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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어둠 속 인사
작성일 : 22-03-21 18:53     조회 : 608     추천 : 0     분량 : 8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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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경찰관님, 저희는 도적단이 아니라 피해자예요. 저기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도적들이라고요. 이 그림도 방금 여기서 주운 거고요.”

 “그런 건 경찰서에 가서 진술하고. 일단은 손부터 올려!”

 “알겠는데요. 제가 팔에 총을 맞아서 손을 들기 힘들어요.”

 

 경찰관은 아직도 피가 흐르는 청사의 오른팔을 발견했다. 상대가 부상 입은 상태인 것을 확인한 경찰은 긴장이 풀리며 총구가 살짝 내려갔다. 청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왼손이 순식간에 총을 꺼냈다.

 

 “아닛!”

 

 탕.

 

 두 사람은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앗!”

 

 경찰관은 안면에 총을 맞고 고꾸라졌다. 곧바로 청사도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런!”

 

 경찰관의 총알이 정확히 청사의 왼쪽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갈 길이 바쁜데 다리를 다치다니.”

 

 경찰관이 쓰러진 쪽에서는 다른 경찰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에 윤 경장이 쓰러졌다!”

 “얼른 추격해!”

 

 청사는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다봤다. 총알이 깊숙이 들어가 다리뼈까지 보이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 큰 상처도 아니네요.”

 

 청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왼 다리에 힘이 실리자 엄청난 고통이 전해졌다. 청사는 자리에 넘어지며 흑사를 올려다봤다.

 

 “흑사님. 먼저 피신하십쇼. 곧 따라가겠습니다.”

 

 흑사는 대답하지 않고 청사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청사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계속 절룩거렸다.

 

 “흑사님. 조금 있으면 경찰들이 몰려옵니다. 여기는 저한테 맡기고 먼저 가십쇼. 경찰들만 처리하고 따라가겠습니다.”

 

 흑사는 청사의 왼손에 ‘만찬’을 쥐도록 시켰다.

 

 “청사. 내가 자네를 업을 테니까, 자네는 이 ‘만찬’만 잘 쥐고 있어.”

 

 이윽고 흑사는 청사를 등에 업었다. 그는 경찰 소리가 들리는 쪽과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흑사의 오른쪽 귀로 청사의 음성이 들렸다.

 

 “감사합니다... 흑사님....”

 

 청사의 숨소리가 아까보다 약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

 

 그때 뒤에서 경찰들의 음성이 들렸다.

 

 “저기 도둑들이 도망친다!”

 “윤 경장을 쏜 녀석들이야!”

 “반대편으로 달리고 있어!”

 “어서 쏴!”

 

 탕! 탕! 탕! 탕! 탕!

 

 경찰들은 흑사를 향해 사정없이 총을 쐈다. 흑사는 더욱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귓가에 총알 스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총알이 빗발쳤다. 흑사는 곧 골목길을 벗어났고 그의 앞으로 차도가 나왔다.

 

 빵!

 

 뒤를 보니 자동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흑사도 아는 사람이었다.

 

 “오 교수!”

 

 오 교수는 청사의 연락을 받고 단숨에 달려온 것이었다. 오 교수는 흑사 앞에 차를 세웠다.

 

 “흑사님, 어서 타세요!”

 

 흑사는 뒷좌석 문을 열어 청사와 함께 들어갔다.

 

 “빨리 출발해.”

 

 오 교수는 지체없이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부와앙-!

 

 흑사는 청사를 좌석에 누이고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청사. 괜찮나?”

 

 청사는 눈만 게슴츠레하게 뜬 채 흑사를 바라봤다.

 

 “만찬을... 놓쳤습니다... 흑사님....”

 

 청사의 왼손에는 그림이 없었다. 골목을 지나면서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신경 쓰지 말게.”

 “죄송... 합니다....”

 

 흑사는 청사의 숨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음을 느꼈다.

 

 “청사. 의식을 잃으면 안 돼.”

 “이미... 총을... 너무... 맞았어요....”

 “뭐?”

 

 흑사는 총을 맞았다는 청사의 말에 그의 몸을 확인했다. 이어서 그는 청사의 등에 난 8개의 총상을 발견했다. 경찰들이 등 뒤에서 쏜 총에 맞은 것이었다.

 

 “좋은... 모습... 허업... 보여드리지... 못해... 면목... 허업... 없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주게. 곧 닥터 하가 살려줄 거야.”

 “늦었...습니다...허업.”

 

 청사가 기침하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흑사님....”

 

 청사는 그나마 멀쩡한 왼손으로 흑사의 손을 잡았다.

 

 “그동안... 허업... 저질렀던... 실수들... 용서해... 주십시오....”

