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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저를 데려가세요
작성일 : 17-07-19 19:24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7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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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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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소득없는 빗소리 후에 ..하임은 다시 들어와 작업에 한동안 몰두했다.

 

 

 스케치만으로 종이를 채우면서 알게 모르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지우개를 들어 스케치를 지우는 과정에서 종이 끄트머리가 살짝 찢어지자

 

 하임은 그제야 정신이 드는 기분이었다. 왜 난 이렇게 화 난 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지?

 

 

 

 그림을 내려다보니 근거없는 열망이 가득했다.

 .....

 

 

 

 

 

 하임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랬다. 작약과의 관계란 것은 언제나 이런식일 것을 모르지 않았다.

 

 

 

 난 내게 되새겼다. 언제나 이런식일꺼야

 

 니가 다가가면 그는 다시 안전거리로 멀어질 거야

 

 니가 돌아 설려고 하면 그는 그 매력으로 날 못 떠날 만큼 가까이에는 잡겠지.

 

 

 아니지.. 말은 바로 해야지, 그냥 그 사람의 매력이 날 끌어 당기는 거지-

 

 

 

 그건 그가 잡은게 아냐, 내가 잡힌거지

 

 

 이 관계는 언제나 그런식일 거야

 

 조금은 언제나 기대하겠지.. 기대는 언제나 실망이 되겠지 실망은 상처가 될 테고

 

 

 언젠가 내가 그게 그만 너무 싫증이 나면...... 끝낼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님 장하민양이 만약의 기적으로 일어난다면....

 

 

 그땐 오히려 작약이 내가 필요 없을 지도 모르지-

 

 

 

 

 그보다 이런 생각이 왜 필요해? 내가 그에 대해서-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해도

 

 .. 그 사람은 원래 남에게 뭘 알리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야 아주 우연찮게

 

 

 내가 알았을 뿐이고-

 

 

 

 

 내가 좋아하니까 그 사람도 좀 피드백이 있었으면 좋겠단 이 맘 자체가 이기심인거잖아

 

 

 

 그 사람은 ......

 

 

 하임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우린 그저 서로를 잠시 알게 되었을 뿐이다

 

 

 지금 흔들리는건 나다- 작약과의 관계는 내가 ... 내 마음을 조심스럽게 조절하지 않으면

 

 잃을수 밖에 없는 관계다 알았잖아.. 진짜 몰랐던거 아니잖아.

 

 그의 하얗고 마치 석고처럼 차가운 볼을 떠올리고

 

 그 볼에 손이 갈뻔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어떤 이야기에나 하지 말란것은 존재하는 법이다. 돌아보지 말아라 열어보지 말아라 하면 꼭 하고

 

 

 그런 주인공들에게 닥친 것들은 언제나 끔찍한 것들 뿐이었다.

 

 적어도 내가 본 이야긴 그랬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해.

 

 

 위험할꺼라면....

 

 

 또 사랑에 뭔가를 걸순 없어- 알잖아.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기 보단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지며 서로에게 흥미를 잃는 순간부터 빛이 바래기 시작했잖아.

 

 이 사람이라고.. 아니 만약 이 사람이 내 맘을 받아 준다고 쳐 보자고

 

 그럴일이 절대 없을테지만 절대로 그럴리 없지만...... 만약 그런다면

 

 이 사람과의 사이는 안 그럴꺼 같아?

 

 

 

 하임은 그림을 끌어모았다. 다시 작약에게 가야하는 시간이다.

 

 이게 좋은건지 아니면 끔찍한 건지... 자신은 이제 모르겠다.

 

 

 

 한숨을 쉬며 문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똑똑똑

 

 

 

 

 

 

 그래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임은 지난 번에 아주 쓴 교훈을 배웠다. 문고리에 손을 함부로 대서

 

 슬그머니 들어가면 안된다는것-

 

 

 

 

 그랬는데 손을 대자 문은 저절로 열리듯 스르륵 열렸다.

 

 

 하임은 그때의 일이 떠올라서 침을 꿀꺽 삼키곤 고개만 쏙 내밀었다..

 

 

 

 고개만 쏙 넣어보자 ... 작약은 의외로 한번도 앉은 적 없을 것 같았던..

