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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학목강 전투
작성일 : 22-03-18 23:06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7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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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사다.”

 

 흑사는 상대편 군대를 쭈욱 훑고 있었다. 영훈은 그 모습을 보고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영훈아 괜찮아?”

 “어, 어.”

 

 저격하기에 거리는 충분했으나 어둠과 강바람 때문에 정확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때 뒤에서 기훤이 외쳤다.

 

 “확인 결과, 지금 다리 건너편에는 적장 한 명뿐이다. 저 자만 잡으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국방부의 입장에서는 흑사만 붙잡더라도 흑사단 전체를 휘두를 수 있었다. 대장의 외침을 들은 군사들은 잠시 대기했다. 기훤은 좌우를 한 번 둘러보고는 지체 없이 명령을 내렸다.

 

 “제1대대 돌격!”

 

 기훤의 명령을 들은 군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탱크와 군용트럭을 끌고 출격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다리를 달렸다. 흑사는 그 모습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았다. 기훤은 흑사를 노려보며 장병들에게 소리쳤다.

 

 “오늘 밤 저 녀석을 잡은 군인은 온드리안의 영웅이 된다!”

 

 보병들은 그 영웅이 되기 위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앞다투어 뛰었다. 다리 위에 그들을 막을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신속하게 전진할 수 있었다. 탱크들도 굵은 포신을 흑사에게 고정한 채 분주히 움직였다.

 

 “좋아. 놈이 보인다!”

 

 선두에서는 맨눈으로도 흑사가 보일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다. 그 순간 흑사는 다리를 벌려 보폭을 넓혔다. 하지만 군인들은 그의 움직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했다. 그런 군대를 향해 흑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내 그는 포효했다.

 

 “지금이다아!!!!!”

 

 흑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강바람을 뚫고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마치 사자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였다.

 

 쿠궁.

 

 그의 외침과 동시에 다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를 달리던 군인들은 제자리에서 휘청거렸다.

 

 “이, 이게 무슨 일이지?”

 

 쿠광쾅!!

 

 다리를 지지하던 기둥이 폭파되며 다리 전체가 기울어졌다. 군인들은 흑사를 눈앞에 두고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난간을 잡았다. 하지만 뒤따르던 탱크와 군용트럭은 중심을 잃고 결국 강물로 빠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훤은 심히 당황스러웠다.

 

 “이럴 수가.”

 

 그 순간 기훤의 양쪽 측면에서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렸다.

 

 와아아-!

 

 무서울 정도로 힘찬 괴성이었다. 군대의 소리는 아니었다. 기훤은 오른편을 보았다. 오토바이를 탄 사내들이 자신 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넘어온 거지?”

 

 엄청난 인원의 흑사단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보자 장군도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3일 동안 선박의 움직임은 없었는데? 설마, 그전부터 이미 넘어와 있던 건가!”

 

 기훤이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에 흑사단은 군대의 양쪽에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 손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다른 손에 총을 들었다.

 

 우우웅-우우웅-

 

 흑사단의 오토바이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맹수처럼 뛰어들었다. 흑사의 포효를 들은 그들은 겁을 상실한 최고조의 상태였다. 단원들의 총구는 군인들을 겨냥했고 총알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그 모습을 본 기훤은 정신을 단단히 잡았다.

 

 “습격이다! 지금 흑사단이 좌우에서 공격 중이다! 자신의 위치를 떠나지 말고 맞서 싸워라!”

 

 하지만 모든 것이 달구를 향해있던 군인들은 예기치 않은 측면 공격으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흑사단은 오토바이로 쉴 새 없이 박아대며 군대의 진영을 무너뜨렸다.

 

 콰과광!

 

 흑사단이 학목강 부근을 헤집는 동안 다리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건 말도 안 돼!”

 

 다리 위로 돌격했던 군인과 탱크는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전부 학목강에 빠졌다. 맹렬했던 진격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났다. 주요 병력들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 장면을 목격한 흑사단은 더욱 크게 소리쳤다.

 

 와아아-!

 

 흑사단은 메뚜기 떼처럼 군대를 휩쓸었고 그곳은 눈 깜짝할 새에 쑥대밭이 되었다.

 

 “이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기훤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눈을 돌렸을 때, 그의 시야에는 초토화된 군대가 들어왔다. 학목강 부근에 설치한 본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통신병이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대로라면 지원군이 올 때까지 흑사단을 막기도 역부족이었다.

 

 “안 되겠어.”

 

 기훤은 직접 총을 들고 진영에 침투한 흑사단원들을 쏘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마라! 한낱 도둑일 뿐이다!”

 

 그때 한 흑사단원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기훤은 그의 이마에 총알 한 발을 꽂았다. 이후 흑사단원들이 끊임없이 덤벼들었으나 기훤은 능숙하게 처치했다. 엄청난 혼란 속에서도 그는 침착하게 흑사단을 한 명씩 제거해갔다.

