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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비서실
작성일 : 22-03-17 01:52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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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카쟝은 그 뒤로 1시간 넘도록 다른 층도 뒤져봤지만 특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 남은 거라곤 쓸모없는 것들 뿐이야. 중요한 건 다 챙겨간 것 같아.”

 

 카쟝은 그 곳에 더 머무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그는 리브와 여자들이 매일 오르락내리락했던 계단을 천천히 밟고 내려갔다.

 

 “침입자가 1시간 넘도록 복도를 활보하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이 정도면 여기를 그냥 비운 거야.”

 

 카쟝은 그 건물 정문으로 나왔다. 근처를 서성이던 경비원도 더 이상 없었다. 카쟝은 고개를 돌려 건물을 올려다봤다. 불이 들어온 방이 하나도 없었고 자그마한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여기서 슬슬 벗어나야겠어.”

 

 카쟝은 흑사단의 거점이었던 마을을 나섰다. 카쟝의 발은 자연스레 흑사단이 향했던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오토바이의 바퀴자국을 따라 30분 정도 걸었을 즈음이었다.

 

 휘이익-

 

 하늘에서 세찬 바람소리가 났다. 카쟝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뭔가 기다란 물체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카쟝의 시선은 그 물체를 계속 따라갔다.

 

 “저게 뭐지?”

 

 그 물체는 하나가 아니었다. 서너 개 되는 기둥 같은 물체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것들은 카쟝의 머리 위를 지나 모두 한 곳을 향해 돌진했다. 곧 그 물체들은 목적지에 도달했다.

 

 퍼벙! 펑! 퍼버벙!

 

 3시간 전 흑사단이 있었던 장소, 30분 전까지 카쟝이 있었던 그 장소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융단폭격이었다. 마을의 건물들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전부 고꾸라졌다.

 

 “아니, 이게 무슨....”

 

 펑! 퍼벙!

 

 그렇게 폭격은 10분 동안 지속되었다. 카쟝은 마을 하나가 사라지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댕... 댕..

 

 아까 들렸던 종소리가 미세하게 울리고 있었다.

 

 마을 하나가 사라지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이제 명장제약 30층에서의 공사도 마쳤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도배부터 기구까지 정갈하게 배치되어있었다. 사장실도 원래 상태로 복구됐다. 아니, 사장의 주문에 따라 살짝 구조가 달라지긴 했다. 그래도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하지만 30층의 주인이 사라진 지금으로서는 무의미한 복구이기도 했다.

 

 성민석은 어찌 됐든 복구된 사장실을 확인할 겸 30층으로 올라갔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30층 로비가 보였다.

 

 “비서실도 다 만들어졌네.”

 

 사장실 옆에는 조그맣게 비서실도 생겼다. 이전에 화재가 발생하고 공사가 시작될 때 사장의 지시로 계획했던 공간이었다. 매번 문 앞에서 대기해야 했던 민석에 대한 배려였다.

 

 민석은 일단 사장실로 걸어갔다. 사장실 앞에는 우편물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동안 배달되었던 택배들을 경비실에 보관했다가 한꺼번에 가지고 올라온 모양이었다.

 

 “신문도 엄청 많네.”

 

 민석은 신문 더미에서 가장 상단에 놓인 신문을 들었다.

 

 [흑사단, 보르선 회사 금고에서 300억 환 상당의 현금 강탈.]

 

 어젯밤 있었던 도적 사건으로 경찰들이 보르선 회사에 출동하긴 했다. 하지만 경찰이 학목다리에 집중하던 탓에 마루 북쪽에 위치한 보르선 회사까지 도달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 동안, 흑사단은 회사 금고를 완파하고 떠났다. 경찰들이 보르선 회사에 도달했을 때는 다 허물어진 금고만 남아있었다.

 

 “이번에도 막지 못한 거야?”

 

 경찰의 한발 늦은 대응은 수많은 언론사에 의해 지탄받고 있었다. 이런 기사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시민들은 혀도 차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 기사에는 마루 시민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소식도 있었다.

 

 [흑사단 본거지로 여겨지는 구역들을 초토화시킨 온드리안 군대.]

 

 군대에서 흑사단의 거점을 선제공격한 모양이었다.

 

 “드디어 국방부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네.”

 

 이전 기사와는 반대로 언론사들은 국방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방어에만 치중했던 경찰,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은 군대. 신문사들은 군대의 손을 들어주었다.

 

 [도둑들에게 진정한 정의를 보여준 군대.]

 

 기사에는 폭격 지점을 찍은 사진도 나와 있었다.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는 마을이 보였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시신들이 발견되었으나 신원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쓰여있었다.

