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대통령과 백민관
작성일 : 22-03-24 23:51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79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구치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카쟝을 쳐다봤다.

 

 “아예 불구덩이로 뛰어들겠다고 하지 그러냐?”

 

 측절치도 거들었다.

 

 “맞아. 지금 저 술집은 도적단으로 바글바글할 거야. 지금쯤 밖에 나갔던 동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느낄 수 있어. 우선 이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야.”

 

 막실라 팀은 카쟝을 데리고 나가려 했으나 카쟝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죄송해요. 이대로는 못 가요. 저는 제 친구를 만나야겠어요.”

 

 카쟝은 혼자 건물 입구로 걸어갔다. 하지만 카쟝이 문을 열기 직전, 중절치가 카쟝의 손목을 잡았다.

 

 “그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아?”

 

 카쟝은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망설였다.

 

 “...아니요. 모르지만 이 건물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내가 보기엔 지치 네가 친구를 찾을 가능성보다 안에 있는 도적단이 널 붙잡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지치, 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 아까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면 이번엔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

 

 대구치도 옆으로 다가와 카쟝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카쟝에게 말했다.

 

 “그래. 일단 조용한 곳에서 생각을 좀 해보자. 너에게 친구가 소중하듯 나도 지치 네가 중요한 사람이야. 함부로 위험에 빠뜨릴 순 없어.”

 

 대구치의 차분한 말투와 따스한 시선에 카쟝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일단 이 근처에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가 있어. 거기로 가자.”

 

 대구치는 카쟝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건물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앞장은 측절치가 섰다.

 

 “자, 그럼 잘 따라오세요.”

 

 막실라 팀은 측절치를 따라 미꾸라지처럼 골목을 이리저리 돌았다. 측절치는 망설임 없이 미로 같은 골목을 나아갔고, 그들은 다시 큰길로 빠져나왔다.

 

 큰길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아까보다는 사람들이 적었다. 막실라팀은 큰길을 따라 다섯 블록 정도 넘어갔다. 이윽고 측절치가 손가락을 들었다.

 

 “저기야.”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고, 여관이라고 하기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보였다. 막실라팀은 카쟝을 데리고 그들이 묵던 '청화 여관' 3층으로 올라갔다. 대구치와 중절치가 304호를 사용했고, 측절치, 견치, 그리고 소구치가 305호를 사용했다. 그들은 조금 더 넓은 305호로 다함께 들어갔다. 견치는 뒤따라오는 사람이 없는지 체크한 뒤에 문을 닫았다.

 

 “자, 그럼 지치. 네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얘기해줘.”

 

 카쟝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막실라 팀과 눈을 맞췄다. 측절치는 맑은 눈동자로 카쟝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한 팀이잖아. 지치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우리가 지원해줄 수 있어.”

 

 그래도 카쟝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견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혀를 찼다.

 

 “우리도 한가한 사람은 아니야. 언제까지 여기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 빨리 좀 얘기해줄래?”

 “...알겠어요.”

 

 카쟝은 자신의 동료인 리브에 대한 소개와 그가 흑사에게 잡혀갔으며 지금 흑사단에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소구치는 중간중간 하품을 뱉었지만 중절치는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했다. 중절치는 스스로 이야기를 정리하며 카쟝에게 물었다.

 

 “그러면 리브 씨는 지치가 죽었다고 착각하는 거지?”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죠. 그래서 최대한 빨리 만나고 싶고요.”

 

 소구치가 끼어들었다.

 

 “근데 지금은 흑사한테 완전히 복종하고 있다는 거잖아?”

 

 카쟝이 반박했다.

 

 “지금은 흑사에게 붙잡혀서 어쩔 수 없이 복종하는 상황일 거예요. 리브가 예전보다 자유로워진 만큼, 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히 돌아올 거라고요. 분명히 아까도,”

 

 카쟝은 명장제약 앞에서 봤던 장면을 더듬었다. 명장제약 정문에 섰던 자동차. USB를 들고 차를 막았던 후드티의 사내. 고개를 젓던 백민관.

