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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낮게 이는 바람 , 먹구름
작성일 : 17-07-20 18:00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8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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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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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혁의 어머니는 전활 들고 한참을 망설이고만 있었다. 내 아들에게 전화 걸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아니다 내 아이이기에.. 더 어려운 것일지도, 지혁의 어머니는 쓴웃음을 띈다..

 

 

 

 

 남편의 조바심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 , 그 사람은 답답할 것이다. 이해 못할 것이다-

 

 

 

 감성적인 문제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로 무감각한 사람이니까....

 

 

 나는 자라는 내내 지혁이와 몹시 비슷했다. 원래 부모님이 그랬듯- 나의 부모님이 나에게 그러했듯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엄하게 키우지 않았던것은.. 아이가 나와 같이 불행하게 살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꿈이든... 어쩔수 없이 접거나

 

 어떤 사랑이던 자신이 선택하는 삶을 살길 바래서였다. 나처럼 움츠러 들지 않길 바랬다. 속을 감추는 아이가 아닌

 

 

 어떤 것이던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주고 싶었다.

 

 

 

 

 첫째는 날 때 부터 남편의 아이였다. 말하자면 나중에 리더가 되어야 했고 알뜰살뜰 내새끼라고 챙길 틈도-.. 어리광 부리는 그런 성격도 되지 못했다.

 

 내가 첫쨰를 귀여워 하면 남편은 애 버릇 나쁘게 들인다며 조용히 한마디씩 하곤 했다. 아이는 어른스럽게, 아니... 어린 시절에도 애같지 않게 자랐다.

 

 그렇게 맺힌게 지금에서야 쏟아지는 건지.... 아이는 질투심도.. 시기심도 많은 어른으로... 그렇게 자랐다.

 

 부모로써는 실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 나는 나의 방식으로 큰아이도 분명 사랑했다.. 물론 지금도.... 또 앞으로도 ...

 

 

 

 

 

  그러나 지혁이는 처음부터 자라는 내내, 큰애와는 완전히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서 ... 더욱.. 그냥 막내로 남겨두고팠다.

 

 빨리 결혼했으면 했고.. 그래서 짝 지어준 아이가 그런 일이 생길줄은 몰랐다. 지혁이는 내가 언제나 억지로 감추었던 예민함과 가슴속에 맺힌 울분까지도 그대로

 

 닮은 아이였다. 아이는 무너졌고- 내 예상대로 ... 다시 일어서기 까지도 , 그저 일어서는것 만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입을 여는데도 ....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남편도 처음엔 초조해 했다. 아이를 잃을거란 위기감이 있었으니까, 이대로 두다간 잃겠다는 위기감이 존재했으니까..

 

 아이가 조금은 잠잠해 지고, 그것이 괜찮아진 신호라고 오해를 하곤, 혼자 조바심을 내면서부터 무신경한 말을 쏟아냈다.

 

 '다 잊을수 있는 일이야- 녀석이 아직도 20살도 아니고- 응석 부리는 게야-'

 

 

 

 남편의 말에 난 속으로 치를 떨었다. 그런 말을 할수 있다니.... 무신경의 끝이라고 밖에 할수 없었다. 나는 내 죄로만 느껴졌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 생긴 일 같았으니까- 지혁인 정말 무서울 정도로 하나에 꽃히면 하나밖에 몰랐다.

 

 이미 지혁이는 하민이가 세상이었다. 그 아이가 잠들면서 , 내 아이의 세상도 깜깜하게 잠들었다.

 

 

 

 

 아이를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아이는 눈물이 날 정도로 처량해 지기만 했다. 숨 쉬는것도 가끔은 잊는듯

 

 의식하는 것 같지도 않은 얼굴로 ... 잠자코 숨을 멈추고 있을때 마다 -

 

 그 숨, 숨 까지도 난 아들을 불러서 아이를 일깨워야 했다. 아무리 숨쉬는게 염증이 나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눈물이 나도- 숨을 쉬어야 살수 있었기에..... 그래야만 했다.

 

 

 

 

 지혁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말- 그 말은 나를 너무나 들뜨게 했다. 이젠 어떠한 일을 원한다고 해도

 

 피할 이유도 못해줄 이유도 없다. 이유는 잊기로 했다. 있다고 해도- 잊기로 했다.

 

 

 그러나.. 남편은 오면 또 아이를 몰아붙일 이유가 있었다. 다른건 그냥 넘겨도 이 일은 아마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먼저 말해주고 싶었다. 난데없이 불려와 그런 이야기를 듣느니.. 내가 먼저 설득하고자 해서... 전활 걸려고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아이는 아마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막아줄수 없는 일 일지도 모른다.

