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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축귀의 검
작가 :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12.4

세조 10년 현덕왕후의 저주로 나병에 걸려 문둥이가 된 세조.
설상가상으로 왕에 오르며 저지른 짓들이 다시 세조와 조선에 앙갚음으로 돌아온다.
적의 무기는 위대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을 주문으로 사용하여 고대의 악한 마법을 되살린

"언문주"

언문주로 조선과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적들.
그들로부터 국가의 안정을 지키고 사악한 주법을 막기 위해 언문주를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창설하는 데

그 이름은 "축귀검" 이었다.

 
2. 나모가비전 6.자웅쌍대 나모가비(머리)
작성일 : 17-12-11 16:55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8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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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자웅쌍대나모가비

 

  한숨 자고 일어난 준모는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겨우 잠들기 전의 상황이 생각났다.

 

 ‘맞아, 맞아. 나모가비...... 싸웠지......’

 

  방문을 살짝 열어 밖을 살피자 항현이 툇마루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준모는 항현의 모습을 보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방 안의 부스럭대는 소리를 들었는지 항현도 눈을 떴다.

 눈을 뜬 항현도 그 상태로 눈을 좌우로 까닥거리다가 준모와 눈이 마주치고 벌떡 일어났다.

 

 “아~ 일어났습니까?”

 “예, 선배님.”

 

  멍하니 졸린 눈을 비비며 준모가 항현에게 물어봤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된거죠?”

 “제가 더 늦게 일어나지 않았나요?”

 “아~......”

 

  항현의 지적에 멋쩍은 듯 혀를 빼꼼히 내밀던 준모는 가만히 뭔 가를 꼽아보더니 또 말을 이었다.

 

 “그 누님은 요? 새를 쓰시는...... 우리 힘을 보충해 주셨던......”

 “거기......”

 

  항현이 방을 가리키려는 데 방문이 벌컥 열리며 수빈이 걸어 나왔다.

 

 “저도 깼어요~.”

 

  밝고 명랑한 소리였다.

 피곤함이란 조금도 비춰지지 않는, 듣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목소리였다.

 항현과 준모를 보고 생글거리는 수빈을 두 사나이는 미소로 맞이했다.

 

 “일어나셨습니까?”

 “네, 나으리. 어제 너무 힘을 써서 추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습니다. 죄송해요.”

 “별 말씀을.”

 

  항현이 겸양의 사과를 예의 바른 부정으로 막으며 수빈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였다.

 준모는 거기에 비하면 직선적으로 고마워했다.

 

 “어제 힘을 불어 넣어주셔서 한바탕 잘 놀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누나.”

 ‘누가 누구의 누나야?’

 

  항현은 누나라고 칭한 준모를 째려보며 속으로 황당해 했다.

 항현의 눈빛에 묻어난 얄미운 감정을 준모도, 수빈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빈은 아랑곳없이 준모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제가 누나라고요? 저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데?”

 “아녜요~ 제가 좀 성숙해 보여도 나이는 적어요. 아직 스물도 안 되는데?”

 “정말~? 어머~! 나이가 많아 뵈는 데~.”

 “어~! 누나 나 서운해질려고 해요.”

 “어머~! 서운해? 까르르르~!”

 

  항현은 준모의 붙임성이 민망하기도 하고 샘 나기도 했다.

 벌써 말 하나가 다 나왔다가, 반만 나왔다가 십년 지기처럼 말들이 엉키는 데 항현은 멍하니 졸음이 덜 깬 눈으로 바라만 보았다.

  준모와 수빈은 잠시 깔깔대며 수다를 떨었지만 곧 항현의 눈치를 보고는 조용해졌다.

 두 사람이 자신의 눈치를 보자 항현도 뻘쭘한 느낌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수빈이 웃자 준모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는 다 같이 하하호호 한참을 웃었다.

 

 “지금이 언제 쯤 인가요?”

 “아마도 오시 전인 것 같은 데...... 집주인을 좀 봬야겠군요.”

 

  항현이 일어나자 다른 사람도 일어났다.

