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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귀빈과 불청객
작성일 : 22-03-20 20:47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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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에게서 들어온 정보는 없나?”

 “네. 없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경찰이 흑사단의 거점을 잘 알려줬는데, 어느새부턴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야. 들어갔던 스파이가 발각된 건가? 아니면 우리가 그들의 공을 빼앗아가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일부러는 아닐 겁니다. 경찰도 흑사단의 적인데 설마 같은 편인 우리를 따돌리겠습니까?”

 “그래. 그래도 일단 오성한 청장이랑 통화 좀 해봐야겠어.”

 

 김달성은 전화기를 들었다.

 

 

 ***

 

 

 “백민관 사장님, 수술 준비 다 되었습니다.”

 “어, 그래? 역시 신속하군. 만족스러워.”

 

 민관은 침대에 누워 우 박사의 연구팀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민관에게 보고하던 연구원은 우 박사의 연구팀 수석 연구원인 양대헌이었다. 우 박사와 함께 Lab000을 지켜온 사람이자, 우 박사가 없는 지금으로서는 그가 지하 연구실의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바로 내려가십니까, 아니면,”

 “이것만 다 마시고 내려가지.”

 

 민관은 손가락으로 수혈팩을 가리켰다. 그가 마신다고 표현한 것은 젊은 20대 남성의 혈액이었다. 실제로 마시는 것은 아니고 수혈 받는다는 그만의 비유였다. 그 수혈팩에 들어있던 피의 주인은 현재 지하 3층 가장 끝 실험실에 갇혀있었다.

 

 “사장님! 제발요! 여기서 꺼내주세요!”

 

 성 비서의 울먹이는 음성이 들리자 민관은 씨익 웃었다.

 

 “곧 꺼내줄게. 걱정하지 마.”

 

 성민석은 지하 3층에 갇힌 뒤부터 하루에 한 번씩 피를 뽑히고 있었다.

 

 “사장님! 이건 약속이랑 다르잖아요!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실험실에 갇힌 뒤부터 민석의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민석은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잠에서 일어났다. 실험실 천장에서 울리는 알람 때문이었다. 민석이 잠을 깨고 3시간이 지나면 항상 실험실 천장에서 수면 가스가 흘러나왔다. 민석의 코로 그 가스가 들어가면 그는 불가항력으로 수면에 빠졌다.

 

 그가 취침하는 동안에 연구원들은 실험실로 들어가서 그의 혈액을 추출해갔다. 그 덕분에 민관은 20대의 혈액을 조금씩이나마 보충하고 있었다.

 

 “역시 이게 들어와야 정신이 맑아진다니까.”

 

 혈액을 모두 빨아드린 민관은 스스로 바늘을 뽑았다. 그는 수석 연구원을 바라봤다.

 

 “기분도 한결 나아졌는데, 슬슬 내려 가볼까?”

 “알겠습니다. 연구원 모두 준비시키겠습니다.”

 

 민관은 홀쭉해진 수혈팩을 쳐다봤다.

 

 “이제 이런 생활도 끝이구만.”

 “그렇죠. 앞으로는 이런 수혈을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20대의 피가 온몸을 순환할 거니까 말이죠.”

 

 백민관과 수석 연구원이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미소 지었다.

 

 “사장님! 이렇게 빌게요. 제발 좀 꺼내주세요!”

 

 민석은 계속해서 외쳤다. 수석 연구원은 그 소리가 거슬렸는지 살짝 인상 썼다.

 

 “그럼 저 사람은 이제 어떻게 할까요?”

 

 민관은 민석이 갇혀있던 실험실을 잠시 응시했다.

 

 “허어, 그래. 저걸 이제 어떻게 처리한다? 수술을 성공하면 내가 20대가 되니 20대의 피가 필요가 없어지겠지. 그렇다고 저 사람을 자유롭게 풀어주자니 나와 명장제약과의 비밀을 알고 있기도 하고. 내가 작년에 진행했던 수술에 실패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 카쟝이 명장제약의 사장 행세를 했던 사실도 알고 있고. 심지어 내가 마신 혈액을 자신의 몸에서 빼냈다는 사실도 짐작하고 있겠지. 이런 사실 중에 하나라도 밝혀지면 나는 망신살이 뻗치겠지? 한낱 굴러온 돌 주제에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어. 괘씸하게 말이야.”

 

 민관은 수석 연구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알아서 ‘마무리’ 지어.”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할까요?”

