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리브의 숙소
작성일 : 22-03-28 22:02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793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또 끼어드는 견치.

 

 “흑사는? 흑사 주소는?”

 “리브의 숙소에서 멀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리브와 계속 만나야 할 겁니다. 이전보다 더욱 가까운 곳에서 지내면 지냈지 멀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 말인즉슨.”

 “크로스 호텔에 흑사도 있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가만히 있던 소구치가 나섰다.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만약에 리브 씨가 이미 흑사와 한패고, 지치를 잡으려고 함정을 파 놓은 거면 어쩔 거야?”

 “그럴 리 없습니다.”

 

 카쟝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견치도 리브가 못 미덥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전이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흑사의 심복으로 일하고 있는 게 사실이잖아? 원래 같이 지내다가 보면 성향도 비슷해지는 거야. 그러니 리브 씨가 옛날처럼 지치의 편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해.”

 “설령 함정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리브를 꼭 만날 겁니다.”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거야?”

 “리브는 제 동료니까요.”

 

 견치가 멍한 표정으로 카쟝을 바라보는 동안 카쟝은 막실라팀에게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들의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저 혼자 가겠습니다. 막실라팀도 지금까지 저 도와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더 이상 막실라팀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감사했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흑사가 보관한 예술품들의 소재가 파악되면 반드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지치. 일단 대화를,”

 

 중절치가 그를 설득하려 했지만 이미 카쟝의 말투에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확고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일이 잘 풀리게 되면 다음에 솔코라인으로 꼭 찾아가겠습니다.”

 

 카쟝은 혼자 뒤돌아 발걸음을 뗐다. 그는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나아갔다. 뒤에서 중절치가 그를 불렀다.

 

 “지치야. 그래도 계획이라도 짜고 가는 게 안전하지 않겠어?”

 

 카쟝은 대꾸하지도 않았다. 마치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카쟝은 빠르게 멀어져 갔다. 작아지는 카쟝의 모습을 보며 막실라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어떡해? 우리도 가?”

 “무슨 소리야. 아무 작전도 없이 도적단의 거점에 들어간다고?”

 “분명 위험한 행위지.”

 

 실제로 크로스 호텔이 흑사단의 거점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아무 계획 없이 그 호텔에 들어간다는 행위는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격이었다. 하지만 카쟝의 결연한 발걸음은 이번만큼은 결코 그를 막을 수 없음을 나타냈다. 결국 카쟝이 택시에 승차하고, 택시가 출발할 때까지 어느 누구도 카쟝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크로스 호텔로 가주세요.”

 

 카쟝이 탑승한 택시는 크로스 호텔까지 막힘없이 달렸다. 카쟝은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만 말한 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몇 분 뒤, 그의 시야로 크로스 호텔이 들어왔다.

 

 ‘크로스 호텔.’

 

 리브의 소재를 알게 된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카쟝은 크로스 호텔 앞에 다다르자 택시에서 내렸다.

 

 “여기가 크로스 호텔인가.”

 

 방금까지 리브가 식사하던 호텔과는 달랐다. 더 넓고 더 세련된 건물이었다. 하얗고 반듯한 외관이 거대한 성을 연상시켰다.

 

 “리브가 이런 곳에 살고 있었다니.”

 

 카쟝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리브가 자신과 생활할 때는 오래된 작은 빌라에 살았지만, 지금은 마루에서도 최고급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내가 리브를 이 호텔에서 탈출하자고 해야 하는 꼴이네.”

 

 리브 입장에서는 카쟝을 따라 나오게 되면 집 없는 생활을 시작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카쟝의 마음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리브를 흑사단에서 구해내야 해. 리브도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한 번 뜻을 같이했던 동료로서 리브의 복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카쟝은 크로스 호텔로 발을 옮겼다. 하지만 막상 호텔 앞에 도달하니, 정문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문 주변을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어슬렁거렸다.

 

 ‘흑사단의 거점이 맞는 건가?’

 

 그들은 단순히 호텔을 배회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호텔 주위를 지나는 사람을 힐끔힐끔 곁눈질하고 있었다.

 

 카쟝은 급히 발길을 돌렸다. 정문으로는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계획도 없는 주제에 정면돌파를 감행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다. 카쟝은 계획을 바꿔 호텔의 뒷문을 통해 몰래 들어가려 했다. 그는 호텔 정원을 따라 빙 돌아 건물의 뒤편으로 갔다.

