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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넝쿨째 굴러온 호박
작성일 : 22-03-19 00:27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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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호는 침대에 누웠다. 그는 두 팔과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으으, 그래. 우선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진희는 일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절대 이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약속한 겁니다.”

 “알겠다니깐.”

 “그럼 좋은 밤 되시고요.”

 

 진희는 문을 닫고 여관을 나섰다.

 

 

 ***

 

 

 흑사단의 기습공격은 온드리안 군의 참패로 이어졌다. 군대를 통솔했던 남기훤 대장은 학목강 부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두개골은 심하게 골절된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그 외의 상처는 없었다. 이 사실만 하더라도 국방부를 포함한 온드리안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국방부는 전투가 끝난 직후에 달구를 향해 폭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흑사단의 거점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는 100여 구의 시신만 발견됐을 뿐 흑사단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발견된 시신들도 흑사단원인지는 의문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사체 수로 보아 단순한 달구 시민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에게 그들의 정확한 신원은 필요 없었다. 국방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흑사단원들을 폭살한 것으로 발표했으며 시체의 주인을 찾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국방부와 흑사단이 서로 공격을 한 번씩 주고받은 것처럼 표현되었다. 시민들도 그런 국방부에게 수고했다며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흐음.”

 

 국방부 장관 김달성은 어제의 사건이 영 석연치 않았다. 물론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도대체 흑사단은 어떤 방법으로 측면에서 나타난 거지? 분명히 선박도 폭파 시켰다고 전달 받았는데?”

 

 더욱 문제는 이제 흑사단이 마루에 섞여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었다. 어제 지원군이 학목강에 도착했을 때 흑사단은 이미 그 장소를 떠난 뒤였다. 흑사단의 다음 행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달구로 돌아갔을 리는 없었다.

 

 "마루 어딘가에 있을 거야."

 

 흑사단은 마루에 들어온 이상 장거리 공격에 유리한 군대를 상대로 굳이 달구에 거점을 잡을 까닭이 없었다. 흑사단은 마루에 거점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다면 국방부 입장에서는 정말 곤란한 상황이었다. 국방부는 거점을 목표로 한 공격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셈이었다. 달성은 착잡했다.

 

 “하아. 복잡하게 됐어.”

 

 똑. 똑. 똑.

 

 노크 소리.

 

 “들어와.”

 

 장관실 문을 열고 군복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그 남성은 들어오자마자 상관에게 경례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조사를 맡았던 양규민 소장입니다.”

 

 달성은 의자를 가리켜 앉으라고 지시했다.

 

 “그래. 조사 결과는 나왔어?”

 “네. 나왔습니다. 조사 결과, 흑사단이 마루시와 달구시 사이에 지하터널을 뚫어 놓았습니다. 흑사단이 그 통로를 이용해서 대규모로 마루에 진입했다고 추정됩니다.”

 “흑사단이 터널을 만들었다고?”

 “네. 확인 결과 그렇습니다. 흑사단으로 짐작되는 인부들이 들락날락했다는 목격자도 몇 명 있었습니다.”

 

 흑사단을 만만하게 봤던 달성은 그들의 능력을 듣고 자신이 너무 안일했음을 감지했다.

 

 “그럼 학목강을 건널 만한 길이의 터널을 만들었다는 건데.”

 “네. 그렇습니다. 탱크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습니다.”

 

 양규민은 서류봉투에서 사진을 꺼내 달성에게 내밀었다.

 

 "이게 그 터널의 사진인가?"

 "그렇습니다."

 

 그의 말대로 터널은 상당히 넓었다. 지하터널은 잘못하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기에 엔간한 건축 지식이 없으면 만들기 힘든 구조물이었다. 달성은 그 전문 지식들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눈치채고 있었다.

 

 “오 교수의 소행이야. 우리가 너무 방심했어.”

 

 학목강을 지나는 터널을 만들 정도면 마루시 어딘가에 그들만을 위한 벙커를 세운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달성은 터널 사진을 보며 혼잣말했다.

 

 “그 많은 인원이 모두 마루로 들어온 거야. 암세포가 체내를 돌아다니듯 그 자식들도 지금 마루를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고.”

