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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43.
작성일 : 20-10-05 16:15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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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질문한 건 에드워드일 텐데 어째서 내가 더 긴장되는 걸까?

 내 손 안에 땀이 차는 걸 느꼈는지 에드워드는 나를 보며 웃곤 내 손을 더욱 꼭 잡았다.

 그것만으로 나는 긴장이 조금 풀리는 걸 느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저는 릴리 양과 진지한 관계입니다. 저희끼리는 이미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어머…. 결혼까지 생각한 거예요?”

 

 “네. 제 마음은 진지합니다. 릴리 양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릴리, 네 마음도 그와 같은 거니?”

 

 “네. 저도 에드워드와 같은 마음이에요.”

 

 “그렇구나…. 두 사람 마음이 같다면, 하루빨리 결혼식을 올리는 게 좋지 않겠니?”

 

 “여보…! 어찌 그렇게 결혼을 쉽게 허락하는 거요!”

 

 “하지만 두 사람 마음이 이미 정해졌고 저희가 반대해봤자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 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여보.”

 

 레나는 꽤 단호한 목소리로 베르한을 불렀고, 그 목소리에 베르한은 뭐라 더 말하려던 걸 참았다.

 역시 아버지도 어머니 앞에선 약해지는구나……. 새삼 그걸 느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허락했지만,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반대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아버지를 설득해야 좋은 걸까?

 

 에드워드의 사업은 시간만 더 준다면 크게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의 사업을 도와줄 것이고.

 그러니까 에드워드가 사생아라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면 허락해주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하게 머릿속에 얽히고 있을 때 아버지의 입이 겨우 열렸다.

 

 “지금 당장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는 건 무리일세. …1주일간 영식을 지켜보겠소. 그러니 1주일 동안 우리 저택에서 지내도록 하시게나.”

 

 “아버지….”

 

 “물론입니다. 1주일 동안 공작님의 마음에 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할 이야기는 끝난 것 같으니 레나가 쉴 수 있게 다들 나가지.”

 

 아버지의 말에 나와 에드워드, 아버지까지 어머니가 있던 방에서 나왔다.

 결혼 허락은 받지 못했으나 1주일 동안 에드워드를 보다 보면 아버지의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에드워드만큼이나 나를 사랑해줄 남자는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아버지는 어머니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내려가셨고, 나와 에드워드는 잠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은 에드워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기분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에드워드는 손을 뻗어 내 손을 붙잡았다. 그의 담담한 위로에 나는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어머니에 대한 건…. 아무 도움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에드워드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 누구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라고 의원이 말했잖아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다면…….”

 

 “에드워드.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지 말아요.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잖아요.”

 

 “그래요. 잘 알지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가끔 어딘가에 모든 병을 치료해줄 꽃이 있길 바라고 기적적으로 어머니의 몸이 한순간에 낫길 원해요.”

 

 “…….”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질 않는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가요. 정말 한심한 이야기죠?”

 

 “아닙니다. 가족이 아프면 누구나 그런 기적을 원하는 법이죠. 그래서 신을 찾고 기도를 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에드워드는 당연한 일이라며 내 손등을 토닥였다. 여전히 어머니가 더 아파질 걸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지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날 지지해주니까. 만약 혼자였다면 불안하고 외로워서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울지 않기 위해 애쓰며 그를 바라봤다. 바쁜 일을 모두 제치고 내게 달려와 준 그에게 고맙고 그저 사랑스럽단 마음뿐이었다.

 

 “릴리. 지금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시기상조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결혼 말입니다.”

 

 “네…….”

 

 “조금 더 일찍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릴리의 어머님의 몸 상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결혼식을 올립시다.”

 

 “…….”

 

 “적어도 결혼식은…. 보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에드워드…….”

 

 그의 말에 나는 참았던 눈물이 다시 왈칵 쏟아졌다. 차마 거기까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머니의 병세가 심해지면 결혼식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그저 행복해야 할 결혼식이 우울해질 수도 있었다.

 신부인 내가 슬퍼하면 참석하는 이들 모두 그 슬픔을 느낄 테니까. 어쩌면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에게 결혼식을 보여드리지 못한 걸 후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결혼식을 조금 더 일찍 올리면 어머니가 내가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가 결혼하는 모습을 못 보고 돌아간다는 걸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에드워드를 끌어안았다. 이 치미는 마음을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당신에게 내가 무슨 말로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마워요…. 고마워요, 에드워드.”

 

 “이건 어디까지나 제안입니다. 아직 결혼 허락도 맡지 않았고, 해결해야 할 일도 많아요.”

 

 “하지만 저를 위해서 꺼낸 말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결혼식을 빨리한다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끄러운 말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당신과 함께라면 무슨 말을 들어도 흘려넘길 자신이 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오직 우리만 생각해요. 알겠죠?”

 

 “네, 그럴게요.”

 

 결혼식을 빨리하려고 하면 혼전 임신을 했다는 소문이 돌지 모른다.

 공작가의 하나뿐인 영애가 혼전 임신을 했단 소문이 나면 우리의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머니에게 내가 결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만 있다면…….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는 일 하나 없이, 편하게 눈을 감는다면 그깟 소문쯤이야 견뎌내면 그만인 일이다.

 남은 건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는 것과 에드워드의 부모님에게 허락 맡는 일뿐이었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한다면 분명 허락을 해주실 거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어머니의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허락을 받는 것뿐이다.

 부디 제 시간 안에 모든 일이 끝날 수 있기를……. 나는 마음속으로 신을 향해 간절히 바랐다.

 제 결혼식이 있을 때까진 어머니의 몸 상태가 더 많이 나빠지지 않길. 결혼식을 허락받는 일이 너무 어렵지 않길….

 

 우리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에드워드는 아버지가 준비해준 방으로 갔고 나는 혼자 방에 남겨졌다.

 방에 혼자 남자 여러 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결혼 허락을 안 해주시면 어쩌지?

 에드워드의 부모님은 어떤 분들일까? 우리 결혼식은 어떤 결혼식이 될까? 어머니는…. 그때까지 살아계실 수 있을까?

 

 “아냐. 부정적인 생각은 그만두자.”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기도 바쁜 시간이다. 나쁜 생각에 좀먹혀 자신감을 잃는 건 말도 안 됐다.

 어떤 짓을 해서라도 어머니의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지금은 그 생각만 하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병…. 결혼 허락을 받는 일……. 할 일은 가득 쌓여있는데 시간이 없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시녀가 나를 깨우러 왔다.

 

 시녀의 도움을 받아 단장하고 식당으로 내려가자 그 자리에 부모님과 에드워드가 보였다.

 이 저택에서 에드워드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고도 설렜다. 결혼하면 이런 풍경을 늘 보는 걸까?

 조금 설렌 얼굴로 자리에 앉자 아버지가 마땅치 않은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내가 에드워드를 보며 대놓고 좋아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워 보여서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보이지 않게 허벅지를 꼬집어야만 했다.

 나까지 자리에 앉자 식탁 위로 음식이 놓이기 시작했다. 에드워드와 저택에서 식사하는 건 처음이라 조금 두근거렸다.

 

 나는 슬쩍 에드워드를 보며 미소지었고 그 역시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그걸 봤는지 아버지는 우리에게 들으라는 듯 헛기침을 하며 아침을 먹자 말했다.

 꽤 조용히 식사를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에드워드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가?”

 

 “저와 릴리의 결혼 말입니다만, 오늘 당장에라도 허락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

 

 “…할 수 있으면 당장 일주일 내로 식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허락도 빨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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