 

 “저도 뒤뜰을 좀 봐야 겠습니다.”

 “저도요. 뒤뜰이랑 새들도 좀 살펴야 되니까......”

 

  셋은 동시에 일어나 항현은 김씨에게, 둘은 뒤뜰로 갔다.

 

 “오늘 밤은 어떨까요?”

 

  가주 김씨가 걱정스럽게 묻자 항현은 장담은 하질 않았다.

 

 “아직 파악이 되는 부분이 없어서 뭐라 확답을 해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허나 일단 어제의 축귀행이 한 풀 꺽어 놓기는 했을 터이니 일단 마음은 놓으소서. 이제부터는 각 원한 관계를 추적하는 사람 수사를 해야하니 다른 기관과 협력을 하려 합니다. 곧 상황은 정돈될 것입니다.”

 “부디 빨리, 조용히 부탁드립니다.”

 

  김씨는 더는 말을 못하고 항현에게 그저 빌기만 했다.

 항현도 마음은 조급했지만 그 원한을 어찌 풀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답이 안 나왔다.

  그 우의정 늙은이가 한 풀이에 협조할 일은 없을 것이고 오로지 힘으로 눌러 달라고 바라기만 하는 데 세상의 인과의 법칙을 생각해 볼 때 힘 만으로 누르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만 시원하게 한 항현은 뒤뜰에 조사하겠다고 간 둘 에게로 갔다.

 까마귀가 다 물러가 있는 지금은 보다 더 쉽게 뒤뜰과 감나무를 조사할 수 있었다.

 하인들이 마구잡이로 드러나 있는 나무 뿌리들을 낫과 손 도끼로 잘라 정리 중이었다.

 수빈은 그들에게 청하여 호미를 하나 받아 감나무 주변을 파내기 시작했다.

 준모는 수빈의 행동을 살피며 말을 붙였다.

 

 “누나, 뭔가 저주를 붙들어 계속 힘을 뿜게 하는 매개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지금 그걸 찾고 있는 거구요?”

 “......”

 

  수빈은 나무 아래를 이리저리 파내며 준모의 질문에 미소로만 응답하며 계속 파내었다. 그러던 중 항현이 왔다.

 

 “지금 누군 가가 그곳에 뭔 가를 묻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일종의 힘의 매개물을?”

 “예......”

 

  쪼그려 앉아 호미질을 하며 힘이 들었는지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았다.

 항현이 안쓰러워 수빈 옆에 살그머니 앉으며 자신이 하겠노라 호미를 받아 쥐려는 데 수빈이 짧게 비명처럼 한마디를 내질렀다.

 

 “이거~!”

 

  옆에 앉던 항현은 수빈의 갑작스런 탄성에 어깨 너머로 여태까지 파낸 땅속을 보았다.

 준모도 얼른 다가와 수빈의 반대쪽 어깨로 파낸 땅속을 보았다.

 언뜻 별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수빈은 그 작은 구덩이에 손을 넣어 작은 돌멩이 같은 것을 꺼냈다.

 처음에는 흙이 많이 묻어 있어서 준모나 항현은 그게 뭔가 싶었다. 그러나 수빈이 손끝으로 흙을 살살 털어내자 하얀, 돌같기도 하고 나무 같기도 한 쌀알 모양의 손톱 두 개 만한 뭔 가가 보였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항현은 가만히 쳐다보다 그것이 뭔지를 깨달았다.

 

 “인골이군요.”

 “예, 제 생각이 맞았네요.”

 “와아~”

 

  준모가 입을 헤 벌리고 감탄하자 수빈은 준모에게 미소를 지어주었으나 항현은 수빈에게 위기감어린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수빈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다.

 

 “누군가 이 집에 들어와서 이것을 심었다는 건데요......?”

 

  수빈의 예상에 항현이 준모를 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죽은 나 씨네에 남은 가족이 있는지 알아봐야겠소.”

 “저......”

 

  항현이 소리가 나는 뒤를 바라보자 집사가 서있었다.

