미소를 입 한쪽에 걸친 동파는 항현, 준모의 식사를 재우치며(재촉하며) 대화를 말렸다.

 

 “어서 넣으시게! 먹고 바로 가야 해 이틀 길이지만 어제 늦게나마 출발한 게 있으니 조금만 서두르면 오늘 늦게라도 영천 관아에 들어갈 수 있을 게야.”

 

  동파의 채근에 일행은 밥 들어갈 때 말고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

 거지 다섯이 동냥밥 나눠 먹듯 우적거리고는 다섯은 다시 말을 갈아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다섯은 미시(오후1시~3시) 즈음에 다시 역참에 들렀다. 말만을 바꾼 후 엿과 떡을 조금 얻어 다들 허리춤에 차고 다시 내쳐 뛰었다.

 말 위에서 떡과 엿을 씹고 녹이며 어느 덧 술시(오후 7시~9시)로 들어가는, 이미 어두워진 때에 영천 관아에 다 달을 수 있었다.

 

 “이리 오너라!”

 

  관아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내(內)청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아 흉가를 방불케 했다. 동파의 호성에 아무도 나오지 않아 항현이 다시 한 번 불렀다.

 

 “아무도 없느냐-! 도성에서 나온 순찰사니라-! 이리 오너라-!”

 

 겨우 안에서 인기척이 조금 나더니 문이 삐그덕, 힘없이 열렸다.

 

 “도성에서 오셨다고요?”

 

  아전도 아니고 포졸 하나가 얼굴만 빼꼼이 내밀고 항현들을 쳐다보았다.

 얼굴만 내밀고 한참을 빤히 쳐다보았다.

 항현과 다른 이들은 이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동파는 눈치 빠르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는 지 알아봤다.

 

 “우리는 죽은 귀신들이 아니네.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이니 안에 여쭈시게. 도성에서 영천고을을 돕기 위해 파견관이 왔다고.”

 

  눈만 꿈벅이더니 포졸은 후다다닥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이내 안에서 아전 하나가 뛰어나왔다.

 동파는 조정의 순찰사의 교지를 확인시켜주자 아전은 다시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이내 영천고을의 군수가 벌벌 떨며 걸어 나왔다.

 

 “어서 오소서. 예를 다하지 못한 점, 송구스럽나이다.”

 

  군수의 목소리는 벌벌 떨고 있었다.

 한 바람이 불며 대문 앞의 갈대 들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군수를 포함한 관아의 전부가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가 팩 돌아갔다.

 눈동자는 너울 물살에 마른 나뭇잎 흔들리듯, 이리저리 뭔 가를 찾는 듯이 흔들렸다.

 

 “여길 보시오. 군수님. 우리는 기이한 기운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외다. 저것은 그저 바람소리에 불과하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십니다.”

 “어......어...... 그러합니까?”

 

  관아의 사람들이 그래도 얼굴빛, 눈빛이 나아지질 않았다.

 

 “일단 들어오십시오. 관아의 문을 닫아야겠습니다.”

 

  아전이 입장을 청하자 길바닥에 계속 서 있을 생각이 없던 항현 일행은 영천 관아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바깥 공기 한 줌이라도 들어 올세라 포졸들이 황급히 관아 문을 걸어 잠갔다.

  날이 늦은 관계로 동헌(관아의 업무를 보는 공간, 사무실)이 아닌 서헌(관아 수령이 생활하는 관사)에서 영천 군수와 축귀검의 일원이 대좌했다.

 동헌이 아닌 관계로 동파의 품계가 높았지만 상좌인 아랫 목을 군수에게 선선히 양보했다. 군수는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는 벌벌 떨고 있었다.

 

 “교지에 나와 있듯이 저는 좌부승지 박동파라 하오. 지금 자격은 미흡하지만 순찰사 직권의 자격으로 영천, 풍기, 봉화의 괴변을 조사하고 지역의 목민관들과 협조하여 사건을 해결하라 명을 받았습니다.”

 “고을 군수가 주상전하의 교지를 예로서 받들지 못한 점,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아니올시다. 불편하신듯하니 편하신 대로 계시면 됩니다. 허나 보고를 받으신 것, 사건을 직접 겪으신 것, 등을 빠짐없이 저희에게 말해주셔야겠습니다.”