 

 

 한숨을 쉬며 한참만에 통화 버튼을 누른다. 생각보다 아들은 전화를 빨리 받았다.

 

 "어머니?"

 

 

 

 

 

 -

 

 

 "어머니?"

 

 

 어머니셨다. 전활 바로 받느라 내 목소리까지 정돈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나의 실수였다. 여전히 목소리는

 

 조금 밝았고, 전활 받자마자 미간은 뻑뻑할 정도로 싸늘하게 굳었다.

 

 

 어머니의 전화를 이렇게 받는거 자체가 불효겠지... 지혁은 씁쓸하게 생각한다.

 

 

 

 "그래 지혁아..- .. 별일은 아니고- 요즘 몸상태는 좀 어떤가- 해서"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자상하다. 잊고 있었던 죄책감이 불쑥 드러난다. 나는 조심스레 대답한다.

 

 

 "괜찮아요.."

 

 

 

 짧디 짧은 말밖에 나오지 않는 , 수다스럽지 못한 입을 꽉 깨문다. 뭐라 말을 해야 할까..

 

 

 

 

 

 

 

 

 "아버지는.. 오셨나요?"

 

 

 

 

 어머니는 잊고 있었다는듯 낮게 한숨을 쉬시며 대답하신다.

 

 

 

 

 "곧- 내일쯤엔 오실거 같구나-.. 아마 오시면 너부터 찾으실거 같은데.. 미리 말해 주려고 전화 한것도 있고..."

 

 

 

 

 

 

 

 지혁은 목소리가 곱게 나가질 않았다. 아직 사람 붙이신 것도 다 화가 안 풀렸는데.. 또?

 

 내 비서를 데려가서 괴롭힌 걸로 모자라서 또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일년에 두번도 많은것처럼 느껴지는데.....

 

 

 

 

 

 "네?"

 

 

 

 

 어머니는 내 목소리에 조급하고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대답하신다. 애처로움이 가득한 목소리..

 

 

 "조금있으면.. 창립 기념일이잖니... 그 날은 ... 여지껏 아프다는 핑계로 피하고- 그럭저럭 피해 왔는데..

 

 이번은 행사가 크다보니.... 니가 참석 안하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올 모양이야-.. 아무래도 주주들은 니 형이 어떻게 된다고 해도

 

 

 뒤에 든든한 사람이 있길 바라니까..... "

 

 

 

 

 든든한 사람?예비병이 필요하다는 말을 뭐 그렇게 아름답게 하려 애 쓰시는지... 지혁은 말 없이 입술을 꽉 물었다.

 

 

 

 

 

 

 

 "게다가 형이... 이번엔 좀 진중한 사람을 만난다고 말을 꺼내놓는 바람에- 이 자리에 니가 빠지면 괜히 말 많은 호사가들은

 

 또 그룹 차지하려고 형제의 난이니... 뭐니.. 그럴텐데.....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마 아버지가 이번엔 어떻게든 참석하게 하실꺼야..

 

 추측성 기사는 너나 아버지나... 좋을거 없잖니.."

 

 

 

 

 

 

 

 추측성 기사? 물론 내 뒤를 캐다보면 나오는 여러 소문에 대한 얘기 일테지만 , 더 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더 큰 이유는.. 아버지의 욕심인 것이다. 나는 이런 예비병까지 갖춰져 있으니 , 이 자리는 이렇게 세습될 것이니까

 

 

 넘 볼 생각마라 혹은- 너희들이 그렇게 떠들어 댔던 그 하자 많은 둘째가.. 여전히 있고 그래도 멀쩡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쓸데없는 짓이다. 나는 아직도 한발자국도 어색한데-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좋은 기분으로 가고 싶었는데...

 

 

 

 

 나는 결국 말이 곱게 나갈래야 곱게 나갈수가 없고 딱딱한 한마디 뿐이었다.

 

 

 

 

 

 "....... 저는 이제 빠지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저... 그리고 하민이 사이 몰랐던 사람... 거기 몇이나 있을까요?....."

 

 

 

 

 

 

 

 

 나는 어렵게 입에 맺힌 그 이름을 올린다. 이 이름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 그리고 그토록 사랑한 그녀의 이름이 맞는지

 

 

 

 

 그 이름은 어색하디 어색하게.. 내 목소리를 입고 내 입을 타고 흘러나온다.

 

 

 

 전화기 너머의 어머니는 당황하신듯 했다. 내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거라고 생각치 못하신 모양이었다.

 

 

 

 

 

 

 

 

 

 "그래도 지혁아...... 시간이..."

