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15.
작성일 : 20-08-07 17:05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3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두 남자가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후로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냐 하면……. 놀랍게도 아무런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다.

 다른 말로 5분 동안 이 집은 기묘한 침묵에 휩싸였다는 말도 된다. 이 상황에서 내가 굳이 어떤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어쩐지 내 말도 그냥 그대로 두 사람에게 씹힐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를 신경 쓰면서도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이상한 기싸움이었다.

 

 나는 이 상황을 깨서 귀찮아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그저 조용히 일어서서 주방에 가 찻잔과 찻주전자를 꺼냈다.

 두 사람의 신경전만 보고 있다가 아직 차를 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는 게 그나마 이 지독한 침묵에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세 명이 있는데 들리는 소리라곤 집 밖에서 나는 소음과 찻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뿐이었다.

 

 물이 끓고, 불을 끈 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치가 떨리게 싫었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차를 끓인다는 명목으로 일단 여기에 서 있는 거니까. 나는 자리로 돌아가 그들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찻잎이 들어간 찻잔에 물을 담자 집 안에 차향이 향긋하게 맴돌기 시작했다. 그들도 그 향에 딱딱하게 굳었던 인상이 조금은 유하게 바뀌었다.

 

 “차향이 좋군요.”

 

 “그런가요? 이 지역에서 나는 특산품이에요. 마음에 든다면 하나 드릴게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돈도 많으신데 사지 않으시고요?”

 

 “샤!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굳이 릴리가 준다는 걸 사양하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 예의에 어긋나지도 않고요.”

 

 차 때문에 풀어진 분위기가 다시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었다. 아까 같은 침묵에 5분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두 사람 앞에 빠르게 쿠키를 내려놨다.

 그리고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쿠키를 들어 두 사람 입안에 쑤셔 넣듯 넣어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쿠키를 씹느라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멍청하게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만 싸우시고 서로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떨까요?”

 

 “…….”

 

 “…….”

 

 두 사람이 쿠키를 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나는 아주 만족스럽게 쳐다봤다.

 쿠키를 먹고 나자 분위기는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 같았다. 가끔 두 사람의 시선이 이상할정도로 번뜩이는 걸 난 못 본척했다.

 왜 둘 다 서로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3개월 뒤에 헤어질 사이인데 그동안만 잘 지내면 좋을 텐데…….

 내 바람은 두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라 나는 그저 두 사람 사이에 이어지는 기 싸움을 모르는 척 하며 입을 열었다.

 

 “아직 에드워드가 왜 여기 왔는지 못 들은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네?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그렇다기엔 너무 지나칠 정도로 급하게 나를 찾아오지 않았던가? 거기다가 헬리아나가 나를 도와준 것도 알고 있고…….

 생각할수록 에드워드에게 들킨 내 흔적이 아버지에게 들킬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피어올랐다.

 겁에 질린 내 얼굴을 봤는지 에드워드는 걱정 말라는 듯 조심스레 식탁 밑으로 내 손을 잡아 왔다.

 한심하게도 그 온기에 나는 불안함과 공포가 씻겨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 릴리가 여기 있는 걸 아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아직 몰라요.”

 

 “…그렇군요.”

 

 “당신의 하녀장을 좀 더 믿어도 좋습니다. 나도 그녀를 설득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데이지. 그녀를 떠올리자 그저 고개를 숙였다. 나를 위해서 그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구나.

 그래서 내 비밀이 여전히 숨겨질 수 있는 거구나…. 다시 생각하니 그녀에게도 못 할 짓을 한 것만 같았다.

 그녀에겐 내가 ‘라니에스 셰리카’였기에 그런 일까지 할 수 있는 거였을 텐데……. 본의 아니게 그녀를 속인 것 같은 죄책감이 일었다.

 

 “데이지…. 데이지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셰리카 가문에서…. 쫓겨난 건가요?”

 

 “대외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내려간 거지만, 아마 쫓겨난 거겠죠.”

 

 나 때문에 그녀가 쫓겨났다는 생각에 내 마음은 끝도 모를 심해에 빠진 것 같았다.

 내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침묵하다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었다. 셰리카 가문에 하녀장이라는 이름은 꽤 쓸모가 있었을 텐데.

 말마따나 그녀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계속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좋은 자리를 내가 뺏은 셈이 됐다.

 

 나 하나를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니…. 고작 3개월 후에 사라질 사람을 위해 누군가가 피해를 봐야 한다니…….

 그 생각을 하자 입안이 써짐과 동시에 그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식탁 밑에서 잡아 온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강인한 힘에 나는 고개를 들어 에드워드와 시선을 맞췄다.

 

 “릴리.”

 

 “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죠?”

 

 “…네.”

 

 “그럼 돌아가지 마세요.”

 

 “하지만…….”

 

 “돌아가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

 

 “릴리, 라니에스 셰리카로 돌아갈 생각이면 당신이 책임질 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드려야 해요.”

 

 “…….”

 

 에드워드의 말이 맞았다. 나는 라니에스 셰리카가 됐지만,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도망쳤다.

 아마 내가 돌아가면 다시 정략결혼을 하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땐 도망칠 수 없겠지.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결혼을 부모님이 정해준,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곳에서 결혼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지. 자신은 이제 3개월 후면 사라지고 이곳엔 진짜 라니에스가 올 테니까.

