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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전쟁(4)
작성일 : 22-04-02 00:23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7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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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후방에 있던 경찰들이 군인들에게 2번대를 맡기고 경찰차로 우회해서 적벽관을 막으러 온 것이었다.

 

 “일부러 사이렌도 안 켜고 온 걸 보니 기습이 목적이었던 건가.”

 

 경찰차에서는 무장한 경찰들이 내렸다. 땅바닥에 길게 긁힌 오토바이들과 널브러진 흑사단원들. 경찰들은 그들을 향해 확인 사살을 개시했다.

 

 타다다탕탕-!

 

 그중에서도 가장 멀리 날아갔던 흑사단원 한 명이 벌떡 일어났다. GAN이었다.

 

 “씨바... 피 때문에 왼쪽이 잘 안 보여서 못 봤네.”

 

 사실 경찰의 작전이었다. 경찰차들은 전조등도 꺼놓고 흑사단의 길목으로 몰래 달려왔다. 그들은 5번대의 코앞까지 접근하고서야 불을 비쳐 흑사단의 시야을 방해한 것이었다. 그러니 GAN도 눈이 부실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술수에 걸렸다는 사실에 본인 스스로도 화가 난 GAN이었다.

 

 “으, 쪽팔리게.”

 

 GAN은 몸을 가누려 애를 썼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로 다가가 남은 힘을 다해 오토바이를 세웠다.

 

 “빨간 머리에 날카로운 얼굴. 당신이 GAN인가?”

 

 GAN 앞으로 한 무장 경찰이 나타났다.

 

 “오토바이를 세워서 어쩌려고? 보아하니 또 덤비려는 건가? 몸도 못 가누는 것 같은데 좀 쉬지그래? 감옥에서 말이야.”

 

 GAN을 날려버린 남자는 경찰청장 오성한이었다.

 

 “GAN. 순순히 지시에 따라. 허튼짓하면 바로 네 머리에 총을 쏠 거야.”

 

 하지만 GAN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씨바....”

 

 그는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부릉-부릉-

 

 “으으....”

 

 흘러내리는 피가 GAN의 두 눈을 가렸다. 그는 오른손으로 허겁지겁 피를 닦아냈다. 하지만 피는 멈추지 않고 계속 눈을 찔렀다. 멀리서 다가오던 흑사도 GAN을 말렸다.

 

 “GAN! 잠시 멈춰!”

 

 하지만 GAN에겐 지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그를 버티게 만든 것은 온전히 그의 정신력이었다. GAN은 혼잣말을 뱉었다.

 

 “...안 죽는다....”

 

 오성한은 GAN을 향해 총을 들었다.

 

 “명령에 순순히 복종하질 않네.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GAN이 달릴 준비를 하자, 성한은 총구를 GAN에게 겨냥했다. GAN도 오성한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GAN은 순식간에 속도를 올렸다.

 

 “혼자는 안 죽는다!”

 

 GAN은 성한을 향해 최대 속력을 냈다.

 

 부와아아아아앙!

 

 GAN의 오토바이가 맹수의 포효를 질렀다. GAN이 오성한을 향해 바퀴를 드는 순간이었다.

 

 "죽어!"

 

 탕!

 

 퍼덕.

 

 GAN은 그대로 오토바이에서 떨어졌다.

 

 “청장님 피하세요!”

 

 주인을 잃은 오토바이는 순식간에 성한의 눈앞까지 달려왔다. 성한은 본능적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오토바이의 속도가 워낙 빨랐던 탓에 성한을 그대로 덮쳤다.

 

 “청장님!”

 

 성한은 바닥에 구르며 쓰러졌다.

 

 “다행히 정통으로 부딪히진 않았어.”

 

 그러나 성한의 오른 다리로 강한 고통이 몰려왔다.

 

 “으으....”

 

 성한의 다리가 비스듬히 꺾여있었다.

 

 “뼈가 부러진 것 같아.”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흑사단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탕탕타당-!