 

 “국방부에서 별말이 없는 걸 봐서, 흑사를 죽이진 못했나 보군.”

 

 흑사를 죽였다면 동네방네 온 세계에 떠벌렸을 터였다. 하지만 기사가 그 정도로 난리 법석이 아닌 것으로 보아 그 목표까지는 달성하지 못한 게 확실했다. 하지만 폭격지점의 사진으로 보아 이대로 간다면 흑사의 목숨도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그만큼 국방부의 공격은 무지막지했다.

 

 마루 전체의 입장에서는 흑사단과 공격을 주고받은 셈이었다. 하지만 동일한 신문에서조차도 공격을 받은 사실은 경찰의 탓으로, 공격을 가한 사실은 군대의 덕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경찰과 군대를 대하는 온도 차는 극명했다.

 

 "오늘 신문은 이쯤에서 그만 접고. 이제 하루 일을 시작해볼까?"

 

 민석은 비서실로 들어가 책상에 앉았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백민관의 일정들을 취소하는 업무였다.

 

 “흐음.”

 

 백민관의 실종이 발생한 뒤부터 민석의 전화는 잠시도 쉬질 않았다. 백 사장이 참여하기로 했던 일정들에 전부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백민관이 안 오면 이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전화부터 위약금을 설명하는 편지까지 모두 민석의 앞으로 전달되었다.

 

 민석은 백민관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함부로 밝힐 수는 없었다. 그것이 사장의 부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3년 가까이 짜놓은 스케줄을 하나하나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3년 일정을 취소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냥 전화만 돌리면 하루아침에 끝날 것 같지만 상대방의 불평과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 했기에 여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니었다.

 

 “비서실이 생겼네?”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민석은 고개를 들었다. 우 박사가 서 있었다. 민석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우 박사님. 언제 올라오셨어요?”

 “방금. 사장실 복구 작업이 끝났다 길래 한 번 와봤어. 지금 보니까 복구만 한 게 아니라 인테리어도 싹 바뀌었네. 비서실도 생기고.”

 

 우 박사는 비서실을 쫙 훑었다.

 

 “네. 사장님이 공사하는 김에 비서실도 하나 만들자고 하셨어요.”

 “그랬군.”

 

 우 박사는 비서실을 나가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 낌새를 눈치챈 민석은 우 박사에게 먼저 질문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성 비서.”

 “네?”

 “혹시 사장님 관련해서 뭐 들어온 정보 없나?”

 “사장님 정보요?”

 “뭐,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든지, 누구를 만났다든지. 만나서 무슨 얘기를 들었다든지.”

 

 민석은 순간 뜨끔했다. 우 박사가 민석과 사장이 만난 사실을 알고 있는 말투로 얘기했다. 하지만 민석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 알겠어.”

 

 우 박사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큰 숨을 들이켜고는 별말 없이 승강기로 돌아갔다. 민석은 그녀의 반응이 석연치 않았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얼른 오늘 할 일부터 끝내야지.”

 

 그는 나머지 업무를 마저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백민관 사장님의 비서입니다."

 

 잠시 후 발소리가 다시 가까워졌다. 민석은 일정을 취소하는 통화에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발소리의 주인공이 민석의 앞까지 다가왔다.

 

 탁.

 

 책상 위에 놓인 음료수. 그제야 민석도 고개를 올려 책상 앞을 봤다.

 

 “누구...세요?”

 

 정장을 입은 사원이 서 있었다. 민석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명장제약 사원이신가요?”

 “사원...이라고 해야 하나?”

 

 민석은 단번에 그 목소리를 파악했다. 그는 곧장 통화를 종료했다.

 

 “사장님!”

 “쉿!”

 

 그 남자는 검지를 입술에 댔다. 민석이 지하 3층에서 구출했던 사람이었다. 민석은 조심스레 속삭였다.

 

 "바쁠 텐데 음료수라도 마시면서 해."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목이 마르던 참이었는데."

 

 민석은 음료의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정말 감쪽같네요. 분장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그냥 뭐, 그런 방법이 있어. 그나저나 성 비서, 내 얘기는 발설하지 않았겠지?”

 “네. 하지만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가?”

 “네. 일단 사장님 시체가 안 나왔다고... 아니 시체라는 게 그러니까.”

 

 민석은 살아있는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의 시체를 언급하자니 난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얘기해봐.”

 “사장님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니까 시민들 중 더러는 사장님이 아직 살아있을 거라 여기더라고요.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왔었고요.”

