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대통령과 백민관(2)
작성일 : 22-03-25 22:13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94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들리는 풍문으로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하는 신세라고 들었다. 폭발 사고를 입었으니 사지가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장관들은 이번 회의는 물론이고 앞으로 있을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런 그들을 대신하여 차관들이 참석한 것이었다.

 

 “좋아. 회의를 시작하지.”

 

 대통령의 말을 시작으로 회의가 개시되었다. 대통령, 장·차관, 그리고 백민관은 흑사단의 동태와 예상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 모두 흑사단에게 쌓인 감정들이 많았는지 잠시도 쉬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토론을 했으나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다들 흑사가 거대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 누구도 흑사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흑사의 동태를 파악할 수 없으니 그것에 대한 대비책도 꺼낼 수가 없었다. 답답해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군대는 계속 마루를 순찰 중이겠지?”

 

 김달성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마루 시내부터 학목강 부근까지 구석구석 탐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샅샅이 뒤져본 성과는 있었나?”

 “최선은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행인이 흑사단원으로 의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합니다. 보통 20명을 잡으면 그중 한두 명 정도는 흑사단원이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체포한 흑사단원은 어떻게 되나?”

 “대략 100명 정도 됩니다.”

 “100명? 너무 적은데?”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흑사단의 거점을 모르는 현시점에서는 더 많은 단원을 잡기가 영 힘듭니다. 그렇다고 거점을 알아낼 방법도 없었습니다. 흑사단원들이 체포되었던 장소를 위주로 탐색을 진행 중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장소들도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마루 전역에 분산되어있어 큰 의미가 없는 실정입니다.”

 “허어, 이거 큰일인데.”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국방부의 입장에서도 흑사단의 거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래야 수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먼저 공격을 개시할 수도 있는 입장이 되었다. 흑사단과 대립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다양화되었다.

 

 “쉽지 않군.”

 

 대통령은 한숨을 깊게 쉬고는 백민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는 최대한으로 제조되고 있나?”

 

 모든 이목이 민관에게로 쏠렸다. 민관은 차분하게 답했다.

 

 “네. 치료제는 충분히 제조되고 있고, 현재 저장되어있는 치료제도 많습니다.”

 “그 양은 어느 정도 되지?”

 “정확한 개수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마루 시민들이 2번씩은 맞을 수 있는 양입니다.”

 

 대통령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민관을 바라봤다.

 

 “요즘 마루 시민들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이게 다 흑사단의 거짓선동 때문이야. 바이러스가 나 때문에 생겼다고 하더군.”

 

 대통령의 농담조에 참석자들은 애써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일단 바이러스 치료제를 시원하게 배포해야 시민들의 불만이 조금은 진정될 것 같아. 시민들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도록 충분히 공급을 해줘야 해.”

 “저기, 대통령님.”

 

 백민관이 손을 들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되겠습니까?”

 

 예상 밖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백민관에게로 쏠렸다.

 

 “그래. 자네 생각도 들어보고 싶군.”

 “감사합니다. 먼저 제 생각을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민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장관들을 쭉 한 번 훑어봤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학목 바이러스를 누가 퍼뜨렸을까요?”

 

 회의장의 어느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여기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학목 바이러스를 ‘누가 만들었냐’가 아니라 ‘누가 퍼뜨렸냐’입니다.”

 

 그제야 몇몇 장관들이 민관의 논지를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마루 시민들을 비롯한 온 국민이 흑사단에게 선동당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시민 중 일부는 무리를 지어서 대통령님을 향해 시위하고 있기도 하죠. 괜한 선동 탓에 동물보호협회도 슬슬 대통령님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머지 시민들도 조금씩 동요하고 있고요. 이런 분위기라면 얼마 안 가서 국민 전체가 속으로 느낄 겁니다.”

 

 그 순간 민관은 대통령과 눈을 마주쳤다.

 

 “혁명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요.”

 

 대통령의 동공이 확장됐다. 덩달아 장·차관들의 입도 벌어졌다. 하지만 민관은 꿋꿋이 이어갔다.

 

 “흑사단도 이 생각으로 선동을 벌이고 있을 겁니다. 지금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룬 상태죠.”

 

 김달성이 민관을 노려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백 사장님.”

 

 민관은 참석자들의 살기 어린 눈빛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김 장관님,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십시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루는 방역을 확실히 했기에 학목 바이러스가 퍼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퍼지지도 않았고요. 바이러스는 정말 남의 이야기였죠. 근데 학목 바이러스는 그 시스템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흑사단이 마루로 들어온 시기와 딱 맞아떨어지게 바이러스가 퍼졌죠.”