 

 “지금 밖에 좌부승지라시는 분이 축귀검의 사용(정9품 무관직 벼슬)을 찾아 왔노라하시어 집으로 들였사옵니다. 아시는 분이옵니까?”

 “아~! 예!”

 

  항현은 집사의 전언에 냉큼 나가 동파를 맞았다.

 그런 항현의 뒤에서 수빈은 인골을 다시 찬찬히 살폈다. 이윽고 수빈은 자신이 찾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문주라고 봐야 할까하는 의문은 있었지만 아주 흐릿하게 향솔연먹으로 무언가를 쓴 자국이 있었다.

 

 “삶..........?”

 

  분명치 않은 글자가 그리 읽혔다. 수빈으로서는 새로운 주문이었기 때문에 긴장하고 받아들였다.

 명나라 유학파인 준모로서는 이런 언문주를 처음 본 것이기 때문에 입을 반 쯤 벌리고 그저 따라만 다닐 뿐이었다. 항현이 집의 앞마당으로 나가자 김씨가 동파를 맞이하고 있었다.

 

 “여보시게, 어제는 간다고 말도 않고 오늘은 등청도 않고 민가에 폐를 끼치고 있다니, 관원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는가?”

 

  농담 반 타박 반 잘 섞어서 동파가 한마디 던지자 항현이 허리를 굽혀 사죄하는 어조로 대답했다.

 

 “어제의 일은 긴급하다 여겨져 제가 독단으로 결정하여 이 집으로 왔습니다. 말을 전하였는 데 혹시 못 받으셨는지요. 못 받으셔서 언짢으시다면 사죄 드리겠습니다.”

 “하여튼 요령 부득하고는...... 농일세, 농.”

 

  동파가 껄껄대며 항현을 놀리자 항현도 여유 있는 미소로 농을 받아냈다.

 

 “하하하..... 예, 그럴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어쩐 일이십니까? 달리 귀띔해주실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그래, 그게 말이지”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들어가시지요.”

 

  김씨의 권유에 두 사람은 감사를 표하고 김씨가 마련한 사랑채로 들었다.

 

 “그럼, 나지운의 부인 윤 씨의 행방을 모른다는 말입니까?”

 “그래...... 우의정께서 추적을 하셨다는 데 전혀 행방을 모르신다는 군.”

 “음...... 저희가 방금 뒤뜰의 감나무에서 사람의 인골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힘의 매개일 수 있겠군.”

 “있겠다기 보다 분명히 그거죠. 문제는 누가 그것을 거기다 묻었냐는 겁니다.”

 “......”

 

  동파가 말을 듣고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말을 다시 이었다.

 

 “그게 윤 씨다...... 그 말이로군.”

 “달리 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동파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김씨가 동파에게 쉬어가길 권했다.

 

 “사랑을 봐드리겠나이다. 묵어 가소서.”

 “아니옵니다. 내일 바로 윤씨의 행방을 보려고 합니다. 그럼 등청을 해야 해서......”

 

  동파의 선선한 거절에 김씨는 더는 권하지 않았다.

 동파가 그 집을 나설 때 수빈과 준모가 동파를 배웅하기 위해 문가에 시립했다.

 동파가 수빈을 보고 상냥하게 한 마디 던졌다.

 

 “자네를 여기에서 보게 되다니 반갑구만. 혁춘은 어디로 가고?”

 “어르신께선 지금 지리산의 사찰에 계십니다. 저는 새들이 도성의 이상을 알려와 보기 위해 온 것이고요.”

 “헛허....., 자네는 온 조선을 다 눈 안에 넣고 있구만. 고마운 일이네.”

 “과찬이십니다.”

 

  수빈과의 담소에 이어 준모에게도 열심히 하라는 격려 한 마디를 던지고는 동파가 대문 밖으로 나왔다.

 다른 이들도 배웅을 위해 대문 밖까지 나왔다. 그런데 항현의 눈에 담 벼락 저 끝에 장옷을 입은 한 여인이 담장 밑을 호미 질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응?”

 

  항현이 본 것을 동파도 같이 보았다. 그리고 김씨 부인을 쳐다보자 김씨도 동파의 시선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어!”

