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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백민관 사장
작성일 : 22-03-26 00:15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7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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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주의 인물이군.”

 “맞습니다. 지금까지의 행실로 봤을 때 흑사가 가장 공략하기 쉬운 인물입니다. 돈에 이끌리는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분이기도 합니다. 마루시 출신이고 돈도 충분히 많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이 재물에 대한 욕망이죠. 제가 흑사라면 심은섭 장관부터 노려서 뒷거래를 제안했을 겁니다.”

 “그래. 분석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뭐 하나 분명한 근거가 없지 않은가? 설명만 그럴듯하지 아직 스파이가 있다는 증거도 없고.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제가 지금까지 드린 설명은, 남은 장관들 중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켜드리기 위한 설명이었습니다. 만약 장관 중에 스파이가 있다면, 다른 장관들이 죽거나 다칠수록 남아있는 스파이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그럴수록 장관회의에서는 흑사단에 대한 반감이 점차 사라지겠죠. 감히 예언하건대, 한 달만 지나도 흑사단과 휴전하고 화합하자고 제안하는 장관도 나올 겁니다. 그러니 그 전에 빨리 스파이를 색출해내야 합니다.”

 “그럼 내가 뭘 해야 할 지를 알려줘.”

 “제가 계획을 좀 세워봤습니다. 다음 장관 회의가 언제 있죠?”

 “사흘 뒤에 열 계획이야.”

 “좋습니다. 그럼 김상언 장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세요.”

 "연락을? 무슨 용무로 연락을 하지?"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하시면 됩니다."

 "뭐라고 해야 하는데?"

 “우선 조평환 장관의 의식이 돌아왔다고 말하세요. 그리고는 ‘마틴 병원’에서 회복 중인 조 장관에게 비밀리에 꽃이라도 보내라고 하세요.”

 “조평환 장관은 아직 의식불명인데? 게다가 마틴 병원이라니? 조 장관은 지금 아무도 모르는 병원에서 입원 중이야.”

 

 혹시나 조평환이 흑사단에게 2차 공격을 당할까 봐 조 장관이 입원한 병원의 소재는 비밀이었다. 민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굳이 알 필요도 없고요. 대신 마틴 병원에 조평환의 이름이 들어간 병실이 있어야 합니다. 조 장관의 대역도 물론 있어야 하고요.”

 “그래, 알겠네.”

 “끝이 아닙니다. 강희철 장관에게는 교육부 장관이 ‘로후토 병원’에서 가까스로 깨어났다고 몰래 병문안이라도 가보라고 전하세요. 이번에도 강 장관의 병실과 대역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심은섭 장관에게는 ‘올텐 병원’에서 과학부 장관이 정신을 차렸다고 전하시고, 원환섭 장관에게는 ‘가브로 병원’에서 보건부 장관이 눈을 떴다고 말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김달성 장관에게는 ‘가든 병원’에서 교통부 장관이 정신이 돌아왔다고 편지라도 보내는 게 어떻냐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한 번 더 당부드리지만, 꼭 각 장관의 병실과 대역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장관들이 입원한 병원은 극비사항이었다. 따라서 민관의 입에서 나온 병원들은 장관들과 전혀 상관없는 병원들이었다.

 

 “그 행위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단순합니다. 흑사단은 한 번 정한 타깃을 끝까지 쫓습니다. 지금 병원에 입원한 장관 중에 회복된 사람이 장관 자리로 복귀한다고 가정해보죠. 그 사람은 흑사에게 거대한 적개심을 품을 겁니다. 이전보다 더 커진 적대감으로 흑사를 소탕하자고 주장하겠죠. 흑사단 제거에 물불 안 가리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죠. 흑사 입장에서는 골치 아파지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장관이 의식을 차린다면 곧장 죽이려고 달려들 겁니다. 흑사는 한 번 실행한 일은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죠. 대통령님이 장관들에게 알려준 병원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그 병원이 어느 병원이냐에 따라서 흑사에게 정보를 흘린 스파이를 색출할 수 있겠죠.”

 “일종의 함정이군.”

 “그런 셈이죠. 짧은 시간이라서 제가 세운 계획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더 물어보실 건 없습니까?”

 “그렇네.”

 “알겠습니다. 저는 할 말을 마쳤으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민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그때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백민관 사장.”

 “네. 대통령님.”

 “내일모레 저녁에 일정이 있나?”

 “대통령님의 명령이라면 어떤 일정도 비울 수 있습니다.”

 “그럼 내일모레 저녁에 잠깐 만나지.”

 “알겠습니다.”

 

 민관은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회의장 밖으로 향했다.

 

 

 ***

 

 

 한 노인이 명장제약으로 들어왔다. 로비를 지키던 경비원이 그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어떤 용무로 오셨나요?”

 “백 사장을 좀 만나려고 왔수다.”