 

 왜 있는지 알수가 없던 (긴장 풀고 있질 않으면서..)

 

 

 

 뒤로 기대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리는 그 의자에 딸린 듯 같은 색조의 폭신한 다리 걸이에 올라앉아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

 

 순간적으론 잠을 자고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다.

 

 

 

 그는 시간이 칼 같은 사람이었다. 약속도 일정도 그 어떤것도 자신의 생활에서 크게 엇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회의하기로 한 시간. 우리의 시간에...

 

 

 잠들어 있었다..

 

 

 

 

 

 하임은 믿을수 없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생각보단 깊게.. 잠이 들어 있었다. 색색 내뱉는 옅은 숨에... 이 사람이 잠이 들었음을 깨달았다. 고개를 기댄채 잠이 든 모습은

 

 

 

 마치 고된 일을 마친 사람처럼 보여서- 안타까움을 끌어냈다.

 

 

 

 나는 나도 모르게 , 살며시 다가가서 앉았다.

 

 

 

 그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었는데도...잠이 워낙 깊게 들었는지 계속 잠이 들어 있었다. 눈 밑의 그늘이 안쓰러웠다.

 

 

 

 원래부터 이 그늘은 여기에 있었을까? 파리한 인상이- 이상할 정도로 짙은 눈썹의 색이

 

 연약한 느낌이 났다. 이 사람은 언제나 잠을 못드는 쪽이었다.

 

 

 

 잘려고 해도 잘수가 없었겠지- 보통은 .....

 

 내가 눈치가 없어도 그 정도로 없진 않다.

 

 

 어떤 일이던 펑펑 터질 때 마다... 이 사람은 잠을 잘 못 이룬게 분명한 얼굴로 아침에 날 만났으니까.

 

 

 하임은 물끄러미 그냥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잠이 들었을때도 왠지 확 풀어져서 잠든 느낌이 아니었다. 경직되서 자는것 처럼

 

 하임은 자신이 잠들면 몸부림은 기본이고 잠꼬대가 심해- 가끔은 침대에 거꾸로 누워 있기도 한단걸 생각하자

 

 왠지 우스웠다.

 

 

 

 

 심지어 침대에서 떨어질때도 있는데.

 

 

 어째 이 사람은 잠도 이렇게 정 자세로 자......

 

 

 파리한 인상에다 붉은 입술..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이네.....

 

 

 하임은 씩 웃었다.

 

 

 

  그러다 꿈이라도 꾸는 건지.. 자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치 괴로운 일이라도 생긴 것 처럼.

 

 찡긋 찡긋 거렸다. 눈 밑의 그늘이 더 짙어질만큼

 

 

 하임은 한숨을 옅게 쉬면서 손을 자신도 모르게 뻗었다.

 

 

 

 

 손은 나비처럼 , 의도하지 않았으나 봄바람마냥 그 사람의 얼굴에 살짝 내려 앉았다.

 

 미간을 살짝 건드린다. 찌푸린 게 안쓰러워- 손이 닿으면 깰지도 모른다는걸 알면서도 자신은 그랬다.

 

 

 

 

 닿자.. 미간의 찌푸림은 스르륵 녹듯 사라졌다.

 

 

 

 

 

 그리곤 그의 콧잔등과 눈위로 애교있는 미소가 살짝 스쳤다.

 

 

 

 

 하임은 심장이 꽉 조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슴께의 어떤 부분이 파르르 떨리는 그 기분.

 

 

 지혁은 편한 숨을 내쉬며 그저 잠이 들어 있고 하임은 가까이에서 그 사람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말을 안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데도 이렇게 욕심이 나서야...

 

 

 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하임은 더 앉아 있다간 그 사람의 얼굴을 쓰다듬고 말 것 같았다.

 

 엉큼하게도 입술이 어딘가에 내려 앉을것만 같았다.

 

 그 파르스름한 볼에 닿고 싶어질것 같았다.

 

 

 

 

 

 

 하임은 그래서 일어섰다. 모아온 그림을 봉투에 넣어 책상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메모를 간단하게 적었다.

 

 

 

 간단하게 적으려던 것이 그 사람의 안타까움이 느껴져 조금은 길어졌지만 말이다.