 

 달성은 흑사단원 대부분이 마루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제 마루시는 마루 시민만의 것이 아니었다. 마루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도시가 되었다. 달성은 앞으로 달구를 향한 폭격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흑사단이 아무 계획도 없이 마루로 들어오진 않았을 거야. 지금부터는 마루 어디인가에 숨겨져 있을 흑사단의 거점을 찾아야 해. 그런데 말이야.”

 

 그 전에 달성의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첫 폭격 때도 그렇고, 어제 일도 그렇고. 흑사단은 언제나 군대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그건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앞에 있던 양 소장이 조심스레 답했다.

 

 “역시 스파이가 있는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스파이보다 더 핵심인물이 있어. 내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흑사단 내부에 정부의 정보를 훔치는 해커가 하나 있다고 들었어. 생각해보면 우리는 인원으로 보나 장비로 보나 계속해서 흑사단보다 유리한 상황이었어. 하지만 그 녀석 때문에 계속 놓치고 도리어 당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흑사단에 생각보다 성가신 사람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결이 되겠습니까?”

 “지금부터 마루시 전역에 군인들을 분산시켜서 흑사단의 은신처를 찾는다. 물론 사복으로 말이지. 흑사단을 찾는 즉시 나에게 보고하고, 흑사단원임이 확실한 자와 마주친 경우엔 즉시 발포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알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국방부가 인력이나 물량으로 절대 흑사단에게 뒤지지 않았다. 달성은 흑사의 거점만 파악하면 정면으로 승부하더라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만 들어가 봐.”

 

 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하고 돌아갔다.

 

 "천천히 고민 좀 해봐야겠어."

 

 달성은 흑사단도 이번 전투로 많은 피해를 봤기에 당분간은 소란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방심의 연장선이었다.

 

 문제는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발생했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장관실 문이 열리고 규민이 숨찬 얼굴로 들어왔다.

 

 “장관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벽이랑 전봇대에...”

 

 한밤 중에 누군가 건물 벽과 전봇대마다 전단지를 붙여 놓았다. 한 구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루시 전역에 전단지가 뿌려진 것이었다. 짧은 시간에 마루 전역에 붙일 정도면 개인이 아닌 집단행동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전단지에 담긴 내용이었다.

 

 “무슨 내용이 적혀있었지?”

 “그, 그게 말입니다.”

 

 규민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직접 떼온 전단지를 내밀었다. 전단지에는 폐허가 된 달구의 마을 사진들이 있었다. 사진 밑에는 빨간 글씨가 굵게 쓰여있었다.

 

 [학목 바이러스와 달구시 폭격의 진실]

 

 그 밑에는 자그맣게 설명이 인쇄되어 있었다. 대통령이 백민관에게 부탁하여 DTS 바이러스(학목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내용. 그 바이러스가 오로지 달구 시민들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는 내용.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국방부에게 더욱 성가신 내용이었다. 군대에서 쏜 미사일이 실제로는 무차별 폭격이었고, 죄 없는 민간인을 수백 명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달성은 한줄 한줄 읽어갈수록 얼굴이 점점 시뻘겋게 변했다. 규민은 꼼짝도 못 하고 달성의 눈치만 봤다. 달성은 마지막 줄까지 다 읽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보나마나 뻔했다.

 

 “흑사단, 이런 미친놈들을 보았나! 빨리 병사들 출동시켜서 전부 떼라고 시켜!”

 “네! 이미 새벽부터 지시를 내려서 꼼꼼히 뗐습니다. 뗀 전단지들은 전부 소각했고요. 지금은 거의 다 제거했습니다.”

 “언론사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이 내용이 뉴스에 나오면 골치가 아파져.”

 “벌써 연락 돌렸습니다.”

 

 사건을 수습하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처리 속도가 빨랐다.

 

 “대통령님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함부로 내보내지는 못할 겁니다.”

 

 대통령과 등을 지고 살아남은 언론사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달성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번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몰라.”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부터 병사들을 뽑아 야간 순찰을 돌리겠습니다.”

 “그래. 흑사단이 이번으로 그만둘 녀석들이 아니야. 잘 경계하도록.”

 “알겠습니다.”

