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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비서와 우 박사
작성일 : 22-03-17 20:53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7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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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하긴. 예전에도 비밀리에 활동했으니 모르시겠죠.”

 “근데 그 뿐만이 아니에요.”

 “또 무슨 이유가 있나요?”

 “지금 고위급 간부 중에도 흑사의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요.”

 “스파이?”

 “네. 흑사단 내부에서는 기정사실화된 소문이에요. 리브가 정보력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런 정보 외에도 장관급 인사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들은 정보만 해도 엄청나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정보죠?”

 “며칠 전에 대통령과 장관들이 비밀회의를 했다는 정보가 있어요. 일정에도 없었고 기록도 남지 않은 회의죠. 하지만 흑사는 그 회의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전부 알고 있습니다. 저도 소문으로는 들어서 대충 알고 있고요.”

 “음. 복잡하군요.”

 “그렇죠.”

 “그럼 제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셔야 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음식들은 제가 조달하겠습니다.”

 “자물쇠는 풀어주시면 안 됩니까? 너무... 불편한데.”

 “안 됩니다. 지금은 사장님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오히려 이 방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사장님께 더 위험한 행동입니다.”

 “진짜 답답한데....”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제가 챙겨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흑사단에서 소집 명령이 떨어져서.”

 “그럼 어떻게 합니까? 전 여기 꼼짝 없이 갇혀있어야 하는데. 잠은 그렇다고 쳐도, 밥은 제때 주셔야죠.”

 “저 통조림들로 어떻게든 식사하시면 됩니다. 봉투에 참치 통조림 하나 더 있으니까 따놓고 가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동물원 원숭이마냥 지내야 하는 겁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사장님이 지금 다시 세상에 나오면 사장님 주변 사람들만 엄청 힘들어질 거예요.”

 

 진희는 단호하게 일호의 부탁을 거절했다. 일호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

 

 

 “하, 이거 곤란해졌는데.”

 

 백민관은 텅 빈 실험실을 보며 탄식했다. 그의 얼굴은 금고를 싹 다 털린 갑부의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 CCTV는 확인 안 해봤어?”

 

 옆에 서 있던 우 박사가 대답했다.

 

 “지하 3층 영상은 사장실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잖아. 저번에 사장실이 불타면서 여기 영상이 저장된 디스크가 전소됐어. 전문 업체에 맡기기는 했는데 거기에서도 복구는 힘들다고 했고.”

 

 두 사람은 지하 3층 마지막 실험실 앞이었다. 카쟝이 있어야 할 공간은 비어있었고 그가 언제 어떻게 이곳을 탈출했는지는 오리무중이었다.

 

 “허어. 근데 이 장소는 나랑 우 박사랑 그리고 우 박사의 연구팀만 올 수 있는 장소잖아? 장관들은 여기 오는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안다고 쳐도 여기에 와서 카쟝을 살려줬을 리가 없고.”

 “그래서, 나를 의심하는 거야?”

 “그건 아니고.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당신 팀원들에게는 물어봤어?”

 “물어봤지. 팀원들도 여기에 종종 들르기는 하는데, 카쟝은 물론이고 이 실험실까지 왔던 사람은 없었어. 카쟝의 행방을 아는 사람도 당연히 없고.”

 "으으."

 

 민관은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머리가 견디기 힘들 만큼 지끈거렸다.

 

 “카쟝은 내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게다가 리브도 일호도 이곳에 없으니 제 발로 여기에 찾아올 가능성은 없겠지.”

 “그럼 우리 쪽에서 움직여야지. 카쟝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로 갔을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아.”

 

 우 박사는 민관을 바라봤다. 민관은 여전히 머리를 짚고 있었다.

 

 “백민관 당신, 예전에 카쟝을 잡은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있었지. 근데 아쉽게 놓쳤지. 그 녀석이 이상한 잡기술로 날 기절시켜서.”

 “이번에도 그 뇌를 굴려서 방법을 찾아봐.”

 “안 그래도 굴리는 중이야. 그래도 그땐 카쟝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전혀 감이 안 잡혀.”

 

 쉽사리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 않자 우 박사는 발길을 돌렸다.

 

 “백 사장, 당신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 카쟝이 돌아올 때까지 일단 지하 3층에서 조금만 더 쉬고 있어.”

 

 민관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말이 쉬는 거지 갇혀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도 지금 자신의 모습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는 건 큰 소동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금 답답하겠지만 참고 있어. 내가 카쟝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든 모아볼게.”

 

 민관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 박사는 민관을 바라보다가 승강기를 향해 돌아섰다.

 

 “나라도 움직여야겠어. 여기 있어봤자 해결되는 건 없어.”

