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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비린내
작성일 : 22-03-29 22:58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7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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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는 경보기가 짧게 세 번 울렸다.

 

 따릉. 따릉. 따릉.

 

 리브는 카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건물 전체에 침입자 경보가 울렸어. 이제 곧 건물 전체 수색이 시작될 거야. 얼른 여기서 탈출해.”

 

 카쟝은 어깨에 올려진 리브의 팔목을 잡았다.

 

 “저랑 같이 나가요.”

 

 리브는 카쟝의 얼굴과 문을 번갈아 보더니 카쟝의 팔을 뿌리쳤다.

 

 “난 여기 남을 거야.”

 “네? 왜 남는 거예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요.”

 “설령 네 손을 잡고 여기서 나간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 저 경보기가 울렸다는 건 이미 호텔의 모든 출입구가 봉쇄되었다는 의미야. 곧 있으면 방마다 수색을 시작할 거야. 흑사단에게 잡히면 그 즉시 흑사의 손에 들어간다고.”

 

 흑사의 손에 들어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걱정 마요. 29층이라길래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챙겨서 왔으니까.”

 

 카쟝은 품속에서 ‘옥상 탈출용 밧줄’을 꺼냈다. 카쟝은 창문으로 다가가 그 밧줄을 난간에 묶었다. 카쟝은 매듭을 꽉 조인 뒤, 두어 번 당겨보았다.

 

 “됐어. 아주 잘 묶였어.”

 

 난간에 묶인 밧줄을 잡고 밖으로 몸을 던지면 밧줄이 일정한 속도로 늘어났다. 그 덕분에 안전한 속도로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측절치의 발명품이었다.

 

 “이 줄만 몸에 한 바퀴 두르고 손으로 꽉 잡고 있으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어요. 어서 가죠.”

 

 하지만 리브는 요지부동이었다.

 

 “카쟝, 미안. 난 갈 수 없어.”

 “걱정 마세요. 이 밧줄 꽤 쓸만 해요 죽을 일은 없을 거예요..”

 

 카쟝은 밧줄을 힘차게 당겨 밧줄의 강도를 보여주었다.

 

 “밧줄 때문이 아니야.”

 “도대체 왜 그래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운 거예요? 이 호화로운 호텔에서 먹고 싶은 걸 먹으면서 사는 생활?"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면 뭔데요? 도망치다가 잡히면 죽을까 봐? 여기서 흑사에게 시달리느니 도망치는 시도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아요?”

 “그것도 아니야. 카쟝,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난 흑사가 무서운 게 아니야. 난 이곳에 남아서 세상을 바꿀 거야.”

 

 리브의 눈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쟝은 리브의 확고한 표정을 보고는 멈칫했다. 석상처럼 단단히 굳은 얼굴과 뚜렷한 눈동자. 카쟝은 리브의 눈빛을 확인하고는 더 이상 설득이 되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했다.

 

 “그러면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는 거죠?”

 “그래. 만나서 반가웠어. 그리고 이거.”

 

 리브는 주머니에서 만능 USB를 꺼냈다.

 

 “이 안에 있는 내용을 확인해봐. 너도 내 결정을 이해할 거야.”

 

 카쟝은 그 USB를 손에 쥐었다. 복도에서는 고함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이 쥐새끼 어디 있는지 빨리 찾아!”

 

 우다다다-

 

 밖에서는 흑사단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급기야 방문을 차고 들어가는 소리도 들렸다.

 

 쾅!

 

 흑사단원들이 29층에 있는 방 하나하나 수색하고 있는 것이었다. 카쟝도 언제까지 이곳에 남아있을 수는 없었다. 너무 위험했다.

 

 “리브, 결국 여기 남겠다는 소리죠?”

 “응.”

 

 카쟝은 결국 리브를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는 난간에 묶은 밧줄을 잡았다.

 

 "억지로라도 데려가고 싶지만, 그러진 않을 거예요. 저는 리브가 스스로 절 따라와주길 바라니까."

 "...미안해."

 "알겠어요. 제가 내려가면 밧줄의 매듭을 풀어주세요. 이 밧줄이 걸려있으면 리브도 의심을 받을 테니까요."

 

 리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브의 대답을 확인한 카쟝은 창밖으로 향했다. 그는 몸을 던지기 전에 리브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그럼 몸 건강히 잘 지내요, 리브.”

 “너도 몸 조심해, 카쟝.”

 

 흑사단원이 옆방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카쟝은 서둘러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밧줄은 중력가속도를 무시한 채 일정한 속도로 늘어졌다.

 

 탁.