 

 

 

 

 

 

 

 "시간이 흘렀어도... 어떤것은 잊혀지지 않잖아요...... 저는 이제... 뻔뻔하단 말 듣고싶지도... 딱하단 말 듣고 싶지도... 않아요 ;

 

 다들 늘 그랬죠-.. 딱하다고 하거나.. 숨 붙어있는것조차 미안해 해야 한다고...... 아니 후자는 속으로 생각했겠지만-

 

 눈만 봐도 느껴졌어요... 아직은 그 눈들앞에 나설 자신이... 저는 없어요 어머니.."

 

 

 

 

 

 

 

 "........"

 

 

 

 

 

 

 어머니의 침묵에서 나는 고통말곤 아무것도 느낄수 없었다. 아버지는 형을 통제하기 위해 나를 이용하고 나를

 

 통제하기 위해 형을 폭탄으로 사용하신다. 설사 의도하신 바가 아니라 해도 지금 당장이 그랬다.

 

 

 

 

 

 

 지금 상황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를 위해 살면서 끊임없이 서로를 괴롭히고 있었으니까

 

 언제나 남보다 못한 사이- 아니 언제나 혹독하기만 한 사이였으니까..

 

 

 

 

 "아버지가 부르셔도 저는 그렇게 이야기 할 거에요- 더는... 아니 꼭 하민이 때문만도 아닌것도 아시잖아요

 

 형은 어쩌구요? 형은 ..... 저를 얼마나 경계하고 미워하는지.. 잘 아시잖아요- 처음부터 형 자리였고 형 자리

 

 넘볼 맘도없는데.. 끊임없이 견제당하는 저도.... 얼마나 피곤한지...... 아시잖아요..........."

 

 

 

 

 지혁의 어머니는 지혁이 자신의 상황을 변호하려고 한다고 해도 이렇게 말을 많이 한것이..... 더 놀라웠다.

 

 아이는 조금 변해있었다. 여전했지만- 말이 늘었다는것을 알고 나자.. 놀라우면서도 그 친구의 말이 진실이었음을

 

 조금은 느꼈다. 아이는 최선을 다해 항변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전엔 무슨 말을 해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 뱉는데.... 10분이 걸릴때도 많았다. 사고 난 당시엔 울기만 하고 눈 안에 아무것도 없는듯이... 감정이 없는 듯 싸늘하여

 

 말만 없는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래 알았어-"

 

 

 어머니의 대답은 담담했으나, 어이가 없을만큼 허무하고 신뢰할수도 없는 답이었다.

 

 

 

 

 "?......"

 

 

 

 지혁이 순간 대답하지 못하자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막아보마-... 아버지를 내가 한번.... 설득해 볼게........ 그럴수 있도록......

 

 

 미안하다. 이런 부탁을 해서- 너를 가장 이해하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부탁을 했다니..

 

 내가 아직도.... 너를 헤아리지 못하나 보다 미안하다 지혁아 미안해...."

 

 

 

 지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차라리 질책이나 힐난이 버티기 쉬운 일이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처절한 미안하단 말은 언제나 지혁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말이었다. 미안하다고... 대체 어머니가 왜?

 

 

 

 

 어쩔수 없는 상황을 만든건 운명이고 참석을 강요하는건 아버지다. 나를 회사에서 밀어내고자 하는건 형이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언제나...... 언제고.... 나와의 대화의 말미엔 미안하단 말 뿐이시니........

 

 

 

 

 지혁은 이를 갈듯 한마디를 하는게 고작이었다.

 

 

 

 "어머니가 사과 하실 일 ...... 아니잖아요 어머니..... 미안해 하지 마세요..."

 

 

 

 "지혁아....."

 

 

 

 "전화 끊을게요...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릴게요-"

 

 

 

 

 전화는 다소 커친 소리를 내며 끊기고 지혁의 어머니는 그저 전화를 힘없이 내려 놓는다.

 

 또 다시 예전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쯤이면 - 대체 언제쯤이면 내아이의 가슴에

 

 평화가 뿌리 내릴수 있을까- 조바심 내지 않기로 했는데도..... 이럴때면 조바심이 든다.

 

 빨리 평화로웠으면 해서- 빨리... 평온해졌으면 해서...

 

 

 

 아이는 변했다. 이제야 겨우 시작된 이 기적같은 변화를 막을수 없었다. 다신 없을 그런 기회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지혁의 어머니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하임은 그림에 몰두하다가 연필을 잠시 놓고서- 옆집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 부쩍 추워졌으니 테라스엔 나오지 않으려나?

 

 

 초가을인데도 저녁엔 꽤 쌀쌀해 진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 뒤 옆집은 쥐 죽은듯 조용하다.