 “그건 수석 연구원인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다만, 마무리 후에 달구로 옮겨 놔. 그러면 뭘 했든지 간에 도적단이 덮어쓸 테니까. 당신이 하고 싶었던 연구가 있으면 어떻게든 사용해도 괜찮아.”

 “감사합니다.”

 “좋아. 그럼 저쪽 문제도 해결 되었고. 나도 이 생활을 청산해볼까?”

 

 꾸욱.

 

 민관은 성민석이 감금된 실험실에 수면가스를 살포하는 버튼을 세게 눌렀다. 가스가 새는 소리가 들리자 민석은 유리창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쿵! 쿵! 쿵!

 

 “사장님! 부탁만 들어주면 다 해주신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민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사장님! 사장님! 사ㅈ...."

 

 민관은 쓰러지는 민석을 뒤로 한 채 승강기로 향했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어서 지하 4층으로 가지. 양 박사에게 기대가 커.”

 

 그렇게 두 남자는 실험대가 설치된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

 .

 .

 

 팍!

 

 민관은 리모컨을 땅바닥에 던졌다. 리모콘 모서리가 부서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젠장! 이게 무슨 카쟝이야! 또 강일호잖아!”

 

 명장제약 지하 4층. 백민관은 수술대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수술대 위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CT 영상이 커다랗게 떠올라 있었다. 피술자의 술전 CT영상이었다. 그 영상 중앙에는 가슴에 박힌 인공심장이 선명하게 보였다. 즉, 민관 앞에 마취 되어있는 사람은 카쟝이 아닌 강일호였다. 민관은 작년 말에 있었던 사건이 떠오르면서 지하 4층이 무너지도록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누가! 이거 데려 오랬어? 카쟝을 잡아 오랬지!”

 

 일호를 잡아 온 금정은 멀리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번 수술을 위해 불렀던 루베의 주치의와 우 박사의 연구팀도 수술대만 멀뚱멀뚱 바라봤다.

 

 “내가 뭐든 지원해준다고 했잖아? 돈이면 돈, 사람이면 사람. 근데 일 처리를 이 따위로밖에 못해?”

 

 지하 4층의 공기는 냉동 창고처럼 냉랭해졌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만을 기다렸는데!”

 

 민관은 금정이 카쟝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술을 서두르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썼다. 루베에게 유능한 의사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고, 우 박사가 없어진 우 박사의 연구팀에게는 수술과 관련한 모든 준비를 마치라고 요구했다.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재촉한 끝에 이틀도 안 되어 수술 준비를 모두 마쳤다.

 

 "내가 이 수술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데!"

 

 금정이 카쟝을 데리고 명장제약에 도착했을 땐 민관부터 루베의 주치의까지 전부 지하 4층에 모인 상황이었다. 게다가 민관은 그 사이에 지하 3층에 회복실도 특별히 제작해 놓았다. 민관은 이번 수술에 돈과 시간을 상당히 투자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카쟝이 도착하지 않은 셈이었다.

 

 “흑사단에 잡혀갔던 사람이 여기 왜 있냐고! 당연히 카쟝이라고 믿었는데,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야?”

 

 결국 구석에서 지켜만 보던 금정이 민관에게 다가갔다. 그는 조심스레 의문을 던졌다.

 

 “근데 그러면 설명이 안 되는 점이 있네요. 흑사단이 분명히 아성호텔에 있던 사장을 납치했잖습니까? 흑사단 성격상 굳이 사장을 살려둘 이유도 없고요. 이 사람이 혼자 흑사단에게서 탈출을 했을 리는 더더욱 없고요. 제가 이 사람을 발견한 건 학목강 근처 여관이었는데. 그 근처는 흑사단이 전혀 없는 동네입니다. 흑사단이 사장을 살려뒀어도 이렇게 허술하게 잡아뒀을까요? 그렇게 요란을 떨며 납치한 사장을 고작 창문도 없는 싸구려 여관에, 보초도 없이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저는 단지 흑사단에 끌려갔던 사람이 어떻게 여태까지 살아있고, 그런 허름한 숙소에 살고 있었는지 궁금해서요. 어쩌면 흑사단이 납치한 게 카쟝이지 않을까요? 카쟝이 흑사단에게 잡혀갔고 이미 그들의 손에 죽은 겁니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카쟝은 무조건 살아있어.”

 “말은 그렇게 하셔도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

 

 정곡을 찌르는 말에 민관은 금정을 도끼눈으로 노려봤다. 금정은 민관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고 한 발짝 물러났다.

 

 “그래요. 그럼 우선 여기 누워있는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흑사단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고 쳐요. 그럼 카쟝은 어디로 간 걸까요?”