 

 카쟝은 안정된 자세로 1층에 도달했다. 그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탈출로부터 탐색했다.

 

 ‘호텔 측면 담장이 낮아. 발돋움만 잘하면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겠어.’

 

 카쟝이 도주로를 파악하는 동안 탈출 밧줄은 매듭이 풀려 1층으로 떨어졌다. 카쟝은 밧줄을 들고 고개를 올려 29층을 바라봤다. 이미 창문은 닫혀있었다.

 

 “그럼 이제 나가볼까?”

 

 카쟝은 측면 담장을 향해 달렸다. 그때 맞은편에서도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다.

 

 “뭐야?”

 

 카쟝은 자신을 잡으러 오는 흑사단원인가 싶었다. 하지만 달려오는 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카쟝과 가까워졌고, 곧 그 얼굴이 보였다.

 

 “견치 씨?”

 “뭐해? 빨리 도망쳐!”

 

 견치는 그의 뒤에 10명이 넘는 흑사단원을 달고 질주하고 있었다.

 

 “으랴아앗!”

 

 견치는 단숨에 담장을 뛰어넘었다.

 

 슈욱-

 

 견치는 빠른 속도로 넘어갔다. 그를 쫓던 흑사단원들도 도움닫기를 했으나 담장에 막혔다.

 

 "이런!"

 

 담장을 넘는데 실패한 흑사단원들은 멀뚱히 서 있던 카쟝을 발견했다.

 

 “저기도 침입자다!”

 

 그들은 카쟝을 쫓아왔다. 카쟝도 견치가 넘어갔던 담장을 서둘러 넘었다. 담장을 넘으니 길가에 주차된 하얀 자동차가 보였다. 그 자동차에는 막실라팀이 타고 있었다.

 

 “얼른 타! 흑사단의 차가 따라올 거야!”

 

 카쟝은 막실라팀의 갑작스런 등장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저 멀리서 다른 자동차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카쟝은 쏜살같이 자동차에 탑승했다. 자동차는 카쟝이 문을 닫기도 전에 출발했다.

 

 부와앙-

 

 카쟝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다들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설마 저 때문에?”

 “무슨 소리야? 우리의 원래 목표를 위해서 간 거야.”

 “원래 목표?”

 

 견치가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호텔을 들어가기 전에 챙겼던 열 감지 카메라였다.

 

 “측절치 형, 어때? 잘 나왔어?”

 “응. 열 감지 카메라로 봤을 때 다른 방은 평범했는데 3001호와 3002호만 유독 특이했어. 내 예상이 맞다면, 그 공간에 분명히 그림이 있어. 우선, 두 방에 사람이 전혀 없는데도 온도가 20도로 고정되어있어. 곳곳에 제습기로 확인되는 물건도 보이고. 확실히 내부까지 확인해보긴 해야겠지만, 이 정도로도 합리적인 확신을 할 수 있겠어.”

 

 견치는 스스로 탄식했다.

 

 “아오, 직접 들어가 봤어야 하는 건데!”

 

 견치는 3001호에 몰래 잠입하려다가 실패한 것이었다. 그제야 카쟝은 경보음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견치 씨가 문을 열려다가 경보장치가 작동했던 거구나.”

 “그래도 견치 덕분에 예술품의 위치는 파악했어.”

 “그나저나 예술품을 보관할 줄 아는 놈인가 보군. 온도, 습도, 통풍까지 전부 고려해서 방을 만든 걸 보면.”

 “원래 도적들이 예술품의 가치를 더 잘 아니까 그렇겠죠.”

 

 도적들도 자기가 기껏 가로챈 예술품이 손상되어 가치가 떨어지면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견치가 몸 성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지치도 그렇고.”

 “호텔에 흑사단원들로 득실득실하더라고. 다음에 본격적으로 올 때는 더욱 주의해야겠어.”

 

 부와아앙-

 

 “다들 긴장해.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뒤에서 흑사단이 접근하고 있어.”

 

 막실라팀의 자동차 뒤로 7대의 차량이 쫓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맹렬한 속도로 격차를 점차 줄였다. 하지만 중절치의 운전실력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들 안전벨트 꽉 매!”

 

 중절치는 곧바로 번화가로 들어가 자동차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중절치의 미꾸라지 주행으로 도심은 일순간 마비가 되었다.

 

 끼이이익-

 

 막실라팀을 따라오던 흑사단원들도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 시도해봤다. 그러나 뒤엉킨 자동차들 사이로 탈출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좋아. 따라오는 차들이 안 보여. 따돌린 것 같은데? 역시 중절치 형이야!”

 “아직 안심하긴 일러.”

