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형견 기사님의 순애는 역사를 쓴다.
작가 : 가우리키나키
작품등록일 : 2018.6.21

소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과 거대한 세상을 품은 소녀가 9년이 지나 다시 만나고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이야기.

바이안은 세이나가 죽은 줄로만 알고 절망하다, 소녀가 없기에 지킬 수 없게 된 많은 약속들 중에 유일하게 지킬 수 있는 기사의 길로 뛰어든다.

많은 비밀과 기억을 잊은 채로 평범하게 살던 세이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한 채로 귀찮다는 성정을 내세워 드러나지 않게 살아왔지만, 옛 오빠를 만나고 진짜 자신을 찾는다.

삶과 죽음. 죽음과 탄생.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에,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이 있기에...


“세나야. 나 약속 지켰다. 내일 모래 진짜 기사가 돼. 얼른 너한테 보고하러 가고 싶다.”

어떤 별이 세이나의 별일지 찾다가 제일 크게 빛나는 별을 향해서 입 근육을 간신히 움직여서 이제는 어색해 힘들지만 작게라도 미소를 그려봤다.

“모래에 하는 기사 서임식에서, 내가 최고라고 멋있다고 해주는 네 말이 제일 듣고 싶어. 세나야.”

‘비록, 너의 기사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 약속 지켰어.’

=====

“세나. 때릴 때는 이렇게 피고 때리면 더 효과적이야.”

늘 무표정에 무섭기만 한 바이안이 매우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세이나의 손 모양을 고쳐주고 있었다.

“어이, 얌마.”

“그리고 팔 동작은 이렇게.”

“이렇게?”

“응.”

서로 공중에서 붕붕 손을 휘젓고 있는 행태에 론은 바이안에게 항의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

“응.”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즉답에 세이나는 자신도 모르게 생김새와는 딴판으로 노는 저 귀여운 생물은 뭔가 순간 고민했다.

“손! 하고 말하면 바로 주겠...”

손바닥을 펴 앞으로 내밀며 말을 꺼내다가 말아버렸다.

손이라는 말과 동시에 바이안이 텁 하고 제 손을 얹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환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따라 좌우로 흔드는 그 꼬리가 더 기운차다.



 
18. 과거편, 21년 전 (5)
작성일 : 18-08-08 19:41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69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 이건 너무하잖아.”

 

  “아니야. 내가 잘못한 게 맞아.”

 

  테이블에 턱을 괴고 삐뚜룸하게 앉아 지금 나는 상당히 짜증났음을 미간에 줄 세 개를 그으며 표현한 론은 바이안의 왼쪽 입가가 터져서 부운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아 씁..”

 

  쓰라림에 론의 손을 치우고 바이안은 살짝 떨어졌다.

 

  “갈수록 너무하네. 야. 확 말해버려.”

 

  더는 못 봐주겠다며 주먹 쥔 손을 테이블에 강하게 내려치자 바이안이 허겁지겁 론을 말렸다.

 

  “아니 진짜로 내가 잘 못 한 거라니까.”

 

  “네가 뭘 잘 못 했는데?”

 

  몇 년 동안 거의 매일 함께하면서 보아왔기에 바이안이 잘 못했다는 것들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함에 언성이 높아졌다.

 

  “너도 알잖아. 내가 욕심 부리던가 하면 불행해지는 거.”

 

  “하?”

 

  “그.. 어마마마께 안겨서 어마마마 지금 쓰러지신거나.”

 

  ‘황후마마는 그때 감기몸살로 열이 나셔서 그냥 누워 계신 거잖아.’

 

  “에바랑 놀고 싶은 거 못 참고 놀아서 에바가 나중에 심하게 체해서 몇 일 동안 거의 못 먹었고.”

 

  ‘걔가 멋대로 놀아달라고 쫒아 온 거지. 그리고 체한 날은 일주일 지난 후에, 케익을 급하게 먹다가잖아.’

 

  바이안의 말 하나하나에 속으로 토를 달지만 입으로는 꺼내지 않고 마저 말을 끝내게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형님 글공부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께서 머리 쓰다듬어주시고 나중에 돌아가시다가 계단에..”

 

  론이 짜증이 나는 것 중에 하나가 저런 부분이었다.