 “당신이 방금 뱉었던 말처럼 나는 모르지. 하지만 카쟝은 죽지 않았어. 이것만은 확실해.”

 

 금정은 반박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수술대 위에 누운 일호를 쳐다봤다. 이미 마취를 해놓은 상태라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럼 이 사람은 이제 어떻게 처리할까요?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 올까요?”

 

 민관도 일호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금정은 숙고하는 민관의 옆에 섰다.

 

 “아니면 이건 어떻습니까? 이 사람을 지하 3층에 가둬 놓죠. 한때 카쟝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 아닙니까? 분명히 나중에 카쟝을 잡기 위한 미끼로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어. 그래도... 흠....”

 

 민관은 아직도 뭔가 못마땅한 눈빛이었다. 그는 우 박사의 연구팀을 바라봤다.

 

 “이 사람, 마취가 깨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하지?”

 “일단 수술 시간을 고려해서 5시간 이상 마취가 유지되도록 조절해 놨습니다. 일찍 깨우기를 원하신다면 마취약을 빼고 지금 당장 깨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어나서도 한동안은 비몽사몽일 겁니다.”

 

 민관은 고민에 빠졌다. 우 박사의 연구팀은 어차피 수술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수술 도구들을 천천히 천으로 덮었다.

 

 “그럼 수술대 정리하겠습니다.”

 “잠깐.”

 “네?”

 “일단 대기해.”

 

 민관은 의자에 앉아 고심했다. 그는 10분 여 간의 장고 끝에 마음속 갈등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이렇게 하지.“

 

 

 ***

 

 

 “흑사님, 현 시간부로 2차 공격 준비까지 완료했습니다.”

 “그래. 청사, 고생했어.”

 

 흑사와 청사는 마루시 동쪽에 위치한 도하이 경매장 옆 골목이었다. 그들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좁은 골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흑사가 경매 준비에 한창이었기에 청사가 경매장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보통 흑사는 흑사단이 경매장에 접근하지 않도록 엄격히 명령했다. 하지만 청사만큼은 가끔 경매장 근처로 부를 때도 있었다. 급한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 드물지만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사라고 하더라도 경매장 내부로 부르는 일은 없었다. 경매장은 흑사가 신성시하는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청사는 경매장 옆 골목에서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흑사님, 그리고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다.”

 “무슨 소식이지?”

 “어제 국방부에서 군대를 이끌고 달구시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지금 달구로 들어가서 뭘 하지? 이미 흑사단은 마루에 있는데. 국방부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텐데?”

 “그게 말이죠. 군인들이 흑사단을 찾는다고 흑사단과 아무 관련 없는 달구 마을을 들쑤시고 다닌다고 합니다. 도적들을 처단한다는 명목으로 죽인 달구 시민들이 이미 한 트럭이라네요.”

 “이런. 어떤 의미로는 굉장하군.”

 “오늘도 도적단의 거점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마을 세 곳을 초토화했다고 합니다.”

 “어느 마을을 말하는 거지?”

 “해보레 마을, 식트 마을, 그리고 무느이 마을입니다. ”

 “국방부는 자기들을 나라를 지키는 집단으로 포장하지 않았나? 자기소개가 무색할 정도로 애꿎은 시민들만 쓰러뜨리고 있군.”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래. 좋은 소식은 뭐지?”

 “군대로부터 피해를 입은 달구 시민들이 흑사단에 입단하고 싶다고 연락했습니다. 저번 2차 폭격 때 살아남은 시민들도 합류 의사를 비쳤고요. 그 사람들을 모두 입단시키면 흑사단은 지금의 인원에서 2배 넘게 증원됩니다. 게다가 이 추세라면 얼마 안 가서 달구 시민 전부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인원만 늘어난다고 좋은 게 아니야. 식트 마을은 대부분이 노인들 아닌가? 우리 흑사단에는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쩌면 식량만 축낼 수도 있고.”

 “그것도 감안했죠. 그래서 거절할까도 생각했는데 그 시민들이 작은 일이라도 달라고 합니다. 흑사님의 일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강력히 밝혔습니다. 직접 싸우지 못하더라도 허드렛일 정도는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 작은 일 정도는 시킬 수 있겠지. 그건 차차 생각해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병력이 쌓이면 대통령에게 곧장 진격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아직 대통령을 치기엔 일러.”

 “네? 이르다고요?”