 

 번화가를 벗어나기 직전 막실라팀의 자동차는 옆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했다. 그들이 탄 차량은 주차장 구석으로 들어갔다.

 

 “곧 세운다. 갈아탈 준비하고. 뭐 하나라도 빠뜨리고 내리지 말고!”

 

 중절치가 구석에 주차하자마자 막실라팀 전체가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바로 옆에 세워진 파란 승합차로 갈아탔다. 중절치가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해놓은 자동차였다.

 

 “자, 다들 고개 숙여.”

 

 중절치는 태연하게 주차장을 나갔다. 때마침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흑사단의 차량이 보였다. 하지만 중절치는 시선도 주지 않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좋아. 자연스럽게 퇴장.”

 

 중절치의 작전 덕분에 청화 여관에 도착할 때까지 따라붙은 차량은 없었다. 중절치는 여관 근처에 차를 세웠다. 막실라팀과 카쟝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들의 숙소인 305호로 올라갔다.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다들 좀 쉬어. 잠도 자놓고. 계획만 세우고 크로스 호텔로 다시 출동할 예정이니까.”

 

 중절치의 말대로, 305호로 들어가자마자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주저앉았다. 추격전에 정신이 팔려 말할 틈이 없었던 중절치는 카쟝을 바라봤다.

 

 “그래서, 리브 씨는 어떻게 하고 혼자 나온 거야? 만나긴 한 거야?”

 “만나기는 했죠.”

 “그런데 왜 안 데리고 나온 거야? 데리고 나온다고 했잖아?”

 “그게,”

 

 카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도 리브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카쟝의 난처한 표정을 본 측절치가 대신 답했다.

 

 “무슨 사정이 있나 보지. 일부러 안 데리고 나온 건 아닐 테니까, 일단은 우리 목표에 집중하자.”

 

 그때 카쟝이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측절치 씨, 이거.”

 “어라? USB잖아?”

 

 측절치는 처음 보는 USB를 받아들었다.

 

 “이 USB는 어디서 난 거야?”

 “리브가 준 거예요. 자기가 흑사단에 남는 이유라고 했어요. 혹시 지금 확인 가능할까요?”

 “어려울 것도 없지.”

 

 측절치는 곧바로 노트북을 꺼내 USB를 꽂았다.

 

 “일단 파일 몇 개가 바로 뜨네.”

 

 측절치는 파일을 열기 전에 파일의 상세정보를 검사했다.

 

 “깨진 파일은 아니고. 바이러스도 없어. 어라?”

 

 측절치는 뭔가를 발견한 듯 눈이 동그래졌다.

 

 “이 파일, 작성 주소가 적벽관이네.”

 

 적벽관에서 작성된 문서였다.

 

 “리브 씨가 해킹 전문이랬지?”

 “그렇습니다.”

 “이거 보니까, 리브 씨가 대통령의 문서를 해킹했나 보다.”

 

 측절치는 이어서 문서를 열었다. 화면에는 수십 장의 문서가 떴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문구와 단어들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세상에, 이게 전부 대통령이 명령한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방대한 문서로 보고 있으니 당황스러웠다. 문서들의 내용은 복잡했지만, 그 문서들이 가리키는 의미는 단순했다. DTS 바이러스, 달구시 무차별 공격이 모두 대통령의 지시였음을 나타내는 문서들이었다. 심지어 달구시 폭격과 관련하여 열렸던 장관회의에서 나온 말들을 기록한 녹취록도 있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달구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온드리안 정부, 굉장하네.”

 

 그 문서들을 읽은 카쟝은 얼굴 전체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일부러 국민들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카쟝이 거친 숨을 내쉬자 소구치는 의아해했다.

 

 “뭘 그리 놀라? 이거 흑사단 전단지에 전부 있던 내용이잖아? 놀랄 부분이 있나?”

 “이렇게 정확한 자료가 있는 줄은 몰랐겠지. 나도 온드리안의 대통령이 이 정도로 무자비한 일을 벌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결론은 그거네. 흑사단의 전단지가 흑사단의 모함이나 억측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거.”

 

 가만히 서 있던 대구치도 고개를 저었다.

 

 “어처구니가 없네.”

 

 카쟝은 리브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리브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이게, 리브가 흑사단을 나오지 않는 이유였구나.’

 

 

 ***

 

 

 끽.

 

 환풍기 덮개가 열렸다. 환풍기 덮개가 땅으로 떨어질 것을 염려한 침입자는 환풍기 덮개를 환풍기 속으로 가져갔다.

 

 스윽.

