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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재회
작성일 : 22-03-22 00:13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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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사는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모든 게 미네민의 탓이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전 그 당시에 상관이었던 미네민 씨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그래.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그 자세는 칭찬하지. 흑사단 내에서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흑사는 검지를 들었다. 동시에 흑사단원 중 한 명이 뭔가를 들고 왔다. 와인잔이었다. 그는 그 술잔을 흑사의 우측에 위치한 테이블에 올려놨다.

 

 “지니,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흑사는 그녀의 잔에 와인병을 기울였다. 푸른색의 와인이 잔을 채웠다.

 

 “목도 마를 텐데 한잔하지.”

 

 흑사의 명령이 떨어졌고 진희는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진희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잔을 들었다. 흑사는 여전히 바깥만 보고 있었다. 진희는 그런 그를 보며 망설임 없이 와인을 삼켰다.

 

 꿀꺽꿀꺽

 

 너무 빨리 마신 나머지, 목 넘기는 소리가 방 전체에 울렸다.

 

 “그렇게 서둘러 마실 필요는 없어.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아, 네. 목이 말라서 그랬습니다.”

 “그럼 다시 묻지. 방금까지 자네가 한 말. 전부 책임질 수 있나?”

 “네. 그렇습니다.”

 

 흑사는 짧은 시간 침묵을 유지했다. 일순간 진희는 심장이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곧이어 그녀의 발가락에서부터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진희의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

 

 “허어, 허억.”

 “그러니까, 지니 당신은 아성 호텔에서 백민관을 납치하는 것만 도왔다. 그리고 달구에서부터는 백민관의 행적을 모른다는 거지?”

 “허업, 넵, 허업, 그렇습니다.”

 

 대답을 들은 흑사는 다시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자 흑사단원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다른 와인병과 새로운 잔이 들려있었다. 흑사는 새 잔에 새 와인을 따랐다.

 

 “마시게.”

 

 진희는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좋아. 들어가 봐.”

 

 흑사는 끝까지 창밖을 응시했다. 진희는 흑사의 등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진희가 나가고 흑사는 계속 창밖을 바라봤다.

 

 “이제 방에서 나와.”

 

 잠시 후 옆에서 방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나왔다. 그의 아내인 장미였다. 장미는 오늘도 어두운 치마와 망사로 된 상의를 입고 있었다.

 

 “옆방에서 지켜봤지?”

 “당연하죠.”

 “거짓말하는 것 같았나? 사람 관찰하는 거. 당신이 잘하잖아?”

 

 장미는 주변 사람을 관찰하는 취미가 있었다. 원래는 상대방의 옷차림을 관찰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사람 자체를 관찰하는 데 더 능숙해졌다.

 

 “글쎄. 진실만을 말했다기엔 호흡이 너무 거칠던데요. 뭐, 당신 앞이니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호흡이 거칠어졌다니. 언제부터 그랬지?”

 “당신과 대화를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요.”

 “그런가. 난 일부러 얼굴도 안 마주쳤는데.”

 

 흑사는 진희가 자신과 대면할 경우 심하게 긴장할 수도 있고, 억지로 자신의 표정을 숨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가 진희와의 대화 내내 뒤돌아있던 이유였다.

 

 “100% 진실 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껏 잘해왔으니 조금 더 지켜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흑사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까지는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야. 리브에게 지니의 정보를 캐보라고 주문해야겠어. 오 교수는?”

 “1시간 뒤에 흑사님의 숙소로 오겠다고 했어요.”

 “그래. 지금 TV에서 영웅처럼 떠들어대는 백민관이 카쟝인지 아닌지 빨리 확인해봐야겠어. 이것만큼은 리브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오 교수에게 맡겨야지.”

 

 

 ***

 

 

 한 학생이 마루의 시내를 따라 길을 걷고 있었다. 하루 종일 움직였는지 양팔은 힘없이 흔들렸고 옷 군데군데가 꼬깃꼬깃했다. 원래는 새하얬을 셔츠엔 회색빛이 감돌았다. 학생은 홀로 길을 걷다가 불현듯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그의 앞으로 좁고 긴 골목이 나왔다. 학생은 그 골목으로 천천히 진입했다.

 

 골목 중간, 그의 오른편으로 쓰레기통이 보였다. 그 통 위에는 버려진 신문이 있었다. 학생은 시선을 내려 신문을 읽었다.