 

 

 

 

 

 

 집은 에어컨을 너무 틀어둔 나머지 싸늘했다. 집은 휑해서 담요조차 없다.. 하임은 잠시 망설였다.

 

 

 

 얇은 티셔츠가 신경 쓰였다.

 

 

 

 

 지금도 환자가 따로 없는데.. 이대로 자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지?

 

  하임은 입고간 후드 티를 벗었다. 그 후드를 살짝 작약에게 덮어 주었다.

 

 

 

 지혁은 기분 좋은듯 살짝 뒤척이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가 고른 숨소리를 낼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하임은 조심스레 문을 닫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문에 기대서 바보 스럽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탓했다. 다시 되새김질 했으나

 

 마음으로 가지 않고 숨으로 나가버리는 말을 되뇌었다.

 

 

 

 더 이상은 안돼- 우린 어차피 계속 이럴...

 

 이럴꺼야..

 

 자신이 되뇌이는 말인데도 말은 안타까울 정도로 설득력이 없었다.

 

 하임은 달아 오른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

 

 지혁은 11시가 넘어서야 깼다. 사실은 몇분 잠 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천히 눈을 떴다.

 

 여전히 자신의 공간은 조용했다. 그리곤 자신도 오랫만의 잠이 몸에 너무나 달콤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의 잠다운 잠이었다. 몸이 개운했다.

 

 

 

 수면제 없이- 다른 괴로움 없이..... 잠이 든게... 그것도 잘 시간도 아닌데 잠이 든게 대체 얼마 만이더라-?

 

 지혁은 기지개를 폈다. 그때 팔에서 어떤게 툭 떨어졌다.

 

 

 

 그것은 자신에게는 없는.. 적어도 잠들때만 해도 없었던

 

 옷이었다. 하얀 후드..........

 

 

 

 

 지혁은 그제야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약속 시간을 넘은 정도가 아니었다.

 

 지혁은 자신의 게으름 때문에 이 정도로- 약속이 틀어지다니.... 위장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이럼 안되는데... 내가 대체 왜 그랬지?

 

 

 황급히 나서려다 시간이 11시임을 깨닫고는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를 봤다.

 

 

 

 

 단정하게 놓여있는 봉투

 

 

 

 위에는 장하임다운 글씨로 작은 쪽지가 있었다.

 

 

 ' 너무 곤히 자서- 도저히 깨울수가 없네요- 당신은 내가 모를꺼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도 바보는 아니랍니다. 이런 잠을 자는게 정말 오랫만일텐데.... 회의야 휴일을 빼서라도 하면 되겠지만

 

 당신은 이런 잠을 다시 자기가 쉽지 않을거에요 , 제 생각은 그렇네요-

 

 그러니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아요-! 자는거 보고 일부러 안 깨운거니까요!

 

 

 당신이 날 원망해도 어쩔수 없죠 - 당신의 몸이 필요한 거에요 - 잠과 휴식이요..

 

 당신이 자꾸 자신을 몰아 붙이니까.. 그렇게라도 휴식이 필요한거죠...

 

 

 

 그리고..

 

 멍청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당신이 무슨 괴로운 일이 있어도 , 너무 그걸 고통스럽게 받아 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말처럼 잘 안되는건 알지만요....

 

 고통은 생각할수록 고통일 뿐이죠... 기대는 실망을 부르고요

 

 조금만 자신의 입장이 되서 이기적이 되세요-

 

 그럼 당신이 다치는 일도 많이, 줄어들거에요

 

 

 평소엔 고통스런 상황을 물 속에만 두세요- .... 물 밖으로 나올때 만이라도 당신이

 

 숨이라도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네요.

 

 

 

 내일 봐요- 그림은 확인해 주세요- 오늘은 작업을 한번 더 할 생각이니..

 

 걱정 마시구요-

 

 장하임'

 

 

 

 

 

 

 지혁은 한참을 입술을 깨물며 이 쪽지를 읽었다. 떨어진 후드를 주워 들었다.

 

 그녀는 아마.. 내가 자면서 살짝 추워 보이는게 걱정되서 .. 이걸 덮어주고 갔을 것이다.

 

 그녀의 옷에서는 향수 냄새가 아닌 은은한 , 아침의 장하임에게서 나는 시트러스 비슷한 향이 났다.