 

 “어?”

 

 카쟝의 눈으로 한 건물이 들어왔다. 카쟝의 위치에서 멀리 보이는 건물이었다.

 

 “적벽관이잖아?”

 

 크로스 호텔과 적벽관은 자동차로 불과 10분도 걸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심지어 크로스 호텔이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서 호텔에서 적벽관을 내려다보는 형태였다.

 

 “흑사가 여기 살고 있다면, 적벽관을 내려다보며 전쟁계획을 세웠겠어.”

 

 카쟝은 조용히 뒷문을 열었다.

 

 달칵.

 

 다행히 뒷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카쟝은 민첩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로 들어가자 비상구 옆에 건물 구조도가 붙어있었다. 카쟝은 구조도를 머릿속에 넣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뚜벅. 뚜벅.

 

 뒷문에서 승강기까지 가는 길은 복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긴 복도를 걸으며 사람 2명을 마주치긴 했지만 그들은 다행히 카쟝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카쟝은 큰 무리 없이 승강기까지 도착했다.

 

 '아직까진 이상 없어.'

 

 카쟝은 버튼을 누르고 승강기의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렸다.

 

 띵-

 

 카쟝은 승강기에 탑승했다. 그는 리브가 적어준 주소를 따라 29층을 눌렀다.

 

 [문이 닫힙니다.]

 

 승강기의 문이 닫히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큼지막한 손 하나가 문 사이로 들어왔다. 승강기 문은 다시 열렸고 승강기로 두 남자가 들어왔다. 카쟝은 그들을 알아봤다.

 

 ‘아까 복도에서 마주쳤던 남자들이다.’

 

 그냥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승강기에 탈 때까지 카쟝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뒤늦게 승강기를 잡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그 직후였다. 그들은 층 버튼을 누르지 않고 가만히 벽에 붙어있었다.

 

 ‘두 사람 다 29층에 사는 사람들인가?’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너무 희박했다.

 

 곧이어 승강기가 출발했다. 승강기는 빠른 속도로 29층까지 올라갔다. 카쟝은 두 사내의 기척을 감지하며 최대한 태연한 척 서 있었다.

 

 29층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띵-

 

 문이 열리고 카쟝은 어쩔 수 없이 29층에 내렸다. 카쟝이 복도를 걷고 있으니 승강기에 있던 두 사내도 승강기에서 따라 내렸다. 원래 리브의 방, 2901호를 가기 위해선 승강기에서 나와 오른편 복도로 걸어가야 했지만 카쟝은 자연스레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역시나 두 사내도 카쟝을 따라 왼편으로 돌았다.

 

 ‘역시 날 쫓고 있어. 어쩌지?’

 

 카쟝은 결국 왼편 가장 끝에 있는 방까지 걸어갔다. 그때까지도 두 사람의 발소리는 끊기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카쟝에겐 더 이상 갈 곳도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섰다.

 

 [2918호]

 

 카쟝은 곁눈질로 두 사내의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카쟝을 노려보고 있었다. 카쟝은 다짜고짜 2918호 문을 노크했다.

 

 똑. 똑. 똑.

 

 “나 왔어. 문 열어줘.”

 

 일단 노크를 한 뒤에 문이 열리지 않으면, “아직 안 들어왔나?”라고 핑계를 대며 1층으로 내려갈 작정이었다. 반대로, 문이 열리고 모르는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면, “잘못 찾아왔나 보네요.”라고 사과하며 발길을 돌릴 계획이었다. 어느 쪽이든 큰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 카쟝을 시험하듯 두 남자는 멈춰서 있었다. 이젠 아예 카쟝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곧 2918호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발소리가 문 앞까지 가까워졌고, 곧이어 문이 열렸다. 카쟝의 앞으로 처음 보는 여자가 나타났다. 긴 생머리에 여리여리한 체형의 여성이었다.

 

 “아, 제가 잘못 찾,”

 “당신이었어? 어서 들어와.”

 

 여자는 카쟝을 반갑게 맞이했다.

 

 “네?”

 “계속 거기 서 있으려고? 밖에 추울 텐데 어서 들어와.”