 

 [마루시 학목 바이러스 감염자 급증]

 

 1명도 나오지 않던 마루 시민 감염자가 요 며칠 사이에 거센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치료제는 이미 개발되어있고 치료도 가능했다. 하지만 마루 시민들은 달구시에서 터졌을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학목 바이러스는 위생관리가 되지 않는 미개한 사람들이나 걸리는 질병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즉, 그들에게는 남의 일로 느껴졌던 학목 바이러스였다.

 

 “드디어 백민관이 바라지 않던 상황까지 왔군.”

 

 그만큼 달구 시민들이 마루로 많이 넘어왔다는 의미였다.

 

 “어이, 학생!”

 

 학생은 뒤를 돌아봤다. 사내 셋이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골목이 좁았기에 그 세 명 만으로 길이 막혔다.

 

 “이런 위험한 곳에 왜 혼자 들어왔어? 돈 뜯고 싶어지게.”

 

 얼굴의 흉터로 보나 옷차림으로 보나 평범한 마루 시민은 아니었다. 사내 중에 가장 앞에 있던 남자는 마른 체형이었지만 팔뚝에 근육이 보이는 사내였다. 아니, 일부러 팔 근육을 보여주기 위해 민소매를 입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조용히 지갑만 내려놓고 가.”

 “용권 형, 요새 너무 스윗해진 거 아니야? 옛날에는 주먹부터 나가던 사람이.”

 “그러게. 1년 전이었으면 저 새끼 그냥 냅다 바닥에 꽂았을 형인데, 키키.”

 

 앞서있던 남자는 동생들의 말에 어깨를 괜히 으쓱했다.

 

 “야야, 요새 경찰이 쫙 깔려서 조금만 소란 일으켜도 사이렌 소리 들어야 해.”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학생은 몸이 굳었는지 발을 떼지 못했다.

 

 “어쭈? 쟤 쫄았나 보네? 용권 형, 쟤 저러다 오줌싸는 거 아니야?”

 

 세 남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학생에게 다가갔다. 그때 학생의 시야로 마른 사내의 목 부분이 보였다. 용권이라고 불리던 사내의 목이었다.

 

 “번개 문신.”

 “뭐?”

 

 사내들은 학생의 혼잣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번개 문신이면 포트마 도적단이네.”

 

 학생은 흥미를 잃은 듯 시선을 돌려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사내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학생을 보고는 분노가 차올랐다.

 

 “야! 너 지금 장난치냐?”

 

 선두의 용권이 학생을 향해 뛰어갔다.

 

 “이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감히 날 무시해?”

 

 용권은 학생의 뒤에 붙었고 곧바로 학생의 등을 향해 팔을 뻗었다.

 

 “멈춰보라고!”

 

 용권이 학생의 어깨를 잡는 순간, 학생의 어깨가 폭삭 내려앉았다.

 

 “어?”

 

 다시 보니 그가 잡은 것은 학생의 어깨가 아니었다. 연기였다. 용권이 학생을 다시 바라봤을 때는 학생의 모습 대신에 연기가 자욱했다.

 

 “이게 뭐야?”

 

 용권은 자신이 꿈을 꾸나 싶었다. 그는 앞을 막고 있는 연기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때 연기 속에서 뭔가 튀어나왔다.

 

 쑤욱-

 

 손바닥이었다.

 

 “이게 뭐,”

 

 사내가 피할 새도 없이 손바닥은 정확히 사내의 안면을 강타했다. 그 순간 손바닥에 있던 뭔가가 용권의 얼굴에서 풍선처럼 터졌다.

 

 팍.

 

 용권의 콧구멍으로 바닐라 향기가 들어왔다. 바닐라 향이 코의 가장 깊숙한 부분을 건드리는 순간, 용권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 모습을 목격한 나머지 두 사내가 황급히 달려왔다.

 

 “뭐야, 저 새끼?”

 “이거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네? 감히 우리 용권 형님을 건드려?”

 

 두 사내는 바닥에 누운 용권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용권의 몸을 흔들었지만 용권은 깨어나지 않았다.

 

 “용권 형!”

 “아까 저 새끼가 용권 형 얼굴 때렸지?”

 “응. 근데 상처는 없는데?”

 

 한 사내가 용권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숨은 쉬고 있어!”

 “다행이다. 이생과 하직하신 건 아니었어.”

 “용권 형이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지!”

 

 그때 용권의 코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드르렁~ 퓨~

 

 “어?”

 “야, 용권 형, 코를 고는데?”

 “쓰러진 게 아니라, 잠든 거야?”

