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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흑사단 등장
작성일 : 22-03-19 12:01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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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의 눈동자가 커졌다. 가로등에 비치는 그 사람의 외모는 어딘가 익숙했다. 살짝 큰 키, 흰 피부, 그리고 쌍꺼풀 없는 눈까지. 금정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이럴 수가.”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다시 뒤돌아서 가던 길로 발걸음을 이었다. 금정은 그 사람의 뒤를 몰래 쫓았다. 그는 그 사람을 대번에 알아봤다.

 

 "카쟝이야."

 

 금정은 앞에서 걷고 있던 사람이 카쟝이라고 확신했다.

 

 “틀림없어. 조금 너저분하지만 분명 맞아. 내가 지금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니고서야 카쟝을 분간 못 할 리 없어.”

 

 금정은 혹시나 그가 눈치를 챌까 봐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걸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앞사람은 산책길을 한 바퀴 빙 돌아 자신의 숙소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곧 그의 숙소에 도착했다. 금정도 아는 여관이었다.

 

 “카쟝이 여기 살고 있었다고?”

 

 금정이 묵고 있던 바로 그 여관이었다. 금정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금 그런 걸 하나하나 따질 때가 아니었다.

 

 “카쟝만 잡으면 평생 돈방석에 앉는 거야.”

 

 금정은 간댕이를 품에 안았다.

 

 “간댕아, 고맙다. 네 덕분에 카쟝 잡으면 평생 고급 사료만 사줄게. 참치 들어가 있는 걸로. 대신에 지금 들어가는 동안은 절대 짖으면 안 된다?”

 

 헥헥.

 

 금정은 앞사람을 따라 여관으로 들어갔다. 앞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계단을 타고 층을 올라갔다. 한 층을 간격으로 금정은 그를 뒤쫓았다.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렸기에 앞사람의 위치는 정확하게 파악되었다. 그때 위층에서 계단을 빠져나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금정은 고양이걸음으로 잽싸게 따라붙었다. 이윽고 아까 그 사람이 보였다. 그는 302호 앞에 서 있었다.

 

 “오호, 302호였군. 지금 잡을까?”

 

 하지만 금정은 ‘저 사람이 진짜 카쟝이라면 지금 내가 뛰어든다고 잡을 수 있을까?’라며 망설였다. 경찰도 체포하지 못한 카쟝을 자신이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준비를 좀 하고 다시 올까? 아니지. 지금이 기회야. 카쟝도 사람인데 소문처럼 연기가 되거나 하진 않을 거 아니야?”

 

 금정이 망설이는 사이에 그 사람은 302호로 들어갔다. 금정은 조용히 302호로 다가갔다.

 

 슥.

 

 그 순간 금정은 온몸이 굳었다.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의 목에 날카로운 비수가 닿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금정의 뒤에서 금정을 노리고 있었다. 금정은 자신을 미행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랐다. 곧이어 금정의 귀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누구야.”

 

 금정의 품에 있던 간댕이도 그제야 으르렁거렸다. 반면 금정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목소리까지 떨렸다.

 

 “저 여기 4층 사는 사람인데요....”

 “그럼 키 보여줘 봐.”

 

 금정은 진동하는 손으로 열쇠를 꺼내 뒷사람에게 보였다.

 

 “여, 여기요.”

 

 뒷사람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금정은 열쇠를 어정쩡하게 든 채로 1분 가까이 굳어있었다.

 

 “이제 된 건가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금정은 조심스레 눈동자만 움직여 뒤를 쳐다봤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금정은 긴장이 풀리며 그대로 계단에 주저앉았다.

 

 “휴, 경찰인 줄 알았네. 근데 뭐지? 귀신인가? 아니야. 그 칼의 감촉은 정확하게 느껴졌어. 그냥 지나가던 미친놈인가? 뭐 하는 놈이야, 진짜?”

 

 얼굴도 못 마주치고 혼자 덜덜 떨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니야. 이럴 때가 아니지.”

 

 금정은 벽을 짚고 일어나 4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는 재빨리 루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루베가 수화기를 들자마자 금정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루베 씨, 놀라지 마! 내가 카쟝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어!”

 

 

 ***

 

 

 부스럭 부스럭

 

 일호는 봉투에서 컵라면을 꺼냈다.

 

 “컵라면도 얼마 만이야. 얼른 먹고 진희 씨 오기 전에 치워야지.”

 “제가 오기 전에 뭘 치워요?”

 “끄악!”

 

 일호는 깜짝 놀라서 바닥에 자빠졌다.

 

 “어, 언제 들어왔어?”

 "방금요."

