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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회복 가능성
작성일 : 22-04-07 20:24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7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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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상처도 가벼운 건 아니에요. 입원을 권유 드렸는데도 극구 반대하길래 포기한 거니까, 스스로 알아서 회복하세요.”

 

 카쟝의 왼쪽 다리에도 붕대가 두껍게 감겨있었다.

 

 카쟝은 흑사의 총격에 왼쪽 종아리가 찢겨나갔다. 해정은 혁원의 수술이 끝나자마자 카쟝의 다리를 치료해주었다. 그때 해정은 상처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참고 계셨던 거예요?”

 “뭐, 참을만 했어요.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카쟝 본인도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이 다리로는 최소 한 달은 뛰기 힘들겠어.’

 

 카쟝은 병원 로비로 나갔다. 아침해가 뜬 뒤였지만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정이 급하게 '오늘은 휴진입니다.' 팻말을 문 앞에 걸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대통령의 소재가 밝혀지면 곤란해질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내린 결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병원도 못 여시고.”

 “아닙니다. 뭐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어쩔 수 없죠. 오늘은 하루 종일 병원 문을 닫겠지만 내일은 병상을 빼주셔야 할 것 같아요. 언제까지 저희 환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까.”

 

 카쟝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그림도 그냥 가져가세요. 저는 필요 없습니다.”

 

 해정은 로비 한편에 놓인 그림을 가리켰다. 중절치가 치료비 대신 해정에게 건넨 예술품이었다. 흑사의 예술감상실에서 가져온 그림 중 하나였다. 실제론 치료비보다 훨씬 웃도는 가격을 자랑했지만 해정의 입장에서는 영 꺼림칙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걸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없는 돈 억지로 짜내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

 "근데,"

 

 카쟝은 해정의 눈을 바라봤다. 해정은 카쟝이 무슨 말을 하나 싶어 그와 시선을 맞췄다.

 

 "대통령님과 저희가 여기 왔던 일은 비밀로 해주세요."

 "그 얘기 하려던 거였어요? 당연하죠. 저도 구태여 알릴 필요가 없죠. 오히려 제가 비밀로 해 달라고 해야 할 판인데요."

 "여러모로 정말 감사합니다."

 

 로비 구석에 걸려있는 TV에서는 흑사가 대통령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방송들이 연이어 전파를 탔다. 방송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흑사의 위대함을 칭송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카쟝은 기분이 착잡했다.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들겠죠?”

 

 해정은 고개를 저었다.

 

 “하루 만에 나라를 이 정도로 뒤집어 놓은 걸 보면 흑사도 단순히 도적 정도로 그칠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식이면 대통령이 살아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겠어요.”

 “흠....”

 

 해정은 대답을 잇지 못하고 혁원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입원실로 돌아갔다. 카쟝은 로비 좌석에 앉아 TV를 묵묵히 시청했다.

 

 “일단 숙소를 새로 알아봐야겠어.”

 

 카쟝은 흑사를 찬양하는 방송들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채널로 돌리기 위해 리모컨을 들었다. 때마침 TV에서 흑사 소식이 끝나며 해외 뉴스로 넘어갔다.

 

 다른 나라라고 해서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화면에는 옆 나라 솔코라인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다른 병실에서 잠을 자다가 물을 마시러 나온 측절치는 카쟝의 옆으로 다가왔다.

 

 “솔코라인에 무슨 일이 생겼대?”

 

 해외뉴스에서는 도적단인 게적그룹이 교도소를 폭파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폭탄으로 교도소 건물을 크게 터뜨렸다고 하네요.”

 

 그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 되어있던 범죄자 500여 명이 교도소를 탈출했다. 화면에는 피로 적은 듯한 새빨간 글씨가 나왔다.

 

 “‘복수’라고 크게 써놨네.”

 

 덜컥.

 

 그 순간 병원으로 검은 옷을 입은 사내 2명이 나타났다. 군데군데 찢긴 옷으로 보아 방금 전쟁을 마친 사람들 같았다. 카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돌아오셨네요!”

 

 그들은 대구치와 중절치였다. 대구치의 어깨에는 한 사람이 업혀있었다. 카쟝은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장군님도 모셔왔고요.”

 “지치 네 말대로 최전선에 쓰러져있었어. 흑사단이 적벽관 근처부터 수색해서 망정이었지, 조금만 늦었어도 흑사단이 먼저 발견했을 거야.”

 “상태는 어떠셔요?”

 “그냥 기절한 것 같아. 큰 상처도 없고.”

 

 그때 해정이 로비로 나왔다.

 

 “누구시죠?”

 “아, 이 분은 김달성 장관이에요. 흑사단과 전쟁할 때 군대를 지휘했던 사람.”