 “우 박사. 제발 카쟝만 잡아줘. 내가 사례는 뭐든 하겠네. 달구의 연구소도 공사가 많이 진행됐다고 하니까 완공만 되면 거기서 당신의 꿈을 이뤄.”

 “걱정 마. 당신 못지않게 나도 카쟝을 붙잡고 싶으니까. 어차피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카쟝은 나한테도 눈엣가시야. 내 연구를 완성 시킬 재료가 도망쳤으니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라고. 꼭 잡아서 내 손으로 그 녀석의 뇌를 꺼내겠어.”

 

 모처럼 두 사람의 마음이 맞자 민관은 30년 전의 우 박사가 떠올랐다.

 

 “이렇게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뭉치는 게 쉽지가 않단 말이지. 우리가 연구에 몰두했던 지난날이 떠오르네. 우 박사가 나와 같은 뜻이라고 하니까 내가 다 기분이 좋아져.”

 “그런 감성 젖은 말은 됐고. 당신은 여기서 잠자코 있어. 내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잡아낼 테니까.”

 “알겠어.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써도 좋아. 자네에게는 명장제약의 비자금을 맡겨도 신뢰할 수 있으니까. 난 그 정도로 믿고 있어.”

 

 우 박사는 승강기로 걸어갔다. 그녀는 승강기가 내려오는 동안 백민관 쪽을 바라봤다.

 

 “한 번 더 당부하는데, 지상으로 올라올 생각 말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볼 테니까.”

 

 [문이 열립니다.]

 

 우 박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으로 올라갔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고 30층 로비가 나왔다. 주인 없는 사장실은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그 옆에 위치한 비서실은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이제 곧 퇴근 시간인데 아직도 일하고 있나?”

 

 우 박사는 비서실로 걸어갔다. 역시나 민석이 책상 앞에서 뭔가 열심히 끼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민석도 곧 우 박사의 인기척을 느꼈다.

 

 “우, 우 박사님!”

 

 민석은 재빨리 책상 위 종이를 집어넣었다.

 

 “이 시간엔 어쩐 용무로 오셨어요?”

 “뭐 바쁜 일 하고 있었나 봐?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아닙니다. 저도 이제 정리하고 퇴근할 생각이었습니다.”

 

 민석은 책상을 문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 박사는 나지막이 물었다.

 

 “성 비서, 연락 온 데는 없었지?”

 “연락이요?”

 “응. 아침에 말했던 그거.”

 

 민석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에 대한 정보 말씀이시군요.”

 “들어온 소식이 있나?”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우 박사도 큰 기대는 없었기에 발길을 돌렸다.

 

 “그럼 나는 이만 들어갈게.”

 

 우 박사가 1층으로 가기 위해 승강기 버튼을 눌렀을 때, 민석이 비서실에서 나왔다.

 

 “우 박사님.”

 

 우나영은 뒤돌아 민석을 쳐다봤다.

 

 “왜 부르지?”

 “사장님의 부탁이라 말씀을 못 드렸는데....”

 

 우 박사는 급한 발걸음으로 민석에게 다가갔다.

 

 “방금 뭐라고 했어? 사장님?”

 “네. 실은, 엊그제 사장님이 저를 찾아왔어요.”

 “그래? 확실히 사장님 맞았어?”

 “네. 저도 놀랐어요. 근데 외모부터 말투까지 전부 백민관 사장님이었어요.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으니 백민관 사장님뿐이죠.”

 “이런! 그런 일이 있으면 빨리 말했어야지! 그래서, 사장님이 무슨 부탁을 했는데?”

 “자기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어디서 만났지?”

 “30층에 오셨었어요.”

 “혹시 메시지를 남기거나 하진 않았어? 뭐가 필요하다든지, 아니면 어디로 떠난다든지.”

 “저, 그게....”

 “왜? 뜸 들이지 말고 냉큼 말해봐.”

 “사장님이 당분간 한 곳에 숨어계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사장님을 한 여관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근데 몇 호실에 묵고 계시는지까지는 모르고,”

 “성 비서.”

 “네.”

 “지금 시간 되나?”

 “지금이요?”

 “어. 시간 괜찮으면 나를 그 여관까지 태워다 줘. 사장님이 살아계신다면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사장님이 자기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발설한 걸 아시면 화내실 텐데요.”

 “걱정 마. 내가 백민관이랑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이라는 걸 성 비서도 잘 알잖아.”

 “그건 그렇죠.”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커버해 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를 거기로 안내해.”

 

 민석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우 박사에게 다가갔다.

 

 “알겠습니다.”

 

 곧 승강기가 도착하고 두 사람은 함께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민석은 백민관이 타던 차를 끌고 우 박사 앞에서 멈췄다.