 

 일호의 뒤에 진희가 딱 서 있었다. 그녀는 인사도 건너뛰고 다짜고짜 따졌다.

 

 “사장님. 제가 문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했었죠?”

 “그랬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거. 그거 뭐예요?”

 

 일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컵라면을 보고는 다시 진희를 올려다봤다.

 

 “근데 사람이 어떻게 통조림만 먹고 살아? 나도 나가기 싫었는데, 진짜 버티고 버티다가 못 버티겠어서 라면이라도 먹으려고 나간 거야. 그마저도 여기서 먹으려고 컵라면으로 사온 거라고.”

 “하아, 그래요?”

 “어차피 마루 시민들한테 내 존재를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그게 아니니까 하는 소리예요.”

 “뭐?”

 “방금 전까지 여기 여관 4층에 산다는 사람이 사장님을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일호는 금시초문이었다.

 

 “4층 사람? 난 모르는 사람인데?”

 “아주 스토킹하듯이 일정하게 간격을 두고 쫓더라고요. 근데 행색을 보아하니 스토커는 아닌 것 같고, 품에 개를 안고 있던 걸로 봐서 계획적으로 붙은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미행꾼이라기엔 어딘가 모자라 보였어요. 아마 길 가던 시민이 사장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따라붙은 것 같아요. 그러게 왜 혼자 나가 가지고 걱정거리를 만들어요?”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진희의 모습에 일호도 슬슬 짜증이 났다.

 

 “당신도 삼시 세끼 통조림만 먹어봐. 일주일? 아니, 하루만 지나도 질려서 못 먹겠다고 할걸? 그리고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닌 게 아니라 일부러 사람 없는 밤에 잠깐 나갔다 온 거라고. 어두워서 날 알아볼 사람도 없었을 거야. 아까 4층 그 사람도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걸 거라고.”

 “한 번 더 당부의 말씀 드릴게요. 사장님이 지금 거지꼴이라고 해도 예전에 TV에 종종 나왔었던 사실을 잊지 마세요. 마루 시민들은 당신의 얼굴을 알아요. 그러니 정말로 조심하세요.”

 “알겠어. 앞으로 조심할게.”

 “4층 사람이 왜 거리를 두고 따라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도 그 사람이 신경 쓰여요. 이런 식이라면 여기도 안전하지 못해요. 한 번만 더 사장님에게 다른 사람이 붙는 게 확인되면 알려주세요. 당장 이사를 가야 하니까.”

 “그래. 그러지. 근데 난 진짜 결백해.”

 

 일호는 맹세코 자신은 누구와 대화를 한 적도, 만난 적도, 마주친 적도 없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약속을 어기고 걱정거리의 원인을 제공한 점은 사과할게.”

 “다음부턴 조심해주세요.”

 

 진희는 일호의 사과를 받고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풀었다. 일호도 곧장 그 가방으로 관심이 쏠렸다.

 

 “그게 뭐지?”

 “일단 여기는 음식이 충분한 것 같아서,”

 

 진희는 이 방의 모든 음식이 통조림인 점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옷 좀 갈아입으시라고 편한 옷 몇 개 챙겨왔어요.”

 

 진희는 가방에서 옷가지를 꺼냈다. 그녀는 상의, 하의 각각 2벌씩 챙겨왔다. 옷들이 다 널찍해서 일호도 큰 어려움 없이 입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도.”

 

 그녀의 손에는 남성 속옷까지 들려있었다. 아주 새까만 속옷이었다.

 

 “취향이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입으세요.”

 

 일호는 옷들을 양손에 받아 침대에 올려놨다.

 

 “고마워.”

 “그리고 계속 여기 계시느라 심심하실까 봐, 글이나 좀 읽으시라고 책이랑 신문도 가져왔어요.”

 

 일호는 이번 보급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책과 신문들을 이리저리 훑어봤다.

 

 “좋긴 한데, 이 정도면 사흘이면 다 읽겠어.”

 “다음에 또 가져다 드릴게요.”

 “근데 있잖아. 이거 길 가다가 주운 건데.”

 

 일호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반으로 두 번 접은 종이였다. 진희는 그 종이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일호는 그 종이를 펼치더니 진희에게 물었다.

 

 “이 전단지. 대통령이랑 국방부가 달구를 없애려고 한다는 말. 진짜인 거야?”

 

 진희는 일호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지금껏 내지 않았던 낮은 목소리로 일호에게 질문했다.

 

 “제가 역으로 물어볼게요. 사장님은 달구를 없애려는 대통령님의 지시를 받고 학목 바이러스를 만드셨어요?”