 “물론이오. 숨길 것이 뭐 있겠소이까? 숨기는 것보다 제 말을 믿어 주실지 그것이 걱정이외다.”

 

  발발 떨면서도 믿어주겠냐 뻣대는 데에 동파는 선선히 대답했다.

 

 “저희는 이런 일 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외다.”

 

 군수의 눈에도 앞의 둘은 관복을 정히 차려 입고 있으나 뒤의 둘은 큰 덩치에 안 어울리게 댕기머리와 대충 쑤셔 넣은 팔찌와 데님을 대충 여민 것이 차림이 분방했다. 그리고 맨 끝의 하나는 여인이었는데 평범한 군수도 느낄 만큼 귀기가 느껴졌다.

 

 “......그게 그러니까 한...... 한 달 보름 쯤 전인가?”

 

  동파의 대답에 군수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시간을 더듬으며 슬그머니 냉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질 즈음에 갑자기 순라꾼들이 관아 대문을 부수듯 열고 들어와 큰일이 났다고, 난리가 났다고 보고를 해왔지요.”

 “무슨?”

 “도둑 떼라는 겁니다. 남의 보리밭의 나락을 마음대로 걷는다고, 밤에 도둑 추수를 하는 데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다고?”

 

  추임을 넣으며 듣는 동파에 흥이 났는지 군수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남의 나락을 마음대로 베어가는 도둑이라니 얼른 잡아야겠다 싶어서 야밤에 졸들을 이끌고 순라꾼을 앞세우고 뛰어 갔소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숫자가 만만치 않더이다. 그리 많은 도적들이 대체 어디 있었는지...... 하여튼 행색들이 참으로 남루하여 남의 것 훔쳐 먹을 만한 행색들이로다 생각하는 데,”

 “하는데?”

 

 군수가 다시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떨리는 지 다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니 눈알들이 없이 얼굴에 구멍 두 개만이 오롯이 있고 팔, 다리에 살점들도 썩고 말라 있는 것이 산 사람들이 아닌 게요. 옷도 그저 추레한 것이 아니라 어디 흙 속에 오래 파 묻었다가 꺼낸 것 같은....., 그런 것들이 백인지 이백인지 끝도 없이 서서...... 내 평생에 그런 것은 처음 보았소! 히이이잌~!”

 “귀갱시의 주법일 것입니다.”

 

 동파의 뒤에서 수빈이 한 마디 하는 것을 군수가 들었다.

 

 “그.....그 처자 그것이 무엇인지 아시는 가?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이 있구만.”

 

  동파가 고개를 뒤로 돌려 수빈에게 눈을 찡긋거리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말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수빈도 그 신호를 알아보고는 고개를 다시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그..... 처자 말해보게. 뭐라 하시었는가? 그게 무언가?”

 “이보시오. 군수.”

 

  동파가 군수에게 낮은 목소리로 위엄있게 일렀다.

 

 “지금은 군수의 말을 순찰사인 내가 듣는 것이오. 군수는 내 휘하의 거느린 자와 직접 대화를 자제하시고 내게 사건의 정황을 보다 정확히 전달하는 데에 집중하시오.”

 

  품계로 보아도 지방군의 군수가 종 4품이라면 승정원의 승지는 정 3품이었다.

 나이를 감안하여 동파가 말을 높여 주기는 했지만 위계로 보면 분명한 상급자이니 군수가 그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군수는 더는 수빈에게 말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자 더욱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자~ 계속해서 말하시오. 그래서 어찌 되었소?”

 “예....., 예, 그러니까 그 많은 시체들이 몸을 움직여 마을 보리 전답의 나락을 베어 어디론가 옮기고 있기에 내가 나서서 막으려 하였는데......”

 “하였는데......?”

 “갑자기 한 놈이 내 앞에 나서 외치는 것이오. [어린 조카의 자리를 제 것으로 하고 그 목숨도 거둔 금수 놈의 종놈아! 관복 입은 도적놈아! 관적놈아!]하고요. 하도 말이 민망하여 나도 노하여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섰는데......”

 “나섰는데?”

 

  동파의 추임에 군수는 갑자기 자지러지듯 움츠러들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으으으흐흐흐흐-!”

 “이보시오. 군수. 정신 차리시오.”