 

 “우 박사님, 타시죠. 안내하겠습니다.”

 

 우 박사는 민석을 힐끔 보고는 뒷좌석에 앉았다. 민석은 백미러를 보고는 우 박사가 착석한 모습을 확인했다. 민석과 우 박사가 탑승한 차는 주차장을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빨갛게 물들었고 태양은 금방이라도 지평선을 넘어 사라질 듯했다. 민석은 천천히 자동차를 몰았다.

 

 "어휴."

 

 명장제약 정문으로 나가니 시위대가 군집해있었다.

 

 “명장제약은 연구소 내부 영상을 공개하라!”

 

 동물보호협회에서 나온 시위대였다. 동물보호협회는 명장제약에 불법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증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명장제약은 수개월이 넘도록 그 요구를 묵살하고 증거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자 동물보호협회에서도 반발이 엄청나게 거세진 상태였다.

 

 “동물을 무고하게 죽이는 명장제약은 당장 실험을 중지하라!”

 “명장제약에서 일어나는 동물실험을 즉각 중지하고 사죄하라!”

 “동물실험 책임자는 백민관처럼 천벌을 받을 것이다!”

 

 우 박사는 서둘러 차 문을 잠그고 고개를 푹 숙였다. 민석도 아무렇지 않은 척 회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시위자들은 그렇게 쉽게 내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민석과 우 박사가 승차한 자동차로 접근했다.

 

 “어라? 이거 백민관 차 아니야?”

 “그러네. 뒤에 누가 타고 있는데?”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험악한 얼굴로 다가왔다. 우 박사는 아예 몸을 수그렸다.

 

 쨍그랑.

 

 시위대 중 한 사람이 야구방망이로 헤드라이트를 깼다.

 

 “거기 뒷좌석에 숨은 놈 누구야! 얼른 나와!”

 

 우 박사는 속삭이듯 민석을 불렀다.

 

 “성 비서, 어서 밟아. 이 사람들이 유리창 깨부수고 들어오기 전에.”

 “알겠습니다.”

 

 빵-!

 

 민석은 경적을 울리며 악셀레이터를 밟아 엔진 소리를 냈다. 그러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비켜섰다. 민석은 그 사이로 겨우 빠져나갔다.

 

 “휴, 한시름 놨네요. 괜찮으세요?”

 “됐고. 얼른 백민관이 사는 데로 데려가.”

 “알겠습니다. 그래도 안전이 먼저니 천천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는 곧 침묵에 잠겼다. 우 박사도 성 비서와 한 공간에 단둘이 있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우 박사는 침묵을 좋아하는 여자였기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불편한 쪽은 민석 쪽이었다. 민석은 괜스레 대화를 텄다.

 

 “저번에 사장님이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우 박사는 창밖을 볼 뿐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 박사님이 카쟝을,”

 “카쟝?”

 

 의외의 단어에 우 박사는 한껏 치켜뜬 눈으로 민석을 봤다.

 

 “네. 카쟝을 2번이나 죽일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장이 그런 말을 해줬다고?”

 “네. 허풍인지 진짜인지 몰라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사실인가요?”

 “성 비서.”

 “네?”

 “내가 예전에 왜 교도소를 갔었는지 들은 적 있어?”

 “그거야, 신문에도 나왔었잖아요. 예전 실험에서 불법으로 동물을 너무 많이 죽여서,”

 

 민석의 이마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올려 백미러를 보니 우 박사가 째려보고 있었다.

 

 “성 비서, 표현이 조금 거슬리네? 죽인 게 아니라 연구를 위해서 희생시킨 거야.”

 “네. 희생. 죄송합니다. 말이 헛나왔습니다.”

 “아무튼 말이야. 나에게 있어서 카쟝은 그런 무수한 동물 중의 하나일 뿐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어. 당신도 이전 비서처럼 목숨을 바쳐서 충성을 다한다면 백민관이 어련히 알려줄 거야."

 "저의 전임자는 목숨을 바칠 정도로 열심히 일했군요."

 "그 사람 덕분에 나도 임상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 내 입장에서도 꽤 괜찮은 직원이었지. 어쨌든 그건 그거고. 카쟝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험체라는 의미야. 나는 실험자로서 그런 실험체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잡을 수 있지."

 "카쟝이 박사님의 실험체였다고요?"

 "그래. 그리고 실험체의 운명은 실험자가 결정하는 거야. 이 한마디면 충분하겠지."

 “근데 그것도 사실이에요?”

 “뭐?”

 “예전에 죽였던, 아니 희생시켰던 동물이 실제로는 30만 마리가 넘어간다고 하던데요?”