 

 그는 혹시나 누군가 그 소리를 들었을까 우려되어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환풍기 바깥으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예 사람이 없나? 인기척도 안 느껴지네.”

 

 어느 누구도 환풍기에 관심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천천히 얼굴을 드러냈다.

 

 “이런 짓까지 하기는 싫었는데.”

 

 환풍기에서 나온 사람은 제이였다.

 

 “여기에 권성환 작품이 보관되어 있다고 했었지?”

 

 제이는 남색 상의에 검정색 하의, 얼굴엔 코부터 턱까지 가리는 검은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게적그룹의 복장이었다. 그녀가 게적그룹의 복장으로 들어온 까닭은 따로 있었다.

 

 "그럼 한 번 찾아볼까?"

 

 지금 제이가 잠입한 장소는 호아티 동쪽에 위치한 '완랑 창고'였다. 그중에서도 3번 창고는 게적그룹이 Speed-T1을 하며 획득한 물품을 보관해놓는 비밀 창고였다. 제이가 발을 들인 공간이 바로 그 3번 창고의 내부였다. 혹여나 침입경보가 울려도 게적그룹인 척 빠져나갈 계획이었다.

 

 “근데 너무 어둡다.”

 

 창고 내부의 전등을 다 꺼 놓았는지 사방이 캄캄했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음에도 아무 사물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직접 내려가 봐야겠어.”

 

 제이는 굳은 결심을 하고 환기구에 묶인 줄을 타고 천천히 내려왔다. 그녀가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하며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경보는 다행히도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으읍, 이게 무슨 냄새야?”

 

 제이가 창고 바닥으로 내려갈수록 꾸릿꾸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녀가 줄을 타고 바닥과 가까워질수록 냄새는 더욱 고약해졌다.

 

 “냄새가 너무 역한데?”

 

 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바닥까지 내려가기 싫어질 정도였다. 게적그룹의 새로운 보안방식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는 팔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정해놓은 목표가 있었다. 제이는 게적그룹이 숨겨놓은 권성환 화백의 작품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되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투둑.

 

 제이의 발이 바닥에 닿았다. 하지만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뭔가 이상했다.

 

 “바닥은 왜 이렇게 찐득찐득한 거야?”

 

 비위에 거슬리는 냄새와 걸음을 방해할 정도로 검질기고 끈끈한 바닥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제이는 가방에서 야간투시경을 꺼냈다.

 

 “빨리 찾고 나가야겠다. 머리가 어지러우려고 하네.”

 

 제이는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얼어붙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게적그룹의 비밀 창고는 제이의 예상 밖의 상태였다. 창고 곳곳에는 총격전과 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그 주위에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대충 봐도 한두 명이 아닌 최소 수백 명의 시체가 보였다. 그리고 지금 제이가 밟고 있는 것은 그 시체들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양의 혈액이었다.

 

 “잠깐만, 상황이 이렇다는 건....”

 

 제이는 서둘러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이런!”

 

 게적그룹이 모아둔 예술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창고는 태풍 맞은 오두막집처럼 텅 비어있었다. 게적그룹 몰래 가로채려던 예술품들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구석에 몇몇 예술품들이 남아있긴 했으나 심하게 찢어지거나 깨져있었다. 예술품으로의 가치가 없다시피한 상태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게적그룹을 상대로 이런 짓을 벌이려면 엄청난 용기와 무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솔코라인에는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제이는 그 누군가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었다.

 

 “어쩐지 바깥 경비가 너무 허술하더라니.”

 

 제이는 전쟁이 일어났던 장소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누군가는 벌써 예술품을 전리품 삼아 가져간 듯했다. 그 탓에 제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

 

 

 달그락. 달그락.

 

 어혁원 대통령은 태연하게 숟가락을 움직였다. 마루시를 포함한 온드리안 전체가 흑사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혁원의 수저질은 여느 때처럼 한가로웠다. 아니, 한가로워야 했다. 그는 도적단과의 전쟁 중이었다. 긴장한 티를 내면 안 되었다.

 

 비록 일주일이 넘도록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쟁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였다.

 

 “스프의 향기가 아주 좋네.”

 

 힘든 때일수록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여유롭고 느긋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는 숟가락으로 수프를 홀짝였다.

 

 “이 집은 애피타이저에서도 깊고 구수한 맛이 나는군.”

 

 적벽관에서 식사를 해도 이 정도의 음식은 먹을 수 있었다. 경호팀과 군인들이 적벽관 주변에 포진해있었기에 안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정서였다.

 

 대통령이 적벽관에만 박힌 채 두문불출하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대통령이 흑사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바닥을 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흑사단에게도 메시지를 주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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