 

 경찰과 흑사단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흑사단 쪽의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청장님, 병력 차이가 너무 납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무장 경찰들은 성한을 경찰차에 태워 후퇴했다. 나머지 경찰들도 흑사단에게 밀리기 전에 재빨리 물러났다. 그들이 떠나자 흑사단도 전장에 쓰러진 5번대에 다가갈 수 있었다.

 

 “GAN!”

 

 흑사는 GAN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

 

 “흑사....”

 

 GAN은 가슴 중앙으로 총알이 관통한 상태였다.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가슴에서 피가 쏟아졌다.

 

 “GAN! 구해주지 못해 면목이 없네.”

 

 흑사는 땅바닥에 누운 GAN을 내려다봤다. GAN은 핏덩어리가 되어있었다. 그는 눈동자를 서서히 움직여 흑사를 바라봤다.

 

 “씨바... 바라지도 않았어....”

 

 GAN은 흑사에게 반말을 했지만 흑사는 반응하지 않았다. GAN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싸우다가 죽는다... 내가 꿈꾸던 죽음이야... 어서 적벽관이나 가....”

 

 GAN은 씨익 웃고는 팔을 축 늘어뜨렸다. 흑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체 없이 적벽관으로 달려갔다. 이제 적벽관은 500m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300m 앞에서는 합보와 3번대가 군대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제 3번대도 인원이 크게 줄어있었다. 더 지체하다간 승기를 완전히 놓칠 수 있었다.

 

 “이제부턴 무조건 전진이다!”

 

 와아아아아아-!

 

 흑사단은 GAN과 5번대의 시체를 넘어 적벽관으로 달려갔다. 적벽관을 지키던 군인들도 코앞까지 접근한 흑사단을 향해 총격을 시작했다.

 

 “쏴라! 총알 아끼지 말고 모두 퍼부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흑사단은 전력을 다해 돌진했다. 이미 그들은 두 가지 운명 중 하나에 줄을 서야 했다. 죽거나, 이기거나.

 

 “적들이 코앞이다!”

 

 군대와 흑사단은 곧 맞닥뜨렸고 적벽관 광장은 살육의 현장이 벌어졌다. 군대와 흑사단은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을 벌였다. 흑사는 보이는 모든 군인들의 사지를 부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흑사님!”

 

 우측에서 합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합보가 김달성을 무찌르고 중앙까지 진격한 것이었다. 흑사의 작전대로 3번대와 합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흑사단은 3번대와 뭉치면서부터 파죽지세로 적벽관까지 돌진했다.

 

 “모조리 죽여라!”

 

 더 이상 흑사단을 막는 행위에 의미가 없었다. 흑사단은 되살아난 기세로 군대를 박살 냈다. 군대는 망망대해에서 소용돌이를 마주한 배처럼 흑사단에게 휩쓸렸다. 흑사단이 군대를 소탕하는 동안 흑사의 앞에는 적벽관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미사일로 뚫어버린 담장 구멍.

 

 “드디어 적벽관에 도착했군.”

 

 적벽관으로 들어가려는 흑사를 막으려 군인들이 달려들었다.

 

 “어딜 들어가려고!”

 

 군인들은 최선을 다해 방어했으나 흑사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는 달려든 군인의 얼굴을 한 손으로 쥐어 적벽관 담장에 처박았다. 흑사는 그렇게 몇 명의 얼굴을 더 으깨버린 뒤에 적벽관 안으로 향했다.

 

 “대통령을 잡는 이에게 큰 포상을 내리겠다!”

 

 흑사단은 흑사를 따라 적벽관 담장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갔다. 구멍 난 댐을 뚫고 터져오는 물살처럼 맹렬한 모습이었다.

 

 탕타당탕-!

 

 적벽관에 진입하자, 마당에 있던 대통령의 경호팀이 총을 쏘았다. 하지만 흑사단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총질하는 놈들은 죽이고! 대통령은 산 채로 잡아 와라!”

 

 경호원들의 총격은 거세졌지만, 공격력으로는 흑사단이 한 수 위였다. 흑사단원들은 끊임없이 적벽관으로 뛰어들었고 경호팀의 능력에 부치는 규모였다. 흑사는 그 중심에서 그저 앞으로 걸음을 이어갔다.