 

 “지금의 백민관이 저인지 아닌지를 시험했거든요.”

 

 또 견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형들, 그거 알아? 지금 경기 중이야. 하나라도 더 건져야 한다고. 여기서 이렇게 소비할 시간이 없어.”

 

 소구치도 동의했다.

 

 “맞아. 지치의 동료 일도 안타깝지만 지금의 흑사단은 국가급 병력을 가지고 있어. 그런 흑사단에서 일하고 있는 리브를 몰래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해. 몸에 폭탄을 두르고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차라리 Speed-T1에서 1등을 하는 게 월등히 쉬울 정도야.”

 

 여론이 불리하게 형성되어가자 카쟝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던 작품이 뭐였죠?”

 

 중절치는 카쟝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백민관의 초상’이야. 62000점이지.”

 “저는 그 그림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백민관의 초상’은 막실라팀도, 게적그룹도 그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소재 미상의 작품이었다. 게다가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백민관의 초상’만 손에 넣는다면 경기에서 1등을 하기가 무척 수월해졌다. 카쟝이 그 작품의 주소를 알고 있다고 하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작품이 어디 있지?”

 “흑사에게 있어요.”

 “정말 그게 사실이야?”

 

 모두 심각한 와중에 견치 혼자 피식 웃었다.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지금 우리한테 부탁하려고 괜히 허풍 떠는 거야.”

 “거짓말 아닙니다. 흑사가 그 작품을 가져갔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증거가 없을 뿐입니다.”

 “그럼 넌 왜 확신하지?”

 “그 전까지 명장제약에 있던 ‘백민관의 초상’이 흑사단의 습격 이후 사라졌으니 당연히 흑사단이 가져갔다고 여기는 게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저도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틀림없습니다.”

 “그 현장에... 있었다고?”

 

 중절치는 작동을 중지한 기계처럼 잠시 멈춰서 카쟝을 봤다. 그는 뭔가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지치의 말도 일리가 있어. 우리가 경기 중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지금 남은 작품 중에 소재가 파악된 작품이 없으니까. 지치의 말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역시 중절치의 말에는 막실라팀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지치.”

 “네.”

 "흑사단의 거점을 찾으면 우리나 너나 둘 다 이득이라는 거지?"

 "그렇죠."

 “흑사단의 거점을 알고 있어?”

 “모릅니다. 계속 거점을 찾아다녔지만 발견하질 못했습니다. 제가 봤을 땐 지금 흑사단은 뿔뿔이 흩어져있는 것 같아요. 그 많은 인원이 한 장소에 모여 지내면 눈에 안 띌래야 안 띌 수가 없거든요. 경찰들도 찾기 어려워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그럼 흑사와 리브가 따로 떨어져 산다는 의미가 되잖아?”

 “그건 또 아닙니다. 분명히 가까운 장소에서 함께 지낼 겁니다. 제 예상이 맞다면 리브가 흑사단 내에서 첩보를 담당하고 있을 거예요. 리브의 정보 습득력이 곧 흑사단이 승승장구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흑사 입장에서는 리브와 빠르게 소통할 수 있어야 유리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을 겁니다. 최소한 정보를 몇 분 안에 보고 받을 수 있는 장소에서 지내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혹시라도 리브가 도망갈 수도 있으니 흑사의 감시가 닿는 곳에서 생활하도록 시켰겠죠.”

 “지치, 그 말인즉슨, 리브를 찾으러 가려면 곧 흑사의 소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네?”

 “그런... 셈입니다. 그래도 예전에 GPS를 이용해서 흑사단의 달구시 거점을 들어가 본 적이 있어요.”

 “그래? 무사히 빠져나왔고?”

 “그렇긴 한데. 저보다 흑사단이 먼저 빠져나간 거라서.”

