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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다시 찾은 마른 꽃 , 주변에 이는 불안한 바람
작성일 : 17-07-20 20:28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7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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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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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혁은 끝맺음을 못한 채- 다소 찜찜한 맘으로 들어와 글을 쓰기위해 컴퓨터를 켰다.

 

 

 

 

 글은 진도는 나가고 있었으나 수정할것이 한참이나 밀려 있었다... 처량한 인생사는 글에도 드러나는지

 

 스릴러 인데도 애절함에 매여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짙었다. 이제 글의 색깔을 정해야 했다.

 

 

 

 

 

 색이 잡혀야 글이 쉬워질 터였으니까...

 

 

 

 

 

 

 글을 쓰고자... 그 앞에 앉아선 사실 다른 생각 뿐이었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 그 가면이 가득한 파티에 나가지 않고

 

 장하임을 그대로 두고- 나는 나인체 있을수 있을까......

 

 

 

 

 자신은 이런 기분을 싫어했다.

 

 

 상대방이 무슨 수를 놓을지 예측하는걸 싫어했다. 이런 쫓기는 초조한 감각을 몹시 싫어했다.

 

 내가 , 수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특히.. 뭐 하나 예측하기 쉬운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언제나 의외의 수를 최악의 수를 자신에게 놓는 사람들이었다. 어머니는 슬픔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았고- 형은 욕심으로

 

 아버지는 이상한 고집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지혁은 한숨을 쉬며 장하임이 준 원고에 가득한 그림을 바라본다.

 

 그 중 흐드러지게 핀 꽃 그림에 눈이 닿고 생각은 다시 또 그녀를 불러온다.

 

 

 

 

 

  하민이한테 안간지도 어느새 한참이다..

 

 

 

 그래- 말하자면 소홀해졌단 의미였다.... 꽃이 시들었다면 난 참을수 없이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내일은 꼭 가야했다.

 

 ..... 죄책감을 떠올리다니... 나는 이제 내 감정을 속단할수 없었다. 내 감정이란게 항상 날 배반했다.

 

 

 

 나의 감정인데도 ..

 

 

 장하임에게 끌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은 날 배반하고선 그녀의 손을 잡았고,

 

 하민이를 사랑하는걸 알면서도... 감정은 그 이전에 죄책감부터 내게 상기시켰다.

 

 

 

 

 

 

 장하임 이후, 나는 완벽히 통제되던- 나의 감정까지도- 아니, 적어도 신중하게 통제하던..... 내 감정까지도

 

 

 알수 없어졌다.

 

 비단 장하임 탓은 아닐 것이었다. 그녀는 어쨌든 어둡고 공기따윈 없이 꽉 막힌 내 세계에

 

 정말 오랫만에 든 빛이었다. 그 빛을 보고서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고 숨을 들이마신것은 ... 나였으니까-

 

 

 

 날씨가 쌀쌀해 졌는데- 여전히 그녀가 밖에 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밖을 살짝 내다보니 불이 꺼져있다.

 

 아마도 이젠 들어간 모양이다. 생각보단 내 얘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아버지를 겁내는것 같지도 않았다.

 

 

 

 .... 필히 겁내야 하는 분인데... 솔직히 아버지가 장하임을 어떤 방법으로 생각하고 계실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깜빡이는 커서만 눈으로 쫓으며 생각하고 있는데 까망이 녀석이 와서 발에다 씩 비볐다. 그러게... 이 녀석도

 

 보내야 하는데...... 정말 성가실 거라 생각했는데 녀석은 내게는 다소 얌전했다. 침대에 올라오는걸

 

 싫어하고, 쇼파에 비비는 것도 싫어하는걸 눈치 채고는 자기 집에서만 자고- 아주 최소한의 것들을 요구했다.

 

 

 

 밥 물, 그리고 가끔의 쓰다듬 말이다... 동물은 키우기 성가실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은 생명체조차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자신이 다리 뻗을 곳이 어딘지... 눈치를 보고 살아간단 생각에 지혁은 맘이 약해졌다.

 

 

 

 

 

 

 다소 , 속상해 졌다.