 

 “저기 앞에 흑사다! 흑사를 노려!”

 

 경호원들은 흑사를 향해 총을 쏘았다. 하지만 흑사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걸어갔다.

 

 “다들 나 때문에 대기하고 있던 거야?”

 

 흑사는 단원들에게 경호원들을 가리켰다.

 

 “내가 적벽관 출입문을 두드릴 때까지 방해하는 놈이 없도록 만들어!”

 “예!”

 

 합보와 영해성은 좌우로 나뉘어 경호원들을 제거했다. 흑사가 명령을 내린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경호원들은 전투 불구의 상태가 되었다.

 

 “이제 좀 낫군.”

 

 그렇게 흑사는 손에 피 한 번 묻히지 않은 상태로 적벽관의 출입문에 다다랐다.

 

 “대통령이 사는 곳 좀 들어가 볼까?”

 

 흑사는 적벽관 출입문을 잡고 열었다.

 

 끼익-

 

 출입문이 열리고 내부가 보였다. 넓은 로비가 펼쳐졌고 좌우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있었다.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난간형 구조였다. 시선을 따라간 2층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들어오지 마!”

 

 탕-!

 

 흑사는 순간적으로 문 뒤로 피해 총알을 막았다. 적벽관 로비 2층에 대통령의 경호팀장이 서 있었다.

 

 “한 발짝이라도 들이밀면 그 즉시 머리통을 날려버리겠다!”

 

 흑사는 경호팀장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웃어? 내가 못 맞출 줄 아나 보지?”

 

 경호팀장은 신속하게 총을 장전했다.

 

 툭. 툭.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에 경호팀장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웬 홀쭉 마른 사내가 서 있었다.

 

 “당신 누구야?”

 

 경호팀장은 깜짝 놀라 그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사내의 손이 더 빨랐다.

 

 스윽.

 

 그 사내는 정확히 경호팀장의 목을 찔렀다.

 

 “마무리.”

 

 경호팀장은 목에서 피를 철철 쏟으며 쓰러졌다.

 

 “흑사님, 들어오시죠.”

 

 흑사는 다시 문을 열고 적벽관 안으로 발을 들였다.

 

 “협손, 적벽관을 장악하는데 차질이 있었나 보군.”

 “죄송합니다. 어혁원을 찾느라.”

 “그래서. 찾았나?”

 “아직 못 찾았습니다.”

 “경호원들 죽이기 전에 물어봤어?”

 “물어봤는데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침묵했습니다. 진짜로 모르는 듯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패닉 룸이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그럼 이제부턴 내가 찾아봐야 하겠군.”

 “면목이 없습니다.”

 

 각 방을 수색하던 단원들이 하나둘 로비로 나왔다. 협손이 이끌던 7번대였다. 총인원은 5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부대였다. 그들의 목적은 은밀하게 타깃을 처치하는 것. 즉, 암살부대였다.

 

 “대통령만 찾아내면 끝나는 것을.”

 

 협손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흑사의 명령을 받았다. 그렇게 그는 7번대를 이끌고 전쟁의 혼란을 틈타 몰래 적벽관에 잠입한 것이었다. 목표는 ‘대통령 어혁원’. 하지만 경호원들을 처치했음에도 대통령의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다.

 

 “자, 이제 숨바꼭질을 시작해볼까?”

 

 적벽관은 운동장만 한 건물로 굉장히 넓었다. 어혁원이 작정하고 숨었다면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흑사단은 한두 명이 아니었고 전쟁도 그들에게 점점 유리해졌다.

 

 “전 인원! 적벽관을 샅샅이 뒤져라!”

 

 담장을 통과한 수백 명의 단원이 대통령을 찾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대통령의 죽음이 곧 이 전쟁의 끝이자 승리이다! 다들 서둘러!”

 

 이제 대통령을 생포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흑사는 오히려 어혁원이 자결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럼 너무 고통 없이 죽잖아. 싱거워.”

 

 그때 2층 정면에 있던 문이 열렸다.

 

 "찾았습니다!"