 “이 분도 치료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중절치는 측절치를 불렀다.

 

 “측절치, 자동차에서 작품 하나만 더 가져와서 이분께 드려. 너무 큰 그림 말고.”

 

 작품 얘기를 듣자 해정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림은 됐어요. 얼른 그분을 병상에 눕히기나 하세요.”

 

 대구치는 병상에 달성을 조심스레 눕혔다. 해정은 곧바로 그의 상태를 체크했다.

 

 “혈압, 체온, 맥박은 정상이시고, 눈에 띄는 상처도 없어요. 근데 몸에 몇 군데 멍이 들었네요. 일단 정밀 검사를 좀 해볼게요.”

 

 해정은 달성을 데리고 정밀검사실로 들어갔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로비로 다시 나왔다. 로비로 나오니 김달성을 찾는 일을 함께했던 견치도 돌아와 있었다.

 

 “견치 씨, 수색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뭐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어. 최전방에 흰머리로 덥수룩한 사람은 저 아저씨밖에 없었거든.”

 “그래도 견치 씨 덕분에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견치는 칭찬이 이어지자 괜히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그거 가지고 뭘. 내 덕분이 아니야, 흰머리 덕이지. 손전등 빛을 받아서 번쩍번쩍거리던데?”

 “견치,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야.”

 

 중절치의 면박에 견치의 얼굴엔 웃음기가 싹 빠졌다. 카쟝은 아까 TV에서 보았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제 흑사가 온드리안의 제1 권력을 차지했어요. 말 그대로 나라 전체를 제대로 강탈한 거죠.”

 “안 그래도 적벽관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느꼈어. 적벽관이 완전히 흑사단 거점이 되었더라.”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어요?”

 “특별한 움직임? 우리가 빠져나올 때만 해도 흑사단원들이 군인 명단을 들고 다녔어. 군인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척결하더라.”

 

 담담하게 말하는 중절치 앞에서 카쟝은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군인들을 모아야겠어요. 이대로 도망치다가 죽도록 놔둘 수는 없어요.”

 “모아서 어쩌게? 이미 상황은 종결됐어.”

 “아니에요. 이번 전쟁으로 흑사단도 많은 손실이 있었을 거예요. 오히려 사망자만 따지자면 흑사단 쪽이 훨씬 많을걸요? 적벽관 광장에서 보셨잖아요?”

 “네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어. 근데 흑사가 큰 병력을 잃었다고 해도 이제 곧 새 정부를 세울 거야. 그리고 군대를 편성하고 나면 이전만큼 강력해질 거야.”

 “아니에요. 흑사는 지금 온드리안 구석구석까지 휘어잡고 싶어서 군대에는 정신이 없을 겁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군인들을 모아서 바로 반격한다면,”

 “너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잖아. 이미 대통령을 지키던 병력들은 패잔병이 되어서 구석구석에 숨어있는데. 모으는 건 둘째 치고 찾는 것도 불가능할걸?”

 

 그때 TV에서 흑사를 바라보며 환호성 치는 흑사단의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흑사단이 저렇게 마루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는데 어떻게 흑사를 잡겠다고. 그리고, 우리가 몇백 명, 몇천 명도 아니고 그 많은 군인을 어느 시간 내에 찾아서 모아?”

 “지금 흑사단은 적벽관부터 차근차근 그 수색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군인들은 마루의 외곽으로 쫓기듯 도망치겠죠. 그렇다면 그들의 종착역은 정해져 있어요.”

 “학목강 부근으로 모인다는 의미군.”

 

 대화를 지켜만 보던 측절치도 참여했다.

 

 “포위망을 벗어나려고 아예 달구로 가는 군인들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거기야말로 흑사단을 비롯한 모든 도적단의 소굴이라며. 흑사가 군인들에게 현상금도 걸었던데 군인 입장에서 달구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지. 안 보이던 사람이 등장하면 들키기도 쉽고.”

 “음, 그러면 일단 군인들은 학목강 부근에 모이겠다고 예상할 수 있네요.”

 “군인들을 모을 공간은 있어?”

 “그건 차차 알아봐야죠. 하지만 학목강 근처에 공터가 많아서 거점을 만들기는 쉬울 거예요. 들킬까 봐 문제지.”

 “일단 흑사단보다 먼저 군인들을 만나는 게 급선무겠네.”

 “걱정되는 건, 군인들이 흑사단을 물리치기 위해 다시 뭉칠 수 있을까요? 이미 한번 패배했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졌을 텐데요.”

 “어쩌겠어. 안 그러면 죽거나 평생 도망 다녀야 하는 인생인데. 뭐라도 하고 싶을 거야.”

