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들어가지?”
“아, 그게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당신은 같이 안 들어가나?”
“이 식당 안에는 리브 씨 말고도 흑사단원들이 잔뜩 있습니다. 당연히 리브 씨를 경호하는 단원도 있고요. 고객님들과 제가 함께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들에게 포착되면 제가 골치 아파집니다. 하지만 리브 씨는 십중팔구 이 식당 안에 있습니다. 정 못 믿겠으면 일단 식당을 둘러보고 오시든가요.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카쟝은 중절치를 쳐다봤다.
“중절치 씨, 가방을 저 사람한테 주세요.”
“일단 안에 리브 씨가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주는 게 낫지 않겠어?”
“이 사람이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 같지 않아요. 어차피 오늘 못 봐도 이번 주 안으로는 여기서 만날 수 있겠죠.”
키 작은 사내는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역시 현명하십니다. 저는 한 마디 거짓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중절치는 아직도 사내가 의심스러웠다.
“아니, 그래도 한 번 확인은 해봐야지.”
“아닙니다. 그냥 주셔도 됩니다.”
어차피 카쟝이 받아온 돈이었다. 돈의 사용 여부는 카쟝의 판단에 달려있었다.
“그래. 알겠어.”
카쟝의 말에 중절치는 가방을 벗어 사내에게 넘겨주었다.
“어우, 두둑하네요.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리브 씨와 좋은 밤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굿 럭.”
사내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호텔 정문으로 사라졌다.
“카쟝. 너 지금 사기 당한 걸 수도 있어.”
“우선 들어가 보죠.”
카쟝은 호텔 1층 식당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내부에는 손님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편한 옷차림의 손님도 있었지만 정장을 차려입은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흔히 일컫는 신사 숙녀 여러분이 식당에서 다소곳하게 식사하고 있었다.
“여기에 흑사단이 많이 있다고?”
식당은 호텔 1층의 1/4을 차지할 만큼 넓었다. 그런 큰 식당에서 말끔히 차려입은 손님들이 마주 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밤 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은 손님이 식당을 채웠다. 그들은 식사와 대화에 집중한 나머지 카쟝과 중절치의 등장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크킁.
그때 카쟝은 코를 찡긋거렸다. 미세한 냄새가 카쟝의 코로 들어갔다. 카쟝은 뭔가에 홀린 듯 식당 내부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카쟝. 너무 서두르지 마.”
식사를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카쟝에게로 쏠렸다. 그때 식당의 매니저도 두 사람을 발견했다. 매니저는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왔다.
“손님, 이 안쪽부터는 예약석이라서 못 들어가십니다. 저쪽 창가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중절치는 당황한 목소리로 매니저에 답했다.
“아, 예.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피곤해서 아무 데나 막 들어가네요. 저쪽으로 가면 되죠?”
중절치는 카쟝을 데리고 나가기 위해 그를 쳐다봤다. 그때 카쟝은 뭔가를 발견한 듯이 한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카쟝이 보는 곳을 바라보니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치야. 여기서 나가자. 지금 저쪽에서 눈치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어. 이곳에 더 버티고 서 있으면 의심부터 받을 거야.”
카쟝은 멍하니 한곳을 응시하다가 중절치의 손에 이끌려 식당 밖으로 나갔다. 카쟝은 식당 밖으로 나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스러운 쪽은 중절치였다.
“지치, 아무 상의도 없이 혼자 거기까지 들어가면 어떡해?”
“있었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리브가 있었어요.”
카쟝은 창가 자리 구석에 앉은 리브를 발견했었다. 달구에서보다 살이 쪘고 정장 차림이었지만 카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리브는 카쟝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아무튼 아까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네.”
“찾으러 가야 해요.”
카쟝이 다시금 막무가내로 들어가려 하자 중절치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지치, 진정해. 나랑 조금 상의를 하고. 상의가 끝나면 들어가자고. 우리는 한 팀이야. 알겠어?”
중절치는 카쟝과 시선을 맞췄다. 카쟝의 거친 호흡이 느껴졌다.
“지치,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획을 세워보자.”
***
“리브님 어떤 걸로 주문할까요?”
“저는 늘 먹던 음식으로 시키겠습니다.”
