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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28.
작성일 : 20-08-15 17:53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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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의 진심 어린 고백에 가슴 안에 있는 저울이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이젠 겨우 떠올릴 수 있는 가족보다 눈앞에서 내게 절절한 진심을 내뱉는 에드워드에게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이 요동쳤다. 눈앞에 이 남자가 소중해서…. 이 남자를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었다.

 

 ‘미안해요. 엄마, 아빠…….’

 

 흐릿하게 기억나는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릴리’라는 이곳의 내 이름을 부르면 정말 가족과는 이별이었다.

 더 만나지 못할 가족들, 돌아갈 수 없는 원래의 세상. 이별을 실감한 나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만 믿고 떠나려는 나를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그 사랑에 몸을 던져보고 싶었다.

 

 “저 진짜로 에드워드만 믿고 이곳을 선택하는 거예요. …배신하면 가만 안 둘 거예요.”

 

 “제가 배신한다면 언제든지 칼로 제 심장을 찌르세요. 기꺼이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말고요….”

 

 “그만큼 제 진심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당신을 사랑했을 때부터 저는 진심이었습니다.”

 

 그의 진심을 알기에 흘러내리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날 사랑했을지 아니까…….

 라니에스와 같지만 다른 나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였을지 짐작이 가니까, 그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내 눈물을 닦아줬다. 사랑으로 흘러넘치는 그의 눈동자를 보며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당신과 함께라면 나에게 어렵기만 한 이 세상도 살아갈 만할 것 같아서.

 가족과 친구, 내게 익숙한 세상을 떠날만한 모험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이렇게 언제나 내 손을 잡고 내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난 당신과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려고 해.

 

 “에드워드.”

 

 “…네, 릴리.”

 

 “사랑해요.”

 

 “저도…. 사랑합니다…….”

 

 고백과 함께 자연스럽게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주고받는 온기가 따스해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의 품에 안겨 이대로 입 맞춘 채 시간이 멈춘다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아늑했다.

 마치 한 퍼즐이 맞물리는 느낌. 부드럽고 간지러운 키스가 끝나고 나는 조심스레 입술을 벌려 이곳의 내 이름을 불렀다.

 

 “릴리.”

 

 내가 지은 내 이름. 이곳에서 내가 만든 내가 있을 자리. 라니에스가 아닌, 릴리…….

 내가 이름을 부르자 가슴에서 황금빛이 새어 나오더니 아스트라이아가 내게 준 저울이 눈앞에 생겨났다.

 평형을 이뤘던 저울이 한쪽으로 확 기울더니 금빛 가루로 변해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라니에스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확확 지나갔다.

 마치 주마등을 보는 듯했다. 내가 모르는, 책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라니에스의 어린 시절까지 전부 스쳐 지나갔다.

 그 장면들을 보다 어느 땐 웃었고, 어느 땐 울었다. 내가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태어난 라니에스를 끌어안고 우는 레나와 그런 두 사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베르한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이 가족의 행복과 라니에스가 받아야 할 모든 걸 내가 가로챈 느낌이 들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갓 태어난 라니에스를 보며 지쳐 보이는 레나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 아이의 이름을 지어야죠.”

 

 “그래, 그러죠. 어떤 이름으로 하지? 생각해둔 게 있어요?”

 

 “하나 생각난 이름이 있어요.”

 

 “말해봐요.”

 

 “릴리. 릴리 셰리카로 해요.”

 

 “좋은 이름이오. 릴리 셰리카.”

 

 레나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라니에스가 아녔다. 자신이 지은 자신의 이름인 릴리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의문과 동시에 세계가 재성립됐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분리됐다가 맞춰지는 느낌. 머리카락 하나도 다시 생겨나는 기분.

 우주의 작은 먼지 한 톨이 됐다가 커다랗게 부푸는 풍선이 된 기분이었다.

 

 차마 유쾌하다고 말 못 할 경험을 겪고 눈을 뜨니 눈앞엔 신전에서 봤던 경치가 보였다.

 별이 쏟아지고 몸을 감쌌던 금빛 가루가 다시 원래 모양을 되찾았다.