 

 

 

 

 

 "망할 방음설비는 하여간 .... 부실 공사란걸 모르네... 아주 착실해-"

 

 

 하임은 의미없는 푸념을 궁시렁거리며 냉장고로 가서 물을 한병 꺼내서 마신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다

 

 집엔 여전히 먹을 건 별로 없는데... 조금씩이라도 요리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를 해서 따뜻한 공기가 들면..... 저 옆집의 액체말곤 입으로 들어가는게 없는 남자도

 

 좀 살이 붙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다고 내 요리를 먹을것 같지는 않지만.. 입이 짧아 보이니 아마 식성도 까다로울 것이다.

 

 

 

 하임은 한숨을 내쉬며 얇은 가디건을 걸치곤 베란다로 나선다. 의자에 쪼그리고 앉는데.... 옆을 보니

 

 

 작약이 이미 나와 있었다. 놀라서 앉다가 쿵 하고 주저 앉았다..

 

 

 

 

 "아야...!....."

 

 

 

 

 

 

 "뭐야, 다쳤어?"

 

 

 

 너머에선 작약이 일어나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나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보통때 같앴으면 칠칠맞군 그러고 말 텐데.... 나는 괜히 쑥쓰러워 일어나서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놀랐잖아요- 왜-기척도 없이 앉아 있어요"

 

 

 그 말에 작약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아직도 다리가 불편한지

 

 살짝 다리를 불편하게 움직인다. 아직도...아픈가?....

 

 

 

 

 

 " 그냥 앉아 있었는데 그쪽이 놀란거지- 소리내면서 앉아 있는건 대체 뭔데?"

 

 

 

 여전하군 - 그래 이게 작약이지... 하임의 얼굴이 새치름해지고 다시 의자를 잡아 앉는다.

 

 

 

 

 

 

 "바람 쐬러 나왔어요?"

 

 

 작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시선은 먼 너머를 향하고 있다. 나도 참 바보같은게

 

 이 사람의 시선은 늘 정면이나 너머를 향하고 있는데... 내 눈은 언제나 작약을 보고 있다.

 

 

 작약만 쫓고 있다. 멍청한 눈을 어떻게 하고 싶은데- 밤바람을 맞고 있는 이 사람의 얼굴이

 

 

 가로등 불과 테라스 불이 은은하게 비추는 이 사람의 얼굴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멍하니.. 또 보고 만다.

 

 

 

 

 

 

 "얼굴 따가워 왜 그렇게 쳐다봐-"

 

 작약이 낮게 말하고 나는 멍청하게 또 얼굴을 약한 붉힌다 - 어두운 불빛에 티가 나지 않길 바랄 뿐-

 

 변명처럼 덧붙인다.

 

 

 

 

 

 "당신 얼굴이 참 하얗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작약은 이쪽을 흘긋 보더니 무심하게 대답한다.

 

 "당신도 하얀데 왜-"

 

 

 

 

 무심하기도 하지... 당신하고 비교하면 천지 차이지.....

 

 하임은 투덜대면서 대답한다.

 

 

 

 

 

 

 "그쪽은 하얀 정도가 아니라구요- 뱀파이어 같아요-"

 

 

 

 

 "....... 별로 좋은소린 아닌거 같은데-.... 창백하단 뜻이야?"

 

 

 

 

 

 작약도 투덜댄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칭찬이에요 칭찬-... 트와일라잇 안 봤어요? "

 

 

 

 

 

 

 "...... 책은 좀 봤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에....궁금해서... 몇 페이지 읽다 말았지만- 취향에 안 맞아서-"

 

 

 

 책을? 소녀들이 좋아할것 같은 내용이던데.... 역시 작가는 작가인가보다..

 

 궁금해서 읽은 모양이었다.

 

 

 

 "그래요? 난 책은 안 읽었는데 영화는 처음 건 봤어요-.. 재밌게 봤어요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예쁘고- 청순하고-"

 

 

 

 

 작약이 시큰둥하게 대꾸한다.

 

 

 

 

 

 "누군지 몰라-"

 

 

 

 

 ".......티비 안봐요?"

 

 

 

 

 

 "봐도 누가 누군지 모르지... 티비 안봐 - 집에 없잖아..."

 

 

 

 

 "방안에 있을줄 알았는데.. 방에도 없어요?"

 

 

 

 

 "없어... "

 

 

 

 "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요? 그쪽은 먹는것도 싫어하고- 티비도 안보고... 그렇다고 특별히 즐기는게 있는거 같지도 않고..."

 

 

 

 작약은 낮게 한숨을 쉰다.