"네. 그 음식으로 주문하겠습니다."
리브의 비서인 라소우는 리브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직원을 찾았다.
“늘 먹던 대로 세팅해줘.”
주문을 마친 비서가 리브의 옆에 앉았다. 리브는 여느 때처럼 국밥을 주문했다.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시침은 밤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도적단에게는 하루를 열기에 알맞은 시간이었다.
“오늘 첫 스케줄은 12시 대장급 회의니까,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어.”
자정에 약속이 있었으나 식사시간은 충분했다. 게다가 정기 회의가 아닌, 정부와의 전쟁을 앞두고 만들어진 긴급회의였기에 회의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었다.
"늦게 끝날 가능성이 높으니 속을 든든하게 채워 넣어 놔야 해."
리브의 속을 꽉 채워줄 음식은 국밥이 제격이었다.
"음."
선호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리브였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이제 막바지인가.”
흑사는 이번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전쟁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어쩌면, 이 호텔에서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겠어.”
국밥이 준비되자, 식당 직원 한 명이 국밥을 들고 리브를 향해 직접 다가왔다. 리브는 자신의 음식이 완성되었음을 일찍이 인지했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국밥의 냄새가 식당 테이블을 넘어서 리브의 코까지 풍기고 있었다. 식당 직원이 리브와 두 테이블 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리브 옆자리의 사내가 일어났다.
“그거 이리 주시오.”
그 남자는 직원이 들고 오던 국밥을 뺏다시피 받았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남자의 일방적인 행동에 직원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국밥을 받아든 남자는 리브의 앞까지 국밥을 가지고 왔다.
“국밥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리브의 식탁에 국밥을 놓은 남자는 리브의 직속 부하 겸 비서였다. 이름은 라소우. 리브의 부하이긴 했지만, 리브가 데리고 다닌다기보다는 흑사의 명령을 받아 리브를 호위하는 역할을 했다. 리브의 외출금지가 해제되면서 거점 밖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흑사가 붙여준 경호원이었다.
하지만 흑사가 그를 붙인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의 주요 임무는 리브를 감시하는 역할이었다.
리브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처음에는 라소우와 불편한 관계였다. 그러나 리브도 더 이상 흑사단 외에 의지할 곳이 없었고, 이제는 흑사의 신뢰도 충분히 얻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브는 라소우의 존재에 크게 개의치 않았고, 라소우도 감시원보다는 경호원으로서 역할을 했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 리브의 앞에 놓였다. 리브가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방금 국밥을 내려놓은 라소우가 새 숟가락으로 국밥을 떴다. 그는 국밥을 자신의 그릇에 담아 리브보다 먼저 한입 먹었다. 국밥이 안전한 지 시험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5분이 지나도록 그의 신체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번 음식도 안전한 것 같습니다. 마음 편히 드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리브는 그제야 수저를 들었다.
덜그럭. 덜그럭.
국밥의 냄새가 강했기 때문에 리브 주위에 있던 부하들은 모두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강렬한 돼지고기 냄새. 부하 대부분이 달구 출신이었지만 국밥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였다. 부하들은 돼지 비린내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냄새만 맡고도 침을 흘리는 이가 있는 반면, 코를 찡그리는 단원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리브에게 뭐라 하지는 못했다.
리브는 국물부터 한입 마셨다.
후루룩.
주방장도 처음 국밥을 주문 받았을 땐 돼지고기의 누린내가 나지 않도록 향신료를 탈탈 넣었다. 하지만 리브는 오히려 식사가 끝나고 다음부터 향신료를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최대한 국밥 본연 그대로의 맛을 담아달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음식이 지금 리브가 들이키고 있는 국밥이었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와 뻘건 국물은 달구에서의 국밥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 덕분에 리브는 국밥을 먹으며 잠시나마 달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예전에 먹던 그 맛은 아니었지만 모자람 없이 만족할 수 있는 맛이었다. 리브가 이 식당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방문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후루룩.
리브는 숟가락에 담긴 국물을 힘차게 들이켰다. 얼큰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 갔다.
“흐음.”
리브는 오늘 정오부터 식사 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남은 조사를 마치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대통령의 일정과 대통령을 지키는 군대의 병력, 그리고 적벽관의 구조까지 모두 파악했다. 적벽관 정문을 뚫고 대통령의 침실까지 들어가는 루트는 완벽히 숙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흑사단의 승리야.”
