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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Another I
작가 : 임완
작품등록일 : 2018.11.21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예정되어 있을 터였다.

자그마한 이질감에 대한 궁금증,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

네가 지금 보고 있는 모습, 옛날의 모습 그대로라고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넌 알아낼 수 있을까?

 
7. 혼란
작성일 : 18-11-23 20:11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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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난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 너머에는 긴 머리를 묶은 예쁘장한 여자가 서 있었다. 나와 그 여자는 눈이 마주쳤다.

 

 “어? 넌...”

 

 “누구세요?”

 

 안 그래도 다급한데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때 주호가 내 귓가로 살며시 다가오더니 소곤소곤 말을 했다.

 

 “야! 누구라니? 저 사람이 그 여자잖아, 연연.”

 

 그 말을 듣고 자세히 여자를 쳐다봤다. 그러나 기억 속의 그 여자와는 얼굴이 너무나도 달랐다.

 

 “아니야, 이 사람 아니야. 키는 비슷한 거 같은데 저거보다 못생겼었어. 너희가 사람을 잘못 찾은 거야.”

 

 ......

 

 정적이 흘렀다. 수초가 지나고, 정적을 깬 것은 말을 건 모르는 여자였다.

 

 “날, 모른다고?”

 

 “네. 누구 길래 저희 말하는데 끼어드시나요?”

 

 곱고 예쁘장한 그 여자의 얼굴은 금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야, 너. 샤워장에서 여자 몸 훔쳐보고 만진 변태가 너 맞지? 흰머리?”

 

 “잠깐만! 분명 본 건 맞지만 만지진 않았...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후... 진짜 둔하다 못해 눈치를 뇌 밖으로 던져 버렸구나.”

 

 “어휴...”

 

 주변의 시선이 날카로워지더니 마치 나를 콕콕 찌르듯 쏘아왔다.

 

 “됐어. 내 몸을 계속 쳐다볼 때부터 알아봤으니까. 내일 점심시간에 음악실로 안 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그리 알아둬.”

 

 일방적인 통보를 한 여자는 등을 돌리고 멀리 있는 자신의 무리로 돌아가는 거 같았다.

 

 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고, 끝내 난 이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눈치를 챘다. 주호와 지아를 애달픈 눈동자로 바라봤으나, 돌아오는 건 체념하라는 듯 한 눈빛이었다.

 

 “난 분명히 말해줬어. 네가 잘못한 거야.”

 

 “저런 애를 어떤 여자가 좋아할까? 천사인 나도 무리야, 무리.”

 

 눈앞이 새하얘졌다. 정말 충격이 컸다. 공용샤워장에 갔을 당시의 기억은 정말 생생했었다. 그렇기에 난 분명 그 여자와 마주친다면 100% 알아볼 것이라고 확신을 했었다. 하지만 못 알아봤다. 이야기까지 했는데도 못 알아봤다.

 

 화장이 저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눈 크기도 2배로 커지고, 피부색도 불그스름해졌고, 피부도 트러블 하나 없고, 거기다가 머리까지 묶으니 정말 못 알아볼 정도였다. 큰일이다. 이번엔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내일 음악실에 가서 만나 싹싹 빌 수밖에 없다.

 

 ***

 

 터덜터덜, 체육수업이 끝나고 힘없는 발걸음과 모든 것을 다 잃은 듯 한 얼굴로 교실로 돌아왔다.

 

 “어쩔 거야?”

 

 “몰라... 내일 음악실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어야지.”

 

 “아니 그거 말고, 해야 할 일이 또 있잖아.”

 

 “또 해야 할 일?”

 

 “병원.”

 

 그렇다.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애초에 연연이라는 여자와는 상황이 꼬였을 뿐, 그 여자가 누군지만 알아내자고 생각한 목적은 바로 내일 약속까지 잡게 되었다.

 

 즉,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는 목적은 이뤄낸 것이었다. 기어들어가면서 빌어야 하는 게 문제지만...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병원에 가서 정보를 얻어 내던, 그 여자에게 말을 걸던 상황의 진행이 필요하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렇지! 그게 아직 남아있었어. 학교 마치자마자 바로 가야겠다. 그 날로부터 이틀이 지나서 있을 진 모르겠지만...”

 

 “세진아,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는데...”

 

 ...?

 

 뭐지 이 진지한 표정들은?

 

 “네가 아까 넋 놓고 있을 때, 지아랑 이야기를 했어. 어차피 사정도 다 알아버렸고, 어쩌면 한 배를 탄 게 아니냐고. 그래서 병원도 같이 가고 끝까지 같이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정했어. 괜찮아?”

 

 아... 이게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라는 거구나.

 

 “야, 사랑한다. 너희들!”

 

 “미안, 난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서 그 고백은 못 받겠네?”

 

 “저게 진짜... 너 빼고.”

 

 “나도 그쪽 취향이 아니라 여자를 좋아해, 미안.”

 

 “야! 너까지 그러기냐.”

 

 이리저리 따져도 내심 되게 든든했다.

 

 화기애애하게 지지고 볶다가 모든 수업이 끝 마쳤다. 평소와 똑같이 휴대폰을 가지러 갔다. 하지만 꺼낼 때는 평소와 달리 3개를 몰래 꺼냈다. 주호와 지아는 몰래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나가는 내가 걔네들 것까지 챙겼다.

 

 정문으로 나가 버스 정류장 쪽을 가니 주호와 지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나왔네?”

 

 “여자보다 달리기 느린 누구누구보다야 당연히 빠르지!”

 

 “야, 부탁이 있는데 한 대만 맞자.”

 

 “알겠어! 간단한 부탁을 하네.”

 

 퍽-

 

 “아! 네가 왜 때려!”

 

 “한 대만 맞고 싶다며?”

 

 “......”

 

 “어? 버스 왔다! 어서 버스타자 여자에게 맞는 거 좋아하고 여자보다 느린 세진아?”

 

 내가 언젠가는 기필코 저 녀석한테 한 방 먹인다.

 

 ***

 

 15분 정도 지나고, 버스에서 내렸다. 해가 반 정도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병원은 불이 켜져 있다.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그래도 표면상으로는 병문안을 온 것이니, 뭐라도 사들고 가야겠다 싶어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과일음료세트를 샀다. 그 후 병원의 자동문을 지나 접수처로 향하였다.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당일 병원 진료가 다 마감된 상태라 추가적인 진료는 응급실에서 밖에 못 보십니다.”

 

 “아, 전 진료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이틀 전 밤에 머리에 피가 나서 119 구급대원 분들이 데려오신 여성분 있죠? 119에 신고를 한 게 전데 상태가 나아지셨는지 확인해보려고 왔어요.”

 

 방금 산 과일음료세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 그 사람...”

 

 접수원은 말하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무슨 일 있나요?”

 

 “실은 그 사람, 병원에 오고 검사를 한 후에 의식을 찾자마자 병원비도 안 내고 도망갔어요. 그런데 병원비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서 그걸 말하기가 좀...”

 

 “제발, 가르쳐 주세요! 그분이 걱정 돼서 매일 밤, 잠을 설치고 있어요.”

 

 접수원은 고민을 하는 듯, 하다가 조용히 말하였다.

 

 “이건 지금 병원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전신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했었는데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어요.”

 

 “어떻게 이상하게 나왔는데요?”

 

 암이나 악성 종양 같은 큰 질병에라도 걸려있었던 걸까? 얼마나 이상하기에 저리도 조심하는 걸까?

 

 접수원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쉬더니 말했다.

 

 “장기들의 위치나 형태가 마치 거울에 비춘 것처럼 좌우반전이 되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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