 

 백 사장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경비원은 살짝 위축되었다.

 

 “백민관 사장님 말씀이시죠? 사장님과는 어떤 관계이시죠?”

 “옛 동료라고만 전해주소.”

 

 경비원은 그 노인을 위아래로 관찰했다. 이마와 눈가에 깊게 패인 주름, 살짝 굽은 등, 그렇지만 매끈하게 잘 다려입은 정장.

 

 “굉장히 멋진 정장이시네요.”

 “이 정도를 가지고 뭐. 얼른 백 사장이나 불러줘.”

 

 경비원은 안내 데스크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강 씨라고만 전해주시오. 백 사장도 알아들을 것이오.”

 

 경비원은 백민관의 비서에게 연락해 그의 인상착의와 강 씨라는 정보를 넘겼다. 1분 정도의 통화를 마친 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놨다.

 

 “선생님 들어오시죠.”

 

 경비원은 직원들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개방했다.

 

 “저기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30층에 가면 다른 분이 안내를 해주실 겁니다.”

 “고맙수다.”

 

 노인은 경비원의 말을 따라 승강기를 탔다. 승강기는 곧장 사장실이 있는 30층으로 올라갔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노인의 앞으로 한 사람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민관 사장님의 비서 정도현이라고 합니다. 사장님 만나러 오신 분 맞으시죠?”

 “그렇소만. 못 보던 얼굴이네? 비서가 바뀌었나?”

 "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비서는 노인을 빠르게 훑어봤다.

 

 “죄송하지만 방문 전에 잠시 몸수색을 해도 될까요?”

 

 혹시나 위험해 보이는 물건을 소지하고 있으면 압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시든가.”

 

 비서는 빠르게 그 노인의 몸을 수색했다. 하지만 흉기로 보이는 소지품은 전혀 없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노인은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장실로 걸어갔다. 비서가 사장실 문을 노크했다.

 

 똑. 똑. 똑.

 

 “사장님, 손님 도착하셨습니다.”

 “어, 그래. 들어 오시라 그래.”

 

 비서는 가볍게 사장실 문을 열고 노인에게 손짓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노인은 비서에게 인사한 뒤 사장실로 들어갔다.

 

 “정 비서는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어. 필요하면 부르지.”

 “알겠습니다.”

 

 사장실에는 백민관 홀로 앉아있었다. 노인은 백민관 앞으로 접근했다. 그곳엔 손님으로 들어온 노인과는 상반되는 젊은 사장이 앉아있었다. 백민관은 손님을 보고는 미소지었다.

 

 “네. 제 옛 동료시라고요?”

 “그렇수다.”

 “저희가 언제 일을 같이 했었을까요?”

 “많은 일을 함께 했소만. 지하 냉장실에 갇힌 걸 구해주기도 했고, 바이러스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서 사방팔방 뛰어다니기까지 했으니.”

 

 백민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제가 기다리던 사람이 맞군요.”

 “그렇습니까.”

 

 민관은 노인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이것 참 오랜만이네요.”

 

 민관은 힘차게 팔을 뻗어 노인에게 악수를 청했다. 노인도 민관의 손을 잡았다. 민관은 노인과 손을 맞잡자마자 팔에 힘을 줘 노인을 자신의 앞으로 당겼다. 깜짝 놀란 노인은 민관의 얼굴을 봤다. 그 순간 민관의 얼굴에는 사악함이 가득했다.

 

 “이게 뭐하는,”

 

 치직-

 

 노인이 뒤로 물러나기도 전에 민관은 왼손에 든 전기충격기로 그를 기절시켰다.

 

 털썩.

 

 노인은 그대로 엎어졌다. 민관은 쓰러진 노인을 내려다봤다.

 

 “카쟝. 네가 언젠가 제 발로 돌아올 걸 알고 있었다.”

 

 민관은 일단 서랍으로 가서 청테이프를 꺼냈다.

 

 “이 녀석이 일어나기 전에 제대로 묶어 놔야지. 또 도망치면 골치 아파져.”

 

 민관이 테이프를 들고 쓰러진 노인에게 다가가는데 사장실 문이 다시 열렸다.

 

 “정 비서, 내가 부르면 들어오랬지?”

 

 하지만 문 앞에는 비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뭐야?”

 

 쓰러진 노인과 똑같이 생긴 노인이 들어왔다. 로비를 보니 비서는 이미 실신한 상태였다. 민관은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당신, 누구야?”

 

 상대는 오히려 되물었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진짜 백민관, 아니, 진짜 강일호는 어디로 간 거지?”

 “너부터 누군지 밝혀!”

 

 새로 들어온 노인은 눈동자를 굴려 민관을 관찰했다.

 

 “당신이 찾고 싶어하던 사람이라고 해두지. 좋아, 이제 당신 차례야. 강일호한테 무슨 짓을 벌인 거야?”