 

 2층 문으로 두 흑사단원이 나왔고 단원 사이에는 대통령이 포박된 채 끌려 나오고 있었다.

 

 “이거 놔! 내가 간다고!”

 

 흑사는 단원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단원들은 혁원을 풀어주었다. 대통령은 스스로 일어나 난간 앞에 섰다.

 

 “그래. 내가 당신들이 원하던 대통령이다.”

 

 혁원은 흑사를 노려보더니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당신이 흑사인가?”

 

 “그렇다.”

 “흑사단의 리더를 실제로 보는 날이 오다니.”

 

 혁원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흑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고 있었다.

 

 “흑사, 당신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었어.”

 

 혁원의 발이 1층에 닿았다. 이제 그의 앞에는 흑사가 서 있었다.

 

 “뭐가 궁금하지?”

 

 두 사람 사이는 단 10걸음도 남지 않았다.

 

 “그게 말이지.”

 

 혁원은 눈을 돌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 그의 손이 재빠르게 주머니로 갔다.

 

 “이거다!”

 

 혁원은 권총을 꺼내 흑사에게 들었다. 동시에 흑사는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냈다.

 

 탕!

 

 혁원은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흑사는 허리를 꺾어 총알을 피했고 그의 총알은 허공을 뻗어 벽에 박혔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한 나라의 대통령치고는 얄팍한 수를 쓰는군.”

 

 혁원은 자리에 쓰러졌다. 그의 오른쪽 허벅지에 단도가 박혀있었다. 흑사가 던진 칼이었다.

 

 “으윽!”

 

 혁원은 다시 장전하려 했지만 흑사단원들이 그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 혁원이 총을 들기도 전에 흑사단원이 양쪽에서 포박했다. 오른쪽에 있던 단원은 혁원의 권총을 빼앗았다.

 

 “어서 무릎 꿇어!”

 

 단원이 혁원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으악!”

 

 혁원은 허벅지에 박힌 단도도 뽑지도 못한 채 흑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흑사님. 이 녀석 자꾸 돌발행동을 하려고 하는데 아예 손발을 묶을까요?”

 “그럴 필요까지야. 이미 다리 한쪽이 아작 났으니 도망도 못 칠 테고. 그냥 둬.”

 

 혁원을 수색한 단원은 그의 몸에 다른 흉기가 없음을 알렸다.

 

 “좋아. 그러면 내 앞까지 끌고 와.”

 

 혁원은 흑사단원에 의해 흑사의 앞까지 질질 끌려왔다. 흑사는 무릎 꿇은 대통령을 내려다봤다.

 

 “어혁원 대통령, 이제부터 당신의 죄목을 하나하나 짚어줄 테니까, 자신의 죄를 천천히 곱씹어보도록.”

 

 혁원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흑사는 그런 대통령을 향해 한 마디 한 마디 엄숙하게 말했다.

 

 “첫째, 마루 시민은 떵떵거리며 살고, 달구 시민은 나날이 굶어 죽어가는 데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은 죄.”

 “둘째, 달구 시민의 죄는 언제나 엄격하게 처벌하면서 마루 시민의 죄는 항상 덮어주려 한 죄.”

 “셋째, 달구 시민을 제거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만든 죄.”

 “넷째, 무고한 달구 시민이 바이러스에 죽어가는 데도 방관한 죄.”

 “다섯째, 달구시에 무차별 폭격을 지시한 죄.”

 “여섯째, 폭격으로 죄 없는 시민이 희생되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한 죄.”

 “일곱째, 사실에 입각한 흑사단의 전단지를 거짓이라고 폄하하고, 나를 비롯한 흑사단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죄.”

 “여덟째, 진실을 쫓는 시위대를 억지로 격리병원에 감금하여 무고한 피해자를 만든 죄.”

 “아홉째,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오히려 나를 자극해서 나의 부하를 희생하도록 만든 죄.”

 “열째, 지금까지 열거한 모든 죄에 대해 단 하나라도 죄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지 않은 죄.”

 

 흑사는 한 번의 막힘도 없이 대통령의 죄를 읊고는 혁원을 쳐다봤다.