 

 대통령은 매서운 눈매로 민관을 응시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

 “간단합니다. 우리는 국민들의 분노를 정부가 아닌 흑사단에게로 돌려야 합니다. 흑사가 마루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학목 바이러스를 일부러 퍼뜨렸다고 공론화하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 마루 시민들이 흑사단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받았기에 그들의 분노가 으레 흑사단을 향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안일했습니다. 흑사단은 그 노여움의 물길이 정부를 향하도록 조금씩 바꾸었고 어느새 그들의 작전이 먹혀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물길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다시 흑사단을 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도적단 주제에 그런 술수까지 쓰다니.”

 “흑사단은 이제 단순한 도적단이 아닙니다.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집단입니다. 만만하게 여기고 일개 도적단처럼 대응하다가는 순식간에 잡아먹힐 겁니다.”

 

 민관은 차분한 말투였지만 그가 말하는 묵직한 내용 때문에 그 누구도 차분한 표정을 짓지 못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우선은 제가 조금만 손을 써보겠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흑사단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내용을 사실화해서 내보낼 수 있습니다. 흑사단이 사용하는 전단지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죠. 지금도 흑사단의 술수로 국민들의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이용해서 오히려 흑사단이 맹비난을 받도록 만드는 거죠. 역풍을 만드는 겁니다.”

 “역풍이라. 하긴, 요즘 들어 국민들이 흑사단의 손에 놀아나는 것 같아서 골치가 아팠는데. 그 방법이 먹혀든다면 훨씬 후련하겠어.”

 

 민관은 달성을 바라봤다.

 

 "역풍이 제대로 분다면 군에 입대하겠다고 자원하는 청년들도 증가할 것입니다. 장관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죠."

 

 백민관은 대통령과 장·차관들의 눈빛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저는 그래서 마루 시민이 한두 명 정도는 학목 바이러스로 죽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죽어야 흑사에 대한 반감이 커지겠죠.”

 

 민관의 발언으로 회의장은 다시 고요해졌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찼다. 이제 대통령은 아예 눈을 감고 민관의 말에 집중했다.

 

 “지금 그 말은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겠어. 일단 지금으로서는 백 사장의 방법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겠다는 사실만 받아들이겠네.”

 “편하신 대로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님, 제가 지금 당장 치료제를 시원하게 배포하지 않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또 뭔가?”

 “요즘 학목 바이러스에 감염된 마루 시민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내가 지시를 내린 거니 당연히 알지. 전문 병동에 입원시켜 사회와 격리시키지 않는가?”

 “맞습니다. 학목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사회와 격리된 공간에 넣고 있으시죠. 표면적으로는 그들에게 집중적인 치료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 대한 이차감염을 예방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

 “격리는 그렇다고 치고, 바이러스 얘기로 돌아가면. 보통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서 전염이 되기 쉽죠. 특히 감염자가 경유했던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감염 위험군이죠. 실제로 감염된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예방적으로 격리시키기도 하죠.”

 “그래. 맞는 말이야.”

 “아까 말했던 내용 기억하시죠? 요즘 들어서 마루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요.”

 

 대통령은 민관의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시위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것은 오히려 반발심만 더 자극하죠. 하지만 전염의 위험을 이유로 격리시킨다면?”

 

 민관의 의도는 분명했다. 참석자 중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제 격리도 아니니까 합법이기도 하고, 현재 마루 시민 대부분이 인정하는 행위일 겁니다.”

 

 그때 가만히 앉아있던 강희철 장관이 입술을 뗐다.

 

 “그, 그러다가 아무 증상도 없던 시위자가 억지로 격리되는 바람에 격리 병동에서 전염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된다면 그 사람은 다시는 시위할 수 없는 몸이 되겠죠.”

 “그, 그런.”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이 제가 지금 당장 바이러스 치료제를 시원하게 배포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다른 자잘한 이유들도 있지만 지금 말씀드린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회의장에 참석한 어느 누구도 백민관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아무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던 상황에서 민관은 현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명확히 제시했다.

 

 “제가 너무 강경하다고 여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지금 바깥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억지로 모른 척한다고 이 사태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백 사장은 시원시원해서 좋아. 그래, 백 사장 말대로 해보지.”

 

 회의장의 분위기는 백민관에게 압도되었고 회의는 얼마 안 가서 종료되었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회의 자리를 마련하겠네. 다음에 보도록 하지.”