 

 

 까망이를 손으로 들어 올린다. 이 작고 까만 생명체는 갸우뚱 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을 완벽히 신뢰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준건 사랑이라기 보다- 최소한의 관심이었을 뿐인데도...

 

 

 그러곤 귀엽게 하품을 한다. 어떠한 것이든 생명이 있는 존재가 나를 신뢰한다는게...

 

 작은 손에 꽉 찬 따뜻함이... 맘 속 까지도 따끈하게 했다. 그 따끈함이.... 그저 좋다기 보단 눈물겹고

 

 슬펐다.

 

 

  지혁은 까망이를 쓱쓱 쓰다듬곤 바닥에 다시 내려주었다.

 

 이렇게 정이 들어서야... 저 녀석이 날 저렇게 신뢰하는데..... 저 금색의 테두리를 두른

 

 까만 두 눈에 가득찬 내 얼굴을 보고 말았는데.....

 

 

 

 

 나는 차마 저 녀석을 보내자고 , 장하임에게 얘기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정말 놀라우면서도- 이상한 여자였다.

 

 

 

 

 

 

 

 이 여자는 끝도 없이 - 잔잔하던 나의 호수를 파도가 치는 바다로 만들더니-

 

 

 이젠 그 파도소리를 끊이지 않게 만들었다.

 

 

 

 

 

 마음속에 파도가 인다- 그 철썩임은- 나를 설레게도 했지만 불안하게도 했다.

 

 호수는 이제- 없었다. 이젠 바다뿐이었다- 그 바다는 다시 호수가 될것 같지 않았다.

 

 가슴속에 바다를 안고-... 지혁은 오늘도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해- 겨우 누웠다..

 

 

 

 

 잠은 오지 않고- 가슴속의 파도에 밀려오는 감정의 파편들을 살폈다.

 

 

 

 

 

 

 그러다 보니 동이 텄고 , 그는 일어났다. 파리하고 마른 입술을 살짝 쓰다듬으면서-

 

 

 

 

 

 다시- 그녀를 만날, 시간이었다.

 

 숨을 들이 마신다. 물속에 잠수 하는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이-

 

 그러나 자신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언제나 떠오를 생각이 없었기에..

 

 그러나 이제는 언제나 마음 먹을때 마다 떠오를 수 있도록..

 

 지혁은 숨을 들이 마셨다.

 

 

 -

 

 

 

 

 하임이 조깅하고자 알람을 듣고 일어났더니 의외의 문자가 와 있었다.

 

 

 

 

 기분을 확 죽이는 문자-.

 

 

 

 

 

 '아침 약속 좀 미루지- 급하게 다녀올 데가 있어-.. 그럼 아침 운동은 생략해도 좋아

 

 미안하군-'

 

 

 

 

 하임은 왠지 김이 새서 쳇 하고 조용하게 투덜댄다.

 

 

 "아침 약속 어기는거 기분 나쁘대놓고- 자긴 제 멋대로라니까..."

 

 

 

 

 그리곤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미안하군... 이라니.."

 

 

 

 

 

 

 아침에 어딜 간다는건 - 이 사람이 돌아올때는 평소완 다르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원래가 웃는 사람이 아닌것 같긴 했지만...

 

 

 

 괜한 불안함이 낮게 밀려왔다. 그래도 개인 사정이 있다는데 끈덕지게 귀찮게 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운동복을 챙겨입고- 러닝슈즈를 들고서 집을 나섰다. 운동을 생략하는게 더 어색해졌다. 요즘

 

 군데 군데 군살도 붙은 거 같고-.... 생각을 비우고자 이어폰을 끼고 뛰기 시작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의외로....

 

 세진이었다

 

 

 

 .

 

 그때 이후 어색해져 버렸기에 조심스레 전활 받았다.

 

 

 

 

 

 

 

 "여보세요?"

 

 "응 - 뭐해?"

 

 

 

 뭐하냐고? .. 그날 세진이는 마치 이제 연락하지 않을 것 처럼 이상하게- 또 싸늘하게 굴었다.

 

 그러나 오늘 전화상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런일이 없었던 것 처럼- 그래서- 나도 마치 그 일을 잊은 것 처럼- 그렇게 대답했다.