 

  다른 것들은 다 말도 안 되는 지레짐작으로 전부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들 투성이지만, 꼭 하나씩 저리 큰 문제가 터지니 어린 론으로서는 진짜 저주 받은 것은 아닐까 하며 의심이 올라오기도 하고,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그 속엔 열불만 터진다.

 

  단지 하나 알게 된 것은 그런 큰 사고에는 1황자와 가까이 있는 이들이 오늘처럼 바이안을 칭찬 했을 때나, 1황자가 탐내는 것을 바이안이 얻게 되는 경우 같을 때에 터진다는 것이고, 1황자의 분노가 직통으로 바이안에게 쏟아진다는 것이지만 그런 일들은 바이안과 친한 론 빼고는 주변에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이안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이미 몸에 배어서 절대로 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대신 나섰다가는 바이안 성격에 절교가 기정사실이기도 했지만, 어려도 자신은 황족들의 일에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들어주고 대신 화내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뭔지 모르겠는데, 나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론은 감이 좋아 느끼는 불안감이지만 8살의 어린 나이라 그저 뭉뚱그리한 불안함만 느꼈다.

 

 

 

 

  카이덴의 뒤로 셈이 서 있었고, 그의 정면에 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우 이질적인 사내가 다리를 꼬고 소파의 등받이에 대충 기대 양팔을 넓게 걸쳐 어린 카이덴을 내려 봤다.

 

  “오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셨더군요. 이러시면 거래를 지속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너무 화가 나잖아.”

 

  “원하시는 방법대로 도움을 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일도 원하시는 대로 해드렸는데, 화가 나신다고요?”

 

  나무라는 말에 카이덴은 뭇 억울하다며 무릎에 얹은 두 손을 꽈악 그러쥐었다.

 

  뒤에 가만히 서있던 셈이 카이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여 그의 귀에 자신의 입을 가까이 대었다.

 

  “그럼요. 당연히 화가 나지요. 욕심쟁이를 혼내주기 위한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제 욕심을 채우려 달려드는 모습을 보는데 어찌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전하는 아직 어리셔서 참기가 어려우셨던 거지요? 다음부터 그러지 않으시면 됩니다. 전하는 영민하신 분이시니, 행여 오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만한 증거를 남기시지는 않을 겁니다.”

 

  “응.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나 잘 할 수 있어.”

 

  “그럼요~ 우리 황자님 이신걸요.”

 

  카이덴이 셈을 바라보며 해사하게 웃으니, 셈이 그런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는데, 그 눈이 사뭇 잔인한 차가움이 깃들어 있었다.

 

  정면에서 셈을 보던 사내는 그것을 꿰뚫어 보자마자 헛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감탄했다.

 

  ‘우루루년. 단순하게 명령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을 완전히 바꿔버리기까지 하는 거냐? 저거 아주 괴물을 만들어 놨네. 노처녀가 무섭다더니, 삼백년 묵으니 잘 못하면 한 순간에 황천길이겠구나. 으~ 말 잘 들어야지. 무섭다 무서워.’

 

  오랜만에 느끼는 오한에 몸을 살짝 떨다가 이야기가 끝나가는 듯싶어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 이번에 원하는 건 뭡니까?”

 

  사내의 그 말을 마침 기다렸다는 듯 카이덴은 반색을 하며 망설임 없이 원하는 바를 꺼냈다.

 

  “오늘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잖아. 그럼 차라리 내 눈에 완전히 사라지게 해줘. 사라져서 그 자식이 여기로 못 돌아오게. 그리고 사람들이 찾을 수 없게. 그런 거 있어?”

 

  “하~ 하하 이거 아주 걸작이네. 하하하”

 

  “자중하세요. 황자님의 앞입니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크게 웃다가 셈의 말에 언제 웃었다는 건지 뚝하고 그 웃음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카이덴이 한 말은 큰 의미가 없는 그저 어린 아이가 하는 심술에서 나오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죽여 달라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그래서 하나의 방법으로 두 가지의 경우 중 한 경우가 랜덤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바로 제시해주기로 했다.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죠. 아! 하지만 이번에는 황자님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셔야 합니다. 늘 그랬듯이 뒤는 걱정하지 마시구요.”

 

  볼일이 끝난 후 언제 들어왔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연기처럼 사라진 사내는 어느 순간 황궁과 한참을 떨어진 곳에서 여유롭게 거닐었다.