 

 “이 좀벌레! 같은! 것들이! 누구 앞에서 총질이야!”

 

 기훤은 정확한 사격 실력으로 흑사단을 무찔렀다. 그의 활약으로 인해 군대의 사기도 서서히 올라갔다.

 

 “좋아! 전부 정신 단단히 잡고! 다시 위치 잡아!”

 

 흑사단이 갑자기 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전투 훈련을 해온 군인들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사격 연습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구만."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군인들 쪽으로 흘러갔다. 기훤의 시야로 새로이 견고해지는 군대 진영이 보였다.

 

 “좋아. 이 흐름대로라면,”

 “무슨 흐름?”

 

 기훤은 동굴처럼 울리는 목소리에 놀라 뒤를 봤다. 그곳에는 곰만 한 덩치의 남자가 서 있었다.

 

 “어, 언제 여기까지!”

 

 기훤은 총을 겨누려 했으나 흑사는 민첩하게 그의 총을 바닥으로 쳐냈다. 총을 놓친 기훤은 얼른 총을 주우려 했다. 하지만 흑사는 틈을 주지 않았다.

 

 “적 앞에서 허리를 숙이다니. 대장이라는 사람이 총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나?”

 

 흑사는 양손으로 기훤의 머리를 잡았다. 흑사의 손바닥이 기훤의 머리통을 완전히 포갰다. 기훤은 머리에 강한 압력을 느끼며 몸부림쳤다.

 

 “으으, 젠장! 지원군만 오면 너희는 끝이야!”

 “그래? 우리는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기훤이 발과 주먹으로 흑사를 때렸지만 흑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흑사는 그의 얼굴을 꽈악 눌렀다.

 

 “이만 이 전투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꽈각.

 

 흑사의 손바닥 안에서 수박이 으깨지는 소리가 나며 기훤의 발버둥이 멈췄다.

 

 

 ***

 

 

 스윽-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일호는 눈을 들어 그를 쳐다봤다. 현진희였다. 일호를 살려준 사람이자 일호를 가둔 사람이었다. 일호는 자신을 가둔 진희가 짜증 날 법도 했으나, 막상 얼굴을 보니 오히려 반가움이 앞섰다.

 

 "왔군."

 “혼자 계시느라 심심하셨죠?”

 “이제 사람 얼굴만 봐도 즐거울 정도야.”

 “이거, 부탁하셨던 거요.”

 

 진희는 양쪽 주머니에서 통 4개를 꺼냈다. 일호가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던 항응고제였다. 그녀는 그 약통을 일호에게 건넸다. 일호는 그 통들을 양손에 들었다.

 

 “이거 하나만 있어도 2주는 버티는데 뭘 이렇게 많이 챙겨왔어? 어쨌든 고마워. 당분간은 약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일호는 바로 통을 열어 항응고제를 복용했다.

 

 철컥철컥.

 

 “어?”

 

 일호는 자신의 다리에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다리를 쳐다봤다. 진희가 그의 발목을 채우던 쇠사슬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윽고 일호의 뽀얀 발목이 드러났다.

 

 “갑자기 족쇄는 왜 풀어주는 거야?”

 “일단 일어나세요.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요.”

 

 일호는 구속에서 풀리는데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일인지는 알려줘야지.”

 “폭격이 시작될 거예요. 이젠 여기도 안전하지 못해요. 얼른 나가요.”

 “폭격?”

 “네. 전쟁이 시작됐거든요.”

 “무슨 소리야? 전쟁?”

 

 진희는 벌써 밖으로 향했다.

 

 “가면서 설명해드릴게요. 일단 나오세요. 본인은 모르시겠지만 선생님도 전쟁이 일어나는 데에 일조하셨으니까요.”

 

 일호는 바깥소식을 전혀 몰랐기에 진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다급한 말투가 일호의 다리를 움직도록 재촉했다.

 

 “그래. 나도 얼마나 나가고 싶었는데. 이 해방감 얼마 만이야.”

 

 일호는 가벼워진 다리로 방을 나왔다. 바깥은 한밤중이었다. 일호는 뒤돌아서 자신이 있던 곳을 확인했다.

 

 “뭐야. 그냥 평범한 집이었네.”

 

 일호는 달구에 버려진 집에 갇혀있던 것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저를 따라오세요.”

 

 진희는 일호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렀다.

 

 "같이 가."

 

 그녀는 일호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걸었다. 일호는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진희는 대꾸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일호도 진희를 좇다 보니 얼마 안 가 넓은 터널 하나가 나타났다.

 

 “달구에 이런 곳도 있었나?”

 

 일호는 살짝 놀랐다. 터널을 처음 본 건 아니었다. 마루에도 터널은 있었다. 그러나 일호가 놀란 점은, 지금 진희가 들어가는 터널은 학목강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호가 머뭇거리자 진희가 뒤돌아봤다.