 “그랬군. 안 그래도 방송은 봤어. 인터뷰 잘하던데? 날 정말 죽은 사람 취급하더군.”

 “그거야 사장님이 그렇게 시켰으니까 그런 거죠.”

 “탓하려는 게 아니야. 아주 잘해줬어.”

 “사장님, 언제까지 그렇게 숨어계실 거예요?”

 “흠. 일단 내 일정들은 전부 취소했겠지?”

 “아직 많이 남긴 했는데, 오늘 저녁까지 쉬지 않고 하면 대충 일단락될 것 같습니다.”

 “좋아. 알겠네.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되나?”

 “부탁이요?”

 “그리 어렵지 않은 부탁이야.”

 “그 부탁이 뭐죠?”

 

 남자는 민석에 귀에 입술을 가져갔다.

 

 “...를 해주게.”

 

 민석은 당황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해줄 수 있겠지?"

 

 민석은 찬찬히 고개를 숙였다.

 

 

 ***

 

 

 "끄으응...."

 

 일호는 눈을 떴다. 긴 시간 끝에 눈을 떠서인지 눈꺼풀이 상당히 무거웠다.

 

 “뭐야? 여긴 어디지? 꿈인가?”

 

 그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곧 자신이 낯선 공간에 있음을 깨달았다.

 

 “무슨 방이지?”

 

 천장에 달려있는 전등은 방을 환히 비추었다. 일호는 방을 쭉 둘러봤다.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방이 막힌, 창문 하나 없는 방이었다. 일호는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천천히 기억을 곱씹었다.

 

 “자다가 폭발로 깨버렸던 것까진 떠올라... 그리고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때 누가 날 잡으려고 했고, 내가 발버둥 쳤던 것까진 기억하는데.”

 

 그 뒤에 누군가 일호를 기절시켰다.

 

 “그럼 여긴...!”

 

 일호는 헐레벌떡 일어나 하나밖에 없는 문으로 달려갔다.

 

 철컹.

 

 일호는 고개를 내렸다. 그의 왼 발목을 감싸고 있는 쇠사슬이 그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쇠사슬의 한쪽은 일호의 발목을 둘러싼 채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쇠사슬의 반대쪽은 벽에 박혀있었다. 볼펜 한 자루도 없는 공간이었기에 일호 혼자서는 죽었다 깨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호는 옆에 있는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거기 누구 없어요? 저 여기 갇혀있어요! 구해주세요!”

 

 일호는 더욱 강하게 벽을 때렸다.

 

 쿵! 쿵! 쿵!

 

 아직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파악되지 않은 일호였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나가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철커덕-

 

 그 순간 문의 손잡이가 돌아갔다. 일호는 한껏 경계하며 출입구를 바라봤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이었다.

 

 “누, 누구세요?”

 

 방으로 들어온 사람의 오른손에는 검은 봉투가 하나 들려있었다. 그는 그 봉투에 손을 집어넣었다. 일호는 바짝 긴장했다.

 

 스윽-

 

 고소한 향기가 방을 가득 메웠다. 동시에 일호의 위장이 자동으로 반응을 시작했다.

 

 꼬르륵-

 

 봉지에서 나온 것은 도시락이었다.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은 일호와 눈을 마주쳤다.

 

 “식사하셔야죠?”

 “어?”

 

 일호는 당황했다. 여자 목소리였다. 그것도 굉장히 앳된 음성이었다.

 

 “나를 가둔 사람이, 여자였어?”

 

 그러고 보니 납치를 당할 때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다. 여자는 일호에게 팔을 뻗어 도시락을 건넸다. 일호는 받지 않고 그녀만 위아래로 훑어봤다. 여자는 일호에게 다가갔다.

 

 “걱정 마세요. 음식에 장난치지는 않았으니까.”

 

 일호는 새 주인을 만난 고양이처럼 경계를 풀지 않았다. 여자는 도시락을 일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일호는 군침을 억지로 참아가며 여자를 계속해서 노려봤다.

 

 “보아하니 날 납치한 사람 같은데,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당신은 지금 달구에 있어요.”

 “역시 도적단의 짓이었어.”

 “현재 상황만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당신은 달구에 있고, 마루에서는 이미 당신이 죽었다고 뉴스가 나왔어요.”

 “내가? 죽었다고?”

 

 일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훑었다. 상처조차 없는 그였는데 갑작스러운 사망선고에 갸웃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이제 흑사단의 목표에서 벗어났으니.”

 “뭐야! 당신도 흑사단이야?”

 “일단은 그런 셈이죠.”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왜 나를 살려둔 거지?”