 

 견치는 톡 쏘는 말투로 카쟝의 말허리를 꼬집었다.

 

 “자꾸 헷갈리게 말하지 말고. 내가 똑바로 설명해줄게. 이전에 지치가 흑사단 거점에 간 거는 거점 위치를 알아서 바로 잠입을 시도한 경우야. 그러니 감시병들도 쉽게 따돌렸겠지. 지금은 거점을 모르잖아? 괜히 거점을 찾으려고 그 근방을 어슬렁거렸다간 감시병들한테 쥐도 새도 모르게 칼침을 맞을 거야.”

 

 카쟝도 무턱대고 막실라 팀에게 부탁할 수가 없는 입장이었기에 함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혼잣말하듯 나지막이 읊조렸다.

 

 “흑사단원은 한두 명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그 인원이 지금 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아요. 하루 이틀 지날수록 흑사단의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흑사도 그 많은 인원을 책임져야 하니까 적자가 나는 것도 시간문제죠. 아마 흑사는 최대한 빠르게 대통령을 공격하고 싶을 거예요. 제 생각은 이래요. 흑사가 작전을 개시하기 전에 리브를 만나야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어요.”

 “시급한 상황이네.”

 

 고맙게도 측절치가 대꾸를 해주었다.

 

 “그럼 이건 어떨까? 흑사단 사람들. 듣자 하니 돈만 주면 별 걸 다 해주잖아?”

 “맞아. 흑사단 자체가 돈만을 유일가치로 여기니까.”

 “그럼 간단해졌네. 돈을 주고 리브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거나, 리브와 만날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끝나잖아? 돈 때문에 사람도 죽이는 단원들인데 뭐 그 정도는 죄책감도 안 느낄 것 같은데?”

 

 머리를 맞대니 해결책이 조금씩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꽤 큰돈을 요구할 거란 말이지.”

 “그래. 큰돈을 어디서 구해야 할까?”

 

 카쟝이 다시 대화를 이었다.

 

 “제가 구해볼게요.”

 “어떻게 구하려고?”

 “명장제약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에게 빌려 달라고 부탁하면 어느 정도는 빌려줄 거예요.”

 “명장제약이라.”

 

 중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덜컥.

 

 문이 열리고 흑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리브는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기에 리브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요즘 들어 불시에 방문하실 때가 많네.’

 

 흑사는 인사를 생략하고 리브의 앞까지 다가왔다.

 

 “지니에 대한 정보는 찾아봤나?”

 “네. 찾아보기는 했지만 아무 정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아무 정보가 없다는 건 지니의 정보가 전혀 기록된 적이 없었다는 의미인가?”

 "맞습니다. 전자기기를 사용했던 적이 없는 것처럼 깨끗했습니다."

 "흠, 깨끗했다... 그래, 일단 그렇게 알고 있지."

 

 흑사는 무표정이었지만 내심 리브에게 무슨 말을 바라는 듯한 말투였다. 흑사는 누구보다 리브의 능력을 신뢰했다.

 

 “당신이 노력했는데도 나오지 않았다면 없는 것이겠지.”

 

 흑사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 같은데.”

 "그저께부터 적벽관에서 해킹을 막긱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해킹에 어려움이 생겼나?"

 "아닙니다. 예전에 부탁드린대로, 흑사단원들이 주요 서버실마다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준 덕분에 수월하게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군. 그리고 저번에 내가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는 병력도 조사해 달라고 했었는데 말이야.”

 “그것도 조사를 마쳤습니다. 보기 편하시도록 문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 여기서 간단히 설명해보겠나? 미리 한 번 들어보지.”

 "현재 적벽관 주위로 군대가 집결해있습니다. 마치 그곳이 주둔지인 것처럼요."

 "군대가 적벽관 광장에 포진해있겠어."

 "국방부가 적벽을 최우선 수비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모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지시했겠지."