 “청사. 숨을 천천히 들이쉬어.”

 “만찬을... 꽉 쥐고... 있었어야 했는데....”

 “청사. 정신 차려.”

 “그리고... 흑사님....”

 

 청사는 차가워진 손으로 흑사의 손을 꽈악 쥐었다.

 

 “모시게...되어...”

 

 희미하던 숨소리가 이내 사라졌다.

 

 “영광...이었습니다....”

 

 청사의 눈꺼풀도 스르륵 닫혔다. 흑사는 청사를 깨우기 위해 그의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청사. 일어나게.”

 

 흑사는 청사의 몸이 공중에 뜰 정도로 흔들었다. 하지만 청사는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

 

 

 ***

 

 

 진희는 한밤중에 마루시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녀가 도착한 장소는 다홍산이었다. 다홍산은 이미 어둠이 깔려 으스스한 기운을 뿜었다. 산 입구에 그녀의 발이 닿았을 땐 입구에 이미 100명 가까이 모여 있었다. 어둠에 가려 누가 누군지 분간되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 흑사단임은 확실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 청사의 장례식 때문이었다. 많은 숫자가 움직이면 눈에 띌 수 있어 흑사, 오 교수와 대장들, 그리고 청사의 직속 부하 중 100여 명만 장례식에 참여한 것이었다. 흑사단은 참석자들이 전부 모인 것을 확인하고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어둠을 뚫고 산을 올랐다.

 

 평소에 인적이 드물던 다홍산은 흑사단의 발소리로 가득 찼다. 흑사단이 산 중턱에 도착하고, 어둠 속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모든 장례 준비는 마쳐놓은 상황이었다. 흑사단은 해가 뜰 때까지 한 장소에 머무를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런 연유로 장례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윽고 흑사단원들이 청사가 누워있는 관을 들고 나타났다. 청사는 남들보다 큰 사이즈의 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흑사는 그의 얼굴을 슥 보고는 그의 손에 금괴 하나를 쥐어주었다. 이어서 다른 참석자들은 각자 청사에게 꽃을 올려놓고 기도를 했다.

 

 진희가 속한 우머라 팀도 청사의 1번대에 속한 팀이었기에 청사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진희는 청사의 사망 소식을 접하자마자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어 경찰에 보고도 올리지 못했다. 흑사단 간부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모이는 자리는 흔치 않았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었어도 오 청장님께 연락을 취했을 텐데.'

 

 진희는 청사에게 기도를 하면서도 흑사를 의식했다. 하지만 흑사는 장례식 내내 말이 없었다. 그는 청사를 묻는 순간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사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흑사 뿐만 아니라 장례식에 온 어느 누구도 입을 함부로 열지 않았다. 진희는 그렇게 조용한 흑사단은 본 적이 없었기에 그 분위기가 낯설었다. 결국 진희도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침묵을 유지했다. 그녀가 처음 입을 연 것은 동이 트기 전 하산하던 도중이었다.

 

 “리브 씨잖아?”

 

 리브는 무리와 살짝 떨어져 뒤에서 혼자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리브를 발견한 진희는 몇 발짝 늦춰서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리브 씨.”

 

 리브는 진희를 알아보고는 조용히 목례했다. 리브는 대화하기 싫은 눈치였지만 진희는 그의 옆으로 붙었다.

 

 “리브 씨, 한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물어보시죠. 지니 씨.”

 “흑사단이 전투 준비는 다 마친 걸로 압니다. 전쟁은 언제 시작할 예정입니까?”

 

 리브는 나지막이 답해주었다.

 

 "간단합니다. 흑사님이 전쟁을 선포할 때입니다."

 "흑사님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는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거죠?"

 "염려 마세요.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마루 시민들의 대부분이 전단지의 내용을 믿게 되면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전단지. 그, 전단지의 내용은 사실인가요?”

 “터무니없는 소리로 보이나요?”

 “그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

 

 진희는 리브가 그냥 웃고 넘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일말의 거짓도 없어요.”

 “네?”

 “전부 다 사실이라고요. 원한다면 증거를 보여줄 수도 있어요. 학목 바이러스는 DTS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백민관이 만든 바이러스가 맞고. 백민관이 직접 서명한 보고서도 있죠. 달구시 무차별 폭격 건은, 오늘 저녁에 새로 들어오는 흑사단원들에게 직접 물어보시죠. 그편이 더 와닿을 테니까요.”

 

 진희는 리브의 말을 듣던 찰나에 그의 눈동자에서 튀는 분노의 불꽃을 발견했다. 그녀는 묵묵히 일만 하던 리브가 대통령에게 그런 적대감을 가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단순히 마루 시민들을 흔들기 위한 전단지가 아니라 진실이 담긴 전단지란 말씀이시죠?”