 

 “학목강 밑을 지나는 지하터널이에요. 흑사단에서 만든 길이에요.”

 

 일호는 터널의 존재에 한 번 놀라고, 흑사단의 실행력에 두 번 놀랐다.

 

 "안전한 거지?"

 "이미 수백 수천 명이 이용한 통로에요."

 

 일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진희는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어두울 테니 제 뒤로 잘 따라오세요.”

 

 터널은 표지판 하나 없이 굴만 뚫은 것처럼 투박했다. 하지만 건축에 관해 문외한인 일호가 보기에도 통로는 꽤 견고해 보였다. 바닥과 천장을 잇는 지지대들은 길목마다 촘촘히 박혀있었다.

 

 "와, 잘 만들었네."

 

 일호는 지하터널을 지나면서 쉬지 않고 주위를 둘러봤다. 넓이는 자동차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고 높이는 3m가 족히 넘었다.

 

 “흑사단에서 이런 터널을 만들다니. 이런 길은 함부로 못 만드는 건데. 흑사단에 굉장한 기술자가 있나 봐?”

 “군말 말고 빨리 따라와요. 안 그러면 저번처럼 머리에 보따리 씌우고 갑니다?”

 

 일호는 진희의 눈빛이 진심임을 감지하고 쫄래쫄래 뒤따라갔다. 진희 옆에 붙은 일호는 그녀를 봤다.

 

 “근데 전쟁이 일어났다는 게 무슨 말이야?”

 

 진희는 걷는 속도를 유지한 채 답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대통령이 흑사단에게 선전포고를 했어요.”

 “일련의 사건들은 또 뭔데?”

 “그동안 마루 시민들이 해를 입은 것을 포함해서, 당신을 죽인 것까지 흑사단이 일으킨 모든 사건이죠.”

 “대통령이 나선 거라면 군대도 출동했겠네?”

 “당연하죠.”

 

 진희의 걸음 속도에 맞춰 걷다 보니 두 사람은 금세 반대편 출구로 도착했다.

 

 “진짜 마루잖아? 정말 달구와 마루를 이어주는 터널이었어.”

 

 마루로 올라온 일호는 신기한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그때였다.

 

 콰쾅! 콰와쾅! 쾅! 콰과쾅!

 

 학목강 건너편에서 엄청난 폭음이 진동했다. 일호는 폭음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달구시에서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불과 30분 전까지 그들이 있던 장소였다.

 

 “저게 뭐야?”

 “제가 그랬잖아요. 머지않아 폭격이 시작될 거라고.”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 달구를 보며 일호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건 처음 봐. 진짜 전쟁이구나.”

 “지금 불구경할 시간 없어요. 여기도 안전지역은 아니니까, 어서 따라오세요.”

 

 두 사람은 학목강을 따라 30분을 더 이동했다. 곧 두 사람 앞에 허름한 여관이 나왔다.

 

 “내 예상이 맞다면 저 여관이 내 새로운 보금자리인 것 같은데?”

 “맞아요. 앞으로 저기서 지내시면 돼요.”

 

 말이 여관이지, 마루에서는 보기 힘든 벽돌식 구조에 최소 100년은 돼 보이는 건물이었다.

 

 “이 정도면 원래 있던 집이 더 낫겠는데?”

 “그 집은 지금쯤 무너졌을걸요?”

 

 진희는 농담조로 말했지만 진짜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사장님. 여기가 전투가 일어날 확률이 낮은 지역이기도 하고 비용도 저렴한 여관이라서요. 제가 지원해줄 수 있는 장소는 여기까지예요.”

 

 두 사람은 여관 정문에 다다랐고 일호는 진희를 바라봤다.

 

 “저기.”

 “네?”

 “내 숙소를 당신 사비로 잡아준 건가?”

 “네. 지금 제 신분이 경찰에게서 돈을 못 받는 신분이라서요. 입금 기록이 리브에게 들키면 골치도 아파지고.”

 

 경찰이 도적단 월급으로 자신의 숙소를 잡아줬다고 생각하니 일호는 투덜대기 미안해졌다.

 

 “근데 있잖아.”

 “네?”

 “이제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밝혀도 되지 않아? 당신도 흑사단 그만 두고 경찰로 돌아가고.”

 “그게 말은 쉽죠. 제 입장에서는 사장님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흑사가 아는 순간, 지금까지 제가 진행했던 임무가 물거품이 되는 셈이에요.”

 "하긴, 흑사의 명령을 어긴 거니."

 "그리고 사장님도 또 다시 흑사의 타깃이 되어버려요."

 "그거야. 특수 경호원을 채용하면."