 

 노인의 눈으로 민관의 목덜미가 보였다.

 

 “목 뒤의 상처.”

 

 목덜미의 상처는 아물어가며 흉터가 되고 있었다.

 

 “대충 눈치는 깐 것 같군. 그럼 두루뭉술한 대답 말고 당신이 누군지나 밝히시지.”

 

 하지만 노인은 묵묵부답이었다. 민관은 쓰러져있는 노인의 등을 밟았다.

 

 “이쪽이 카쟝이면 좋겠지만. 카쟝이 이렇게 쉽게 당할 리 없지. 그럼 당신이 카쟝이겠네?”

 “어느 쪽이든 간에 당신이 알 필요는 없어. 강일호가 어디 있는지나 말해.”

 “오. 그렇게 대답하는 걸 보니 당신이 카쟝인 게 확실하군.”

 

 민관은 쓰러져있는 노인의 목 주위를 잡고 힘껏 당겼다. 실리콘이 찢어지며 그가 쓰고 있던 마스크가 벗겨졌다. 민관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역시. 이쪽은 가짜군.”

 

 민관은 갑자기 웃었다.

 

 “카쟝, 이제 어떡할래? 지금 네 동료는 내 발에 깔려있는데. 나한테 덤벼들 거야?”

 

 카쟝은 민관의 손에 들린 전기충격기가 신경 쓰였다.

 

 ‘저 전기충격기를 피하면서 코앞에 수면가스를 터뜨리자.’

 

 그때 뒤에서 승강기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민관은 카쟝의 어깨너머를 보며 씨익 웃었다.

 

 “참고로 사장실로 손님이 들어오고 나서 5분 이상 나한테서 아무 연락도 없잖아? 그럼 즉시 경호팀이 출동하지.”

 

 전기 충격기를 휘두르려 자세를 잡는 백민관, 백민관의 발에 깔려있는 동료, 그리고 뒤에서 올라오는 경호팀. 카쟝의 입장에서는 1초의 망설임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런 카쟝을 보면서 민관은 비아냥거렸다.

 

 “이번에 잡히면 네 몸을 바로 사용해줄게. 빠져나가려고 너무 애쓰지는 마. 네 몸이 상하면 내 마음도 아프니까. 이제 네 몸은 네 것이 아니야.”

 

 민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승강기가 도착했다.

 

 [30층입니다.]

 

 승강기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경호팀 5명이 나타났다.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문제는 그 다섯 명 전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는 점이었다.

 

 “경호팀! 왜 자빠져있는 거야? 어떻게 된 일인데?”

 

 그제야 카쟝도 입을 열었다.

 

 “내 경호팀이 한 발 더 빨랐나 보네.”

 

 카쟝은 주머니에서 수면가스 캡슐을 꺼냈다.

 

 “어서 강일호가 어디 있는지나 말해.”

 "강일호 말인가?"

 

 민관은 서둘러 책상으로 달려갔다. 카쟝도 곧장 민관을 쫓아갔다. 민관이 책상 밑으로 손을 뻗는 순간 카쟝은 그의 몸통을 잡고 반대편으로 힘껏 넘겨버렸다. 민관은 바닥과 강하게 충돌했다. 큰 충격을 받고 바닥에 누운 민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절했나?”

 

 그때 승강기 천장에 숨어있던 견치가 내려왔다.

 

 “그쪽도 일단락됐어? 딱 상황을 보니 돈 받긴 글렀네.”

 

 견치는 탈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승강기에서 쓰러져있던 경호팀을 한 명씩 로비로 끌어냈다. 카쟝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원래 이 방에 있던 사람이 동료였는데, 오늘 보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네요.”

 “바뀐 정도가 아니라 살얼음판이던데? 저 사람한테라도 부탁하는 건 무리지?”

 “저 사람한테 돈을 받으려면 제 몸을 팔아야 할 걸요?”

 “그래? 그러면, 아니다. 그래.”

 

 철컥.

 

 카쟝은 낯선 금속음에 뒤를 돌아봤다. 민관이 누운 채로 권총을 꺼냈다.

 

 “꼼짝 마. 카쟝.”

 “백민관 씨. 내 몸은 당신 거라면서. 내 몸에 총을 쏘시려고?”

 

 민관은 총구를 돌렸다.

 

 “아니. 그건 안 되지. 손끝 하나라도 움직이면 저기 쓰러져 있는 네 동료를 쏘겠다.”

 

 삐요옹-

 

 밖에서는 경찰차의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언제 신고한 거야?”

 

 카쟝은 황급히 민관의 책상 밑을 봤다. 빨간색 버튼 하나가 있었다. 은행에나 있을 법한 경찰 호출 버튼이었다. 은행에서 그 버튼을 누르면 1분도 되지 않아 경찰이 진입했다. 카쟝이 민관을 자빠뜨리기 직전에 민관이 그 버튼을 누른 것이었다.