 

  “주인님이 얼마 안남은 것들한테 심심하다고 장난을 치시는지 의아해했는데, 최고로 잘났다는 황족들 능멸하는 게 확실히 재밌긴 하네.”

 

  몸이 찌뿌드드한지 두 손을 한껏 위로 올려 스트레칭을 하다 입을 쩌억 하고 크게 하품을 했다.

 

  “이번 일로 화살받이가 사라지면 이 장난도 끝인가? 아~ 벌써 심심해진다. 쩝.”

 

 

 

 

  오늘 따라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적막함이 감돌 때 바이안의 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서있었다.

 

  깜짝 놀라 자신이 또 무슨 잘못을 한 것이 있나 되짚어 보고 있는 바이안의 손목을 다짜고짜 틀어쥐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카이덴에 상당히 놀랐지만, 잡혀있는 손목이 아파 앞서가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렇지만 카이덴은 한 번도 돌아봐주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 뒷모습만 보여주었고, 잡혀있는 손에서 작게 떨리는 떨림에 입을 굳게 닫고 따라갔다.

 

  현제 카이덴은 바이안이 보기 싫어서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있었던 대화로 머리가 가득 차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심드렁하니 나타난 사내는 검은 색의 구에 문양이 복잡하게 새겨진 물건을 건네주었다.

 

  “어? 이거 통행구야? 내가 봤던 거랑 뭔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당연하지요. 아주 오래전에 사용 되었던 통행구이니까요. 그래서 더없이 좋은 거죠.”

 

  한 번도 사용해본적은 없지만 어떤 방식인지는 알고 있어서 왜 이것을 주는지 의아해 하자 사내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주고 좋아하는 아이처럼 살짝 신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설명에 활짝 웃었다가 중간부터 창백해져 손을 덜덜 떨자, 사내는 이거 왜이러시나 하며 음산하게 목소리를 흘렸다.

 

  “원하시는 대로잖습니까? 만일 그대로 된다면 영원히 사라지는 겁니다. 설마 이제 와서 그 뜻이 아니었다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사내의 말이 무서워서 떠는 것인지, 자신도 잘 모를 공포에 떨고 있으니, 셈이 토닥여 주며 기운을 복 돋아 주자 카이덴은 바로 망설임 없이 하겠다 선언했고 지금 바이안을 데리고 목적지로 나아갔다.

 

  신기하게도 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고, 중간에 번쩍하더니 작은 현기증과 함께 어딘가로 장소가 바뀌는 생소한 경험에 바이안은 주변을 신기하게 돌아봤지만, 카이덴이 힘을 주고 잡아당기자 다시 말없이 뒤를 따라갔다.

 

  땅의 끝이라 불리는 낭떠러지에 행여 실수로 사람이 들어갈까 결계가 쳐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어떤 방해도 없이 물 타 듯 부드럽게 그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그 결계는 오직 황족만이 건드릴 수 있다 보니 둘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덕분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손목을 놓아주자, 바이안은 자신의 눈동자에 가득 담긴 풍경에 입을 벌렸다.

 

  밑의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아찔한 높이가 신기했고, 멀리 보이는 색색의 땅들에 시선을 뺏겨 이리저리 감상을 하고 있지만 그의 뒤에서 서있는 카이덴은 썩 표정이 좋지 못했다.

 

  ‘오래 되어 작동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게다가 금도 가있으니 더더욱 어렵겠군요. 마력이 없는 사람은 수식을 맞추어 전달 받은 사람이 잡아 주어야 하는데 마침 그것도 용이하지 못하니 최고잖습니까?’

 

  사내가 즐거운 말투로 하는 말이 머리에서 울렸다.

 

  고장난 통행구를 품에서 꺼내어 들어, 내려다보니 이제는 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우연찮게 작동이 된다 하더라도 대륙 어딘가, 그리고 그 한번으로 구는 깨어질 것이 자명하니 이곳으로 알릴 수단도 없이 완전히 사라지는 겁니다. 죽든 살든 그것은 모두 운이죠. 황자님께서 신경 쓰실 부분이 아닙니다. 소원하신 일을 마무리 하세요.’

 

  “난..”

 

  자신보다 작은 바이안을 가만히 주시하다 들고 있는 구를 한번 힘 있게 쥐고, 바이안의 어깨를 잡고 그를 돌려세웠다.