 

 대통령도 흑사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국민들에게는 군대가 도적을 소탕할 거라며 안심 시켰지만 정작 자신은 군대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생활했다.

 

 “적벽관으로 직접 쳐들어가는 방법은 벅차겠군.”

 “가장 어려운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통령이 일정 때문에 적벽관을 나가야 하는 시간도 있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요새도 대통령이 외출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대통령이 외출하게 되면 외출하기 전부터 그 외출 경로를 따라 경호원과 군인들이 대거 동원됩니다.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적벽관의 경비보다는 덜 견고하겠지."

 "그건 그럴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경호하는 것보다 일정한 공간을 지키는 것이 더 쉬울 테니까요."

 “대통령의 다음 출장 일정이 어떻게 되지?”

 “내일은 모든 일정이 적벽관에서 열리고 내일 모레 저녁에 렐벡 호텔에서 장관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장관회의라. 장관들도 다들 모이겠네.”

 “네. 그때 우리가 일으킨 폭발로 다른 장관들이 사상을 당한 후부터는 장관회의를 더 자주 여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대통령의 주최로 회의가 열리지만 요새 들어서는 장관들끼리만 모이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음, 장관들끼리 모여서 무슨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

 “그 정보는 아직 수집 중이긴 한데 아마도 우리 흑사단의 공격을 대비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회의 내용이 밝혀지면 즉각적으로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흑사는 리브를 지나서 창문으로 다가갔다. 창밖으로는 마루시의 초록빛 공원이 보였다.

 

 “현재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되어가지?”

 

 흑사는 국민들의 정서에 따라 작전을 개시할지 말지를 결정하려 했다. 그 동안은 이렇다 할 뚜렷한 변화가 없어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의 기다림이 헛되지는 않았다.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충분히 커졌습니다.”

 “그 ‘충분히’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마루 곳곳에서 대통령에게 진실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고, 언론사들도 우리가 뿌린 전단지에 관해 본격적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한 달 안으로 국가 전체에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퍼질 겁니다.”

 “한달이라... 조금 긴데.”

 

 흑사단은 현재 도적단으로서 활동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중대한 일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일만 하다 보니 들어오는 돈은 이전보다 훨씬 적었다.

 

 도적단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필수적으로 비용이 들었다. 흑사단은 그들이 그동안 쌓아 놓은 재산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식구가 많아지다 보니 지출도 늘어났고, 이대로 넋 놓고 허송세월만 보낼 수는 없었다.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흑사는 창밖에서 눈을 돌려 리브를 바라봤다.

 

 “저번 도하이 경매장 사건.”

 “네.”

 “경매장에 습격했던 도적단이 게적그룹이라고 했나?”

 “맞습니다. 솔코라인에서 가장 큰 도적단입니다.”

 “게적그룹이라, 게적그룹, 게적그룹.”

 

 흑사는 나지막이 게적그룹이라는 이름을 곱씹었다.

 

 “지금 알로는 어디에 있지?”

 “알로님은 지금 2번대와 훈련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2번대는 어디서 훈련중이지?”

 “달구 새럼 마을에서 훈련 중입니다.”

 “달구라면, 배를 타고 갔겠군.”

 “네. 오늘 새벽에 출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딱 좋군. 지금 당장 알로를 불러야겠어.”

 “알겠습니다. 제가 알로 대장에게 연락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흑사단에 남아있는 선박이 2대인가?”

 “네. 사용하던 선박이 하나, 그리고 이번에 하나 더 조선해서 총 2척 있습니다.”

 “알겠네. 일단 알로와 상의를 해봐야겠어.”

 

 리브는 흑사의 의도를 파악했다. 흑사의 눈동자에서 청사의 복수를 향한 불꽃이 일고 있었다.

 

 

 ***

 

 

 “대통령님, 이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초대에 응해줘서 나야말로 고맙네."