 

 

 "아침 운동-! 뛰고 있었어 -"

 

 

 

 세진이 픽 하고 웃는다

 

 

 

 "예전하고는 정말 많이, 달라졌네-"

 

 

 

 그 말 사이사이에 이상한 정적이 끼인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쾌활한 목소리로-

 

 

 

 "운동은 해야지 이제 나잇살도 찔텐데 말야- 부지런해 지려고-.."

 

 

 

 전화 너머에서는 낮은 웃음이 들렸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보다 벌써- 휴가 끝난거야?"

 

 

 

 

 "아니- 다른사람들은 아직 휴가야- 나만 마무리 작업할게 있어서 잠시 다시 왔어 , 쉴 여유 좀 있어-"

 

 

 

 

 나는 미안함에 먼저 말을 꺼낸다.

 

 

 "이제는 집 말고-.. 이번엔 술 말고- 같이 볕 좋은데로 놀러 가자- 맛있는 것도 먹고-"

 

 

 세진이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했다.

 

 

 "그래 그러자... 시간 생기면-"

 

 세진의 목소리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전 같았으면 목소리가 확 밝아졌을 텐데.

 

 세진이는 바쁘고, 또 부러 날 찾을 이유도 없다. 사실-.. 나를 개인적으로 신경 써 주고 있는것이었다.

 

 우리 사인 그랬다. 서로가 애정을 들이지 않으면 예전같이 좋기만 한 사이일순 없었다.

 

 모든 애정이- 혹은 모든 우정이 그렇다. 애정을 들이는 만큼 우정은 견고해지고 단단해 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진이와 나는 안 그럴줄 알았다. 솔직히- 노력없이도 영원히 그대로 일줄 알았다.

 

 

 하임의 자신의 이기적임에 좀 숨이 막혔다. 세진이를 알면서, 세진이에게 그토록 기댔으면서

 

 이 친구가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면서, 자꾸만 난 배려란걸 모르고 세진이를 방치해 두고 있었다.

 

 

 

 방치- 그래 방치였다. 무슨 이유로 돌아왔던 그는 내 소중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가 내가 엉망진창일때 나를 구제해 주었듯- 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나는 그를 더 도와야 했다.

 

 적어도 그가 우울해 할 이유를 제공하지는 말아야 했다..

 

 우리 사이가 예전처럼 되게... 적어도 난 노력을 해야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 영양가 없는 충고를 했다.

 

 

 

 "너무 작업에만 몰두하지 말고, 건강 챙겨 가면서 해- "

 

 

 

 세진이는 그 말에 의미없이 또 픽하고 웃었다.

 

 "그래- 전화할게-"

 

 

 전화는 다소 맥없이 끊기고 하임은 뛸 맘이 왠지 싹 가셔 옆에 있는 벤치에 털썩 주저 앉는다.

 

 

 

 

 세상일이 다 내 맘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지만- 어떠한 이가 드디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자

 

 원래 늘 그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그 곳에서 떠나버린것 같은 허탈함이 가슴속에 번졌다.

 

 햇살은 여전했다. 그리고 길의 가로수를 가을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

 

 지혁은 언제나 처럼 한아름 작약을 안고 병실을 찾았다. 하민이를 살피고 있던 아주머니는 약간은 놀란듯이.

 

 

 지혁을 맞이했다.

 

 

 "오늘 오실줄은 몰랐네요....."

 

 

 그랬다, 오랫만이었던 것이다. 지혁은 쑥쓰럽게 인사했다. 죄책감 가득한 마음이었으나

 

 아주머니는 언제나 처럼 지혁의 눈을 미묘하게 피했고- 금방 돌아오겠노라며 방을 돌아서 나갔다.

 

 

 지혁은 우선 하민이 옆에 바싹 다가서 앉는다. 하민이는 여전하다- 단 한줌도 나이든것 같지도 단 한줌도

 

 달라진것 같지도 않다.

 

 

 

 

  오랫동안 아팠으니 차라리 모습이 변했다면- 하민이가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따위 다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민이는 그대로인것 같다. 여전히- 늘 이곳에 올때마다 그랬듯... 볼에 가득차던 생기는 온데간데 없고

 

 무시무시한 기계들이 가득 달라붙어 있음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예전의 그녀같지는 않다.