 

  왜?나, 무슨 일인지 물어볼 법도 하지만 잠깐 의아해하기만 했을 뿐 카이덴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는 바이안의 무덤덤한 눈동자에 카이덴은 자신도 모르게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뒷걸음쳤다는 것이 창피한지 눈을 치켜뜨고 통행구를 바이안에게 거칠게 넘겼다.

 

  “이거..”

 

  “마지막으로 하는 배려야. 운이 좋으면 작동 하겠지.”

 

  “......”

 

  처음 보는 통행구를 살펴보자 낡고 금이 가있기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되어, 어린아이가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처연함이 바이안의 얼굴에 비쳐졌다.

 

  “그렇게까지 싫었구나.”

 

  “무 뭐?”

 

  “태어나지 말걸 그랬나보네. 남들 다 고생만 시키고 불행하게 하는데.”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말로 들리자 카이덴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당황해버렸다.

 

  하지만 오히려 자존심에 금이 가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정의하면서 성큼 다가가 어깨를 툭하고 밀었다.

 

  단 한번 밀었을 뿐이지만 바이안은 힘없이 몸이 뒤로 젖혀지며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고, 카이덴이 서둘러 내려다본 곳에는 어디까지 떨어졌는지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절벽 아래를 굳은 채로 보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카이덴의 온몸이 심하게 떨리더니,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침묵했다.

 

  멍하니 하늘을 보던 카이덴의 한쪽 눈가에서 작은 물이 살짝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다시 몸이 격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흐.. 흐하하하 꼴좋다. 전부, 전부 네가 나쁜 거야. 벌 받은 거라고. 난 아무 잘 못 없어. 가족들한테서 나쁜 것을 내가 대신 치운 거야. 응. 잘했어. 카이덴 정말 잘했어.”

 

  결계의 바로 근처의 나뭇가지에 늘어져 망원경으로 상황을 보던 사내는 피식 비웃음을 흘리며 망원경을 내렸다.

 

  “저거 이제 완전히 망가졌네. 돌아오긴 글렀어. 크큭~ 상대를 죽이고 싶으면, 남의 손이 아니라 제 손으로 해야 하는 거란다. 아가야.”

 

  말소리가 들릴 거리도 아니건만 어른이 아이에게 충고를 해주면서 짧게 뱉고 나무에서 내려와 카이덴을 황궁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했다.

 

  “우루루가 시킨 명령이 완료 된 건가? 그럼 그 시종은 알아서 폐인이 될 테니까, 내가 따로 폐기처분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건 참 편하다며 느그작 대다가 나중에 추가로 재미있을 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적극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면 증거들이 나올 수 있게 적당히 뿌려둘 계획을 짰다.

 

  자신들까지 찾아 낼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그런 부분은 하나도 걱정이 들지 않아 홀로 소풍을 가 자연을 즐기듯 콧노래를 흥얼이며 여유를 즐겼다.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할 때 처음 느끼는 것은 심장이 붕 떠서 몸과 따로 분리가 될 것 같은 경험이었다.

 

  카이덴의 독설과 표정들이 떠오르며, 자신을 보면 늘 안타깝게 바라보던 어마마마와 아바마마가 따라서 떠올랐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며 천진하게 웃어주는 에바까지 스쳐가자 모든 것이 다 자신 때문에 편하지 못해, 모두에게서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도움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눈을 감고 가만히 하늘에 몸을 맡겼다.

 

  천공의 땅과 대륙까지의 높이가 상상할 수도 없이 높아서인지 한참 떨어진 것 같은데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 보니, 생각은 계속 움직였다.

 

  처음에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늘 참고 또 참았던 것이 너무 많아 마지막에라도 터져야 겠다며 갑자기 화산이 폭발하듯 바이안의 가슴에 터져 덮쳐갔다.

 

  “싫어... 죽기 싫어. 나도, 나도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싶단 말야. 훌쩍 안 죽을 거야.”

 

  구를 쥔 손을 들어 다른 손으로 이리저리 만져봤지만 그 구는 어떤 반응도 보여주지 않는다.

 

  힘을 주어 마력이라는 것을 써보려 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몰라 구는 묵묵부답이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만져대는 바이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사적이었고, 절박했다.