지금의 흑사단이라면 군대와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인원수로는 예전부터 군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흑사단의 약점이라면 병기의 차이였다. 국방부는 항시 적들과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었기에 온갖 무기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흑사단은 군대를 상대로는 충분한 무기가 없었다. 그 점만큼은 리브 못지않게 흑사도 인지하고 있었다. 리브의 조사 결과, 국방부는 눈 깜짝할 새에 몇 대대를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과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었다.
흑사단의 입장에서는, 그 위험한 무기들에 맞서거나 피하는 방법이 전제되어야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흑사가 흑사단을 마루로 데려온 까닭 중 하나이기도 했다. 흑사단의 마루 침입은 국방부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방법이었다. 자신의 집에 들어온 늑대를 붙잡겠다고 집에 불을 내는 주인은 없었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승산은 확실히 있다.”
리브는 밥을 국에 말아 한 입씩 먹었다. 그때 종업원이 리브에게 걸어왔다. 아까 국밥을 서빙하던 종업원은 아니었다. 그 종업원이 리브에게 도달하기 3m 전, 리브의 부하가 그를 막아섰다.
“멈춰. 무슨 용무로 오는 거지?”
“아까 보니까, 여기 계신 분 중에 한 분이 이거 떨어뜨리신 것 같아서요.”
“뭘 떨어뜨려?”
종업원은 손바닥을 폈다. 그의 손 위에는 조그마한 물건 하나가 있었다. 라소우는 그 물건을 보더니 길을 완전히 막았다.
“우리 거 아니야. 꺼져.”
반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브의 눈은 커져 있었다. 종업원이 들고 있던 물건은 리브가 개발했던 만능 USB였다. 그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USB이기도 했다. 게다가 백민관이 카쟝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리브가 사용했던 USB이기도 했다.
리브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만능 USB가 이미 하나 있었다. 따라서 종업원이 들고 있는 건 리브의 USB가 아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만능 USB. 리브의 몸은 얼음처럼 굳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진동했다.
“근데 분명히 여기 계시는 분 중에 한 분이 떨어뜨리신 것 같은데요?”
종업원이 물러서지 않자, 라소우는 그를 강하게 밀어냈다.
“여기 없다니까! 꺼지라면 꺼져!”
쿵.
직원은 그에게 밀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런.”
리브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식당 직원에게 다가갔다. 라소우는 리브의 행동에 당황한 채 리브에게 길을 비켜섰다.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리브는 넘어진 직원에게 손을 뻗었다. 직원는 리브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멋쩍게 웃었다.
“이 물건은 주인이 없는 것 같으니 제가 다시 가져가겠습니다.”
직원이 USB를 넣고 꾸벅 인사를 하는 동안 리브는 직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남자 직원도 리브와 시선을 맞추고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리브는 주위를 둘러봤다. 30명이 넘는 흑사단원들이 리브와 직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직원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리브는 직원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혹시 국밥 좋아하시나요?”
"네? 국밥이요?"
뜬금없는 물음에 식당 직원은 어정쩡한 자세로 대답했다.
"국밥이야 좋아하죠. 예전에 많이 먹었거든요."
리브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에게 쥐어주었다.
“분실물을 찾아주려는 태도가 아주 좋네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요긴한데 쓰세요.”
직원을 막아섰던 부하가 리브를 바라봤다.
“리브 님, 이런 놈들 챙겨줘 봤자입니다.”
하지만 직원은 리브에게 받은 지폐를 서둘러 주머니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직원은 누가 그 돈을 훔쳐가기라도 할 것처럼 얼른 주방으로 사라졌다. 리브는 지갑을 넣고 자리로 돌아왔다. 리브가 자리에 앉자 아까 직원을 밀쳤던 부하가 다가왔다.
“리브님, 식사 중에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다 저를 보호하려고 하셨던 행동인 걸요.”
리브는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달그락. 달그락.
리브의 머릿속은 전쟁이 아닌 새로운 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
중절치는 하트원 호텔 앞에 있는 공원을 배회했다. 카쟝은 호텔로 떠난 상태였고 중절치 혼자 남아 카쟝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밤바람이 중절치의 뺨을 스쳤다.