 “왠 추레한 관복을 입은 것이 한 손에 장도를 잡고 다른 손에는 자기의 머리를 쥐고 있습디다.”

 “!”

 

  항현, 준모, 수빈 모두 깜짝 놀랐다. 한 손에 자기의 머리와 한 손에 장도라니? 그리고 말도 한다고?

 

 “그리고는?”

 “으으으흐흐흐흐-!”

 “군수! 그리고는 어찌 되었소!”

 

  동파의 거듭된 채근에 군수는 와들와들 떨며 울부짖다시피 했다.

 

 “그런 거..... 처음 봤소.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소. 떠올리고 싶지 않소~!”

 “알겠습니다. 군수님 진정하세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떠는 군수를 대충 진정시키며 동파는 뒤에 같이 앉아 들은 다른 사람들을 돌아 봤다.

  창귀호 때의 윤진사 부자의 정신장애 사례를 아는 항현과 수빈은 걱정스럽게 군수를 쳐다봤다.

 이 후, 군수와 동행하여 귀갱시들의 현장에 가 봤던 군졸들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 때 같이 갔던 군졸들은 모두 칭병(병을 칭함)하고 집에 들어 누워있다는 것만 확인했다.

 

 “모두 아프다고?”

 “예, 모두 크게 놀라서 였는 지 다들 특별한 외상이 없는 데도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음~ 하는 수 없군요. 군수께서 가 보셨던 현장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을까요?”

 

  수빈이 나서서 물어봤을 때 무당의 신분이라 그녀를 무시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창귀호 때만 해도 혁춘이 사냥꾼이라 현령 관아의 아전들에게 무시 당한 적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군수의 관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만큼 이 곳의 귀변(鬼變)이 크고 심상치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관아의 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소백산을 눈에 넣고 쭉 올라가시면 보리가 이미 베어진 밭들이 보이실 겁니다. 보시면 아실 겁니다.”

 “안내할 생각은 없소이까?”

 “......”

 

  군졸들이면 정 9품의 사용인 항현이 한 마디 할 수 있는 직급들이었다.

 군졸들이 하도 벌벌 떨고 있어 한 마디 꾸짖어 줄까하여 안내를 운운한 것인데 수빈이 뒤에서 살짝 옷을 잡아 끌었다. 그래서 그 마저 그만 두었다.

  하긴 그 만큼 겁을 먹으면 때리든, 소리를 치든, 절대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몇몇 오대를 지휘해본 적이 있는 항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우리끼리 가시죠.”

 “예~”

 

  자신의 옷을 당긴 수빈에게 거꾸로 우리끼리 가자 권하자 수빈이 눈웃음을 지으며 항현의 말에 응했다.

 수빈의 눈 웃음에 전날 밤의 일로 퀭하던 항현의 눈에 안력(눈에 힘)이 번쩍 들어갔다.

 

 “영천 관아에 비치되어 있는 말로 갈아타고 가세.”

 “이 사람들의 말을 듣자하니 그리 멀지는 않은 듯한 데요?”

 

 태광조가 걸어가자는 의미로 얘기하자 동파가 바로 그 말을 반박했다.

 

 “아니! 갈 때 보다 올 때를 위해서일세. 뭔가를 잘못 만나 재빨리 도망쳐야 할 일이 있을 지도 몰라.”

 “!”

 

 동파의 변에 대꾸를 못한 광조는 관아에 외양간에 묶여 있던 말들을 다른 군졸들과 함께 몰아 왔다.

 다섯이 모두 한 마리씩 골라 타고는 관아를 나와 군졸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말을 몰아갔다.

 항현들의 뒤에서 황급히 관아의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겁은~......”

 

 준모가 뒤를 돌아보며 은근히 비웃었다. 광조도 웃지는 않았지만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닫힌 관아의 대문을 쳐다봤다.

 말 머리를 앞서 가던 동파가 걸음을 늦추어 수빈의 옆으로 왔다.

 

 “아까 하려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세. 귀갱시라 생각한다면서?”

 “예, 아까는 대화의 중간에 끼어들어 송구합니다. 영감.”

 “음~음~, 아닐세, 아니야. 다만 그 자가 너무 겁에 질려 자세한 얘기를 듣게 하는 건 그 자에게 도리어 위험할 것 같아서 제지했을 뿐이네. 이제는 우리뿐이니 말씀해 보시게.”