 

 장관, 차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대통령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민관이 조용히 그에게 접근했다.

 

 “대통령님.”

 

 민관은 퇴장하는 장관들의 귀에 들리지 않도록 속삭였다.

 

 “그래, 백 사장.”

 “잠시 개인적으로 면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은 의자에 도로 앉았다.

 

 “그럼 지금 하지.”

 “다른 분들이 회의장을 전부 나가시면 그때 하고 싶습니다.”

 

 민관의 눈빛을 본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이 퇴장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때 적벽관 경호팀장이 다가왔다.

 

 “대통령님, 자동차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게. 아직 할 얘기가 남아서 조금만 있다가 나가겠네. 잠시만 밖에 있겠나?”

 "알겠습니다. 저희는 회의장 밖에 있겠습니다."

 

 대통령은 경호팀에게 조금만 퇴장을 미루겠다고 전달했다. 잠시 후 회의장에는 대통령과 백민관 단둘이 남았다. 민관은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는 이제 2m도 채 되지 않았다. 민관이 대통령 좌측 의자에 앉자 대통령이 그와 시선을 맞췄다.

 

 “그래. 할 말이 뭐지?”

 “대통령님.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 드시지 않습니까?”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흑사가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대통령님의 계획을 꿰뚫고 있습니다. 아까 회의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회의에서 도출했던 계획들을 흑사단에서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고요. 마치 누군가 뒤에서 흑사에게 장관회의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게, 단순한 우연일까요?”

 

 대통령은 민관이 내민 추측의 진의를 파악했다. 사실 그도 민관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었다.

 

 “나도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했어. 하지만 의심만으로 뭔가를 하기엔 지금은 흑사단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동안 장관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은 대통령님과 장관들뿐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보셨다시피, 장관 몇 분은 흑사단에게 공격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죠. 하지만 국방부, 환경부, 노동부, 외교부, 경제부 장관은 멀쩡하게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그 장관들은 흑사단에게 공격을 받지 않았죠.”

 “그 말은, 그들 중에 흑사단의 스파이가 있다는 뜻인가?”

 “제 의견은 그렇습니다. 그럼 차근차근 생각해보죠. 다들 노동부 장관 김상언이 달구 출신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달구 출신이기에 흑사와 어떻게든 간에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여길 사람도 많고요.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졌던 장관들이 전부 저번 흑사단 습격사건으로 아주 큰 타격을 입었죠. 생사를 오가는 분도 있고요.”

 “그럼 김상언 장관이 스파이라는 말인가?”

 “저도 김 장관이 적잖이 의심스럽습니다. 헌데, 그러면 너무 뻔합니다. 모든 상황이 김 장관을 의심하라는 듯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장관이 흑사단의 스파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죠. 심증은 넘치지만 물증이 없으니 난감합니다. 그래서 일단 김 장관에 대해서는 보류를 해두죠. 환경부 장관 강희철은 어떻습니까? 강 장관의 할머니가 달구 출신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비록 강 장관은 마루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달구 출신의 할머니 탓에 놀림을 받았다는 전적이 있습니다. 그럼 그가 흑사와 내통했을까요? 평생을 ‘달구 할머니’ 꼬리표를 달고 살았는데 지금 달구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을까요? 그리고 그 애정이 흑사와 이어질 정도로 끈끈할까요? 아니, 애초에 애정이 있긴 했을까요?”

 

 대통령은 민관의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쪽으로는 의심은 해보았으나 막상 조사를 해보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민관은 달랐다.

 

 “최근에 제가 각 기관마다 정보원들을 심어놨습니다.”

 “뭐라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국가의 기밀을 빼돌리려고 섭외한 게 절대 아닙니다. 단지 이번 흑사단과의 전쟁에서 흑사단의 정보를 캐내려다가 한 행동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요.”

 

 민관은 재빨리 다음 말로 넘어갔다.

 

 “제가 정보원들을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김상언과 강희철은 예상보다 훨씬 청렴했습니다. 돈으로 휘둘리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그 둘의 측근에게 들은 바로는 돈의 유혹이 수시로 찾아오지만 번번이 거절한다고 합니다.”

 “하긴,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평소에도 행실을 조심하긴 해. 그런데 흑사라면 그 뚝심을 해제시킬만한 큰 금액을 제시할 수도 있잖나?”