 

 "하루 하루 사는것도 숨 차 오르는데 즐길 여유까지는 없어서......"

 

 

 

 애처로운 말이다. 하루 하루, 사는 것만으로 숨이 차오른다는 말.... 그러나

 

 그 한숨이 그저 그 이유같진 않다. 눈이 다르달까... 그새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괴롭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티가 확 나는 타입이라 그동안은 눈치를 챘는데.. 오늘은 감추는 건지 아님

 

 별일이 아닌건지.... 미묘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또 뭔가 우울함이 그의 그림자 끝을 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임과 지혁은 한참을 침묵하였다. 서로 다른 고민을 하면서... 하임이 한참만에 다시 말을 건냈다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지혁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하임을 바라본다 그 얼굴이 애잔하다.

 

 

 

 "왜 그럴꺼라고 생각하지?"

 

 

 

 

 

 낮게 되물어 왔다. 이 사람의 낮은 목소리가 그러듯 낮고 부드럽다. 그러나 이번엔 화가 난것 같진 않다.

 

 

 

 

 월권 할때마다 발끈하고 화부터 내는 경계는 오늘 낮을 기점으로 좀 멀어져 버린듯이 달라졌다.

 

 

 

 

 "... 그냥 분위기가 그래서요- 원래도 밝은 사람은 아니지만 우울해 하는게 보여서요-"

 

 

 ..... 지혁은 속으로 좀 놀란다. 언제나 우울한데 그런 변화까지 눈치채는 하임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아까의 통화로 지나치게 초조해 하는 자신이 바보같은 건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돌아 오시면 또 강제소환 당할테고 , 그래서 장 하임 이야기가 슬쩍이라도 나올까봐 걱정하는것도 사실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정곡을 찌르시니까- 구태여 돌려 말하시지 않으니까..

 

 

 

 한분은 너무 공격적이고 한분은 너무 애처로우니... 둘을 어떻게 지탱해야 할지 스스로도 감이 안선다...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으면 또 같은 소문이 수군수군 기분나쁜 먹구름처럼 한동안은 사람들 사이를 맴 돌것이다

 

 둘째가 여자를 잃어서 병신처럼 산다더라 혹은 - 폐인이 되서 요양원에 있다더라- 혹은... 다 잊고 유학 간거 아니었냐-

 

 

 근거따위 없는 호사가들의 입을 타고 나와 하민이는 그렇게 오르내릴 것이다. 내 잘못으로 아름다운 시절을 잠든것으로 모자라

 

 

 그녀는 추한 소문에까지 이용당할 것이다. 늘 근근히 무시해 왔다. 아니 내 얼굴을 내 비치는 것만으로 먹구름은 뭉쳐져

 

 

 비까지 뿌릴 것이라 생각해 얼굴을 더 내비치지 않았다. 먹구름은 바람이 불면 해쳐질때도 있지만 비는 막기가

 

 

 힘들 것이다... 당장은 .. 아버지가 어떤 수를 내실지 자신도 확신 할수가 없다..

 

 

 

 "..... 괜찮은거죠?"

 

 

 

 약간의 걱정을 담은 그 담갈색 눈에 지혁은 말간 자신의 모습이 비침을 느낀다.

 

 망설인다. 이 이야기를 할까 , 말까....

 

 

 "나도 잘 모르겠어...."

 

 

 

 

 

 의아해 하는 하임의 표정을 보곤 작약은 씁쓸하게 웃는다.

 

 속으론 이 이야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망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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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도망치기 싫어 2017 / 7 / 19 15 0 4914   
97 반전 있는 주사 2017 / 7 / 19 16 0 4472   
96 둘이서 술 한잔 2017 / 7 / 19 15 0 5239   
95 중심으로 물드는 색 , 마치 인어공주 처럼 2017 / 7 / 19 16 0 4285   
94 떨어져서 , 서로의 휴일 2017 / 7 / 19 19 0 3733   
93 왜 상관이 없어요? 2017 / 7 / 19 17 0 4548   
92 또 후회하고 만다 2017 / 7 / 19 15 0 5124   
91 수면을 사이에 두고 2017 / 7 / 19 23 0 4687   
90 사랑 받을 수도 있었던 시간 2017 / 7 / 19 19 0 3955   
89 세 사람 사이의 균형 , 내려 놓고 싶어 질 까… 2017 / 7 / 19 16 0 5572   
88 내가 어떤 사람일줄 알고 2017 / 7 / 19 22 0 6167   
87 저를 데려가세요 2017 / 7 / 19 18 0 7368   
86 일상의 하루 , 우린 왜 망설이기만 할까 2017 / 7 / 19 15 0 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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