 

  “난 안 불행해. 안 더러워. 욕심도 부릴 줄 알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아. 훌쩍 그러니까 나 안 죽어.”

 

  어찌 하는 것인지도 모르면서도 다급하게 움직이는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포기하지 않는 바이안이 불쌍해서인지, 하늘이 기적이라도 내려준 것처럼 갑자기 틱 소리와 함께 구에서 잠깐 빛이 일더니 추락하던 바이안이 공중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깐의 현기증에 성공했음을 짐작 했지만, 다시 나타난 곳을 보고 바이안은 절망했다.

 

  이름 모를 숲이 우거진 곳의 한참 위에서 나타나 그대로 땅으로 속절없이 곤두박질 쳤고, 규칙 없이 뻗어진 나뭇가지에 어깨, 허리 상관없이 부딪치고 가지가 부러지면서 마지막에 퉁 하는 소리와 함께 크게 바닥과 충돌해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의식을 잃은 바이안이 들고 있었던 통행구는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해 그 수명을 다했다며 그대로 바스락 부서졌다.

 

  부스럭 풀을 밟는 가벼운 발걸음이 바이안의 곁으로 다가왔고, 그 소리의 주인공은 알짱알짱 이리저리 확인을 하더니, 발목을 잡아 쥐고 숲을 빠져나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4 20. 과거편. 하나의 마무리, 그리고 시작 (2) 2018 / 8 / 16 23 0 5643   
73 20 과거편. 하나의 마무리, 그리고 시작 (1) 2018 / 8 / 15 21 0 5722   
72 19. 과거편, 성장과 변화 (6) 2018 / 8 / 14 27 0 6296   
71 19. 과거편, 성장과 변화 (5) 2018 / 8 / 13 26 0 4151   
70 19. 과거편, 성장과 변화 (4) 2018 / 8 / 12 25 0 5687   
69 19.과거편, 성장과 변화 (3) 2018 / 8 / 11 19 0 5591   
68 19. 과거편, 성장과 변화 (2) 2018 / 8 / 10 24 0 5607   
67 19. 과거편, 성장과 변화 (1) 2018 / 8 / 9 20 0 5615   
66 18. 과거편, 21년 전 (5) 2018 / 8 / 8 22 0 6945   
65 18. 과거편, 21년 전 (4) 2018 / 8 / 7 20 0 5448   
64 18. 과거편 , 21년 전 (3) 2018 / 8 / 6 18 0 6035   
63 18. 과거편, 21년 전 (2) 2018 / 8 / 5 16 0 4776   
62 18. 과거편. 21년 전 (1) 2018 / 8 / 4 21 0 5798   
61 17. 깨어진 단추 (7) 2018 / 8 / 3 23 0 5931   
60 17. 깨어진 단추 (6) 2018 / 8 / 2 20 0 5827   
59 17. 깨어진 단추 (5) 2018 / 8 / 1 25 0 5731   
58 17. 깨어진 단추 (4) 2018 / 7 / 31 24 0 5408   
57 17. 깨어진 단추 (3) 2018 / 7 / 30 24 0 5595   
56 17. 깨어진 단추 (2) 2018 / 7 / 30 18 0 5355   
55 17. 깨어진 단추 (1) 2018 / 7 / 29 19 0 5401   
54 16. 카시어스 로이에 (3) 2018 / 7 / 28 17 0 5707   
53 16. 카시어스 로이에 (2) 2018 / 7 / 27 18 0 5505   
52 16. 카시어스 로이에 (1) 2018 / 7 / 26 18 0 4574   
51 15. 야 이늠들아! 늙은이 뒈진다. (4) 2018 / 7 / 25 20 0 5353   
50 15. 야 이늠들아! 늙은이 뒈진다. (3) 2018 / 7 / 25 17 0 4861   
49 15. 야 이늠들아! 늙은이 뒈진다. (2) 2018 / 7 / 24 24 0 4746   
48 15. 야 이늠들아! 늙인이 뒈진다. (1) 2018 / 7 / 23 20 0 4815   
47 14. 온천에서 시작한 내기 대련 (4) 2018 / 7 / 22 27 0 6197   
46 14. 온천에서 시작한 내기 대련 (3) 2018 / 7 / 21 15 0 6494   
45 14. 온천에서 시작한 내기 대련 (2) 2018 / 7 / 20 25 0 4683   
 1  2  3  4  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