 

  항현이 눈치 채이지 않도록 길의 맞은편으로 가서 여인에게 접근했다.

 

 “저...... 저기......”

 “에이~그머니나~!”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지~?”

 

  항현이 말을 걸자 깐짝 놀란 여인은 항현을 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항현은 경험으로 이런 반응의 속사정을 알고 있었다. 바로 관복을 무서워 하는 것이다.

 물론 이유가 있든 없든 관리가 말을 걸면 캥길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시절 사람의 마음이지만 그래도 죄가 진짜 있어서 놀라는 꼴과 죄가 없이 그저 주눅이 든 모양과의 다른 느낌을 항현은 느꼈다.

 

 “호미로 뭔가를 하고 계신데 제가 확인을 하겠습니다.”

 “무슨 확인을요!”

 

  여인 특유의 오기 서린 호통으로 자리를 빠져 나가려는 데 그 목소리를 김씨 부인이 듣고는 장옷안의 얼굴을 보지 않고 윤 씨인 것을 알아챘다. 김씨는 동파에게 자신의 예측을 말했다.

 

 “그 윤씨 부인인 것 같습니다.”

 “!”

 

  동파가 김씨의 말에 얼른 걸어가 아예 성명을 물어보았다.

 

 “홍산의 정병 나지운의 내자이신 윤 씨가 맞으십니까?”

 “저....전 그런 사람 모릅니다.”

 

  윤씨는 서둘러 담을 따라 도망치려 했다.

 항현은 굳이 붙들지 않고 가능하면 좋은 형태로 윤씨의 발이 멈추도록 쫓기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저택의 긴 바깥 담을 걸어 모서리를 도는 순간, 윤씨는 평교자를 타고 오는 황창성과 딱 마주쳤다.

  황창성은 귀신이 나온다는 말에 그 집의 출입을 딱 끊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귀신을 일단 손 봐 얼마간은 안 나올 것이라는 말과 어린 색시가 아들을 가졌다고 하는 말에 냉큼 가 볼 욕심이 동했던 것이다.

 황창성은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쳐 얼굴을 마주 봤다. 그리고 임금인 이유의 온천으로 뛰어가 자신을 고변 했을 때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에 그 얼굴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어.....어...... 이 사람......”

 

  황창성이 교꾼들을 멈추게 하고는 평교자에서 뛰어내려 윤 씨의 앞을 막았다.

 뒤에서는 항현과 동파가 쫓아 와 막았고 그 뒤를 김씨와 수빈, 준모가 따라왔다.

 앞 뒤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자 윤 씨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찌 사람을 이리 몰아 댄단 말입니까?”

 “닥쳐라! 네 까짓 것이 기묘하고 악한 재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 하니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내 그 얼굴을 잊어버렸을 성 싶으냐!”

 

  황창성이 빼액 소리를 질러 윤씨를 윽박지르자 윤 씨는 황창성을 노려만 보았다.

 남편 잡아먹은 악인에게 대한 분노에 욕지거리말고는 다른 말이 생각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항현 뒤에 있던 수빈이 나와 윤 씨에게 좋은 말로 물어보았다.

 

 “지금이라도 더 큰일을 저지르지 않으시길 빕니다. 망인의 흔적을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일에 쓰는 것이 걸리시지 않으십니까? 제게 건네신다면 그 저주를 풀고 고이 하늘로 돌아가시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냐! 이 것이 뭔 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냐!”

 

  일을 처음부터 만든 황창성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윤 씨를 윽박지르자 윤 씨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이런 일을 우려해 다독이고 있었던 수빈은 황창성을 살짝 흘겨봤다. 그러나 황창성은 개의치 않았고 윤씨는 주변을 모두 노려보더니 아무래도 빠져 나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도대체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알려줘! 뒤져서 찾겠다!”

 

  황창성이 고래고래 고함을 치자 수빈이 한걸음 물러났다. 더는 윤 씨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셈이었다. 그러나 윤씨가 갑자기 앞 섶에서 뭔 가를 꺼내 입으로 가져가 삼켰다.