 

 백민관은 회의장에 입장하자마자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뒤, 주변에 앉은 장관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외모로는 참석자 중 가장 젊었지만 실제 나이는 그들보다 한참 위인 민관이었다. 그렇기에 참석자 중 누구도 민관에게 목을 뻣뻣이 세우는 사람은 없었다. 민관은 의자에 앉자마자 주위를 둘러봤다.

 

 “장관님, 차관님들도 모두 모이셨군요.”

 

 원래 그 자리는 대통령과 장관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의 초청으로 정부 인사가 아닌 백민관도 참석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장관들만으로는 회의에서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도적단과 대립한 경험이 있는 백민관을 섭외하게 된 것이었다.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겠습니다."

 

 민관도 처음부터 달갑게 회의에 참여했던 건 아니었다. 일주일 전, 대통령이 민관을 회의에 초대하기 위해 연락했을 때는 백민관 측에서 부담스럽다고 회의 참석을 고사했다.

 

 하지만 민관은 회의 전날이 되자 대통령의 초대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대통령이 되물은 것도 아니었다. 민관 쪽에서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급히 연락해서 참석을 표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혀 아쉬울 것이 없었기 때문에 기꺼이 민관의 참석을 허가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자리에서만큼은 백민관도 장관들과 동등하게 자리할 수 있었다.

 

 민관은 참석자들의 얼굴을 쭉 훑어봤다.

 

 ‘역시.’

 

 장관 회의였지만 참석한 장관은 절반뿐, 나머지는 차관들이었다. 장관이 참여한 기관은 국방부, 환경부, 노동부, 외교부, 그리고 경제부뿐이었다. 나머지 기관들의 장관은 흑사단의 지난 습격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민관은 그들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9 분란 2022 / 4 / 10 209 0 7741   
108 회복 가능성 2022 / 4 / 7 209 0 7840   
107 개국선언 2022 / 4 / 5 206 0 7839   
106 전쟁(5) 2022 / 4 / 3 215 0 7769   
105 전쟁(4) 2022 / 4 / 2 222 0 7855   
104 전쟁(3) 2022 / 4 / 1 242 0 7869   
103 전쟁(2) 2022 / 3 / 31 220 0 7908   
102 전쟁 2022 / 3 / 30 214 0 7781   
101 비린내 2022 / 3 / 29 224 0 7772   
100 리브의 숙소 2022 / 3 / 28 224 0 7939   
99 리브를 찾아서(2) 2022 / 3 / 27 204 0 7799   
98 리브를 찾아서 2022 / 3 / 27 216 0 7748   
97 한밤의 질주 2022 / 3 / 26 212 0 7842   
96 3인 회의 2022 / 3 / 26 227 0 7790   
95 백민관 사장 2022 / 3 / 26 223 0 7749   
94 대통령과 백민관(2) 2022 / 3 / 25 233 0 7941   
93 대통령과 백민관 2022 / 3 / 24 223 0 7970   
92 재회(2) 2022 / 3 / 24 215 0 7866   
91 재회 2022 / 3 / 22 214 0 7773   
90 어둠 속 인사 2022 / 3 / 21 608 0 8094   
89 귀빈과 불청객(2) 2022 / 3 / 20 223 0 7781   
88 귀빈과 불청객 2022 / 3 / 20 237 0 7806   
87 흑사단 등장 2022 / 3 / 19 233 0 7820   
86 넝쿨째 굴러온 호박 2022 / 3 / 19 236 0 7757   
85 학목강 전투 2022 / 3 / 18 217 0 7939   
84 진짜와의 만남 2022 / 3 / 18 235 0 7833   
83 5차 계획서 2022 / 3 / 17 226 0 7875   
82 비서와 우 박사 2022 / 3 / 17 243 0 7927   
81 비서실 2022 / 3 / 17 234 0 7845   
80 흑사단의 거점 2022 / 3 / 16 231 0 7751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