 "정말로 그러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일호는 할 말을 잃었다. 진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도 경찰 쪽에 첩보를 보냈는데 말이죠. 청장님이 비밀리에 대통령님께 사장님의 생존 사실을 보고했대요. 그랬더니 대통령님이 명령을 내리셨다네요.”

 “무슨 명령을 하셨지?”

 “그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라고 지시하셨대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감추라고? 왜 그러신 거지?”

 “사장님의 사망이 달구 도적단을 공격할 좋은 명분이 됐거든요. 전쟁의 촉발점이기도 하죠. 만약에 사장님이 살아서 마루로 돌아오시면 마루 시민들의 분노가 지금처럼 활활 타오르지는 않을 거예요. 오히려 무고한 달구 시민의 희생을 앞세워서 전쟁을 중지하라는 사람들이 생기겠죠.”

 

 일호는 백민관의 위상을 다시금 느꼈다. 그러다가 불현듯 진희의 마지막 한 마디가 걸렸다.

 

 “저기 있잖아. 달구 시민들이 희생하고 있어?”

 “아직 파악은 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아까 보셨다시피 국방부의 폭격이 워낙 넓은 범위에 들어가니까요. 도적단 외의 사람들이 아무도 안 죽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일호는 마음이 바위처럼 무거워졌다.

 

 “그런 이유를 대니까, 마치 나 때문에 그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잖아.”

 “걱정하지 마세요. 그만큼 그동안 마루 시민들이 겪었던 피해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있으니까요.”

 “마루 시민의 복수라... 그래도 그렇지,”

 “그리고 국방부도 아무 생각 없이 공격하진 않을 거예요. 철저히 계산해서 도적 이외의 시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계획하겠죠. 온드리안의 국방부는 달구의 국방부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괜한 말을 꺼냈네요. 아직까지 도적 이외에 시민이 군대의 폭격으로 죽었다는 자료는 없으니까 속 태우지 말고 쉬세요.”

 “그 말, 믿어도 되지?”

 “그럼요. 사실이니까요. 앞으로 사장님이 하실 일은 딱 하나. 조용히 숨어 지내시는 것 뿐이에요. 전쟁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도적단만 소멸하면 까닭 없는 희생도 없을 것이고, 사장님의 구속도 풀릴 거예요.”

 “그래. 나는 몇 호로 들어가면 되지?”

 “302호입니다.”

 

 두 사람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은 승강기도 없어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3층으로 올라가자 진희가 헐떡이는 일호를 바라봤다.

 

 "체력이 좋진 않으시네요."

 "헉, 아니야. 원래 좋았는데, 헉, 요 며칠 간 움직이지를 않았더니, 헉, 몸이 말썽이네, 헉."

 "믿어드리죠."

 

 진희는 일호에게 열쇠를 건넸다.

 

 “자, 만에 하나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이 열쇠를 사용하세요.”

 “어? 이제 발목 묶고 안 그러는 거야?”

 “일단 여기는 여관이라서 제가 공간을 따로 개조할 수가 없어서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적어도 사흘에 한 번은 사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앞으로 며칠 간은 저도 전쟁에 참여해야 해서 사장님을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긴, 전쟁 중에 자꾸 자리를 비우면 의심 사기 쉽지.”

 

 일호는 302호의 문을 열었다. 방은 실낱 같은 빛도 없었다. 안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스멀스멀 풍겼다.

 

 “여기, 퀴퀴한 냄새가 나네.”

 

 일호는 겨우 스위치를 찾아 전등을 켰다.

 

 탁.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 측면에 달린 화장실이 전부였다.

 

 “어, 창문도 없네?”

 

 보기만 해도 답답해지는 공간이었다. 벽지 군데군데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진희도 방 중앙까지 들어갔다.

 

 “그래도 침대라도 있는 게 어디에요.”

 

 진희는 책상 밑에 있던 박스를 꺼냈다. 그 안에는 통조림이 가득 차 있었다.

 

 “이건 식사용.”

 “통조림...이네.”

 “이거면 최소한 두 달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여기서 절대 나오시면 안 돼요.”

 “그래도 여기는 달구는 아니니까. 산책 정도는,”

 “괜한 소란 일으키기 싫으시면 제 말대로 해주세요.”

 

 진희는 거듭 당부했다.

 

 “지금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에요. 국방부까지 나선 상황이라니까요? 이 사태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여기서 쥐 죽은 듯이 계셔야 해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사장님을 살려두는 게 제 목표니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쟁을 마치기 전까지 사장님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요. 그리고 흑사단에는 통화나 인터넷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다른 장관이나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도 삼가시고요. 사장님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저도 곤란해지지만 사장님도 위험해지는 지름길이에요.”

 “...알겠어. 원래 있던 곳에서 족쇄만 풀린 듯이 살라는 거구나.”

 “정확히 아시네요.”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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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흑사단의 거점 2022 / 3 / 16 232 0 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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