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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18.
작성일 : 20-08-10 16:57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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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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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샤는 설거지를 했고, 나는 샤의 방을 알려주기 위해 에드워드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밑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 좁은 집안에서 일부러 더 느리게 샤의 방 앞까지 걸어갔다.

 샤의 방 앞에 서자 이제 더 걸을 수도 없게 됐다. 그에게 방을 알려준다는 핑계로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그 핑계는 이렇게 몇 걸음 걷자 없어졌다.

 

 “여기가 샤의 방이에요. 여기 머무는 사흘간은 이 방을 사용하면 돼요. 머무는 동안 둘이서 너무 싸우지 말고요.”

 

 “싸우는 게 아니라 조금 의견 충돌이 있는 것뿐입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요…?”

 

 나에겐 그게 그거 같았는데 아무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없는 이유로 다툰 게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들춰낼 필요까진 없겠지. 나는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꾹 참으며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여줬다.

 더 할 말도 없고 용무도 없으면 방에 들어가야 하는데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도 나와 같은지 방문을 열 생각도 하지 않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 시선이 조금은 집요할 정도라서 괜히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내 턱밑으로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내 턱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에드워드…?”

 

 “…이렇게 보니 전혀 다르군요.”

 

 “…….”

 

 “왜 당신이 여태껏 내 눈에 보이지 않았나, 의아할 정도로 달라요.”

 

 “정말……. 달라요?”

 

 “네, 달라요.”

 

 “어디가 어떻게 달라요?”

 

 턱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떨어지더니 대답 대신 그는 내 짧아진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눈가를 쓰다듬고, 볼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더니 미련 없이 떠났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아쉬워진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멀어져가는 손을 아쉽게 바라보자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런 점도 전혀 다르군요.”

 

 “그런가요?”

 

 “네…. 전혀 달라요. 이제까지 모른 제가 바보 같군요. 눈만 제대로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내 눈가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가 바라보는 내 눈은 어떤 느낌일까?

 내가 보는 나는 그저 소설 속에 라니에스의 외형묘사 그대로였다. 은발에 제비꽃 색 눈동자. 그뿐인 외모가 그에겐 뭐가 달라 보이는 걸까?

 새삼 내 외향이 궁금해졌다. 그가 말한 대로 라니에스와 내가 많이 다른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점을 발견해서…. 그에게 라니에스가 아닌 좀 더 나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그런 욕심 때문일까, 나는 그에게서 나와 라니에스의 다른 점을 듣고 싶었다. 그에 눈에 비친 내가 궁금했다.

 

 “어떻게 달라요?”

 

 “우선 눈이 다릅니다. 눈은 흔히 영혼의 창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라니에스의 눈은 잔잔한 호수 같았습니다.”

 

 “저는요?”

 

 “당신의 눈동자는 불에 타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거 말고 또 다른 점은요?”

 

 “라니에스는 누군가 억지로 가둔다면 며칠은 반항하겠지만, 금방 지칠 사람입니다. 그리고 누군가 구해주길 기다리겠죠. 하지만 당신은 그 감옥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사람이죠.”

 

 “…….”

 

 “이렇게 다른 걸…. 저는 여태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르는 게 당연했다. 지금 내 외모는 누가 봐도 라니에스일테니까.

 아니, 이 몸이 라니에스니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들어오는 순간 외모가 달라졌다면 어땠을까?

 머리색이 은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꼈다면, 적어도 내가 아닌 것 같다는 괴리감은 적었을 테지.

 하지만 누군가의 몸에 선택적으로 들어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일이 아녔다면 자신도 누군가의 몸에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어찌 됐건, 지금 자신이 겪는 일은 누구나 다 쉽게 겪는 사춘기 같은 일은 아닐 테니까.

 

 “괜찮아요, 이 몸은 라니에스의 몸이 맞는걸요. 당신이 저를 쉽게 못 알아본 게…. 당연한 거예요.”

 

 “릴리…….”

 

 “지금 당신이 그렇게 불러주니까 괜찮아요.”