 “알겠어요. 그러면 어서 그들을 찾아보죠.”

 

 중절치는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냈다.

 

 “마루 와서 별일을 다 해보네.”

 

 중절치는 카쟝이 들릴 정도로 혼잣말을 했다. 측절치가 중절치를 바라봤다.

 

 “형, 그래도 지치 혼자한테 모든 짐을 지울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왜 그 짐을 굳이 지려 그러냐는 거지. 그냥 무시하고 살면 훨씬 편할 텐데.”

 

 카쟝은 중절치를 바라봤다.

 

 “중절치 씨, 죄송해요. 저는 이 나라가 더 악독한 도적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요.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돌아가셔도 돼요. 지금까지 도와주신 것만 하더라도 저는 정말 감사해요.”

 

 중절치는 카쟝을 지그시 바라봤다.

 

 “됐어. 어차피 이번 Speed-T1 경기는 계산할 필요도 없이 우리가 1등이고, 경기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딱히 할 일도 없어서. 그때까지는 도와주지.”

 

 중절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 밖으로 나섰다. 카쟝은 그의 뒤에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마워요. 막실라팀 모두.”

 

 중절치는 문이 닫히기 전 뒤돌아 카쟝을 봤다.

 

 “고마울 필요 없어. 우린 형제잖아. 그냥 한번 틱틱거려봤어.”

 

 카쟝의 동공에 중절치의 커다란 뒷모습이 맺혔다.

 

 

 ***

 

 

 적벽관의 식당에서는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전쟁의 승리와 성공적인 개국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취재진도, 다른 손님도 없었다. 오로지 흑사단만을 위한 축제였다. 이번 파티에 참석할 단원들을 추리고 추렸음에도 불구하고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이 꽉 찼다. 참석자들은 술과 고기가 올려진 식탁에 둘러앉았다.

 

 "우와! 술이다!"

 "술과 고기를 이렇게나? 이게 얼마 만이냐?"

 

 그때 식당 문이 열리고 흑사가 들어왔다.

 

 “흑사님이다!”

 “흑사님이 오셨어!”

 

 식당 내부에 있던 단원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흑사를 향해 박수를 쳤다. 지붕이 들썩일 정도로 요란한 박수갈채였다.

 

 짝짝짝짝짝짝짝-

 

 흑사단원들은 흑사를 향해 존경 어린 눈빛을 보냈다. 도적이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 사내였다.

 

 뚜벅뚜벅

 

 흑사는 모든 이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식당 가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큰 단상이 설치되어있고 단상 위엔 기다란 식탁이 있었다. 단상이 높고 식탁이 가로로 길게 배치되어 식사하면서 식당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구조였다. 흑사는 그 식탁에 앉기 전, 단상 중앙에 섰다. 식당은 약속이나 한 듯이 고요해졌다. 흑사는 식당을 쭉 둘러보며 단원들과 눈을 마주쳤다.

 

 “다들 큰일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 마루 곳곳에 숨어서 지내던 우리가 오늘 밤 이렇게 적벽관 식당에서 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허나 지금 이 자리에는 틀림 없이 흑사단이 있다. 게다가 이 자리는 누구의 도움도 아닌, 오로지 우리 흑사단의 힘으로 만든 자리다. 이제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건 없다. 오늘은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것들 모두 즐기고, 술은 얼마든지 있으니 밤새 마셔라!”

 

 흑사는 잔을 들었다. 식당의 모든 단원도 잔을 들었다.

 

 “오롯이 우리의 승리다!”

 “우리의 승리다!”

 

 단원들은 흑사의 말을 복창한 뒤 술을 쭉 들이켰다. 뒤이어 식사가 이어졌다. 흑사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식탁 중앙에 착석했다. 흑사의 오른편에는 오 교수가 앉아있었다.

 

 “오 교수, 리브는 어디 있나?”

 “과로를 한 건지, 몸살기가 조금 있다고 했습니다. 방에서 쉬다가 느지막이 들어올 겁니다.”

 “하긴, 리브도 고생이 많았지.”

 

 이어서 흑사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대장들이 흑사에게 다가왔다.

 

 “흑사님,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지. 어서 앉게.”

 

 대장들은 흑사의 좌우로 나뉘어 기다란 식탁에 앉았다. 곧 그들의 식탁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와 뜨끈한 국이 올라왔다. 흑사는 오 교수에게 먼저 권했다.

 

 “오 교수, 먼저 한 입 먹게.”

 “알겠습니다.”

 

 오 교수는 고기 한 점을 냉큼 씹었다. 그가 고기를 잘근잘근 씹어 목으로 부드럽게 넘기고 나서야 흑사는 포크를 들었다. 그는 주위에 앉은 대장들을 바라봤다.