 

 그때 연기 속에서 누군가 나왔다. 방금 전의 학생이었다. 두 사내는 자리에서 뛰쳐나가 그 학생을 향해 복수의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학생은 뒤쪽으로 몸을 던져 또다시 연기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야! 장난치지 마!”

 “거기 들어가면 누가 못 찾을 줄 알아?”

 

 한 사내가 용맹하게 연기 속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3초 뒤.

 

 털썩.

 

 연기 밖으로 그 사내가 던져졌다.

 

 철퍼덕.

 

 드르렁~ 퓨~

 

 용맹했던 사내도 바닥에 누워 자고 있었다.

 

 “이...이...!”

 

 남은 한 사내는 누워있는 두 형 가운데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학생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쪽도 포트마단이죠?”

 “그...그래! 어서 덤벼!”

 “그럼 됐어요.”

 

 학생은 그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어쭈? 날 우습게 보나 보네? 이래 봬도 너 같은 말라깽이한테는 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내는 학생을 보며 뒷걸음질 쳤다. 카쟝은 거침없이 전진했다.

 

 “이, 이게!”

 

 털썩.

 

 사내는 뒷걸음치다가 스스로 발이 걸려 넘어졌다. 학생은 그 사내를 힐끗 보고는 그냥 지나쳐서 골목 밖으로 나갔다. 골목을 나온 학생은 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흑사단은 어디 있는 거야?”

 

 카쟝은 리브를 찾기 위해 흑사단의 거점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흑사단이 노릴만한 은행들을 위주로 어슬렁거리며 혹시나 흑사단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보이면 그들을 뒤쫓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흑사단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뭘 준비하고 있길래. 이토록 오랫동안 잠잠한 거지?”

 

 카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구에 있던 흑사단의 거점을 다시 찾아가 봤다. 하지만 이미 리브의 방을 포함한 모든 건물이 무너져내려 있었다. 그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는 폐허를 뒤로 하고 마루로 돌아왔다.

 

 예전에 흑사단원에게 몰래 넣었던 GPS는 학목강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GPS를 들켰다기보다는 학목강 전투에서 부서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제 카쟝에게는 목적지라고 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단서 없이 흑사단의 거점을 찾아야 할 뿐. 그는 한동안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였다. 하지만 어제 뉴스를 본 카쟝은 가야 할 곳이 번뜩 떠올랐다.

 

 “일단 명장제약으로 가보는 거야.”

 

 카쟝은 TV에서 백민관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신의 옆방에서 납치를 당했던 일호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일호 씨를 만나야겠어.”

 

 어쩌면 강일호에게서 흑사단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다른 얼굴이 떠올랐다.

 

 "근데 백민관은 아직도 명장제약에 숨어있는 걸까?"

 

 아직 명장제약에 숨어있다면 일호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들로 카쟝은 마루 시내로 들어가 명장제약으로 접근하는 것이었다.

 

 “여기는 언제나 사람이 많구나.”

 

 시내로 들어갈수록 태양은 건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고, 이제는 퇴근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보였다. 카쟝이 익숙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명장제약이 눈앞에 등장했다. 명장제약은 노을빛을 받아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건물이 예전만큼 위용있거나 커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그 존재감은 어느 무엇도 대체할 수 없었다.

 

 “일호 씨는 안에 있으려나?”

 

 카쟝은 길만 건너면 명장제약 정문이 나오는 위치까지 도달했다. 그는 길을 건널 준비를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엇.”

 

 카쟝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카쟝의 우측 20m거리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카쟝의 눈길이 멈춘 이유는 그의 옷차림 때문이었다. 마스크에 안경, 후드티. 이전에 명장제약과 아성 호텔 앞에서 봤던 그 사람의 옷차림과 동일했다.

 

 "체형으로만 봤을 땐, 그때 그 사람은 아니야."

 

 더 크고 듬직한 사람이었다. 카쟝은 곁눈질로 힐끗거리며 그를 관찰했다. 덩치로 보나 눈매로 보나 남성이었다. 게다가 저 후드티를 벗긴다면 목덜미에 선명한 뱀 문신이 있을 것만 같았다. 카쟝은 슬금슬금 그를 향해 접근했다.

 

 "아니야."

 

 카쟝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일단 저 사람을 미행해서 어디로 향하는 지부터 확인해야겠어."

 

 후드티를 몰래 따라가면 흑사단의 거점을 알아낼 가능성도 있었다. 지금 접근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였다.

 

 후드티의 사내는 카쟝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명장제약 주위를 계속 관찰했다. 카쟝은 근처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척하며 그 사람을 계속 주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의 가로등도 하나둘 불이 켜졌다. 대략 30분이 지났을 무렵, 후드티의 사내가 길을 건넜다. 카쟝의 시선도 그의 발걸음을 뒤쫓았다.