 

 일호는 순간적으로 취조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학목 바이러스를 만든 장본인이 백민관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일호는 진희의 눈빛을 봤다. 그녀는 사람을 신뢰했을 때 나오는 맑은 눈빛으로 일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말이지.”

 

 일호는 자신을 지금껏 믿고 보호했던 진희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싫었다.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만약에 그 글이 사실이라고 말했다가는 진희가 진짜 흑사단원이 될 것만 같았다.

 

 “완전히 거짓말이야.”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냥 흑사가 대통령님을 공격하려고 아무 이유나 가져다 붙이는 거예요.”

 

 진희는 일호의 전단지를 뺏어 그 자리에서 찢었다. 진희는 그 전단지 쪼가리를 휴지통에 버리며 일호에게 눈을 돌렸다.

 

 “안 되겠어요. 제가 불안해서 못 버티겠어요.”

 

 진희는 아까 봤던 4층 사람이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지금은 밤이니까 일단 주무시고, 내일 중으로 이사를 가야겠어요. 내일 오후까지 짐을 싸 놓으세요. 싸 놓을 게 거의 없겠지만.”

 “알겠어.”

 “저는 내일까지 이사 갈 장소를 물색해볼게요. 장소가 정해지면 내일 밤에 이사 갈 겁니다. 그때까지 조심하시고요.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진희는 내일 다시 들르겠다고 알리며 복도로 나갔다.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가자 일호는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괜히 나갔다 왔나? 이게 무슨 일이람. 진희 씨한테 미안해지네.”

 

 일호는 지금부터라도 진희의 말을 듣기 위해 짐들을 포장하려 했다. 하지만 옷도 몇 벌 안 되고, 책도 이번에 받은 걸 제외하면, 남은 짐은 통조림 뿐이었다.

 

 “금방 다 싸겠는데?”

 

 일호의 짐작대로 방 안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이사준비가 끝났다.

 

 “더 이상 할 일도 없네. 그만 눈이나 붙일까?”

 

 일호는 침대로 걸어갔다.

 

 똑. 똑. 똑.

 

 난데없는 노크 소리에 일호는 출입문을 바라봤다.

 

 “어? 이 시간에 누구지?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똑. 똑. 똑.

 

 다시 노크 소리.

 

 “한밤중에 이사 준비한다고 너무 쿵쿵거렸나?”

 

 일호는 소음 때문에 밑층 사람이 올라왔을 거라고 여겼다. 그는 침대로 가던 발길을 돌려 문으로 다가갔다. 일호는 닫힌 문을 향해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네. 여관 관리인입니다. 아까 어떤 여성 분이 이것 좀 전해 달라고 하셔서요.”

 “진희 씨가?”

 

 일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떤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러나 열린 문틈으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요?”

 

 일호는 복도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디 가셨지?”

 

 복도를 봐도 아무도 없었다. 일호는 복도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일호의 얼굴과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 너저분한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세요?”

 

 그 남자는 다짜고짜 팔로 일호의 머리를 둘러싸고 손으로 일호의 입을 막았다. 그의 손에는 거즈가 들려있었고 엄청난 악력으로 일호를 제압했다.

 

 “으그 느...!”

 

 일호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그 남자는 조금 흔들리기만 할 뿐 중심을 유지했다. 그만큼 두 사람의 힘 차이가 극명했다. 일방적인 공격 앞에 일호는 점점 정신이 희미해졌다.

 

 “은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일호는 복도에 뻗었다.

 

 “휴. 임무 완료.”

 

 남자는 마취액이 묻어있던 거즈를 바닥에 버렸다.

 

 

 ***

 

 

 학목강 전투가 벌어진 이후 일주일 동안 마루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그저 좀도둑들이나 자잘한 사건을 일으켰지 대형 사건이라 불릴 만한 일은 없었다. 대통령, 장관들, 그리고 마루 시민 전체가 걱정했던 흑사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일으킨 일이라고는 밤 중에 몰래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던 일뿐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 전단지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오히려 예전보다 평화로웠다.

 

 경찰과 군대는 흑사단을 색출하기 위해 사방으로 들쑤시고 다녔다. 밤낮 가릴 것 없이 수색을 펼쳤으나 흑사단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들의 거점은 더더욱 알 길이 없었다. 오히려 흑사단이 마루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잠잠했다.

 

 “시작하자.”

 

 오늘 밤 그 살얼음 같던 평화가 깨졌다.

 

 펑! 퍼버펑!