 “모든 건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동의했던 사안들이죠.”

 

 리브는 확신에 찬 말투였다. 진희는 지금껏 리브가 거짓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얻어낸 정보들은 그 어떤 정보보다 깊고 정확했다. 따지고 보면 경찰 쪽보다 오히려 더 믿음직한 정보원이었다. 그렇기에 진희는 그의 말을 듣고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녀의 머리는 띵해졌고 목덜미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자신이 충격받았음을 숨기기 위해 걸음을 평소처럼 걸으려 애썼다.

 

 “그렇군요.”

 “우머라팀도 조만간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시길.”

 

 리브는 대화를 이어가기 싫었는지 먼저 목례를 하고 진희와 멀어졌다.

 

 진희를 포함한 흑사단이 산 입구에 돌아왔을 때까지도 해는 뜨지 않았다. 산 아래로 내려온 흑사단은 약속이나 한 듯이 뿔뿔이 흩어졌다.

 

 진희도 우머라팀과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우머라팀이 머물던 숙소는 마루시 동쪽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여관이었다. 여관 이름은 ‘한빛 여관’으로, 그곳에 사는 흑사단원은 우머라팀이 전부였다.

 

 흑사의 명령으로 모든 흑사단원들은 제각기 따로따로 흩어져 살고 있었다. 흩어져 지내다가 소집 명령이 떨어지면 한곳에 집결한다는 방식이었다. 흑사단의 거점을 밝히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니 현진희도 흑사단의 거점을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우머라팀이 숙소로 복귀하자, 문 앞에 어제오늘 새벽에 배달된 신문 2개가 보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진희가 그 신문들을 주웠다. 어제 신문 1면에는 이틀 전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경찰, 게적그룹과 총격전]

 

 청사가 운명을 달리했던 그 전투였다. 솔코라인의 도적단인 게적그룹이 마루까지 들어온 사건이었다. 그들은 도하이 경매장에서 특정 그림을 훔치려다가 경찰들과 서로 총을 겨눴다. 기사에 의하면 경매장에 참석한 사람들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

 

 “청사님은 집계되지 않은 모양이네.”

 

 기록상 청사는 그 경매에 참석했던 사람이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공식적으로는 경찰이 마루 시민의 인명피해를 막은 것이었다. 게다가 게적그룹이 노렸던 고 권성환 화백의 작품도 경찰이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게적그룹을 전부 체포하진 못했지만 이 정도도 경찰에겐 큰 성과였다. 경찰 입장에서는 어깨가 으쓱해지는 사건이었다.

 

 진희도 경찰의 활약에 기분이 좋아질 법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 없는 고민들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다. 그런 진희의 눈동자를 대문짝만하게 뜨도록 만드는 기사가 그 뒤, 오늘 자 신문에 나왔다.

 

 [백민관, 흑사단에서 살아 돌아오다!]

 

 진희는 얼굴에 냉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확 깼다. 사진에는 백민관이 떡 하니 떠 있었다. 여관에서 마주 보던 그 얼굴 그대로였다. 그 백민관이 당당히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진희는 기사를 빠르게 읽었다. 혹시나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 자가 말 한마디만 잘못 꺼내도 내 임무가 물거품이 돼.’

 

 진희의 걱정과는 달리 인터뷰 내용은 별 게 없었다. 그냥 흑사단에게 잡혀 감금을 당했지만 그들의 일정을 파악하고 그 일정 중 빈틈을 노려 도망쳤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일정이 어땠고 어떤 경로로 탈출했는지는 정확히 적혀있지 않았다. 당장 진희에게 문제 될 발언도 없었다.

 

 “그래도 성가시게 됐네.”

 

 아니나 다를까, 진희가 방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우머라팀이 동시에 진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니, 어떻게 된 거야? 백민관이 살아있다고 뉴스에 나와.”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난 그날 미네민 씨가 자기한테 작업 맡기고 들어가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숙소로 돌아왔을 뿐이야. 이런 식으로 처리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진희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대충 얼버무렸지만 등으로 땀방울이 맺혔다. 하지만 우머라팀 내부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았다. 게다가 미네민이 배신자로 밝혀진 상황이었기에 모든 죄는 미네민이 덮어썼다.

 

 “그래. 지니가 뭔 죄겠어. 미네민 그 배신자가 시켰을 텐데.”

 

 다행히 진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미네민이 욕받이가 되었다. 그때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플라가 입을 열었다.