“마루는 공원도 예쁘네.”
흙바닥에 녹슨 기구들만 나열되어있는 공원만 보다가 잔디 푸르른 공원에 앉아있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중절치가 깔끔하게 만들어진 벤치에 잠시 앉아있다 보니 왼편에서 막실라 팀이 다가왔다. 중절치의 연락을 받고 공원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중절치 형, 멀리도 왔네요? 아무 일도 없이 여기까지 온 건 아닐 테고. 그래도 진전이 조금은 있었나 봐요?”
“응. 리브 씨를 발견했어.”
“뭐예요? 찾았어요? 그럼 데리고 나왔어요?”
“아니. 지금 지치가 리브 씨에게 연락처를 주려고 들어갔어.”
카쟝은 만능 USB에 리브만 확인할 수 있는 연락처를 넣어서 건넬 계획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치가 안 보이네. 지치는 어디로 들어간 거예요?”
중절치는 손가락을 들어 하트원 호텔을 가리켰다.
“저기.”
“와. 높다. 리브 씨는 몇 층에 산대요?”
“사는 건 아니야. 1층 식당을 자주 이용하나 봐. 다행히 오늘도 있더라고.”
“그래서 지치 혼자서 들어간 거예요?”
“응. 따로 세운 작전이 있어서. 나까지 들어가면 복잡해져. 처음에 지치가 리브 씨를 발견하자마자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하는 걸 말리느라 얼마나 고생이었는데.”
“그랬구나. 사흘 만에 드디어 리브 씨를 찾네요. 그래도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찾아서 다행이다. 별일은 없었죠?”
“없었지. 흑사단은 역시 흑사단이더라고. 돈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더라.”
“지치가 얼른 리브 씨를 데려와야 할 텐데.”
“그러니깐 말이야. 오래 끌면 흑사단이 눈치챈다고.”
견치는 형들의 대화가 못마땅한 눈치였다.
“듣다 보니 이상하네? 다들 뭐 하는 거야? 지금 지치를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 목표부터 기억해야지. 우리의 목표는! 리브 씨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흑사의 숙소를 찾아서 그 안에 있는 작품을 가져오는 거라고!”
소구치도 동조했다.
“맞아. 이건 견치 말이 옳아.”
“당연히 우리의 목표도 잊지 말아야지. 지치가 리브 씨를 데려오면 우리의 계획도 더 수월하게 짤 수 있을 거야. 실제로 리브 씨는 흑사의 숙소가 어딘지 알 거고. 잘하면 흑사가 예술품을 보관하는 장소가 어디인지도 알 수 있고. 어쩌면 들어가는 방법도 얻어낼 지도?”
측절치는 점점 카쟝이 걱정되었다.
“지치가 들어간 지 꽤 된 것 같은데 슬슬 우리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도움이 필요할 지도 모르고.”
하지만 중절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지금 다시 호텔로 들어가는 건은 좋지 않은 방법이야. 다들 걱정 마. 아까 지치 눈빛 보니까 무조건 데려올 것 같더라.”
그때 벤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못 데려왔습니다.”
막실라팀 전체가 뒤돌아봤다. 카쟝이 홀로 걸어오고 있었다.
“진짜 못 데려왔네?”
견치는 카쟝의 주변을 휙 관찰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난리블루스더만 리브 옷가지라도 가져오지 왜 혼자 왔데?”
“지치, 어떻게 된 거야?”
카쟝은 벤치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는 중절치 앞에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막실라 팀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스윽.
카쟝의 손에는 지폐 몇 장이 들려있었다.
“뭐야? 이걸 왜? 수고비야?”
“리브가 저에게 준 겁니다.”
중절치는 그때 지폐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쪽지를 발견했다. 그는 쪽지를 빼서 펼쳐보았다. 그 쪽지에는 빠르게 휘갈겨 쓴 메모가 있었다.
[크로스 호텔 2901호]
옆에서 고개를 빼고 함께 보던 소구치가 물었다.
“이게 뭔데?”
중절치는 메모에 적힌 주소를 읊조렸다.
“크로스 호텔. 여기가 리브 씨의 실제 주소인가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