 

 “뭐지? 왜 명장제약으로 가는 거야?”

 

 저번에 봤던 사람은 길을 건너지 않았다. 멀찌감치서 명장제약만 관찰하고 떠났다. 하지만 지금의 후드티는 달랐다. 그는 자석에 끌리듯 명장제약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날 눈치채고 도망가는 것 같지는 않고.”

 

 카쟝의 다리도 슬슬 그를 향해 움직였다. 그의 눈에는 오직 후드티의 등만 보였다. 후드티의 주인은 길을 건너다 말고 자동차 도로 중간에 멈춰 섰다.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차도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뭘 하려는 거지?”

 

 그때 그의 앞으로 자동차 한 대가 다가왔다. 그 자동차는 차도의 사람을 확인하고 급하게 정거했다. 카쟝은 그 자동차를 단번에 기억했다.

 

 “백민관의 차다.”

 

 후드티의 사내가 백민관의 차를 덜컥 세운 것이었다. 카쟝도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자동차 쪽으로 서서히 접근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혹여나 백민관에게 테러를 가하기 위해 나타난 사람이라면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백민관 전용 자동차라서 총기나 폭발물에 대비했겠지만 흑사단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만약의 경우엔 일이 커지기 전에 그 테러범을 제압해야 했다.

 

 빵! 빵!

 

 자동차는 자신의 진로를 방해 받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곧이어 운전석 창문이 열리고 얼굴 하나가 나타났다.

 

 “뭐하시는 겁니까? 어서 비키세요!”

 

 운전자는 카쟝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내가 떠난 사이에 비서가 바뀐 건가?”

 

 예전에 카쟝을 안내했던 비서가 아니었다. 비서가 경적을 울리자 후드티의 사내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카쟝은 거리를 좁혀 그의 손을 확인했다. 다행히 흉기는 아니었다.

 

 “백민관 사장님! 이거 제가 만든 겁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가 해서 가져왔습니다!”

 

 카쟝은 후드티 사내의 손을 봤다. 손가락만 한 물건이 들려있었다. 카쟝은 그 물건을 유심히 관찰했다.

 

 “저거, 만능 USB인데?”

 

 카쟝은 그 물건을 한눈에 파악했다. 일전에 리브가 발명했던 USB였다.

 

 “저걸 왜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거야?”

 

 카쟝은 당장이라도 그 USB를 뺏어서 어디서 난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을 미행해야겠다는 생각이 견고해졌다. 카쟝은 일단 그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 사이에 자동차 뒷좌석의 창문이 열렸다. 자동차에 타고 있던 사장의 얼굴이 보였다. 카쟝도 아는 얼굴이었다.

 

 “강일호.”

 

 사장은 그 USB를 힐끔 보더니 대답도 없이 다시 창문을 올렸다. USB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다는 의사표현이었다.

 

 빵- 빵- 빵-

 

 비서가 경적을 서너 차례 울리자 후드티는 별 저항 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후드티의 사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향을 틀고 길을 건넜다.

 

 "저렇게 싱겁게 길을 내어준다고? 흑사단이 아닌가?"

 

 카쟝은 증폭된 호기심으로 후드티의 사내를 관찰했다. 자동차가 명장제약으로 들어가는 동안 사내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목적을 마친 사람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건물로 가까이 붙었다.

 

 “어라? 저 사람들은 뭐지?”

 

 그 사내가 돌아간 길목에는 후드티 한 무리가 서 있었다. 아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길을 건너온 후드티까지 합쳐서 총 4명의 사람이 모였다.

 

 그 후드티 무리는 모여서 잠시 상의한 뒤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카쟝은 몰래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들은 건물이 숲을 이룬 마루 중심에서 건물 사이를 도둑고양이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무슨 미로도 아니고.”

 

 후드티의 무리가 건물 사이사이를 누비는 동안 카쟝은 그들의 발소리에 집중했다. 인기척을 숨기기 위해 그들과 거리를 둬야 했다. 급한 마음과 달리 바짝 붙을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그들이 걸음을 멈출 때면 카쟝도 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5분을 걸으니 같은 공간을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끝에 카쟝은 골목에서 나올 수 있었다.

 

 “마루시에 이런 데가 있었나?”

 

 동서남북이 높은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간에 2층짜리 건물 하나가 달랑 세워져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후드티들은 분명히 저 건물로 들어갔어.”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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