 

 갑작스런 초대에 카쟝은 반쯤 돌렸던 발길을 원위치시켜야 했다.

 

 “어, 그래야지.”

 

 카쟝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건가? 아니면 옆에 서 있는 두 남자에게서 날 벗어나게 해주려고 일부러 그러나? 아니면 그냥 외로워서 그러는 건가?’

 

 카쟝은 영문도 모른 채 방으로 들어가면서 복도에 있던 두 사내를 쳐다봤다. 그들은 카쟝이 방으로 발을 들일 때까지 예리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때 카쟝을 맞이했던 여자가 복도로 얼굴을 내밀었다.

 

 “거기서 뭐 하세요? 돌아들 가세요.”

 

 그녀는 사내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았다.

 

 쾅.

 

 카쟝이 방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한 여성이 더 나타났다. 짧은 머리에 마른 근육 체형인 여자였다. 카쟝은 그녀를 향해 대뜸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온 것 같네요. 이게 호텔 돌아다니다가 방으로 돌아온다는 게 전혀 다른 층으로 들어 와버린 것 같은데,”

 

 그때 문을 닫은 여자가 카쟝의 뒤로 다가오더니 카쟝의 오금을 발로 냅다 찼다. 카쟝은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여자는 카쟝의 머리채를 잡고 목에 칼을 가져갔다. 눈 깜짝할 새에 카쟝은 여자 둘 앞에 무릎이 꿇린 채 칼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그 여자들도 일반 손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쟝은 방 내부를 슬쩍 관찰했다.

 

 ‘일단 이 방에는 두 여자가 전부인 것 같네.’

 

 앞에 있던 여자가 자세를 낮춰 카쟝과 눈높이를 맞췄다. 목에 닿은 칼끝처럼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

 

 “당신 누구야?”

 

 카쟝은 그녀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었던 음성인데?’

 

 “저는 그냥, 이 호텔에 묵고 있는 관광객인데요?”

 “이게 장난치나?”

 

 카쟝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여성은 카쟝의 머리를 더욱 힘껏 당겼다. 그러자 카쟝이 쓰고 있던 가발이 쓰윽 밀려 올라갔다.

 

 “이게 뭐야? 이 녀석 머리카락, 가발이잖아?”

 

 그녀는 그대로 카쟝의 가발을 벗겼다. 가발와 연결되어있던 실리콘 가면도 함께 찢어졌다.

 

 “혜안, 저 실리콘도 좀 찢어봐.”

 

 곧 카쟝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뭐야? 백민관?”

 

 카쟝의 앞에 있던 여자는 당황한 얼굴로 카쟝을 바라봤다. 놀라기는 카쟝 뒤에 있던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백민관이라고?”

 

 그녀도 카쟝의 얼굴을 확인했다.

 

 “봐. 백민관 닮지 않았어?”

 “말도 안 돼! 백민관은 흑사님이 죽였다고.”

 

 카쟝은 그제야 그녀들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아성 호텔에서 강일호를 납치했던 그 사람들이었다.

 

 ‘하필 들어와도 여길 들어오다니.’

 

 이제 그녀들이 흑사단임은 확실해졌고, 심지어 백민관의 경호팀을 삽시에 몰살시킬 정도로 훈련을 받은 인물들이란 점도 깨달았다.

 

 “지니야. 이 사람 어떡할까? 바로 죽일까? 아니면 생포해서 바로 흑사님께 바칠까? 네가 팀장이니까 결정해.”

 

 카쟝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직감했다.

 

 ‘흑사는 분명 이 호텔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한 거야.’

 

 팀장이라는 여자는 카쟝의 얼굴을 말없이 계속 관찰했다.

 

 “신기하네. 살짝 다른 것 같으면서도 백민관을 닮긴 똑 닮았단 말이지.”

 “백민관 맞다니까? 내 눈썰미를 무시하지 마.”

 “그럼 흑사님이 죽인 건 누군데? 흑사님이 백민관을 죽이는 데 실패했다는 소리야?”

 “아니 그건 아니고. 아무튼, 백민관을 여기에 계속 둘 거야? 그렇게 쳐다만 보지 말고 뭐라도 좀 해봐.”

 

 지니는 계속해서 카쟝과 눈을 마주쳤다. 카쟝은 어쩔 줄 몰라하며 눈길을 피했다.