 

 법무부 장관 조평환의 단독주택이 단숨에 폭파되었다. 거실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한쪽 벽은 포탄을 맞은 것처럼 넓게 뚫렸다. 단 10초도 안 되어 조평환의 집은 폭삭 무너져 내렸다.

 

 사실 흑사단이 도착하기 전부터 평환의 집 주변은 열댓 명의 경호원이 지키고 있었다. 학목강 전투 후에 흑사단이 마루로 진입하자 조평환이 급히 배치시켰던 경호원들이었다.

 

 그 경호원들은 현재 부상을 입고 집 주변에 쓰러져있었다. 흑사단이 일으킨 폭발로 쓰러진 것은 아니었다. 폭탄을 설치하기 전에 흑사단이 미리 장애물을 처리한 것이었다.

 

 “흑사단이 나타났다!”

 

 흑사단의 등장을 누구보다 기다렸던 사람은 경찰도, 군인도 아니었다. 각종 언론사의 기자들이었다. 그들은 흑사단의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먹잇감을 발견한 표범처럼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저기! 저쪽을 찍어!"

 

 기자들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카메라로 현장을 담았다. 그들은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장면들을 모아 TV로 소식을 전했다. 곧 모든 채널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 사건을 속보로 전했다.

 

 “속보입니다. 조평환 법무부 장관의 집이 폭파되었다고 합니다. 범인은 흑사단으로 추정되며, 네?”

 

 아나운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말을 중단했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새로운 소식이 있어서 다시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현재 조평환 법무부 장관의 집과 구인희 보건부 장관의 집이 폭파되었다고 합니다. 아니, 정정합니다. 추가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최언웅 과학부 장관의 집도 폭파되었다고 합니다.”

 

 마루에 있던 장관들의 집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아나운서는 쏟아지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추가 소식들은 뉴스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보도하겠습니다. 송혜성 교통부 장관의 집도 방금 전 폭파되었다고 합니다.”

 

 뉴스를 마무리할 때는, 법무부, 보건부, 과학부, 교육부, 그리고 교통부 장관의 집이 터진 상태였다.

 

 “경찰은 장관들의 집에 폭탄을 터뜨린 흑사단을 쫓고 있습니다.”

 

 흑사단은 장관의 집을 무너뜨리고는 미련 없이 후퇴했다. 그들의 목표가 금품이 아닌 오로지 장관들에게 해를 끼치기 위함임을 알 수 있는 방식이었다.

 

 “장관들의 집만 터진 것으로 보아 목적성이 다분한 행동입니다.”

 

 사방에 불길이 치솟은 탓에 소방차들은 우왕좌왕할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화재가 흑사단에 의해 동시에 일어났다.

 

 "쯧."

 

 이번 사건을 보며 탄식을 금치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국방부 장관 김달성이었다. 다행히 그는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장관들의 상태는 확인해봤어?”

 “지금 파악 중입니다. 다만 소방청에서 발표한 바로는 몇몇 장관과 그의 가족 중 중상을 입은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소방관들은 화재를 진압하느라 바빴고 경찰들은 흑사단을 뒤쫓느라 바빴다.

 

 “이 자식들이 보자보자하니까 정부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흑사는 나타났나?"

 "흑사를 봤다는 사람은 아직까진 없었습니다."

 

 마루시의 거의 모든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투입되었지만 흑사단의 횡포를 수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이 터지고, 여길 막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저기가 터지고 있었다. 마루시 각 곳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 모든 사건이 단 하룻밤 사이에 일어났다.

 

 “결국 내가 예언했던 대로 되고 있어.”

 

 김달성이 말했던 대로 흑사단은 암세포처럼 마루시 곳곳에 전이되었다. 흑사단은 피해를 늘려가며 마루시 전체를 조금씩 조여가고 있었다.

 

 “숨어있던 암세포들이 하룻밤 사이에 마루시 전역에 독을 뿌리고 있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장관 중 절반 이상이 하룻밤 동안 흑사단에게 당한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마루시는 무정부 상태가 될 수도 있었다.

 

 “대통령님은 괜찮으신 건가?”

 “네. 적벽관은 아무 이상 없습니다. 적벽관 앞에 군대와 전문 경호팀이 삼중으로 배치되어있어서 흑사단도 감히 쳐들어오지 못 합니다. 흑사단이 감히 적벽관을 노렸다가는 손끝도 못 건드리고 역공을 당할 겁니다.”

 “그런데 오늘 일로 봤을 땐 대통령님이 표적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야. 이제 우리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흑사단을 제거해야 해.”

 

 하지만 흑사단의 거점은 아무리 수색을 해도 나오지 않았다. 달성조차도 흑사단의 위치를 파악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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