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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영웅전설_아포칼립스
작가 : 롱녕이
작품등록일 : 2022.1.1

세상이 변했다. 전설, 민담, 전승으로만이어지던 옛 이야기는 실화가 되었고, 아득한 신화 속에 웅크려 있던 괴수가 출현하여 세상은 공포로 뒤덮였다.
세계의 도시는 부서지고, 혼란만 가득한 세상엔 영웅이 필요로 했다. 그 아포칼립소에서 영웅이....

 
#3 《보현사(普賢寺)》
작성일 : 22-01-19 18:05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3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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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보현사(普賢寺)》

 

 “저건 뭐야? 무슨 일이야?”

 

  유리는 양손을 허리춤에 올려놓고 갸웃거리며 말했다.

 

 “자랑스러운 신라의 유지께서 너무 겁이 없으신 거 아닌지 모르겠구나.”

 “연무야. 재 상황 파악이 안 되나봐. 아님 멍청한 건가?”

 

  고연무의 말에 옆에 있던 고한이 거들며 말했다.

 

 “아까 그 놈도 같이 있길 바랐는데. 아깝군. 그놈은 천천히 손 봐 주기로 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군.”

 “흐흐 연무야. 재 너무 순하게 살아온 것 같아. 이참에 교육도 시켜주는 게 좋지 않을까?”

 “음? 교육이라. 어떤 교육이 좋을까?”

 “흐흐. 남자교육이지.”

 

  낄낄거리며 음담패설을 내뱉는 고한이었다. 그 모습에 유리와 유신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별 다른 수가 없었다. 숫자도 부족할뿐더러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었다.

 

 “옆에 붙어 있는 쓰레기는 치우고 우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떤가? 후배.”

 

  유리는 손을 내밀며 음란하게 웃는 고한의 표정을 보며 마치 벌레를 봤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거 지금 상황이 우리 아버지한테 소식이 들어가면 너희 심히 곤란할 텐데.”

 “그야 당연하지. 철혈판관의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으니. 그러나 그런 말을 내뱉고 멀쩡하게 있을 수 있을지 생각이나 하고 말하길 바라는데.”

 

  고연무의 말에 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자리에 삼인방은 어떻게든 해결 가능하지만 문제는 뒤에 서 있는 호위무사가 만만치 않아보였다.

 

 “고한. 나태석 둘이면 후배 교육을 시킬 수 있겠지?”

 “그럼. 그럼. 아무리 난다 긴다 한들. 후배한테 지면 쪽팔리지.”

 

  고한의 말에 나태석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이었지만 고연무의 말에 순순히 앞으로 나왔다. 그 모습에 유리는 기수식을 취하며 덤벼들길 기다렸다. 유신도 같이 싸우려고 했다. 하지만 유리가 말했다.

 

 “오빠. 미안하지만 내가 알아서 해볼게.”

 

  유신은 유리의 말에 울컥했다. 2:2라면 충분히 할 말한 경우지만 유리는 굳이 혼자 해결한다고 했다.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찬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유신도 육성반에 들 정도로 최소한의 무력은 갖추고 있기에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

 

 “2:1인데 괜찮겠어? 차라리 2:2하지 그래? 흐흐. 머 없으나 있으나 마찬가지지만.”

 “주둥아리 참 별로다. 그러니 인기가 없지. 그치?”

 

  고한의 도발에 유리도 똑같이 도발을 하자 그 말에 고한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 졌다.

 

 “니 년. 곱게 죽긴 틀렸다.”

 

  그 말과 함께 고한이 달려들었고 나태석도 뒤따라 달려들었다.

 

  나태석과 고한의 합격술은 괜찮았다. 아니 꽤 훌륭했다. 고한은 저급한 인사와는 달리 훌륭한 무예를 익히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고한은 고려검술의 달인이지만 검이 없어 고급 무공인 파동무예(波動武藝)라는 무공을 사용했다. 주력인 검술을 못 써서 다소 무력이 떨어졌지만 그것은 청풍권의 달인인 나태석이 잘 메어주어, 연신 밀어붙였다.

