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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other I
작가 : 임완
작품등록일 : 2018.11.21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예정되어 있을 터였다.

자그마한 이질감에 대한 궁금증,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

네가 지금 보고 있는 모습, 옛날의 모습 그대로라고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넌 알아낼 수 있을까?

 
3. 신경쓰여
작성일 : 18-11-21 13:16     조회 : 342     추천 : 1     분량 : 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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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으어어...”

 

 띠리리리링-

 

 “허...”

 

 무겁다 못해 저항하는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웠다.

 

 “아... 학교 진심 가기 싫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았다. 아직 1시간이나 남았네. 더 자자. 내 본능에 저항하지 말고 몸을 맡겼더니 몸이 침대와 하나가 되었고, 자연스레 시야가 흐려졌다.

 

 ***

 

 ♬take me to London Paris-♬

 

 “아... 시끄러버... 웬 전화야.”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은 뒤 전화를 받았다.

 

 “...여브데여.”

 

 “야! 너 어디야!”

 

 “누구셰여?”

 

 “너희 반 담임! 학교 안와?”

 

 소리를 듣고 시간을 확인해봤다. 오후 1시다.

 

 등교가 9시까지고 점심시간이 12시 30분부터니까, 아... 난 죽었다.

 

 얼른 다시 정신을 추스르고 전화를 받았다.

 

 “아! 죄송합니다. 진짜 바로 갈게요.”

 

 “벌금 할인해서 만원 챙겨와.”

 

 “아, 제발요.”

 

 허겁지겁 챙겨서 씻지도 않은 상태로 학교까지 달려갔다.

 

 ***

 

 교실에 도착하니 시끌시끌했다.

 

 “어, 세진이다!”

 

 “학교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왔네? 너 바로 교무실로 오래.”

 

 가방을 자리에 올려두고 교무실로 향하였다.

 

 드르륵-

 

 문을 여니 담임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담임 선생님도 내가 온 걸 눈치 채시고는 바로 옆에 있는 의자 위를 2번 탁탁 치셨다. 앉으라는 이야기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께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크게 쉬시고 입을 여셨다.

 

 “세진아, 갑자기 안하던 행동들을 하는 이유가 뭐야? 어제는 지각하고 오늘은 학교를 빼먹을 뻔하고.”

 

 ...

 

 할 말이 없다. 그냥 어제 일로 핑계를 댈까? 그게 제일 편하겠다.

 

 “쌤, 사실은요...”

 

 담임 선생님께 어제의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단, 시간은 조금 부풀려서.

 

 “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럼 벌금은 안 받도록 할게.”

 

 앗싸!

 

 “대신! 오늘 방과 후에는 운동 쉬고 공용 샤워장 청소하자.”

 

 “네?”

 

 “어차피 넌 선수도 아니고 운동 하루정도 빼먹는 다고 문제될 건 없잖아?”

 

 “아, 쌤 제발요. 운동 is my life라고요!”

 

 “야자하고 싶어?”

 

 ...

 

 이 선생님은 날 너무 잘 다룬다.

 

 ***

 

 싸움에서 패배한 듯 한 얼굴과 기운 빠진 듯 한 걸음으로 교실로 돌아와 내 자리에서 바로 엎드렸다. 이대로 잠이나 자려고 했다.

 

 “뭐하다가 이제 온 거야?”

 

 이 목소리는 지아다.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그냥 일이 좀 있어서 늦게 집에 갔는데 그거 때문에 늦잠 잤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지아에게 어제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다.

 

 “우와! 착한 일도 할 줄 알구나?”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하이힐 신은 여자한테 달리기 졌다는 거네?”

 

 아, 큰일이다.

 

 “얘들아! 세진이 오늘 늦잠 잔 이유가 어제 여자한테 달리기 졌대! 그것도 하이힐 신은 여자한테. 그래서 잠을 못 잤대.”

 

 옆에서 몰래 듣고 있던 서찬민이 소리 질렀다. 그러자 반 애들이 나를 향해 한 마디씩 날렸다.

 

 “어이구, 여자한테 져서 속상했쪄여? 우쭈쭈.”

 

 “귀엽다, 귀여워.”

 

 “복싱하는 거 구라였네.”

 

 아, 개판이다. 완전 개판.

 

 항상 서찬민 귀에 정보만 들어가면 개인정보나 비밀이 아니게 된다. 평소라면 직접 짜증을 냈으나, 어제 일이 신경 쓰여서 그런지 반응하기도 귀찮았다.

 

 그 때 난 분명히 전력으로 달렸다. 그런데 어떻게 하이힐을 신고 나를 따돌린 건지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 너무 신경 쓰인다. 어제 그만한 피를 흘렸으니 아마도 오늘도 병원에 있을 거다. 찾아가봐야겠다.