 진짜 라니에스가 돌아오면 에드워드와 결혼을 할 것이다. 그녀는 사랑 앞에선 용감해지는 여자이니까.

 

 “마음을…단단히 먹어야겠네요.”

 

 “그래요. 어느 쪽이든 선택했으면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야 합니다.”

 

 “그럴게요. 근데 자꾸 물어봐서 미안한데…. 정말 이곳엔 왜 온 거예요?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요.”

 

 내가 궁금하다는 눈으로 에드워드를 보자 에드워드는 식탁 밑에서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손을 뗐다.

 온기가 멀어지는 것이 아쉬워 나도 모르게 손을 움찔했으나, 나는 그의 손을 다시 잡는 대신 내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눈을 보자 머릿속에서 새빨간 경고등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슨 말을 듣든 돌아갈 수 없다는 직감.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

 

 “당신이 잘 지내는지…. 건강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찾은 겁니다.”

 

 “에드워드…….”

 

 당신의 말을 나는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야 좋은 걸까. 당신의 눈동자에 서려 있는 감정을 내가 좋을 때로 해석해도 괜찮은 걸까.

 고작 3개월. 그 3개월 동안 나는 당신을 붙잡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욕심내고 싶었던 방금과는 다르게 지금은 망설여졌다. 내가 잡으면…. 내가 떠난 후의 그가 걱정되어서.

 

 나 혼자 가진 감정에는 누구도 휘말리지 않지만, 서로 마음을 확인하면 말이 달라진다.

 3개월 후에, 그는 똑같은 상황이 되는 거다. 내가 알던 자가 떠나가 다른 사람의 영혼이 온 상황이.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를 빤히 쳐다보자 그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뿐이에요. 잘 지내는 걸 봤으니 이제 가겠습니다.”

 

 에드워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머릿속에 폭풍이라도 지나간 듯 복잡했다. 그가 나를 정말 ‘나’로 보고 있는 걸까?

 나에게서 라니에스의 모습을 찾아 헤매지는 않을까? 애초에 그가 나와 같은 마음이 맞는 걸까?

 내 마음은 온전히 내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어쩌다 그가 나에게서 라니에스를 찾을 때 나는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나?

 온갖 의문과 질문들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옆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망설입니까? 눈에 다 보이는데.”

 

 “하지만…….”

 

 “이미 눈에서 떠나지 마, 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더 멀리 가기 전에 얼른 뛰어가세요.”

 

 샤의 말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집 안을 뛰쳐나갔다.

 어쩌면 이 관계에 끝에 남는 건 후회뿐일지도 몰랐다. 그러지 말걸,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끝이 나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고는 모르는 것들뿐이다.

 

 3개월 후에 끝날지도 모를 감정이지만……. 그래도 잡으면 안 되는 걸까?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거라 할지라도 붙잡고 싶었다. 지금 이때, 이 순간은 다신 돌아오지 못할 순간들일 테니까.

 내가 읽었던 책 안으로 온다는 이런 이상하고 기묘한 일은…. 내 평생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까.

 

 “에드워드─!”

 

 그러니까 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당신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팔을 붙잡는다.

 가지 말라는 말 대신 그를 껴안았다. 품 안에 가득 차는 당신의 향기와 온기에 나는 결국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가 아주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 평생 괴롭히는 일이 있더라도, 이 남자를 놓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4 44. 2020 / 10 / 14 223 0 4262   
43 43. 2020 / 10 / 5 234 0 4114   
42 42. 2020 / 9 / 20 235 0 4217   
41 41. 2020 / 9 / 15 235 0 4180   
40 40. 2020 / 9 / 3 241 0 4211   
39 39. 2020 / 9 / 1 236 0 4105   
38 38. 2020 / 8 / 31 237 0 4141   
37 37. 2020 / 8 / 30 246 0 4182   
36 36. 2020 / 8 / 28 243 0 4071   
35 35. 2020 / 8 / 27 251 0 4102   
34 34. 2020 / 8 / 26 244 0 4111   
33 33. 2020 / 8 / 25 245 0 4130   
32 32. 2020 / 8 / 24 240 0 4215   
31 31. 2020 / 8 / 17 240 0 4259   
30 30. 2020 / 8 / 15 237 0 4270   
29 29. 2020 / 8 / 15 247 0 4166   
28 28. 2020 / 8 / 15 244 0 4191   
27 27. 2020 / 8 / 15 254 0 4133   
26 26. 2020 / 8 / 15 250 0 4263   
25 25. 2020 / 8 / 13 253 0 4172   
24 24. 2020 / 8 / 13 236 0 4091   
23 23. 2020 / 8 / 13 248 0 4143   
22 22. 2020 / 8 / 13 241 0 4116   
21 21. 2020 / 8 / 13 235 0 4278   
20 20. 2020 / 8 / 10 240 0 4223   
19 19. 2020 / 8 / 10 240 0 4211   
18 18. 2020 / 8 / 10 238 0 4241   
17 17. 2020 / 8 / 10 228 0 4180   
16 16. 2020 / 8 / 10 240 0 4229   
15 15. 2020 / 8 / 7 246 0 432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Blood Rose
사로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