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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흑사단의 거점
작성일 : 22-03-16 23:25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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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장관의 진의를 파악한 대통령은 잠시 고뇌에 빠졌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시민들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지 않나?”

 “아닙니다. 명분을 댄다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명분? 그 명분을 어떻게 만들지?”

 “이미 명분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흑사단이 경찰서를 태웠고, 전 세계의 우상이었던 백민관을 죽였으니. 지금 분위기대로면 흑사단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용인해줄 겁니다.”

 

 대통령과 다른 장관들은 묵묵히 그의 주장을 들었다. 달성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마루 시민들이 모두 마루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학목강의 다리부터 부술 겁니다.”

 

 달성은 손가락을 하늘로 올렸다가 땅으로 방향을 틀어 미사일이 날아가는 흉내를 냈다.

 

 “그리고 달구를 향한 폭격을 시작하겠죠.”

 “저기요. 김 장관님!”

 

 이번에도 나선 사람은 환경부 강희철이었다.

 

 “듣자 듣자 하니까, 지금 그 말씀은, 무고한 달구 시민들을 죽이자는 말입니까?”

 “아, 강 장관님이 계셨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십니까? 저희 국방부는 그렇게 무식하지 않답니다. 저희 쪽에서 이미 흑사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폭격을 시작한다면 흑사단의 본거지라고 여겨지는 구역들에만 가할 겁니다.”

 “그래도 그 방법이 아무 죄 없는 시민들에게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지금껏 아무 죄 없는 마루 시민들이 강도단에게 당해왔습니다. 그러면 강 장관님은 달구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까 봐 두려운 나머지, 그 강도단이 마루에서 설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소리이십니까?"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달성은 희철을 노려보고는 목소리를 깔았다.

 

 “강 장관님. 아직도 흑사단을 일개 강도단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건 전쟁입니다. 흑사단은 이미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고요. 우리가 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흑사단은 더욱 기어오를 겁니다. 전쟁은 아무 희생 없이는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 희생 최소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달성은 희철을 매섭게 노려봤다.

 

 “강 장관님은 흑사단만 찾아서 처단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저도 너무 궁금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면, 방금처럼 제 말에 다짜고짜 반대하는 태도는 흑사단의 편을 드는 거나 진배없습니다.”

 

 희철이 할 말을 잃자 달성은 시선을 돌려 대통령을 바라봤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즘 흑사단은 학목 다리가 아닌, 자체 제작한 배를 통해서 마루로 침입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 배부터 폭파시켜서 그들의 다리를 묶어 놓겠습니다. 그러면 당분간 마루로 들어올 방법은 사라지죠.”

 

 대통령은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역시 김 장관이구만. 철저해 정말. 하핫!”

 “과찬이십니다. 저희 국방부는 그저 경찰들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흑사단을 제압할 계획이고요.”

 

 달성의 눈동자는 자신감으로 빛났다. 대통령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오늘의 결론이 나온 것 같군. 김 장관만 믿겠네.”

 

 강희철과 오성한을 제외한 모든 참석자들은 달성에게 박수 갈채를 보냈다.

 

 

 ***

 

 

 해가 지자마자 카쟝은 이동을 개시했다.

 

 “돌아보지 말자. 이젠 의지할 곳도 없어.”

 

 카쟝은 가방 하나만 어깨에 메고 학목강 강둑 근처로 걸어갔다. 학목 다리 위에선 경찰들이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띄었다간 오늘의 계획이 초장부터 흐트러지는 셈이었다. 카쟝은 경찰의 감시를 피해 몸을 낮췄다. 물가로 가까이 가서 주변을 기웃거린 결과, 그의 시야로 익숙한 물체가 보였다.

 

 “아직 있네. 다행이야.”

 

 카쟝이 마루와 달구를 오갈 때 사용했던 소형 잠수함이 아직 있었다.

 

 “기름도 남아있어. 이 정도면 두 번 정도 왕복할 수 있겠어.”

 

 카쟝은 잠수함을 타고 달구로 조용히 진입했다. 학목강을 건너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혹여나 경찰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낄까 봐 속도를 최대로 줄이고 갔지만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휴우."

 

 카쟝은 잠수함을 달구 강둑에 숨겨 놓고 천으로 덮었다. 잠수함을 숨긴 그는 달구의 땅으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오는 달구네.”