 

 자신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진실이었다. 처음에는 라니에스로만 보는 그에게 조금 서운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라도 눈앞에서 갑자기 에드워드가 ‘전 에드워드가 아닙니다.’라고 해도 에드워드로밖에 안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좋든 싫든 그와 다른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될 거다. 그와 에드워드는 다른 사람이라고.

 

 그리고 이젠 다시는 에드워드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기만 했는데도 가슴이 아파졌다.

 당신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나보다 더 깊은 시름과 슬픔에 잠겼던 걸까.

 묻고 싶지만, 물을 수가 없었다. 어쨌건 그녀를 없어지게 한 데엔 내 책임도 일정 부분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밤이 늦었어요. 어서 들어가서 주무세요.”

 

 “그래요, 릴리도 가서 주무세요.”

 

 “네, 그럼 전 제 방으로 갈게요.”

 

 나는 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내 방으로 향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는 순간 작게 한숨이 나왔다.

 3개월 후의 미래. 제대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에겐 여기는 늘 ‘다른 세계’였다.

 돌아갈 세계는 따로 있고, 내가 살아갈 세계는 여기가 아닌 원래 있던 곳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은 다 원래 세계에 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들……. 하지만 이젠 이곳에도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

 만약에 3개월 후에, 신의 앞에서 두 세계 중 하나를 고르라고 선택을 종용받는다면…….

 예전에는 망설임 없이 원래 세계를 골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내가 그를 두고….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가족을 버릴 정도로 이 세계에서 살고 싶은 의지나 의욕이 있는 걸까?

 

 “모르겠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의 선택.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당연한 선택이다.

 나는 둘 중에 뭘 버릴 수 있지?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은 거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생각한 것뿐인데 벌써 숨이 막히고 도저히 어느 것도 고를 수가 없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엔 이미 둘 다 너무 소중해진 탓이었다. 나는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쩌면 좋지? 도대체 어쩌면…….”

 

 아무리 답을 내보려고 해도 답이 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이미 너무 소중해진 세계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소중해진 세계.

 누군가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해도 쉽게 고르지 못할 것이다. 나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깨닫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이 복잡한 기분도 풀릴까. 아니, 풀리긴커녕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문제는 더 뚜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간은 이미 늦었고 수면은 중요한 것이었다. 어찌 됐건 무슨 큰일이 있더라도 본능은 이길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있자, 갑작스레 쏟아지는 잠기운에 결국 나는 아주 깊게 잠들었다.

 

 자신은 사방이 다 하얀 공간에 와 있었다. 여기가 어딘가 싶어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혼자 남겨졌다는 불안함에 나는 목청껏 에드워드의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에…드…….”

 

 크게 소리치고 싶은데 목소리는 자기 뜻과는 정 반대로 희미하게 속삭이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소리를 질러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리치는 건 포기하고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무작정 앞으로 달렸다.

 하지만 다리에 무거운 추라도 매달고 있는 것처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이곳에서 빠져나가려고 애썼다. 그런 자신의 노력 덕분일까,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에 문 하나가 보였다.

 저기가 어디가 됐건 여기보다 낫겠지, 싶어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고 그러자 생전 처음 보는 공간이 나타났다.

 

 ‘여긴 어디지…?’

 

 짙은 풀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어느새 자신은 맨발로 흙 위에 서 있었다.

 이유도 없이 이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이상하게 생긴 곳이 보였다.

 

 역사책이나 그림책 어디선가만 봤던 신전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 모양새의 건물이었다.

 뭔가 더 생각하기도 전에 몸은 스스로 움직였다. 자신은 어느새 신전 안에 서 있었다.

 신전 한 가운데에는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는 커다란 제단 같은 게 있었다.

 시선을 내려 손을 보니 어느새 손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저울이 들려 있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 저울을 제단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제단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나왔고,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꿈에서 깼다.

 

 “…….”

 

 꿈이었구나. 꿈인 걸 알아차린 순간 그 꿈은 희미해지기는커녕 도리어 생생해지기 시작했다.

 풀냄새가 잔뜩 나는 숲. 한없이 이어지던 흙길. 그리고 그 흙길 끝에 있던 신전…….

 손에 들려 있던 금색의 저울과 그 위에 저울을 올려두던 자신. 이게 과연 그냥 꾼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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