 

 달성은 그제서야 자신의 생각보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

 

 

 언론에서는 굳이 밝히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흑사단이 마루시에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었다. 한 TV 채널에서는 조사팀을 꾸려 만환지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마루시 평균 만환지수가 21.6까지 급락했다. 작년에 도출된 만환지수 39.2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값이었다. 이로써 마루시에 마루 시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한 수치로 증명된 셈이었다. 도적단은 먼 얘기인 줄 알았던 마루 시민들도 불안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불안감으로 인해 유행 아닌 유행이 생겼다. 마루 시민들은 흑사단의 존재가 두려워서 해가 지면 약속이나 한 듯이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 까닭에 마루에 위치한 건물들은 저녁이 되기 무섭게 불이 꺼졌다. 더 놀라운 점은, 그런 풍조에도 불구하고 마루 시내의 저녁 통행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었다. 이 현상 또한 흑사단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시민들의 동요는 눈에 보일 정도로 심해졌다. TV에서는 그 현상을 막기 위해 흑사단을 색출하고 있다는 공지만 수차례 반복했다. 실제로 경찰이나 군인들은 저녁마다 골목골목을 순찰했다. 그들은 수상한 자들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신분증을 검사했다. 만약 달구 시민이거나 신분증이 없으면 곧장 구속시켰다. 그러나 이 행위로 인해 무고한 달구 시민이나, 신분증을 분실한 마루 시민까지 잡게 되면서 일부 시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흑사의 현상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고 현재는 8000억 환을 기록했다. 덩달아 흑사단원에 대한 현상금도 생겼다. 흑사단의 소재 파악에도 현상금이 걸릴 정도였다.

 

 이런 현상금으로 인한 부작용도 생겼는데, 애꿎은 달구 시민을 흑사단이라고 우겨서 신고하는 사람들도 꽤 생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달구 시민을 대놓고 흑사단이라고 칭하며 혐오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었다. 정부의 대응책은 지역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길거리를 순찰하는 경찰과 군인들에게는 한 가지 임무가 더 있었다. 흑사단이 뿌리고 다닌다는 선동자료를 수거하고 소각하는 일이었다. 시민들도 그 선동자료를 발견하면 신고해야 했고 그 종이를 가지고 있다가 들키면 그대로 경찰에게 취조를 받았다.

 

 이처럼 마루는 이전과 다르게 싸늘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삼엄해진 경계 탓에 덩달아 피해를 보는 이가 있었다. 금정이었다. 그는 탈옥수 신분으로 현상수배범이었다. 흑사단 때문에 길거리에 늘어난 경찰과 군인들이 그에게는 큰 걸림돌이었다. 혹시라도 그들과 마주쳐서 신분증 검사를 당하게 되면 그 즉시 철창행이었다.

 

 “순찰인원이 너무 늘어서 어디 돌아다니지를 못하겠네. 난 흑사단도 아닌데 왜 쳐박혀있어야 하는 건데?”

 

 금정은 달구 공장부지에서 도망쳐 마루로 들어온 지 일주일째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돈만 축낼 뿐이었다.

 

 “달구로 다시 돌아갈 상황도 아니고.”

 

 허구한 날 폭격이 일어나는 달구는 발도 들이기 싫었다. 하지만 마루에서 직장을 구하는 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만큼이나 힘들었다. 마루에서 직업을 찾는 것 외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오늘 아침 통화에서 루베는 금정에게 카쟝을 생포하면 평생을 쓰고도 남을 돈을 준다고 약속했다.

 

 “설마 그 사람이 카쟝일 줄이야.”

 

 루베의 설명에 의하면 마루에서 백민관 행세를 하던 사람이 카쟝이었다.

 

 “그래서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으로 분장시키는 게 가능했구나.”

 

 금정 입장에서는 할 일도 없고 남는 게 시간이라 흥미는 돋았다. 하지만 지금 밖을 돌아다니는 건 경찰들에게 “나 잡아가세요.”하고 비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후우. 카쟝을 잡으면 돈을 준다는데 카쟝을 어디서 찾냐고. 이러다 내가 먼저 잡히게 생겼는데.”

 

 금정은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TV 채널만 돌렸다. 채널의 절반은 국방부 이야기고 나머지 절반은 흑사단 이야기였다. 그만큼 시민들은 ‘도적과의 전쟁’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했던 얘기 또 하고, 나왔던 내용 또 나오고.”

 

 이번 학목강 전투가 일어나기 전에도 각종 신문, TV에는 도적단 이야기가 주구장창 나왔었다. 가끔씩은 TV 채널에 교육이나 운동 등의 소재로 제작한 프로그램도 방영했다. 그러나 도적단의 이야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만큼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면 고민 없이 채널을 돌렸다. 그러니 계속 도적단에 관심이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도적단이 온 채널을 장악한 것이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던 금정의 눈길을 사로잡은 화면이 있었다.