 

 “저것-!”

 

 수빈이 단말마 비명을 지르자 황현과 준모가 달려들어 토하게 하려 했으나 이미 윤씨는 삼켜버린 후였다.

 

 “내 님의 남은 것을 네 깟 놈들에게 넘길소냐! 죽은 님이 또 너에게 욕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 관복 입은 짐승 놈!”

 “이...... 이것이......!”

 

  윤 씨의 독랄한 말에 불끈 성이 난 황창성이 그녀에게 달려들어 뺨을 후려쳤다.

 쓰러진 윤 씨의 입에서 가는 핏 줄기가 배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그 쓰러진 그 자리에서 윤 씨가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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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 남쪽, 백여 리 밖에서 자기 길을 가던 윤 씨의 어젯밤 동안손님이 갑자기 남쪽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양 도성 쪽을 물끄러미 봤다.

 

 “어허~ 그것을 삼켰구나. 이런, 이런......”

 

  잠시 서서 가만히 북쪽 한양을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뒤로 돌아 자기 갈 길을 걸어갔다.

 

 “말을 해 줄 것을 그랬나? 먹으면 안 된다고......나 참...... 남편 몸을 삼킬 리가 있나 생각했는데 아니었군. 뭔가 사달이 나 감추려 한 건가? 쯧쯧쯧......”

 

 동안의 남자는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

 

  다시 백여 리 북쪽의 한양 돈의문의 김 씨네 담벽.

 동파가 윤 씨의 경련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얼른 그녀를 안아 흔들었다.

 

 “여보시오! 여봐요!”

 

  동파가 윤 씨를 붙잡고 흔들었으나 그녀는 이미 아무 말이 없었다.

 동파가 윤 씨의 시신을 안고 황창성을 쳐다보자 황창성은 도리어 깜짝 놀랐다.

 

 “나...... 나...... 그리 세게 안 때렸어...... 그냥 한대 쥐어 박은 것 뿐이네”

 “일단 옮겨야겠습니다.”

 

 김 씨가 사달이 밖으로 알려질까 두려워 일단 집 안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우의정의 자리에 있는 황창성을 더는 채근할 수가 없던 동파는 윤 씨를 업고 김 씨 부인의 집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골목을 가득 채워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백히 불길한, 바람 속의 기운을 항현과 준모, 수빈은 분명하게 느꼈다.

 

 수빈이 행랑 한방에 윤 씨를 눕히고 맥을 잡아보며 다시 생사를 분명히 했다.

 

 “확실히 맥이 없는가?”

 “예~”

 

  시신을 방에 눕혀두고 마당으로 나와 황창성이 입을 씰쭉거렸다.

 가뜩이나 사람들에게 해 놓은 짓거리들이 윗 전까지 올라가 영의정이신 현영휘 형님과 주상 전하의 구박을 받는 처지에 또 여염집 아낙 뺨을 후려쳐 죽였으니 무슨 꾸중을 받을지 걱정이 밀려왔다.

 

 “죽기 전에 뭔 가를 삼켰어요.”

 “예~, 아마도 그거겠죠. 감나무 아래에서 파낸 그것과 같은 것,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 계신 분들을 피신시켜야 해요.”

 “예?”

 

  수빈이 삼킨 것을 관심을 갖는 사이 항현은 일기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구름이 두껍게 모이기 시작하며 해를 가려 어둑어둑해졌다.

 준모는 아직 상황이 나쁘다는 것만 알아챘지만 어떡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항현이 하는 대로 따를 요량만 하고 있었다.

 

 “쾅-! 쾅-! 쾅-!”

 

  항현과 둘이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세차게 부는 돌개바람이 실려 오는 묘한 울림까지 있었다.

 

 “쾅쾅쾅-! 쾅쾅쾅-! 쾅쾅쾅-!”

 “황창성 대감...... 내게 어찌 그러셨소...... 황 대감......”

 

  아직 해가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구름을 불러 해를 가리고 출현했다는 것에 항현 일행은 아연 긴장했다.