 

 ***

 

 “오늘도 고생했고, 이제 밥 먹으러 가.”

 

 수업이 끝났다.

 

 빨리 병원으로 가서 그 여자를 확인해보자.

 

 난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휴대폰을 가지러 교무실에 갔다. 우리 반 휴대폰 가방을 꺼내들고 열려는 순간.

 

 “어디 가니?”

 

 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곳엔 담임 선생님이 계셨다.

 

 “체육관 가야죠.”

 

 “샤워장 청소는?”

 

 아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진짜 하려고 했는데, 어제 일로 형사님하고 보기로 했거든요. 청소는 내일로 미루면 안 될까요?”

 

 “방금 전엔 체육관 간다며?”

 

 기억력 하나 무지하게 좋으시네.

 

 거짓말이 들통 나서 급히 다른 핑계 거리를 생각해내려 노력했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잔머리 그만 굴리고 청소하러 가라.”

 

 “...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그것은 허무맹랑한 생각이었다.

 

 ***

 

 공용 샤워장이 있는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공용 샤워장을 이용해 본적은 없으나 당연히 한 곳, 그것도 간소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게 뭐람. 남자, 여자 따로따로 두 곳인데다가 동네 목욕탕 크기에 샤워부스가 가득한 장소였다.

 

 보자마자 한숨만 나왔다. 아무리 빨리 한다고 할지라도 병원시간은 못 맞춘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대한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남자 샤워장부터하기로 했다. 락스를 바닥에 쫙 뿌리고 솔로 빡빡 밀었다.

 

 한 1평은 했을까? 이건 미친 짓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떻게 이 넓은 장소를 혼자 한단 말인가.

 

 “하... 좀 깨끗하게 이용하지.”

 

 투덜투덜 거리면서 청소를 계속 했다. 바닥을 밀고, 샤워기 닦고, 거울도 닦고,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뿌렸다.

 

 남자 샤워장은 대충 끝난 듯 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2시간 정도가 지나있었다.

 

 “벌써? 시간 없어. 빨리 빨리 끝내야겠다.”

 

 급하게 청소도구를 다 챙기고 여자 샤워장으로 이동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물소리가 들려왔다.

 

 응? 물소리?

 

 물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나체의 여자 한명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평범한 얼굴에 등까지 덮은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 봉긋한 가슴부터 잘록한 허리를 통해 이어지는 아담한 엉덩이, 그리고 긴 다리.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난 지금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도 잊은 채 계속 그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 8초정도 지났을까? 난 이성을 되찾았다. 정확히는 이 이상한 상황에 이성을 되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난 찰나의 순간도 아닌 무려 8초나 나체의 여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보통 이 상황이라면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숨기거나, 날 잡으러 왔을 거다. 그러나 이 여자는 아무 반응도 없다. 반응은커녕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저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거울과 마주한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난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정했다. 우선 여자에게 다가갔다.

 

 ...

 

 “저기요.”

 

 바로 옆에서 말을 걸었음에도 반응이 없다. 혹시 문제라도 생긴 걸까? 갑자기 불안해진 난 여자의 양 어깨를 잡고 앞뒤로 크게 흔들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부탁이니 어떤 말이라도 해봐요!”

 

 진짜 미친 듯이 흔들었다. 목에는 힘이 빠져있는지 내가 흔드는 힘에 따라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흔들면서 점점 지쳐갈 때 쯤, 여자가 샤워기에 오른손을 올리더니 잡고 지탱했다. 그 다음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덮었다. 머리가 아픈 거 같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제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두뇌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 때 여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넌?”

 

 여자 목소리 치고는 약간 허스키했고 힘이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아, 전 공용 샤워장을 청소하는 사람인데요. 그게 여자 샤워장을 청소하러 왔다가, 그게 물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더니, 그게 아무 반응도 안하고 서있어서, 그게...”

 

 “핵심만 말해.”

 

 “넵. 정신을 잃으신 거 같아서 어깨를 마구 흔들었습니다.”

 

 ...

 

 적막이 흘렀다. 1분 정도 지났을까.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 고마워.”

 

 말을 마친 후 여자는 출구로 나가려는 거 같았다. 여자는 계속 좌우로 비틀거렸고 계속 S자로 곡선을 크게 그리며 걸어갔다.

 

 “도와드릴까요?”

 

 여자는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 기어코 힘겹게 탈의실로 들어갔다. 왠지 보는데 불안했지만 더 이상 말을 걸자니 귀찮게 하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상대는 나체였다. 그 상태를 유지하자니 나도 시선을 어디 둬야할지 난감할뿐더러, 상대도 불쾌하고 창피할 거다.

 

 얼마 후, 탈의실을 향해 말을 걸어는 봤으나 아무 대답도 없었고, 들어가 보니 이미 여자는 어디론가 가버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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