 

 

 닮았지만- 여전하지만- 낯설다. 대체 무슨 소리인지... 자신도 결론 내릴순 없으나 느낌이 그러하다.

 

 내가 그렇게 안고 살던 그녀 같기도- 혹은 낯선 사람 같기도 하다.

 

 

 

 손끝에 달린 기계를 애써 무시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본다. 얼굴에 가져다 대어 본다.

 

 따뜻하진 않지만- 여전히 생명을 조금은 품고 있는 그 손을...

 

 그녀의 향기는 이제 없지만 - 자신에게서 나는 향이 마치 , 그녀에게서 나고 있는듯 하다.

 

 

 

 예전엔 크게 말을 많이 걸었다.

 

 왠지 대답할것 같아서- 왠지 그렇게 말을 걸다보면 돌아올것 같아서....

 

 

 오늘은 아무리 애써도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만 말을 걸었을 뿐이다. 전부터 그토록 자주한 말

 

 그래서 끔찍하도록 상투적인 말, 미안해- ... 오늘은 조금은 다른 의미로- , 너를 두고서 자꾸만 나만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해서

 

 니 손은 여전히 이렇게 차가운데-

 

 

 가을이 이제 다가오는데도- 계절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여전하다.

 

 그녀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다. 또 그녀를 떠난다는 것도 상상도 할수 없다.

 

 

 그러나 그녀가 깨어난다는 것도.... 이젠 조금은 두렵다. 예전엔 비난해도 좋으니 일어났으면 그것만이 간절한 바램이었는데..

 

 만약 지금 그녀가 , 그때의 시간과 그때의 기억을 품고 깨어난다면- 장하임이 바꿔놓은 맘속의 호수가 바다가 된 것을

 

 기뻐할까? 아니면 내가 호수를 그대로 간직하지 못한것을 미워할까- 배신감을 느껴할까?-

 

 그런 것들이 두렵다.

 

 

 모든것이 일그러질 것이다. 나는 바다던 호수이던 장하임을 저버리고 여기로 와야만 할 것이다.

 

 맹세했듯이- 아니 늘 그렇게 생각한 것 처럼.......

 

 

 지혁은 낮은 한숨을 쉬고 예전에 꽃혀 있던- 부분부분 잎이 떨어진 작약을 버리고- 새로운 꽃을 꽃아 놓는다.

 

 내 맘도 꽃처럼 꽃혀 있었다면 이렇게 조금은 시들었을 지도 모른다. 예의 없이- 또한- 뻔뻔하게도..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듯- 생기있는 꽃을 빽빽하게 꽃아 놓는다.

 

 

 

 

 옆에 있는 빗으로 하민이의 머리 끝부분을 빗어 준다. 예전에 많이 , 하루에도 몇번 그랬듯 손을 ,얼굴을 물 수건으로 닦아 주고는

 

 다시 옆에 앉는다. 천천히 마음에 질서가 잡힌다. 그래- 나는 내가 들떴었던 것에 대해 창피한 기분을 느낀다. 그래, 인정할것은 인정하자...

 

 이제 장하임 없이 생활하는것은 힘들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말에 얼마나 확신이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다. 내가 줄수 있는것이 우정이란 최소한의 애정일수 밖에 없는 이유를 -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가서 따뜻한 곳에 있다가도

 

 스스로 혼자의 규칙을 준수하며 - 우울한 곳으로- 하지만 내게 가장 익숙한 곳인 물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

 

 

 

 

 돌아 오고싶지 않으면 안된다. 꼭 돌아 와야만 한다. 언젠가 그것에 지쳐 장 하임이 떠나겠다고 맘을 먹어도

 

 

 막아서도 안된다. 억지로 막아서는 안된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마치 스스로에게 얘기하듯 되뇌인다.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숙지 시키듯이

 

 끊임없이 되뇌인다.

 

 

 "달라진 것은 없어-.. 그러니.... 겁낼것도 없어"

 

 

 혼자 조용히 중얼거린다.