 

 "아니야. 그냥 백민관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일 뿐이야."

 

 그녀는 카쟝의 반응을 보고는 그가 백민관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 잡아!”

 

 뒤이어 사람들이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가 울렸다.

 

 타다다다닷.

 

 또 다른 불청객이 나타난 모양이었다. 카쟝은 두 여자의 눈이 복도로 쏠린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틱.

 

 “뭐야?”

 

 단번에 방 안이 연기로 자욱해졌다. 동시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야가 막혔다.

 

 “이게!”

 

 두 여자는 카쟝을 잡기 위해 카쟝 쪽으로 뛰어들었지만 서로 머리를 부딪치고 뒹굴었다. 그들이 서로 뒤엉켜 이리저리 분투하는 동안, 카쟝은 발소리를 죽이고 문으로 다가갔다.

 

 “혜안! 얼른 문부터 막아!”

 

 곧이어 연막 속에서 카쟝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카쟝은 서둘러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백민관이 복도로 튀었어!”

 

 카쟝은 반대편 복도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뒤에서는 두 여자의 발소리가 들렸다. 연막이 복도까지 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카쟝의 모습은 그녀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상구 쪽으로 뛰어간다. 놓치면 안 돼! 얼른 쫓아가!”

 

 카쟝의 시야로 2901호가 보였다.

 

 ‘2901호실에 리브가 있어!’

 

 하지만 카쟝은 2901호를 지나치고 복도 끝에 설치된 비상문을 열었다. 그곳엔 모든 층을 이어주는 계단이 있었다. 카쟝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틱.

 

 그는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단에도 연막탄을 하나씩 터뜨렸다. 역시나 혜안과 지니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카쟝을 잡기 위해 연막을 비집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들이 밑층으로 내려가는 소리를 들은 카쟝은 계단 난간대를 잡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는 밑으로 내려가는 소리를 낸 뒤 난간대를 잡고 매달려있었다.

 

 틱.

 

 카쟝은 연막탄을 최대한 아래층으로 던져놨고, 지니와 혜안은 연막을 따라서 아래층으로 내려만 가고 있었다.

 

 ‘따돌린 것도 잠시야.’

 

 카쟝은 조용히 29층으로 올라갔다. 겨우 여자들의 추격에서 벗어났지만 이것도 임시적인 방편이었다. 그녀들이 ‘백민관은 연막 속에 없다’라는 사실을 파악하면 그 즉시 29층으로 올라올 게 뻔했다.

 

 ‘리브를 데려올 수 있는 찬스는 지금이 마지막이야.’

 

 29층 복도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카쟝은 차분하게 소매를 털고 2901호 앞으로 접근했다. 그는 2901호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똑. 똑. 똑.

 

 벌컥.

 

 잠시의 여지도 없이 문이 열렸다. 문틈으로 보이는 리브의 얼굴. 리브는 카쟝의 얼굴과 마주하고는 깜짝 놀랐다.

 

 “변장도 안 하고 여기까지 온 거야? 너답지 않네.”

 

 카쟝은 괜히 목 주위에 달라붙어 있던 실리콘을 만지작거렸다.

 

 “그게, 그렇게 됐어요.”

 

 카쟝은 반가움을 애써 숨긴 채 리브와의 재회를 만끽했다.

 

 “일단 들어와. 누가 널 발견하기 전에.”

 “넵.”

 

 카쟝은 냉큼 리브의 방으로 들어갔다. 리브는 복도를 재차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단출하네요.”

 

 원래 호텔 방이었던 곳에 리브의 노트북과 옷 몇 가지가 추가됐을 뿐이었다. 그 중 카쟝의 눈에 띈 것은 노트북이었다. 화면에 마루시의 지도가 있었다. 곳곳에 빨간 동그라미가 칠해져 있고 뭔가 설명이 쓰여 있었다.

 

 탁.

 

 카쟝의 시선을 읽은 리브는 급히 노트북을 덮었다. 카쟝은 리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먼저 대화를 연 사람은 리브였다.

 

 “카쟝,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뭐, 몇 번 죽을 뻔하긴 했죠. 생존기술이 좋은 건지, 사주가 좋은 건지, 아직까진 잘 살아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여기서 나간 다음에 하죠.”