 모양을 되찾은 저울을 손에 쥐자 멀리서 아스트라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을 결정했구나.』

 

 “네, 이곳에 남기로 했어요.”

 

 『너의 선택으로 달라진 세상을 보았느냐?』

 

 “네……. 봤어요. 제가 릴리 셰리카가 된 건가요?”

 

 『그래. 그래야 이 세상에서 살기 시작한 네가 위화감 없이 섞여 들어갈 수 있기에 빈자리에 너를 채워 넣은 것이다.』

 

 “그럼 에드워드의 기억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글쎄, 그건 인간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겠지.』

 

 “네…?”

 

 『내가 해준 것은 너의 존재를 심어두는 것.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 나름대로다. 마음이 다르듯 받아드리는 것도 다르겠지.』

 

 “그게 무슨…….”

 

 『너에게 보여줄 게 한 가지 더 있다.』

 

 “그게 뭔데요?”

 

 『원래 세상에 있던 너다.』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 가족, 내 친구.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내가 사라져도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별이 가득했던 경치는 순식간에 병실로 바뀌었다. 이제는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원래 자신의 세상이었다.

 

 1인실로 보이는 곳에 산소호흡기를 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병색이 완연한 여자가 보였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자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를 보는 경험은 낯설기 짝이 없었다.

 마치 타인을 보는 듯한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내가 한참 나를 보고 있자 병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난 그 사람을 보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잊어간다고 생각했지만 보자마자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늙어 있었고 더 초췌해져 있었다.

 사고로 정신을 잃은 딸을 병간호하느라 많이 힘들고 지쳤던 모양이었다.

 엄마에게 못 할 짓을 했다는 생각과 릴리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밀려들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손바닥 뒤집듯이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설령 번복할 수 있어서 이 세상을 선택한다 한들 후회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슬프고 고통스럽더라도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딸, 언제 깨어나……. 응? 얼른 일어나서 그렇게 좋아하던 초밥도 먹으러 가고 해야지.”

 

 “미안…. 미안해요, 엄마…….”

 

 “일어나기만 하면 엄마가 네가 그렇게 가지고 싶다던 노트북도 사줄게.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자, 응?”

 

 잠들어있는 자신을 향해 말을 걸며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보자 나도 눈물이 흘렀다.

 엄마. 엄마 딸이 이렇게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기억이 흐려진다는 이유로 눈앞에서 타오르는 사랑을 선택했어.

 내가 없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고……. 아주 조금 힘들었다가 이겨내 줘.

 

 “딸…?”

 

 “미안, 엄마.”

 

 눈을 감자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렸다. 점점 멀어지는 소리와 함께 울부짖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 눈을 감은 채로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버텼다.

 눈을 뜨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슴이 칼로 저민 듯 아파졌다.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나는 무너지듯 주저앉아 숨이 넘어갈 듯 눈물을 쏟아냈다.

 엄마에게 못 할 짓을 하고 왔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이곳에 남기로 할 때부터 정해진 결말이었으나 눈으로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겨우 눈을 뜨자 여전히 밤하늘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아름다워서 또 눈물이 터지려고 했다.

 

 『인간아, 네 선택을 후회하느냐?』

 

 “후회해요….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해도 똑같이 후회할 거예요.”

 

 『그래, 그렇게 대답한 너라면 네가 해야 할 일을 너는 알고 있을 거다.』

 

 아스트라이아의 말에 나는 겨우 눈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후회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비록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줬지만, 그래도 난 앞으로 걸어가야 했다.

 이곳에서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에드워드와 함께 릴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했으니까.

 

 “저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기억하거라, 너의 선택은 릴리라는 이름의 인간이다. 너의 저울은 한쪽으로 기울여졌고 이 세상은 변하고 있다. 네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잠을 자고 일어난 듯 멍하니 몸을 일으키자 내 방이었다.

 같이 있던 에드워드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침대에 곤히 누워있었다.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켜 주변을 보니 밖에선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에드워드는 어디 갔지? 나는 이제 릴리 셰리카인 건가?”

 

 솟아오르는 의문들에 혼란스러워할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이 자신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기대가 되기도 긴장이 되기도 했다.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겨우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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