 

 

 

 오른손엔 장하임의 손을 쥐고 왼손엔 하민이의 손을 쥐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그 생활에 자신이 있냐는 마음속의 물음에는 아직도 ,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때 아주머니가 기다리다 못해- 조용히 문을 두드리고 지혁은 고개를 든다.

 

 

 

 돌아온 아주머니는 걱정스런 표정이다. " 벌써 두시간이 넘었어요... 괜찮으신가 해서요-"

 

 

 

 벌써? 그러고 보니- 하민이의 얼굴에 든 빛이 조금은 달라졌다. 지혁은 언제나처럼 미련이 가득한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선다.

 

  아주머니는 민망한듯이 눈을 피한다. 언제나 그렇다. 두사람을 보고 있으면 슬프고 애틋한데

 

 

 마치 둘의 사랑을 방해한듯한 방해꾼이 된 기분을 지울수가 없다.

 

 

 언제나 그를 보내야 한다. 언제나- 불쑥 끼어들었다는 기분을 느낀다.

 

 

 지혁은 낮은 목소리로 또 부탁한다-

 

 "잘 부탁 드려요-....."

 

 

 

 살짝 웃으며 대답한다.

 

 

 "그런 걱정 마세요-"

 

 

 

 

 

 지혁은 여전히 까칠한 표정으로 나선다. 아주머니는 한편으론 이해할수 없다.

 

 아니.. 조금이라도- 잊고 살면 편할것이다. 아니- 잊을수 없다면 그저 조금은 깜빡하고 사는 것이 편할것이다.

 

 매번 무의미한 고통일것이다.

 

 매번 와서 현실을 보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벌써 나 있던 상처가 아물지 못하도록

 

 딱지들을 박박 긁어내듯 다시 피를 보고 나서야 그제야 병실을 나선다.

 

 

 

 

 이 아가씨를 돌보는 것은 늘 해온 일이기에 하나도 어렵지 않다- 아가씨는 그저-... 얌전히 잠들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매번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 아가씨때문에 고통받는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매번 처참해지지 않으면 - 병실을 나서지 않으니까-...

 

 

 

 

 자신은 잘 알고 있다. 환자에게 개인 감정을 투영시키면 위험하다는 것을 - 일이 일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일을 시작할때부터 누구나 그렇게 얘기했고 스스로도 그렇다는 것을 터득했다.

 

 매번 보통 희망없는 환자들을 돌봐왔고- 몇몇은 그렇게 떠났다. 그때도 자신은 평정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녀 자신이

 

 차가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일은 일- 그렇게 선을 그으려

 

 노력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아가씨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은 평소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마치 그 아슬아슬한 희망이 - 아니 실제론 아슬아슬하지도 않고, 희박한데도.. 여전히 손에 닿지 않을만큼 멀리 있음에도 팔을 있는데로 뻗고 또 뻗어도 결코 닿지 않는걸 알면서

 

 스스로가 가장 잘 알면서도 마치 그 사실을 처음 안 사람처럼 상처를 받는다.

 

 

 

 

 처음엔 그래- 뇌사는 아니니까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저렇게 믿을수 없는 것이겠지-.. 이 아가씨가 사랑을 참 많이 받는 사람이었구나... 그러고 넘겼는데

 

 

 지혁은 참으로 미련스럽게도 기다린다- 아니 미련할 정도로 둔한 사람이 아닌것을 알수 있기에 더 슬프다. 더 슬퍼진다.

 

 

 

 매번 찾아올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는 사모님은 자식이기에 그럴수 있다. 그러나 매번 와서 고통받는 지혁은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고 만다...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희망조차 없었더라면 모두가 조금은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만다. 아주머니는 고통엔 이제 무감각해진듯한 그 지혁의 쓸쓸한 표정을 애써- 떨쳐낸다.

 

 

 

 

 그리곤 다시 창을 밀어 닫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위해- 그리고 전처럼 예전처럼.....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까지 슬퍼지지 않도록 - 주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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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저를 데려가세요 2017 / 7 / 19 19 0 7368   
86 일상의 하루 , 우린 왜 망설이기만 할까 2017 / 7 / 19 16 0 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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