 

 카쟝은 GPS추적기를 꺼냈다. 그는 예전에 체크에 놓았던 GPS의 위치를 확인했다.

 

 “위치가 생각보다 학목강에서 가까워.”

 

 원래 달구시 가장 깊숙한 구역에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GPS에 나온 위치는 학목강에서 자동차로 20분만 간다면 도달하는 위치였다. 물론 카쟝은 차가 없어 3시간 가까이 걸어가야 했다. 애초에 머무를 곳이 없던 카쟝에게는 목적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었다.

 

 “조금만 더 서두르자. 곧 리브와 일호를 만날 수 있어.”

 

 어느새 추적기에 나온 위치 주변에 다다른 카쟝은 주위를 둘러봤다.

 

 “너무... 평범한데?”

 

 3층 건물이 곳곳에 보이긴 했지만 그 외에는 정말 평범한 달구의 한 마을이었다.

 

 “잘 찾아온 거 맞나?”

 

 그런 카쟝의 의심은 마을로 천천히 진입하면서 해소되었다. 마을 외곽에는 주변을 감시하는 보초들이 돌아다녔다. 보초들은 일정한 간격마다 자리를 잡고 시선을 바깥에 고정한 채 움직였다.

 

 “이곳부터 지킨다는 건, 이 구역 전체가 흑사단의 거점이라는 건가.”

 

 마을이 어둠으로 싸여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림잡아도 마루시의 동네 2개의 크기와 맞먹었다. 보초들은 행여 침입자라도 나타날까 봐 그 전체 주변을 천천히 배회했다.

 

 "조심해야겠어."

 

 그들의 손에는 검은 물체가 들려있었는데 카쟝은 그 물체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다들 총으로 무장하고 있어. 안전한 방법으로 들어가야 돼.”

 

 카쟝은 보초 중 한 명을 제압한 뒤 옷을 바꿔 입고 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보초들끼리 얼굴을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아 그 계획은 일찌감치 접었다. 카쟝은 몰래 들어가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그들의 빈틈을 노렸다. 보초들이 딴짓하기를 기다렸다.

 

 “담배라도 좀 펴라.”

 

 아쉽게도 그들은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야간이다 보니 담배를 피는 모습이 적에게 포착되기 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야밤에는 담뱃불로 상관에게 쉽게 들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애꿎은 카쟝만 묵묵히 기회를 엿봤다.

 

 기약 없는 기다림의 끝에도 타이밍은 생겼다. 달이 오른쪽으로 기울 즈음, 보초들은 경비가 심심했는지 두세 명끼리 모여 잡담을 시작했다. 카쟝은 자연스럽게 자세를 낮추고 감시가 소홀해진 구역으로 접근했다.

 

 잠시 후 카쟝의 앞에 2층 높이의 벽이 나타났다. 카쟝은 짧은 도움닫기로 가볍게 담장을 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마을 내부에는 경비가 심하지 않았다. 카쟝은 GPS추적기를 다시 꺼냈다.

 

 “아직 200m 정도 남았어. 조금만 더 들어가면 돼.”

 

 몇몇 경비원들은 골목을 순찰하고 있었다. 카쟝은 벽 뒤에 숨거나 지붕 위로 올라가 감시병들을 피해 다녔다. GPS로 다가갈수록 마을의 중심부에 가까워졌다. 곧 카쟝의 발 앞에 벽돌로 지어진 3층 건물이 나타났다. 높지는 않지만 운동장만큼 굉장히 넓었다. 카쟝은 직감했다.

 

 “여기다.”

 

 흑사단의 본거지를 찾은 것이었다. 그리 높지 않은 높이라 생각한 카쟝은 곧바로 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손등에 힘줄이 굵게 튀어나올 정도로 힘쓰고서야 건물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와."

 

 지붕 위로 올라가니 그 건물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위에서 봤을 때 ‘ㅁ’형태로 되어있었다. 가운데가 텅 빈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이었다. 비어있는 가운데는 나무와 자그마한 호수가 있는 정원이었다. 달구의 다른 장소와 비교했을 때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달구에 이런 곳이 있다니. 고급 호텔 같네."

 

 지붕에 올라선 카쟝이 마을을 쭉 둘러보고 건물로 시선을 돌려 정원의 호수를 내려다보니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럼 이제 GPS를 찾아볼까?”