 

 “이런 자가 이 나라의 수장이라는 게 잘못되었어. 이런 대표는 없는 게 나아.”

 

 그때 혁원의 몸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흑사님....”

 

 혁원은 흑사를 올려다봤다. 혁원은 눈물을 기다랗게 흘리고 있었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모든 죄를 인정하겠습니다.”

 

 혁원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저에게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흑사님이 말한 것들에 대한 사과를 정식으로 하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들 전부 다요. 그리고 책임지고 흑사님이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겠습니다.”

 

 혁원은 눈물을 머금고 흑사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의 시야엔 흑사의 얼굴 대신 총구가 커다랗게 보였다.

 

 “남은 기회는 없어.”

 

 흑사는 거절을 넘어 혁원을 혐오하는 어조였다. 그는 이 전쟁을 마치기 위해 손가락을 방아쇠로 가져갔다. 그순간 무언가 적벽관 정문을 뚫었다.

 

 콰광!

 

 부와아앙-!

 

 흑사는 후방에서 들리는 굉음에 시선을 돌렸다. 그의 등으로 경찰차가 돌진했다. 경찰차는 속도도 줄이지 않고 적벽관 로비까지 들어왔다.

 

 끼이익-

 

 경찰차는 흑사를 향해 드리프트를 했다. 흑사는 옆으로 몸을 틀어 간신히 충돌을 피했다. 그때 경찰차 뒷좌석 문이 열리고 팔이 나왔다.

 

 “대통령님! 제 손 잡으세요!”

 

 오성한이었다. 그는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대통령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혁원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성한은 운전대를 잡은 경찰에게 외쳤다.

 

 “강 경장, 빨리 출발해!”

 

 성한이 혁원을 당겨 자동차로 끌어들이자마자, 강 경장은 바로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부와아아앙-!

 

 하지만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부와아아아앙-!

 

 경찰차 앞에 한 사람이 있었다. 흑사였다. 그는 경찰차 보닛에 손을 내밀어 자동차를 막고 있었다.

 

 “강 경장! 빨리! 어서 여기서 탈출해야 해!”

 

 흑사는 낮은 자세로 경찰차와 소싸움을 하듯 굳건히 서 있었다.

 

 “악셀을 밟고 있는데 앞으로 나가질 않습니다!”

 “그럼 더 세게 밟아!”

 

 강 경장은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부와아아아아아앙-!

 

 하지만 바퀴는 공회전만 계속했고 자동차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이런!”

 

 오성한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는 창밖으로 팔을 꺼내 앞 유리 너머로 보이는 흑사를 겨냥했다.

 

 "어딜!"

 

 그 순간, 누군가 성한의 팔을 붙잡았다. 흑사단원이었다. 흑사단원이 성한을 차 밖으로 꺼내려 하자 성한은 재빨리 그에게 총구를 돌렸다.

 

 탕-!

 

 단원은 총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흑사가 자동차를 잡는 동안 흑사단원들은 경찰차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강 경장! 서둘러!”

 

 반면에 강 경장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게... 이게... 왜... 말도 안 돼....”

 

 자동차의 최대출력이었지만 흑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쿵. 쿵. 쿵.

 

 그때 영해성이 둔기로 운전석의 창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방탄유리는 총알은 막았지만 영해성의 계속되는 둔기 공격에는 당해내지 못했다. 유리는 금이 가다가 결국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운전석으로 두 팔이 쑥 들어왔다. 영해성은 오로지 완력으로 강 경장을 운전석에서 끌어냈다. 나무 뿌리가 뽑히듯 뽑혀나간 강경장은 그대로 적벽관 로비에 내팽개쳐졌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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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학목강 전투 2022 / 3 / 18 217 0 7939   
84 진짜와의 만남 2022 / 3 / 18 235 0 7833   
83 5차 계획서 2022 / 3 / 17 226 0 7875   
82 비서와 우 박사 2022 / 3 / 17 243 0 7927   
81 비서실 2022 / 3 / 17 234 0 7845   
80 흑사단의 거점 2022 / 3 / 16 231 0 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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