 “그러면 얘기가 달라지긴 합니다만, 만약 그 정도의 돈이라면,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 다른 장관을 섭외하는 게 수월할 겁니다. 흑사가 큰돈을 주며, 심지어 목숨까지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순순히 따를 사람들이 장관 중에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가.”

 “이번에도 한 사람씩 훑어보죠. 일단 김달성 국방부 장관. 국방부 장관은 현재 흑사단과 직접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인물이죠. 만약 흑사와 내통하고 있는 사람이 국방부 장관이라면 그들은 지금 의미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그들이 한마음이라면 전쟁은 일순간 사그라들겠죠. 그리고 대통령님이 흑사에게 당하는 건 시간문제가 되겠죠.”

 

 대통령은 침을 가볍게 삼켰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이번 전쟁은 지속되고 그들은 각자 너무 많은 부하를 잃었습니다. 게다가 김 장관은 아직도 흑사단을 소탕할 작전을 끊임없이 구상 중입니다. 그런 그에게 흑사가 첩자를 제안했을까요? 설령 제안했더라도 김 장관의 성격상 흑사와 힘을 합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 나도 김달성 장관이 가진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높이 평가하고 있어.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그럼 다음으로, 경제부 원환섭 장관을 따져보죠. 원 장관은 그동안 흑사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습니까? 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원 장관은 흑사가 마루에 입힌 피해를 뒷수습하느라 고생했습니다. 그동안 도적단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로 따진다면, 경제부 장관이 가장 힘들었던 사람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흑사로 인해 생긴 금전적 피해들도 그가 세운 계획들에 차질을 주는 직격탄이 되었을 테니까요.”

 “근데 그만큼 돈에 있어서는 열려있는 사람이기도 해. 만약에 흑사가 ‘그동안 미안했다. 받았던 피해를 보상할 정도로 무수한 돈을 줄게.’라고 제안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어.”

 “그게 조금 문제입니다. 원환섭 장관은 김상언과 강희철보다는 흑사가 공략하기 쉬울 겁니다. 흔히 말하는 ‘융통성이 좋은 사람’이니까요.”

 “융통성이라... 원 장관이 그런 성격이긴 하지.”

 “하지만 정보원들에 의하면 원 장관에게서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그 즉시 대통령님께 알려드리죠. 마지막으로 외교부 심은섭 장관님이 계시죠.”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9 분란 2022 / 4 / 10 209 0 7741   
108 회복 가능성 2022 / 4 / 7 209 0 7840   
107 개국선언 2022 / 4 / 5 206 0 7839   
106 전쟁(5) 2022 / 4 / 3 215 0 7769   
105 전쟁(4) 2022 / 4 / 2 223 0 7855   
104 전쟁(3) 2022 / 4 / 1 243 0 7869   
103 전쟁(2) 2022 / 3 / 31 220 0 7908   
102 전쟁 2022 / 3 / 30 215 0 7781   
101 비린내 2022 / 3 / 29 225 0 7772   
100 리브의 숙소 2022 / 3 / 28 224 0 7939   
99 리브를 찾아서(2) 2022 / 3 / 27 205 0 7799   
98 리브를 찾아서 2022 / 3 / 27 216 0 7748   
97 한밤의 질주 2022 / 3 / 26 213 0 7842   
96 3인 회의 2022 / 3 / 26 228 0 7790   
95 백민관 사장 2022 / 3 / 26 223 0 7749   
94 대통령과 백민관(2) 2022 / 3 / 25 234 0 7941   
93 대통령과 백민관 2022 / 3 / 24 223 0 7970   
92 재회(2) 2022 / 3 / 24 215 0 7866   
91 재회 2022 / 3 / 22 214 0 7773   
90 어둠 속 인사 2022 / 3 / 21 609 0 8094   
89 귀빈과 불청객(2) 2022 / 3 / 20 223 0 7781   
88 귀빈과 불청객 2022 / 3 / 20 237 0 7806   
87 흑사단 등장 2022 / 3 / 19 234 0 7820   
86 넝쿨째 굴러온 호박 2022 / 3 / 19 236 0 7757   
85 학목강 전투 2022 / 3 / 18 217 0 7939   
84 진짜와의 만남 2022 / 3 / 18 235 0 7833   
83 5차 계획서 2022 / 3 / 17 226 0 7875   
82 비서와 우 박사 2022 / 3 / 17 244 0 7927   
81 비서실 2022 / 3 / 17 234 0 7845   
80 흑사단의 거점 2022 / 3 / 16 231 0 7751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