 

 “다들 큰 전쟁을 치르느라 수고가 많았네. 오늘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모르겠네.”

 “아닙니다. 저희보다 흑사님이 더 고생하셨습니다. 전쟁에서 이긴 것도 전부 흑사님 덕분입니다.”

 

 오 교수는 흑사의 옆에서 그의 업적을 읊기 시작했다.

 

 “흑사님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 일은 꿈속에서나 실현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어느 누가 달구시의 도적단들을 통합하고, 마루시의 최고 부자인 백민관과 권력의 실세인 장관들을 죽이고, 온드리안 군대와 전쟁을 하고, 또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겠습니까?”

 

 오 교수의 찬가는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 해오신 대로만 하셔도 흑사님의 나라는 곧 강대국이 될 겁니다.”

 “고맙네.”

 

 뒤이어 대장들도 한 명씩 나와서 흑사의 앞으로 섰다. 흑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술로 그들의 잔을 채웠고 그들이 먼저 잔을 비우면 따라서 잔을 비웠다. 그렇게 흑사는 5명의 대장들과 연속해서 술잔을 기울였다.

 

 대장들이 자리로 돌아가고, 흑사는 오 교수에게 물었다.

 

 “아직 어혁원이나 김달성에 대한 소식은 없나?”

 “네. 계속해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추측이긴 합니다만, 그 둘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그들의 소재가 파악되고도 남을 시점인데 코빼기도 안 보이고. 달구로 도망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달구라. 달구가 넓어서 숨을 곳은 많아 보여도 대부분이 황무지라서 생활 자체가 되질 않을 거야. 그렇다고 도적단에 가입할 리도 없고. 그리고 달구에 보는 눈이 몇 갠데. 달구로 들어가는 건 미련한 짓이지.”

 “맞습니다. 저도 그래서 그 두 사람이 발견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없을 거라는 오 교수의 말에 흑사는 술잔을 또 한 번 기울였다. 흑사는 현재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다. 3일이라는 시간을 모두 온드리안을 뒤집고 장악하는 데 썼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일주일간 잘 생각 없이 오로지 온드리안을 휘어잡는데 시간을 투자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일들이 빠르게 풀렸다.

 

 오늘의 이 파티도 예정대로라면 사흘 뒤에 열렸어야 했다. 하지만 전쟁과 건국을 일단락 지은 지금 시점에서 흑사단원들의 피로감을 풀어줄 행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계획보다 이르게 파티가 열린 것이었다. 흑사는 이 파티를 끝내고 휴식을 천천히 즐길 예정이었다. 그때 식당 옆문이 열렸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흑사단원의 안내를 받으며 외부인 몇 명이 식당으로 입장했다. 흑사가 적벽관에서 파티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었다. 손님들은 식당을 가득 메운 흑사단을 보자 몸이 반사적으로 위축되었다.

 

 “무슨 선물을 저렇게 많이 들고 오지?”

 

 손님들은 손에 선물을 한가득 들고 있었다. 적벽관 출입문을 지나기 위해서는 흑사단원들의 철저한 검문을 받아야 했다. 선물의 내용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선물들의 포장이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흑사님. 안녕하십니까?”

 

 오 교수가 그들의 정체를 귀띔해주었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송동일보 신문사 사장 한환득입니다. 흑사님이 그저께 건넸던 제안을 거절해서 합보가 신문사를 박살 내고 왔다고 합니다. 아마 생각이 바뀌어서 선물까지 들고 흑사님을 뵈러 온 듯합니다.”

 “그렇군. 그다음 사람은 누구지?”

 “이번에 새로 부임한 경찰청장입니다. 이름은 고형욱입니다. 흑사님께 안부 인사를 드리러 왔나 봅니다.”

 “경찰청장이라. 저들이 들고 온 선물들은 검사를 마친 것들이겠지?”

 

 흑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선물들을 관찰했다.

 

 “당연하죠. 적벽관을 들어오려면 무조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고형욱 뒤로도 세 명이 더 있었다. 그들은 전부 마루의 재계 인사들이었다. 그들이 이 파티에 참석한 목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 흑사에게 아부하여 그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함이었다.

 

 흑사는 단원 2명을 따로 불러 그들이 가져온 선물을 따로 보관 시켜 놓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안에 이상한 건 없는지 한 번 더 검사해봐.”

 “알겠습니다.”

 

 외부인들은 흑사의 앞에서 그의 위대함과 앞으로의 기대를 길게 나열하며 흑사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렇게 늠름한 대통령이 생겨서 국민으로서 정말 든든합니다. 앞으로 온드리안을 잘 부탁드립니다. 대통령님.”

 “알겠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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