 

 “뭐야? 저기가 왜 나와?”

 

 화면 속의 장소는 새던 교도소였다. 새던 교도소 앞에는 기자 한 명이 서 있었고 그가 직접 내용을 전달하고 있었다.

 

 “어제 오후, 새던 교도소에 큰 폭발사고가 났습니다. 폭발은 교도소 내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폭발의 원인은 현재 조사 중입니다. 이 폭발로 인해 교도소 건물 벽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무너진 건물 틈으로 수감자들이 대거 탈옥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원만 981명이 탈옥했으며 이 중 게적그룹 소속원만 95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새던 교도소는 게적그룹원이 많이 수용되어있는 교도소였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탈옥수 대부분이 게적그룹인 사실은 이번 탈옥과 게적그룹이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게 데일이 구해줄 거라고 하더니만 진짜 데일이 구해준 건가?”

 

 금정은 자신이 몸담았던 교도소가 무너진 모습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 번 상기했다.

 

 “결국 내 처지인 사람들만 늘어났군. 빨리 이 전쟁이 끝나야 나도 편해질 텐데.”

 

 벅- 벅- 벅- 벅- 벅-

 

 구석에서 벽을 야무지게 문대는 소리가 들렸다.

 

 “간댕아, 심심해?”

 

 금정의 애완견 간댕이가 발톱으로 벽을 긁고 있었다. 요즘 들어 통 외출하지 않는 주인 탓에 간댕이도 집에 틀어 박혀있는 신세였다.

 

 “너도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다. 옛날에는 하루에도 두세 번씩은 같이 뛰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아.”

 

 금정은 창밖을 바라봤다.

 

 "벌써 밤이네. 간댕이는 거의 일주일 째 여기 갇혀있는 셈이네."

 

 간댕이는 헥헥거리며 금정을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하긴, 간댕이도 심심할 텐데. 그냥 요 앞까지만 산책하다가 올까?"

 

 금정은 혼잣말한 것이었지만 간댕이는 ‘산책’이라는 단어에 발작하듯 뛰었다.

 

 왈! 왈!

 

 이대로 산책을 안 했다가는 간댕이가 뭘 물어뜯을지 몰랐다.

 

 “아이, 괜히 말 꺼냈네. 근데, 뭐, 이 근처는 인적도 없으니 괜찮겠지?”

 

 금정은 간댕이를 데리고 숙소 밖으로 나섰다. 거리로 나오자마자 간댕이는 총총걸음으로 기쁜 마음을 표출했다. 금정은 간댕이의 앙증맞은 꽁무니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렇게 산책을 좋아하는데. 괜히 미안해지네. 밤에 사람들 없으면 종종 나와야겠다.”

 

 금정은 자신이 묵고 있던 숙소를 중심으로 크게 서너 바퀴 돌 계획이었다. 그는 수시로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군인이나 경찰은 없어.”

 

 그 동네는 마루에서도 가장 구석인 동네였기에 인적 자체가 드물었다. 금정은 가로등을 따라 간댕이와 길을 걸었다. 막상 산책에 나와도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아까 그 뉴스. 게적그룹 두목이 진짜 움직인 걸까?”

 

 게적그룹의 수장으로 불리는 데일은 흑사와 달리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저 뒤에서 명령만 내리는 쪽이었다. 직접 앞에 나서는 흑사와 정반대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긴 하네.”

 

 그때 간댕이가 걸음을 멈췄다. 금정도 덩달아 자리에 섰다.

 

 “간댕아, 왜 그래?”

 

 그르르릉-

 

 간댕이는 앞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뭐야. 왜 그러는데?”

 

 간댕이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거친 소리를 내는 개가 아니었기에 금정도 당황했다. 금정은 간댕이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봤다. 금정의 눈으로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경찰은 아니었다. 그 사람은 편의점을 들렀는지 오른손에 식료품이 든 봉투를 들고 있었다.

 

 “간댕아, 저거 먹고 싶어서 그래?”

 

 간댕이는 계속해서 어금니를 드러내며 성을 냈다. 그 사람도 간댕이의 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봤다.

 

 “어라?”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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