 

 카쟝은 얼마 남지 않은 GPS와의 거리를 점차 좁혀갔다. 그가 걸음을 멈췄을 때, 그의 위치와 GPS의 위치가 일치했다. 카쟝은 귀를 쫑긋 세웠다.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렸다. 카쟝은 옥상에 엎드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기었다.

 

 "그래서 #%$#% 이따가 &#$%$@."

 

 난간에서 고개를 쭉 빼니 3층 방의 창문이 보였다. 소리는 그 창문에서 나오고 있었다. 카쟝은 방 내부가 잘 보이는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안 가서 창문 속으로 한 여자가 보였다.

 

 ‘저번에 잡았던 침입자다.’

 

 카쟝이 제대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 여자 외에도 다른 여자가 3명이 더 있었다. 그들은 운동을 끝내고 온 건지 반팔티, 반바지 차림에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아성호텔에서 경호원들을 물리쳤다고?’

 

 도저히 그 실력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여리여리한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카쟝은 귀를 기울였다.

 

 “짐은 다 쌌어?”

 “대충 싸도 돼. 어차피 빈손으로 들어왔는데 빈손으로 나가도 상관없잖아.”

 "그것도 맞는 말이네. 난 씻고 나온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샤워네."

 

 한 명은 옷가지를 챙겨 샤워실로 향했다. 긴 생머리의 여자는 침대에 걸터앉아 나머지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대화는 이어졌다.

 

 “미네민 선배가 배신자였다니.”

 “그러니깐 말이야. 말도 안 돼.”

 “근데 어쩌겠어. 리브 씨한테 같이 역모하자고 꼬드겼다잖아.”

 

 ‘리브?’

 

 카쟝은 자신이 아는 단어에 귀가 빳빳하게 섰다.

 

 똑. 똑. 똑.

 

 그들의 방으로 누가 찾아왔다. 침대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마른 체형의 소유자였다. 방문객은 방으로 한걸음 들어오더니 입을 열었다.

 

 “백민관의 시체는 어떻게 했지?”

 

 그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카쟝은 중심을 잃을 뻔했다. 변해버린 외모가 무색할 만큼 익숙한 목소리였다.

 

 ‘리브!’

 

 살이 빠진 것도 신기했지만 예전의 장난기 어린 말투가 싹 사라져 있었다.

 

 “백민관의 시체요?”

 “그래. 너희가 죽인 백민관. 그 사람 시체가 어디 있는지 물어본 거야.”

 

 여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저었다.

 

 “미네민 선배가 처리해서 저희는 잘 몰라요.”

 

 카쟝은 온몸에 힘이 풀렸다.

 

 '백민관의 시체라면... 강일호가 죽은 거야?'

 

 리브의 입을 통해 일호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흑사단이 결국 일호를 죽인 거였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죽었다는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리브는 여자들의 얼굴을 쭉 관찰했다.

 

 “그래. 혹시나 알게 되는 사람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찾아와. 정보가 확실하면 보상도 해줄 테니.”

 

 리브는 심드렁하게 밖으로 나갔다. 카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리브가 돌아선 방향을 향해 지붕 위를 걸었다. 카쟝은 리브의 걸음 속도를 생각하며 복도 위를 이동했다. 잠시 후 카쟝의 밑에 있던 방에서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왔다.

 

 ‘여기다.’

 

 여자방에서 복도를 걸어 코너를 돌아 왼쪽 첫 방이었다. 카쟝은 다시 고개를 내려 방을 확인했다. 리브가 확실했다.

 

 ‘좋아. 이제 어떻게 들어가냐가 문제인데. 창문을 깨고 들어가? 아니야, 옆방에서 소음이 들릴 거야. 리브가 도망갈지도 모르고. 건물 내부를 순찰하는 경비원들도 있어. 내가 왔다는 사실을 들키면 괜히 리브까지 위험해져.’

 

 리브는 책상에 가방을 올려놓고 옷가지를 주섬주섬 넣고 있었다. 짐을 꾸리고 있는지 그의 가방은 빵빵해져 있었다. 카쟝은 그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을 지체할 순 없어. 뭐라도 해봐야 해. 일단 창문이 잠겨있는 지부터 확인하자.’

 

 카쟝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댕- 댕- 댕-

 

 종소리가 크게 3번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중앙에 있던 건물 꼭대기에서 종이 울리고 있었다. 카쟝은 본능적으로 몸을 다시 수그렸다.