 

 “근데 미네민이라고 해도 백민관을 살려둘 이유가 있나? 미네민이 마루 사람도 아니고 결국 달구 도적단이었는데, 굳이?”

 

 플라는 시선을 돌려 진희를 바라봤다. 진희의 반응을 관찰하는 눈빛이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진희는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머뭇거렸다. 대답은 그 옆에 있던 혜안이 대신했다.

 

 “내가 봤을 때는 말이지. 미네민 그 년이 백민관이 돈이라도 될까 봐 살려놨던 거야. 어쩌면 몇천억 주면 살려주겠다고 협상했을지도 모르고.”

 

 진희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랬겠지.”

 

 하지만 진희의 속은 타들어 갔다. 만약 백민관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뻥긋하기만 해도 진희는 파리목숨이었다. 배신자였던 미네민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흑사는 미네민을 죽이고 아무도 모르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녀의 시신이 어디에 어떻게 처분되었는지 알려주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미네민을 기리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렇게 처리한 것이었다. 흑사는 미네민의 흔적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는 미네민을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처럼 만든 셈이었다.

 

 진희는 괜스레 기사를 한 번 더 정독했다.

 

 “별 내용 없네.”

 

 진희가 경찰인 사실과 그동안 신경 써준 덕분인지, 진희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말을 꺼내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민관의 귀환으로 인해 명장제약은 물론 마루시 전체가 술렁거렸다. 아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흑사도 오늘 신문을 봤다면 이 사실을 알았을 텐데.’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흑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침 해가 뜨고 저녁 해가 질 때까지 흑사단은 조용했다. 일주일 전, 금방이라도 출격준비를 시키고 대통령을 치러 갈 것 같던 흑사는 온데간데없었다. 여태껏 고요했지만 상황이 흑사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데도 흑사가 잠잠하니 진희도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다른 팀원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혜안은 몸이 근질거렸는지 기지개를 쭈욱 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출동하는 거야?”

 “청사님 때문에 충격을 받으신 건가?”

 “그러게. 아직 소집 명령은 떨어질 기미도 없네.”

 

 그저께 경매장을 뒤집어놨던 도적단은 진희에게도 생소한 '게적그룹'이라는 집단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흑사님도 그 게적그룹에게 부상을 입으셨다던데.”

 

 달구의 왕이 바다 건너온 도적단에게 당한 것이었다.

 

 “그럼 부상이 회복되기를 기다리시는 건가?”

 

 흑사 성격에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야. 그냥 자존심이 상하신 걸 거야.”

 

 게다가 청사까지 사망했으니 흑사의 입장에서는 오른팔을 잃은 셈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충격에 잠겨있을 것이 당연하지만 흑사의 입장에서도 그럴지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백민관이든 게적그룹이든 간에 가만히 있을 흑사님이 아닌데.”

 

 바로 그때 플라가 급하게 진희를 불렀다.

 

 “지니야. 너 긴급호출이야.”

 “긴급호출? 누가 부른 건데?”

 “흑사님.”

 

 진희는 순간 속으로 헉 소리가 났다.

 

 “어디로 오라고 하셨어?”

 “20분 내로 마루 동쪽에 위치한 눈꽃 빌딩 901호. 여기서 차로 10분 거리라서 얼른 출발해야 해.”

 “알겠어.”

 

 진희는 서둘러 나갔다. 그녀는 1초라도 늦지 않기 위해 자동차를 빠르게 몰았다. 그녀는 눈꽃 빌딩에 도착하자마자 주차도 마다하고 901호로 달려갔다. 그녀가 901호 앞에 서니 문이 안에서 열렸다. 안에는 흑사단원 2명과 흑사가 있었다. 흑사단원 두 사람은 진희를 계속 위아래로 훑었고 흑사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다행히 시간 맞춰서 도착했군, 지니.”

 “네. 흑사님의 부름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내가 부른 이유는 대충 짐작하리라고 여기는데. 짐작 못 하겠으면 내가 대신 얘기해주고.”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백민관 사장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놀랐습니다.”

 “호텔은 미네민과 우머라팀이 함께 기습했지만, 듣기로는 백민관을 납치했던 사람은 자네와 미네민이었어. 분명히 내가 백민관을 죽이라고 명령했을 텐데. 왜 살아있고, 왜 TV에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무용담인 양 떠들고 있는 거지?”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이지?”

 “아성 호텔을 습격한 날, 백민관을 납치하는 데까지는 저도 가담했습니다. 하지만 달구에 도착하자마자 미네민이 저에게 백민관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처리하고 갈 테니 저보고는 먼저 숙소로 들어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명령에 따라 거점으로 복귀했고 미네민 씨가 당연히 백민관을 죽였을 줄 알았습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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