 

  항현과 준모, 광조도 말을 최대한 수빈에게 갖다 붙여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귀갱시란 원래 중원의 주법 중 하나였습니다. 북방 변경의 오랑캐와 싸우다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고향 땅으로 운반하기 위해 시신에게 약간의 넋을 부여하여 움직일 수 있게 하던 방법이었지요.”

 “아~”

 

  광조가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대답했다.

 수빈은 크게 상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살아가는 모든 산 것들은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바로 얼, 넋, 숨이지요. 숨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목숨이죠. 끊기면 바로 죽고 확인도 쉬워요. 눈에 보이니까......

  얼이란 이(理)의 성질을 가진 성품으로 우리의 충성심, 명예, 복수심, 향상심 같은 것이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의지지요.

  넋이란 기(氣), 즉 잠력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힘이지요.

 보통 넋이란 흰자위에 얼이란 노른자가 있는 것이라 넋이 없이는 얼도 있을 수 없지만 얼이 없으면 넋은 곧 뿔뿔이 흩어지게 되지요.

 저희 같은 난힘이들은 넋의 힘을 어느 정도 얼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재주가 있는 거고요.”

 “음~ 그렇지요.”

 

  준모가 추임을 넣자 수빈은 빙그레 웃으며 귀갱시에 대한 일을 계속했다.

 

 “해동의 귀갱시의 주법은 보통 시신의 왼쪽 무명지에서 피를 뽑아 그 피로 이마에 귀(鬼)자를 써서 넋을 잡아둘 마련을 한 후에 시신에 넋을 불어 넣습니다.”

 “그런데...... 다른 특별한 것이 있나요?”

 

  항현이 수빈의 눈치를 살피자 뭔가 다른 것을 짚는 듯한 어두운 구석을 표정에서 보았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양의 귀갱시라니, 어디서 그렇게 많은 시체들을 구했을까요?”

 “음.......”

 

  동파가 밤에 보이지도 않는 먼 산으로 눈길을 옮기고는 불편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군수님의 말 중, 자기 머리를 한 손에 쥐고 칼을 든 관복을 입은 귀갱시가 걸립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귀갱시란 넋만이 있고 얼이 없는 존재인데 산 사람에게 윤리를 이르며 호통까지 쳤다는 것은 얼이 살아 있다는 것, 그렇다면 강렬한 속세의 미련을 남긴 귀갱시란 것인데 그런 존재는 고래의 기록부터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예, 그런 종류의 요괴는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

 “얼은 합리적 사고를 하는 의지이기도 하니 만일 검을 들고 있었다는 상태를 생각한다면, 그래서 검리(劍理 검의 이치)를 알고 있다면 아주 강하고 힘든 존재일지도 몰라요.”

 

 “호오~”

 

 준모가 구미가 당긴다는 듯한 짧은 휘파람을 불었다.

 항현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입을 한 일자로 다문 채 아무 말도 안 했다.

 

 “마지막으로 보리를 거둬 갔다는 데, 일정 단위의 식량이 필요하다는 것은 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인데 얼마나 될까요? 자칫 우리의 지금 인원만으로 모자라지는 않을까요? 아까 말에 끼어 어르신께 여쭈려 했던 것이 이것들입니다.”

 “......”

 

  동파는 수빈의 세 가지의 질문에 먼 산에 던진 시선을 거둬 수빈에게 던졌다.

 

 “말 잘해주었네.”

 

  지금의 상황을 잘 분석한 수빈에게 슬그머니 칭찬을 해준 동파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해 주었다.

 

 “일단 오면서 얘기한대로 이곳은 옛날 반란 사태가 있었던 곳이네. 당시의 상황을 깊이 있게 얘기하지 않고 그저 [진압됐다.]고만 설명하는 이유는......”

 “차마 말로 하기 어려울 만큼 나빴기 때문이겠죠.”

 

  항현이 동파의 말을 끊으며 자기 말로 뒤를 잇자 동파가 항현을 향해 돌아보며 추임을 넣었다.

 

 “옳거니~ 바로 그렇지~!”

 

  동파가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보며 말을 계속해 나갔다.

 

 “잔혹했지! 아주 참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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