 

 냄새가.. 그 여자처럼 따뜻했다. 지혁은 말 없이 옷을 감싸 안았다.

 

 

 

 

 '조금만 자신의 입장이 되서 이기적이 되세요-

 

 그럼 당신이 다치는 일도 많이, 줄어들거에요'

 

 

 

 지혁은 하임이 써 놓은 글귀를 혼자 되뇌였다.

 

 

 

 지혁은 오히려- 자신이 이기적이어서 큰 걱정인데 이 여자는 내게 이기적이 되라고

 

 니가 다치느니 이기적이 되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바보같은 여자- 난 아직도 이기적이야

 

 당신이 다가오면 물러서는 것만 봐도 그렇잖아-

 

 아무런것도 해 줄수 없단걸 알면서도 당신이 내 곁에 있긴 있었으면 하잖아..

 

 

 

 그게 이기적인거지... 더 이상 어떻게 이기적일수 있어?

 

 

 ....

 

 

 그떄 형의 목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다. 형이 입에 달고 살던 말 '이기적인 새끼'

 

 

 

 형은 늘 내게 그렇게 말했는데..

 

 그래 형의 말이 맞았어. 이번은 그게 맞는거 같네..

 

 

 지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우는 소리 같았는데 지혁은 처음엔 희미해서 듣지 못했다.

 

 

 

 창 밖은 깜깜했다.

 

 

 

 

 

 

 장하임이 깨어 있었으면 했지만 - 하임은 이미 잠든 듯 했다.

 

 불빛하나 없이 옆집은 조용했다. 시간이 잠들기엔 이른거 같은데....

 

 

 

 

 지혁은 천천히 테라스 문을 열었다.

 

 

 

 

 밖은 가로등 하나만이 켜져 있었는데. 가로등 밑에 뭐가 하나 동그라니 앉아 있었다.

 

 지혁은 자세히 쳐다 보았다.

 

 

 

 

 처음엔 너무 작아서 몰랐지만

 

 

 고양이였다. 그것도 아주 작은.

 

 

 아직 새끼인듯 했다. 지혁의 손보다 조금 큰것 같아 보였다.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대면서 울고 있는 그 모습에 마음이 몹시 아렸다.

 

 

 

 바보같이 전혀 관련 없는 상황인거 같은데도 누군가가 떠올랐고-

 

 누굴 떠올리고 있는진 굳이 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하민이도 잠든 곳 그 어딘가에서 길을 찾지 못해 저렇게 울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하민이는 강한 애니까 울고 있진 않겠지만...

 

 저렇게 멈춰 서서 있을 순 있겠지..

 

 

 

 지혁은 테라스에 기대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 고양이가 길을 찾거나

 

 어디론가 가기를...

 

 

 그러나 그 녀석은 그 자리에 앉아서 아무데도 가지 않고 울기만 했다.

 

 

 

 

 그 고양이는 계속 울어댔다. 조그맣지만 빽빽- 지혁은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정말 별일이 다 생기는군

 

 

 배가 고픈가? 어미는 대체 어디간거지?

 

 

 고양이는 끈질기게 울어댔다. 지혁은 그 소리가 맘에 자꾸만 켕겼다.

 

 

 문을 닫고 그냥 들어가 버리면 될 텐데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질 않았다.

 

 

 

 지혁은 머리를 벅벅 긁고는 냉장고를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닭가슴살 샐러드가 있었다......

 

 샐러드는 미련없이 버리고 닭고기만 챙겼다. 봉지에 챙겨서도 당장 나가지 않곤 좀 기다렸다.

 

 

 어미를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아니 어미가 오는데 내가 서 있으면 겁나서 오지 않을수도 있잖아?

 

 지혁은 자꾸 자신에게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에도- 고양이는 계속 울었다.

 

 장하임이 깨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원체 잠귀가 어두운 편인지 옆집은 불조차 켜지질 않았다.

 

 

 그 여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것만 같은데....

 

 

 무시하고 싶은데 빛아래 혼자 동그마니 앉아 있는게 왠지 맘에 걸렸다.

 

 지혁은 혼자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오지랖을 펼치지?

 

 

 

 

 그 소리에 장하임이 깨어날까봐?

 

 

 왠 말도 안되는 배려야- 그녀가 내가 잘수 있게 비켜줬기 떄문에?