 

 청사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왜입니까? 이제 우리 흑사단의 병력을 한데 뭉치면 군대와 맞먹을 수 있습니다! 시간 질질 끌 필요 없이 빨리 끝내버리면 좋지 않을까요?”

 “명분.”

 “네? 명분이요?”

 “그래. 명분. 아직까지도 우리에겐 명분이 없어.”

 “하지만 이전까지는 우리 흑사단이 명분 없이도 잘 해냈잖습니까?”

 “지금 상대하는 건 일개 회사 정도가 아니라 국가 전체야. 변수가 너무 많아.”

 “겨우 변수 때문에 그런가요? 우리 흑사단의 파워라면 그런 변수 정도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전단지를 붙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거야 뭐....”

 

 청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시키는 일에만 집중했을 뿐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흑사의 명령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복종한다.' 그 점이 청사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질문의 답은 흑사가 말했다.

 

 “온드리안 국민들이 대통령의 실체를 알게 하기 위해서야.”

 “그럼 아직 이르다고 말씀하신 것은,”

 “지금 있는 병력에 추가 병력까지 더 모인다면 군대는 충분히 뚫을 수 있겠지. 하지만 문제가 있어. 지금 우리가 아무 이유 없이 대통령을 공격하면 온드리안 국민들은 우리에 대한 반감이 생길 거야. 우리를 막으려고 합심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군대가 아니라 마루시 전체와 싸워야 해.”

 “그렇군요. 아직까지는 우리를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만 보고 있으니까요.”

 “역으로 생각해보면, 국민이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면 대통령을 막아줄 방패는 군대뿐이지.”

 “아하. 그래서 전단지를 뿌리는 것이었군요.”

 “대통령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에 대해 숙고해볼 시간을 주는 거야. 우리는 갈대가 흔들리도록 바람을 불어준 것이고, 이제 그 갈대들이 흔들릴 시간을 기다리는 거지.”

 

 흑사의 목표는 뚜렷했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도록 기다린 뒤, 공격을 개시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공격을 안 하고 계셨던 거군요.”

 “벌써부터 마루 곳곳에 대통령에 관한 의문점을 가진 시민들이 나타나고 있어. 한번 의혹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 의혹이 증폭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바람이 불고 있다는 의미야. 우리는 흑사단을 정비하면서 알맞은 때만 기다리면 돼.”

 

 흑사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곧 경매 시작이군. 먼저 들어가지.”

 

 흑사는 골목에서 나가며 소매를 툭툭 털었다. 경매장에 먼지 묻은 옷을 입고 들어가는 것은 흑사에게 불경스러운 행위였다.

 

 "청사, 먼저 숙소에 돌아가있게."

 "알겠습니다."

 

 흑사는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경매장 안에는 경매에 참가하기 위한 손님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경매장을 가득 채웠다. 흑사는 경매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미소 지었다.

 

 “이번 경매도 즐겁겠어.”

 

 경매장으로 들어간 흑사는 경매사 하득산이 되어 단상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도 이곳 도하이 경매장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달이 밝은 이 밤에 달보다 더 찬란하신 귀빈들과 같은 공간에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번 경매 진행을 맡게 된 경매사, 하득산입니다.”

 

 하득산은 자신의 소개를 간단히 마치고 구석에서 경매 진행을 준비하던 직원들에게 손짓했다.

 

 “자, 많이들 기다리셨을 텐데요. 바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경매장 직원들은 차례로 경매 물품을 올렸다.

 

 “오늘 경매에 오르는 첫 작품은 로고나 화백의 ‘해바라기’입니다. 노란 해바라기와 푸른 하늘의 색감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5억 환에 시작해서 2천만 환씩 올라갑니다.”

 

 경매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1억 8천, 12억, 12억 2천, 12억 2천. 더 없으신가요? 더 없으시면 19번 고객님께 12억 2천만 환에 낙찰합니다.”

 

 땅-

 

 “이번 작품은 젠라이 화백의 작품, ‘공유’입니다. 그림에 나오는 모든 사물을 연결해서 공유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공유’는 15억 환에 시작해서 5천만 환씩 올라갑니다.”

 

 득산은 초 단위로 진행되는 입찰경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 경매장처럼 흥미진진한 장소가 없었다.

 

 “더 없으십니까? 더 없으시면 93번 고객님께 36억 5천만 환에 낙찰.”

 

 땅-

 

 “자, 다음 작품 올려주세요.”

 

 다음 작품이 올라오자 경매장 전체가 일순간 술렁거렸다. 진행을 맡은 하득산도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작품은 득산도 고대했던 그림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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