 

 ‘뭐야? 내가 침입한 사실을 들킨 건가?’

 

 곧이어 카쟝이 서 있던 건물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긴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사람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젠장! 뭐야?'

 

 카쟝은 시선을 돌려 건물을 내려다보았다. 방에 있던 전등들이 꺼지고 흑사단원들은 가방을 멘 채 건물에서 나갔다. 리브도, 아까 그 여자들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화재에 대피하는 모습 같았다.

 

 그 소란은 3분도 되지 않아 잠잠해졌다. 그 사이 종소리가 울린 건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어림잡아도 3000명은 되어 보여.’

 

 심지어 그 인원이 끝이 아니었다. 마을 밖에서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수많은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집결해있었다. 오토바이들은 엔진으로 으르렁거리며 질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흑사단이 이렇게 많았어?'

 

 카쟝은 지붕을 걸으며 최대한 사람들이 잘 보이는 장소로 갔다. 그때 종이 걸린 건물 앞에 키가 큰 사람이 섰다. 어둠에 가려지지 않는 웅장한 덩치였다.

 

 “흑사단 모였나!”

 

 목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200m 밖에 있던 카쟝의 귀에도 생생하게 들릴 정도였다. 카쟝은 그 사람이 흑사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체격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흑사가 분명했다. 그런 흑사의 좌측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리브.”

 

 카쟝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방금까지 카쟝과 3m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던 리브가 지금은 흑사의 왼편에 자리를 잡았다. 리브는 한때 자신을 두들겨 팼던 사내의 옆에 보란 듯이 위치했다.

 

 “리브. 흑사의 측근이 됐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살이 빠진 모습도 놀라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모습은 흑사 옆에 당당히 서 있는 리브의 모습이었다.

 

 “적잖이 당황스럽군.”

 

 그때 흑사가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앞으로 우리는 마루시의 악당들과 싸운다! 우리는 그 악당들이 달구를 짓밟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터전을 망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마루로 쳐들어간다!”

 

 마을 전체에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아아아-!

 

 흑사는 환성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손을 올렸다. 그의 손은 리브를 가리켰다.

 

 “앞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지금까지 겪어왔던 적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의 적들은 우리가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턴 무력전을 넘어선다. 누가 더 상대를 잘 파악하고 있는 지가 훨씬 중요해졌다. 정보 하나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첩보작전이 필요하다! 그 첩보 수집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심이 될 사람이 여기 서 있는 리브다! 나의 보조자, 리브. 우리는 이제 이 사람과 함께 한다. 다들 큰 응원 바란다!”

 

 리브가 흑사단의 정식 멤버로 소개되고 있었다. 카쟝은 그 모습을 힘없이 바라봤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은 리브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을 밖에 세워진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시끄러운 경적으로 축하편지를 날렸다. 리브는 군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카쟝은 리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이 어둡기를 간절히 바랐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행동이기를.'

 

 흑사는 공표를 이어갔다.

 

 “좋다. 오늘부로 우리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간다.”

 

 ‘새 보금자리?’

 

 기껏 흑사단의 본거지를 알아냈는데 다른 장소로 거점을 옮긴다 하니 김이 빠졌다.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흑사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달빛이 밤하늘에 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영광을 비추기 위함이다. 절대 적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상!”

 

 와아아아아-!

 

 흑사단이 소리치더니 군중 전체가 마을 바깥으로 달려갔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엔진소리도 점점 커졌다. 잠시 후 그들은 마루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가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요동쳤다.

 

 “가자아!!”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전부 앞을 향해 돌진했다. 카쟝은 그들의 모습이 어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지붕 위에서 바라봤다.

 

 “뭐지? 무슨 일인 거지? 아예 여길 떠난 건가?”

 

 흑사단의 건물에는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갔나 본데?"

 

 카쟝은 지붕에 손을 올린 채 반동을 이용해 창문을 깨고 리브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주위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로 소리를 냈는데도 아무 반응도 없어?”

 

 카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관찰했다. 불과 30분 전까지 리브가 있던 장소였다. 하지만 리브의 방에는 침대, 책상, 그리고 의자가 전부였다. 침대도 침대 자체만 있을 뿐 이불도 없었다.

 

 카쟝은 조심스레 옆방으로 가봤으나 옆방도 마찬가지였다. 카쟝은 그렇게 그 층을 돌며 탐색했다. 하지만 결론은 3층 전체가 텅 비어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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