 

 우 박사는 당황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저번에 사장님이 말씀해주셨어요."

 “그런 것까지 백민관이 알려줬다고? 백 사장은 왜 이렇게 입이 싸?”

 “사실인가 보네요.”

 “성 비서, 네가 알 바가 아니야! 그리고 방금 한 말 앞으로 절대 입 밖에 꺼내지 마.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고!”

 

 쿵.

 

 우 박사는 깜짝 놀라 옆을 본다. 창문에 흠집이 생겨있었다.

 

 “뭐야? 갑자기 뭐지?”

 

 그때 그녀의 시야로 날아오는 돌이 보였다.

 

 쿵.

 

 우 박사는 고개를 홱 돌렸다. 다행히 돌은 창문에 막혀 우 박사에게 닿지 않았지만 차창에는 또 하나의 흠이 났다.

 

 “이게 뭐야?”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차창에는 우박처럼 돌이 쏟아졌다.

 

 쿵. 쿵. 쿵. 쿵. 쿵.

 

 성민석은 차를 세웠다.

 

 “왜 멈춰? 빨리 가자고!”

 “도착했는데요?”

 

 자동차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고깃덩이를 발견한 늑대들처럼 자동차에 달라붙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뒷좌석에 앉은 우 박사를 응시했다.

 

 “저 사람이야?”

 “맞네. 저 사람. 신문에서 봤어.”

 “저년이 동물들을 대량으로 죽였어?”

 “아까 들었어! 이 썩을 년이 30만 마리나 살생했대!”

 "임상 실험도 했다고 한 거 같은데?"

 

 우 박사는 반대편으로 슬금슬금 피했다.

 

 “저 사람들 뭐야?”

 “전 잘 모르죠.”

 “여긴 어딘데? 여관 앞이 아니잖아?”

 

 우 박사는 창밖을 봤다.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명장제약?”

 “맞아요. 여기 명장제약 앞이에요. 그냥 크게 한 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죠.”

 “뭐야? 백민관의 숙소는?”

 “그게 무슨 소리죠?”

 

 우 박사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주위를 살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동물실험 STOP]

 [동물 학살자 OUT]

 

 그 문구들을 본 우 박사는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어서... 어서... 출발해!”

 

 우 박사는 민석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출발하라고!”

 

 [빨리 출발하라고!]

 

 우 박사는 깜짝 놀랐다.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소리야?]

 

 우 박사는 사람들 옆에 큰 스피커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민석은 그제야 우 박사를 쳐다봤다.

 

 “저거요?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예요. 자동차 안에서 하는 대화가 전부 저기 스피커로 나오고 있거든요.”

 “성 비서! 이게 무슨 짓이야? 장난치지 말고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

 “우 박사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본인 입으로 잘 설명하셨으니까, 그다음부터는 저 사람들에게 맡기려고요.”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당장 출발해!”

 

 우 박사가 소리 지를 때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자동차에 붙었다.

 

 “사람 죽인 것만 죄냐? 동물 죽인 것도 죄야!”

 “수많은 동물의 고통에 귀 닫았던 사이코패스 같은 년!”

 “죽일 땐 별생각 없었지?”

 “동물들이 느꼈던 고통! 당신도 똑같이 느끼게 해줄게!”

 

 쿵!

 

 우 박사는 깜짝 놀랐다. 창문에 큰 충격과 함께 금이 갔다. 시위대 중 한 사람이 피켓을 몽둥이 삼아 차창을 내리찍고 있었다.

 

 쿵!

 

 한 번 내리칠 때마다 차창이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쿵!

 

 창문 전체가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이대로는 얼마 못 갈 것 같았다.

 

 “성 비서! 내가 딱 이번만 부탁할게. 그냥 좀 출발하자.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해줄게.”

 

 그 순간이었다.

 

 파각-!

 

 차창이 완전히 깨졌다. 곧 사람들의 손이 열린 창문을 통해 우 박사에게 향했다.

 

 “제발 부탁이야, 성 비서.”

 

 그녀는 두 손 모아 성 비서에게 간곡히 빌었다. 하지만 이미 자동차 문이 열리고 시위대는 억지로 우 박사를 끄집어내려 했다. 이미 대여섯 개의 팔이 문어처럼 우 박사의 몸을 당기고 있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

 

 우 박사는 안간힘을 다해 팔들을 뿌리쳤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을 혼자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우 박사의 몸에 닿은 팔들은 사정 없이 그녀를 바깥으로 끌어당겼다. 사람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우 박사를 향해 민석은 마지막 인사를 속삭였다.

 

 “제 목숨을 2번이나 빼앗으려 시도한 죗값입니다.”

 “뭐?”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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