 

 “카쟝, 네가 순순히 잡혀준다면 네 동료들은 무사히 보내주지.”

 

 민관도 철저하게 도적단의 침입에 이중, 삼중으로 대비해 놓은 것이었다.

 

 “너도 동료를 더 잃기 싫잖아? 얼른 결정해.”

 

 민관의 도발에 카쟝은 얼굴이 빨개졌다.

 

 삐요옹-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크고 일정하게 들렸다. 경찰차가 건물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견치도 슬슬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지치, 얼른 여기서 나가야지. 지금 나가도 경찰을 따돌리기 힘들겠어.”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기만 해봐. 네 동료는 저세상으로 가니까.”

 

 카쟝은 민관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팔에 힘을 풀었다.

 

 퉁.

 

 카쟝의 다리 밑으로 뭔가 떨어졌다. 그 물건은 바닥에 닿자마자 사방으로 터졌다.

 

 파아아아앗-

 

 눈 깜짝할 사이에 연막이 사장실을 채웠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민관은 총을 쏘려 했지만 이미 연기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그는 혹여나 카쟝의 몸에 상처가 날까 두려워 방아쇠를 차마 당기지 못했다. 그 사이 카쟝은 중절치를 어깨에 짊어지고 사장실을 나갔다.

 

 “견치 씨, 따라오세요.”

 

 견치도 연막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카쟝의 발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곧 그의 앞에서 카쟝의 발소리가 멈췄다.

 

 “지치, 여기가 어디, 어억!”

 

 견치는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다.

 

 “견치 씨, 걱정 마세요. 엘리베이터에요.”

 “무슨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빨리 내려가?”

 “지금 회사 1층에 경찰이 도착했을 거예요. 이제 이 건물에서 숨을 공간은 딱 한 곳 뿐이에요. 일단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넓은 공간이 나왔다. 승강기에서 내린 카쟝은 천천히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는 중절치를 바닥에 가지런히 눕혔다. 그 사이 견치는 낯선 풍경에 주위를 경계했다.

 

 “여기는 어디야? 사방이 어둡네.”

 “명장제약의 비밀층이에요. 정확히는 지하 3층이죠.”

 “여기는 안전한 거야?”

 “당분간은요. 잠시 시간을 벌려고 온 거예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수면가스 캡슐 전부를 사장실 방향으로 던졌어요. 백민관도 지금쯤 깊은 잠에 빠졌을 겁니다.”

 “그래도 곧 깰 거 아니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괜찮아요. 백민관도 여기로 경찰을 불러들이지는 못할 겁니다. 그가 숨기고 싶어하는 것들 천지거든요.”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건데?”

 “아주 잠시면 돼요. 경찰들이 돌아가면 우리는 사다리를 타고 비상구로 나갈 거예요.”

 

 그때였다.

 

 “카쟝?”

 

 카쟝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색한 목소리가 카쟝을 불렀다.

 

 “카쟝 맞지?”

 

 목소리는 가장 구석 실험실에서 들리고 있었다. 카쟝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마지막 실험실에 도착한 카쟝은 내부를 확인했다.

 

 “아.”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카쟝. 날 알아보겠어?”

 

 그곳에는 강일호가 있었다. 정확히는 늙은 백민관의 몸을 가진 강일호가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카쟝은 너무 놀라 팔다리가 굳었다. 일호는 다리를 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몸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

 “일호, 괜찮아?”

 “당연하지. 이제 항응고제도 안 먹어도 되니까 다행인 걸지도.”

 

 일호는 애써 미소 지었다. 카쟝은 온몸이 굳은 채로 일호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일호의 목덜미에는 뒤통수까지 연결된 흉터가 있었다. 일호는 태연하게 물었다.

 

 “여기는 어쩌다 온 거야?”

 

 카쟝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대신 옆에 있던 견치가 답했다.

 

 “이 회사에 있던 동료한테 돈 좀 지원 받으러 왔는데 오히려 신고만 당했습니다.”

 “돈? 아... 그랬구나. 돈은 어디에 쓰려고?”

 

 이번에도 굳어있는 카쟝 대신에 견치가 받았다.

 

 “잘은 모르겠는데 여기 있는 이 사람이 자기 옛 동료를 다시 찾아오려고 한다네요.”

 “옛 동료라면 리브를 말하는 건가?”

 

 그제야 카쟝도 정신을 차렸다.

 

 “맞아.”

 

 카쟝은 백민관의 얼굴을 한 일호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민관의 얼굴로 말을 하는 일호가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자신 대신에 일호가 희생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카쟝의 마음속에서는 민관에 대한 증오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오히려 일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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