  유리는 그런 합격을 훌륭히 막아냈다. 육성반에 오른 두 인재의 합격술을 유리가 잘 막아내고 있었다. 역시 태학에 들어간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유리는 형형한 눈빛을 내며 기회를 보고 있었다.

  기회는 얼마 안가 생겼다. 2:1임에도 비슷한 상황이 맘에 안 들었는지 좀 더 과감한 공격을 시도하는 고한에 유리는 일부러 허리 부근 허점을 보였다. 고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날카롭게 파고들어 일장을 날렸다. 유리는 즉시 핑그르르 돌더니 한쪽 다리를 들어 내리찍었다. 어깨를 맞은 고한은 무릎을 꿇었지만 자세가 무너진 유리를 보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태석은 바로 크게 주먹을 찔러 넣었다.

 

 -퍼억!

 

  유리는 뒤로 날랐다. 청풍붕추 초식. 전에 유신의 갈비뼈를 나가게 한 일격필살의 무공이다. 하지만 유리는 타격을 입지 않았다. 강맹한 일격이었지만 두 팔로 제대로 막았기 때문이다. 워낙 창졸간에 일어난 일인데다가 작정하고 노린 수라 공방이 제대로 이루어져 둘은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태석과 고한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고한의 어깨는 꽤나 아프긴 했지만 아예 박살나거나 하진 않았고 그저 근육이 손상된 정도였다. 어깨를 빙빙 돌리곤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유리도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전의를 불태웠다.

  잠시 서로를 지켜보던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 같이 순식간에 부딪쳤다. 세 명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유신은 손에 땀을 쥐었다. 그와 반대로 고연무는 여유가 넘쳤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상황이 변했다.

 

 -황룡비천각(黃龍飛天脚)!

 

  크게 울부짖으며 공중으로 솟아올라 발길질을 했다. 마치 황룡이 하늘을 헤엄치며 위엄을 뽐내 듯 둘을 내려 보며 연속으로 공격하는 모습에 둘은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바로 다른 초식이 나오면서 고한은 땅을 뒹굴었다. 그리고 나태석은 받아쳤는데 그게 실책이었다.

 

 -황룡낙월각(黃龍落月角)

 -청풍붕추(淸風崩墜)

 -퍼어억!

 

  초승달처럼 곡선을 그리며 내려찍는 다리를 주먹을 맞받아쳤지만 무력에서 밀리면서 그대로 어깨를 내주었다. 그대로 고꾸라지며 나뒹구는 나태석은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런 멍청한! 녹룡!”

 

  뒤에 서 있는 사내는 고연무의 외침에 뛰쳐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유리의 앞에 섰다.

 

 “조심해!”

 

  유신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유리는 기습한 녹룡의 일장에 그대로 얻어맞았다.

 

 -펑!

 

  유리는 그대로 유신의 옆까지 날아올랐다. 유신은 다급히 유리를 받았다.

 

 “하하. 내 호위인 녹룡이다. 녹룡은 참고로 B급 마크를 달고 있지.”

 “비겁한!”

 “쓰레기 주제에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하하하.”

 

  유신은 입가에 피를 흘리는 유리는 보면서 분했다. 유리는 녹룡의 일장이 제대로 먹혀서인지 정신을 잃은 보였다. 유신은 유리가 걱정되었다. 분한 마음에 녹룡을 쳐다보았지만 녹룡은 그저 무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고연무는 유신을 어떻게 만들어줄지 기대감에 다소 흥분했다. 하지만 고연무는 그 뜻을 펼칠 수 없었다.

 

 -여기 재미있는 광경이로구나. 천기의 흐름에 이끌려 왔지만 재미있는 유흥거리가 있구나.

 

  갑자기 허공에서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고연무는 뜬금없는 울림에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허공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어디에서든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누군지 궁금한가?

 “그렇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당당히 나와 정체를 밝혀랏!”

 “끌끌끌. 그렇게 하지. 난 남화노선(南華老仙)이라고 한다.”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는 땅이 아닌 허공에서. 가라앉고 있는 어둠을 뚫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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