 “저는 몰라요.”

 “그게 무슨 소리야?”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상관이었던 사람이 당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서 여기에 남겼어요.”

 

 일호는 자신을 살려둔 이에게 감사하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나를 일부러 살려뒀다고? 그 상관은 어디 있는데?”

 “죽었어요.”

 “죽었다고?”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일호는 말문이 막혔다.

 

 “네. 죽었어요. 당신을 아성 호텔에서 납치하고 여기까지 오자고 한 건 그 상관, 미네민이에요. 흑사에게서 당신을 죽이라고 명령을 받았겠죠. 이 공간을 준비했던 것도 미네민이고. 그렇게 미네민, 저, 그리고 당신 이렇게 셋만 이 방에 들어왔죠. 그리고 당신을 여기 가두고 저희 둘은 흑사단으로 돌아갔어요. 흑사에게는 당신을 죽였다고 보고했고요. 그 후 불미스러운 이유로 제 상관은 흑사에게 처형 당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당신과 저 둘 뿐이죠. 당신이 여기 있다는 사실도 우리 두 사람 빼고는 아무도 몰라요.”

 “그럼 날 죽이는 건 당신이겠네. 언제 죽일 셈이야?”

 

 여자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일호는 입술을 지그시 다물었다. 여자는 봉지에서 뭔가를 더 꺼냈다.

 

 “이건 참치 통조림이에요.”

 

 그녀는 칼로 통조림 뚜껑을 열었다. 그리곤 일호의 앞에 놓았다.

 

 “이따가 배고프시면 이거라도 드세요.”

 “그런 거 챙겨주지 말고 날 여기서 풀어줘.”

 "그건 안 돼요."

 "여기서 날 가두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리고 운 좋은 줄 아세요. 전 당신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안 죽이면 어쩔 건데?”

 “이곳에 쭉 모시고 있을 겁니다.”

 “모신다고?”

 “소개가 늦었습니다. 마루 경찰서 소속 현진희 경장이라고 합니다.”

 “경장? 그럼 경찰이란 소리잖아? 뭐야, 아깐 분명히 흑사단이라고 했잖아요?”

 

 일호의 말투는 금세 차분해졌다. 경찰이라는 말에 경계심을 일순에 풀었다.

 

 “경찰입니다. 지금은 작전상 흑사단에 들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 거였어요? 그래서 날 여태 살려둔 거였구나. 근데 궁금한 게, 작전이 뭐길래 흑사단에 들어가 있는 거죠?”

 “흑사단의 움직임, 특히 흑사의 계획을 파악하는 데는 직접 들어가서 관찰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죠.”

 “너무 위험천만한 작전인 것 같은데? 당신이 경찰인 사실이 밝혀지면 흑사는 당신을 그 자리에서 죽일 겁니다. 어쩌려고 그래요?”

 

 일호는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진희를 향한 걱정을 했다.

 

 “작전이 작전인 만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죠.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당신을 살려뒀다는 사실만으로도 흑사의 명령을 어긴 거예요. 지금은 사장님을 여기 숨겨놔서 아무 일 없는 거지. 만약 사장님을 여기서 풀어드렸다가 사장님이 누군가에게 발견된다? 저는 죽은 목숨이죠. 흑사의 명령을 어기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으니까.”

 “하, 그런가. 괜히 미안해지네.”

 “하지만 저만이 아니에요. 당신도 지금 상태가 가장 좋을 겁니다. 당신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퍼지면 또다시 흑사가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할 게 분명하니까요. 저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일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흑사는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날 죽이려는 거예요?”

 “그건 모르죠. 흑사가 내린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흑사단의 철칙이라서요. 감히 이유를 묻는 자가 없습니다.”

 “그런 불합리한 규칙을 잘도 따르고 있군. 근데 말이죠. 이런 말 하긴 미안한데. 나를 납치할 작전에 투입된 걸 보면 흑사에게 꽤 신뢰를 받는 단원인 것 같은데.”

 “흑사단은 철저히 능력제니까요. 능력이 좋으면 언제든 흑사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어요.”

 “근데 그 정도로 신뢰 받는 단원이 흑사단 정보를 몰래 흘려주면 경찰들이 흑사단보다 우위를 점하는 게 마땅하잖아요? 왜 매번 흑사단이 승승장구하는 거죠?”

 “그건 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리브라는 사람이 지금 흑사의 옆에서 엄청난 정보를 흑사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발로 뛰어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들까지 전부 수집하고 있죠.”

 “리브라면, 카쟝의 동료였던 사람 아닌가?”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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