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열심히 생각을 해서 그런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디 마지막 준비를 하러 가볼까?
음악실을 향해 묵직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이동하였다.
음악실 근처에 오니 시끌벅적하다. 움직이던 발을 멈추고, 음악실 문 앞에서 멈췄다. 만약 김아현이 눈치를 챘다면 이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나에게로 달려올 것이 분명하다.
“후...”
잠시 숨을 고르고 손잡이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드르륵-
......?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나는 음악실 안을 쭉 둘러보았다. 아직 김아현이 안 왔다.
김아현이 올 때까지 뭘 할 수도 없으니 일단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조금씩 음악실을 한 번 더 둘러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김아현은 없는데, 김아현하고 항상 같이 다니던 패거리는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아무래도 김아현은 본인의 패거리에서 흔히 말하는 왕따가 되어 소외된 것 같다.
난 이 상황이 나름 만족스럽다. 우선 내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거의 100%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일이란, 김아현이 내가 했던 거짓말을 눈치 채는 것이었다. 그 거짓말이란 내가 거짓증언을 받아냈다는 점이다.
만약 저 패거리가 조금만 의리가 있었다면 김아현과 이야기를 나눴을 테고, 금방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에게는 그럴만한 의리는 없어 보인다. 아니, 정확히 없을 것이다.
우리 같은 나이에, 그것도 학교 같이 매일매일 모이는 장소에서는 안정적인 집단을 이루지 못하면 소외가 된다. 그렇기에 안 좋은 소문, 평판이 안 좋은 사람과 엮이면 소외가 되기에 같이 다니던 다른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잘라내는 것이 당연하다.
이걸 잘 아는 이유는 내가 김아현 덕분에 겪었기 때문이다. 물론 난 옆에 은솔이라는 친구가 자리를 지켜주었기에 큰 영향은 없었다. 그에 비해 김아현은 자리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 때문에 그저 소외되고 피해 다닐 수밖에 없다. 이 점 또한 흡족하다.
약 10분 후, 김아현이 음악실 문을 열었다. 음악실의 공기는 고요해졌고, 웅성거리는 소리 또한 사라졌다. 김아현을 바라보니 아침에 봤을 때보다 얼굴의 그늘이 더욱 짙어져 있었다.
난 김아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슬슬 할까?”
김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소문을 들어서 인지 우리 쪽을 향하여 자세를 고쳐 앉고 마치 공연을 감상하는 것 마냥 쳐다보았다.
“콩쿠르를 우승한 것이 샘이 나서 이상한 헛소문을 퍼트리고 고소까지 한다고 협박한 것들, 정말 죄송합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
“헛소문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거야?”
구경하던 선배 중 한명이 물었다.
...
김아현은 침묵을 지켰다.
“대답해.”
내가 말하자, 김아현은 나를 향해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왕 할 거면 깔끔하게 전부하는 게 낫잖아. 자, 다시.”
김아현은 금방이라도 울분이 터지려는 듯 눈에는 눈망울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했다.
“콩쿠르 관계자에게 돈을 주고 우승했다는 소문하고! 학교 선생님들에게 돈을 주고 성적을 받았다는 소문하고! 거짓증언을 받아서 고소를 한다고 협박했던 점까지! 정말 죄송합니다!”
결국 울음이 터졌고 울분이 섞인 목소리로 괴성을 지르며 사과를 하였다.
“진짜...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이만 용서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알겠어. 이걸로 이만 끝내자.”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다시 자리로 돌아갔지만 김아현은 그 자리에서 계속 고개를 숙인 체 서있었다.
“어이, 양치기 소녀야. 거기서 뭐하고 있어?”
아까 질문한 선배가 비아냥거리고 있다.
“쪽 팔려서 학교 다닐 수나 있을까?”
“뿌린 대로 거둔다, 거둬.”
어김없이 다른 사람들도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김아현을 뜯어 먹기 시작한다.
“어휴, 저딴 게 우리 학교 전 에이스였다니.”
김아현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탁- 탁- 탁- 탁-
드르륵-
탁!
결국 김아현은 견디지 못하고 비난을 피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이 정도면 되갚기는 성공한 거 같다.
정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말이 들릴 수도 있다. 만약 이런 말이 들릴 경우 다시 되돌려주고 싶다.
한번 당해보라고.
평화로운 내 일상에 갑자기 주변이 캄캄해지고 모함을 당하고, 그렇다고 주변에서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이 때다 싶어서 떠나가는 사람, 먹잇감을 찾던 중 나를 발견한 하이에나들이 대부분이었다.
유일하게 믿어주는 사람, 나에게는 은솔이가 있었다. 계속 믿어주었다. 그러나 내가 접하는 사람은 은솔이의 몇 십 배에 달하는 숫자다.
과연 하늘을 덮은 까만 밤하늘을 보지 않은 체로, 은솔이라는 작은 별 하나만을 볼 수 있을까?
싫더라도 별을 보려면 밤하늘을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해를 시키기 위해선 본인도 당해봐야 안다.
***
김아현과의 일 이후로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일 이후로 내 일상은 이전과 똑같이 되돌아갔다.
아! 물론 전부다 똑같이 돌아간 건 아니다. 난 첫 번째 콩쿠르 입상 이후로, 음악 선생님의 추천으로 계속해서 나가게 되었고, 매번 못해도 우수상을 항상 거머쥐게 되었다.
그리고...
김아현은 그날 이후로 학교에 나오지 않더니 결국 전학을 갔다. 나를 괴롭혔던 사람이 전학을 가면 통쾌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전학을 빌미로 나에게 시비를 거는 애들은 몇몇 생겨났다. 죄책감도 없냐고 비아냥거렸지만 다행히도 나에겐 일말의 죄책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성격에도 적응이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내 성격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고, 휘둘리고 반항도 못했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은 신경 안 쓰고 나를 위해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 행복함도 문제가 있는 거 같다. 정확히는 행복함을 준 거울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 문제점은 가끔씩 내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야 할지... 정신을 잃게 되는 일이 생긴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을 잃어버리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나’에게 받은 재능과 성격이 원인이라 생각하여 거울로 가보았으나, 그날 이후로는 아무리 거울속의 ‘나’에게 말을 걸어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점점 지쳐갔고 결국 포기까지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에 나에게 한 가지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