 

 “피신은 물 건너갔군요. 수빈 아가씨, 은신의 부를 만들어 주세요. 서재가 안채 오른쪽에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예! 나으리!”

 “후배 님은 뒤뜰에 나무를 살피고 와주시오.”

 “예! 하지만 인골 씨앗을 거두었는데 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니 확인만 합시다. 한번 갔다 와줘요.”

 “네!”

 

 둘에게 할 일을 준 후 항현은 동파, 창성, 그리고 김씨를 안방으로 데려갔다.

 

 “남녀가 유별하거늘 어찌 이리 한 방에 여인과 같이 거하는 가? 마땅히 좌부승지는 다른 방에 거하도록 하시게!”

 

  항현도 쑥맥은 아닌지라 우의정의 속내가 빤히 보였다.

 어차피 귀신과 툭탁거려야 하는 일이니 황창성, 자신이 할 일은 없고 그렇다면 좌부승지는 다른 방에 놓고 어린 새 각시와 단 둘이 한방에서 즐기겠다는 셈이었다.

 저 저지른 난행의 결과로 일어난 일인데 몰염치한 것인지, 담이 큰 것인지......

 항현은 갑자기 울뚝밸이 솟아 한 방 탁 쏴버렸다.

 

 “남녀도 유별하지만 귀신과 사람도 유별합니다. 지금 귀신이 사람을 해하는 일이 벌어져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저희가 온 것 아닙니까? 귀신의 원한이 만만찮아 지켜야 할 지점을 둘이나 만드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니 같이 한 장소에 계셔주셨으면 합니다.”

 

  말의 내용은 별 말이 아니었으나 어조가 꼬장꼬장하고 뻣뻣해 듣는 황창성은 눈을 찌푸렸다. 그러나 현장에서야 칼 잡은 놈이 왕인 법이다.

 붉으락 푸르락하며 아무 말도 않고 안방으로 들어가 아랫 목에 앉았다.

 

 “대감, 제가 윗목에서 벽을 보고 있을테니 하시면......”

 “하긴 뭘 해-! 이건 윗 놈이나 아랫 놈이나......”

 

  동파가 바보인 척, 배려인 척 은근하게 권하자 황창성은 소리만 빽 질렀다.

 투덜대며 제법 살기등등했지만 항현은 모른 척했고 동파는 싱글거리고 웃기만 했으며 김 씨는 남편의 몰상식에 얼굴을 붉히고는 아무 소리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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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3. 피끝마을전 3.권각격돌(拳脚激突)(다리) 2017 / 12 / 13 36 0 4276   
44 3. 피끝마을전 3.권각격돌(拳脚激突)(허리) 2017 / 12 / 13 33 0 6588   
43 3. 피끝마을전 3.권각격돌(拳脚激突)(머리) 2017 / 12 / 13 38 0 6315   
42 3. 피끝마을전 2.피끝마을(다리) 2017 / 12 / 12 36 0 6511   
41 3. 피끝마을전 2.피끝마을(허리) 2017 / 12 / 12 34 0 7379   
40 3. 피끝마을전 2.피끝마을(머리) 2017 / 12 / 12 44 0 2172   
39 3. 피끝마을전 1.김중광(다리) 2017 / 12 / 12 43 0 6718   
38 3. 피끝마을전 1.김중광(허리) 2017 / 12 / 12 37 0 7703   
37 3. 피끝마을전 1.김중광(머리) 2017 / 12 / 11 41 0 4682   
36 2. 나모가비전 6.자웅쌍대 나모가비(다리) 2017 / 12 / 11 37 0 6157   
35 2. 나모가비전 6.자웅쌍대 나모가비(허리) 2017 / 12 / 11 39 0 4436   
34 2. 나모가비전 6.자웅쌍대 나모가비(머리) 2017 / 12 / 11 40 0 8865   
33 2. 나모가비전 5.황창성(다리) 2017 / 12 / 11 38 0 3744   
32 2. 나모가비전 5.황창성(허리) 2017 / 12 / 11 47 0 4708   
31 2. 나모가비전 5.황창성(머리) 2017 / 12 / 11 47 0 3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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