 

 

 말도 안되는 대답이다. 본심이 드러나지 않는 뻔한 거짓말이다.

 

 그 본심이란게 따로 있다면 말이다.

 

 아니면 그 녀석도 혼자라서?

 

 

 

 결국 현관문을 나섰다.

 

 지혁은 내심 내려가면서 그 녀석이 어디로 가길 기도했다. 자신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에 현실감이 없었다.

 

 

 

 

 내려가서 만난 그 녀석은 위에서 본것보다 작았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갸웃 거렸다. 생각보다 똑똑한 놈인듯 했다.

 

 울음도 딱 그쳤다. 이 녀석이? 지혁은 그렇게 울어대더니

 

 사람을 보자 딱 그친 이 녀석이 조금 괘씸했다.

 

 혹시 아픈걸까봐 걱정했잖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혁을 바라봤다. 그러곤

 

 손에 있는 것의 냄새를 맡았는지 친근하게 옆을 맴돌았다.

 

 

 

 

 지혁은 혼잣말을 했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맛있는거 주면 아무한테나 이럴거냐?"

 

 

 

 고양이는 개의치 않고 손의 봉투를 향해 휘적휘적 손을 뻗었다. 온통 까만 고양이였다.

 

 

 눈만 노랗게 빛났다.

 

 

 

 

 지혁은 지금 내가 뭘하는 거지.. 라며 투덜거리면서 닭가슴 살을 주었다.

 

 

 입이 어찌나 작은지... 아직 많이 어린걸 보니 어미가 버린것 같았다.

 

 야생에서는 못 살아 남을듯 하면 버린다더니.. 이 녀석도 그런건가? ...

 

 

 

 

 고양이는 납죽납죽 잘도 받아 먹었다. 배가 고팠었던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작고 털도 푸석했다. 잘 못먹어 그랬겠지만..

 

 

 봉지에 담겼던걸 다 주고 나자 고양이는 납죽 지혁의 발치에 누웠다. 마치 쓰다듬어도 좋다는 듯

 

 

 

 "진짜-... 넉살도 좋은 놈이네...."

 

 

 지혁은 손으로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턱 께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만족스럽다는듯 가르릉 거렸다.

 

 

 지혁은 손에 닿은 놀라울 정도의 따뜻함에... 살짝 살짝 쓰다듬었다.

 

 

 

 

 문득 가로등 아래의 자신이 좀 바보같이 느껴질 무렵 지혁은 일어났다.

 

 그랬다. 나는 내 이기심으로 뭘 내 생활 속으로 들일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이런 호의는....

 

 요 조그만 생명에게도 바보같은 희망을 줄 뿐이다. 그러나 지혁이 일어나자 그 녀석도 일어났다.

 

 

 

 노란 눈은 지혁을 향하고 있었다.

 

 지혁은 어눌하게 말했다.

 

 "다 먹었어- 이젠 없어- 엄마 찾아 가-"

 

 

 

 고양이가 알아 듣지도 못할걸 알면서 최대한 냉정하게 말하고 돌아섰다.

 

 "또 울면 안돼-"

 

 

 

 그 말을 덧붙이고 현관으로 향하는데 도도도도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지혁은 뒷통수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 녀석이 천진한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

 

 

 

 지혁은 중얼거렸다..

 

 

 

 

 "맙소사....."

 

 

 

 

 지혁은 복도의 어스름한 불빛아래 자신을 말갛게 바라보고 있는 생명체와

 

 쓸데없는 눈맞춤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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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왜 상관이 없어요? 2017 / 7 / 19 18 0 4548   
92 또 후회하고 만다 2017 / 7 / 19 15 0 5124   
91 수면을 사이에 두고 2017 / 7 / 19 23 0 4687   
90 사랑 받을 수도 있었던 시간 2017 / 7 / 19 20 0 3955   
89 세 사람 사이의 균형 , 내려 놓고 싶어 질 까… 2017 / 7 / 19 16 0 5572   
88 내가 어떤 사람일줄 알고 2017 / 7 / 19 23 0 6167   
87 저를 데려가세요 2017 / 7 / 19 19 0 7368   
86 일상의 하루 , 우린 왜 망설이기만 할까 2017 / 7 / 19 16 0 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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