 “내가 식사하던 곳은 어떻게 찾은 거야?”

 “다 방법이 있습니다. 저도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리브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처음 날 만나러 왔을 때도 내가 국밥 먹던 식당으로 네가 찾아왔었잖아. 문득 그때가 생각나더라고.”

 “아, 그랬었죠. 그게 또 그렇게 되네요.”

 

 카쟝은 얼른 대화를 마치고 리브와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반면에 리브의 표정에는 여유가 흘렀다.

 

 “어찌 됐든 간에 죽은 줄 알았던 너를 다시 만나니까 반갑네. 아니, 반갑기보다는 신기하네.”

 

 타다다닷.

 

 복도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들은 카쟝과 리브는 표정이 굳었다.

 

 “리브, 어쩌다가 흑사단의 일을 하는 거예요?”

 “너도 원했잖아.”

 “네? 제가요? 뭘?”

 “마루 시민과 달구 시민이 동등한 위치가 되는 세상. 네가 원했던 세상 아니야? 흑사단이 그 세상을 만들어줄 거야.”

 “그래도 이런 식으로는 아니에요. 흑사는 이 나라의 군대를 쓰러뜨리고, 대통령을 죽인 뒤, 나라를 삼키려고 하는 거잖아요.”

 

 리브는 카쟝을 똑바로 응시할 뿐 대답을 하진 않았다. 카쟝은 한숨을 푹 쉬었다.

 

 “제가 원했던 세상은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게 아니에요.”

 “이런 식이 아니면 무슨 식인데? 언제,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건데? 예전처럼 장관들과 사장들의 사생활 까발리면서 자정작용이 일어나길 바라는 거야? 그렇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가능할까? 그런 방식으로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면 이 체제를 바꿀 수 있어? 절대 안 바뀌어.”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는 거죠. 갑자기 모든 걸 뒤엎으면 부작용도 상당할 거예요.”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야. 넌 흑사를 못 막아.”

 “그건 해봐야 알죠. 제가 흑사보다 강하진 않지만 흑사보다 빠르긴 할 겁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9 분란 2022 / 4 / 10 208 0 7741   
108 회복 가능성 2022 / 4 / 7 208 0 7840   
107 개국선언 2022 / 4 / 5 205 0 7839   
106 전쟁(5) 2022 / 4 / 3 214 0 7769   
105 전쟁(4) 2022 / 4 / 2 222 0 7855   
104 전쟁(3) 2022 / 4 / 1 241 0 7869   
103 전쟁(2) 2022 / 3 / 31 219 0 7908   
102 전쟁 2022 / 3 / 30 214 0 7781   
101 비린내 2022 / 3 / 29 223 0 7772   
100 리브의 숙소 2022 / 3 / 28 224 0 7939   
99 리브를 찾아서(2) 2022 / 3 / 27 204 0 7799   
98 리브를 찾아서 2022 / 3 / 27 216 0 7748   
97 한밤의 질주 2022 / 3 / 26 211 0 7842   
96 3인 회의 2022 / 3 / 26 226 0 7790   
95 백민관 사장 2022 / 3 / 26 222 0 7749   
94 대통령과 백민관(2) 2022 / 3 / 25 233 0 7941   
93 대통령과 백민관 2022 / 3 / 24 222 0 7970   
92 재회(2) 2022 / 3 / 24 214 0 7866   
91 재회 2022 / 3 / 22 213 0 7773   
90 어둠 속 인사 2022 / 3 / 21 607 0 8094   
89 귀빈과 불청객(2) 2022 / 3 / 20 222 0 7781   
88 귀빈과 불청객 2022 / 3 / 20 236 0 7806   
87 흑사단 등장 2022 / 3 / 19 233 0 7820   
86 넝쿨째 굴러온 호박 2022 / 3 / 19 236 0 7757   
85 학목강 전투 2022 / 3 / 18 217 0 7939   
84 진짜와의 만남 2022 / 3 / 18 234 0 7833   
83 5차 계획서 2022 / 3 / 17 225 0 7875   
82 비서와 우 박사 2022 / 3 / 17 243 0 7927   
81 비서실 2022 / 3 / 17 233 0 7845   
80 흑사단의 거점 2022 / 3 / 16 231 0 7751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