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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26.
작성일 : 20-08-15 17:02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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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한바탕 듣고 저택에 들어와 베르한과 레나에게 한 소리 들은 후에야 나는 내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방으로 돌아오자 피로감이 순식간에 몸을 덮쳤다. 이런저런 생각을 더 할 겨를도 없이 나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눕자 몸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순식간에 잠기운이 밀려왔다. 여전히 자신에게 남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단 쉬고 싶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눈을 뜨니 어느새 한 낮이었다. 밝은 하늘을 보며 나는 멍하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고 일어나니 아침의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내가 한바탕 꿈을 꾼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렇기엔 아직 갈아입지 않은 옷에서 풀냄새가 가득 났다.

 나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욕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웃기게도 꽤 나처럼 보였다.

 

 “처음 볼 때는 라니에스로만 보였는데…….”

 

 이 몸에 적응돼서 점차 내 모습이 보이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이 몸에 들어와서 몸이 변화하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이젠 다른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라니에스와 나를 구별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나에게 있어서 다행인 걸까, 아니면 곤란한 일이 될까……. 한참 거울을 보던 나는 얼굴을 숙이고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씻고 나오자 하녀가 내게 수건을 건넸다. 나는 자연스럽게 수건을 받아드려 얼굴을 닦았다.

 하녀는 내가 얼굴을 닦을 때까지 기다리더니 내가 수건을 다시 하녀에게 주자 내게 말을 건넸다.

 

 “아가씨, 주인님께서 부르십니다.”

 

 “…아버지께서?”

 

 “네. 깨어나시면 서재로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알았어.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갈게.”

 

 “네, 아가씨.”

 

 하녀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서재로 향했다. 무슨 일로 베르한이 자신을 부른 걸까?

 어쩐지 좋은 이야기가 아닐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한 번 도망까지 쳤으니, 정략결혼 이야기는 다시 꺼내진 않겠지. 정략결혼만 아니면 웬만한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었다.

 그게 라니에스의 몸으로 살아가는 내가 할 수 있는 그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였다.

 

 서재 문을 노크하고 들어서자 베르한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평소랑 다르게 내려앉은 분위기를 느끼며 난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부르셨다고 들었는데…….”

 

 “아…. 왔구나, 일단 앉으렴.”

 

 베르한이 권한 자리에 앉자 베르한의 옆에 서 있던 시종이 찻잔에 차를 가득 따라주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켰다.

 시종까지 물릴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건가? 나는 괜히 긴장돼 찻잔 손잡이를 세게 쥐었다.

 딱히 차를 마실 생각은 없었으나, 어쩐지 목이 타들어 가 미적지근한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내가 찻잔을 다 비울 때까지도 베르한의 입은 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긴장감도 점점 더 고조됐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

 극도로 초조해진 내가 무슨 이야기라도 꺼낼 심산으로 입을 열었으나, 내 목소리보다 베르한의 목소리가 더 빨리 나왔다.

 

 “밤 중에 몰래 방에서 나왔다고 하지?”

 

 “네, 그건 정말 죄송하게…….”

 

 “내 딸의 몸으로 어딜 다녀온 거지?”

 

 “…….”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베르한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갑작스러운 한기에 따뜻한 걸 마시려 했으나, 이미 찻잔은 비어버린 상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를 조금 더 천천히 마시는 거였는데…….

 언젠가 내가 딸이 아닌 걸 눈치챌 수도 있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으나, 이렇게 싸늘하게 대할 줄 몰랐다.

 

 아니, 싸늘하지 않으면 이상한 건가? 나는 그의 딸의 몸에 기생한 이름도 모를 존재였다.

 그러니 라니에스의 아버지인 그가 화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침착하려고 애쓰면서 텅 비어버린 찻잔을 꽉 쥐었다.

 

 “신전에…. 신전에 다녀왔어요.”

 

 “신전?”

 

 “제가 가출했을 때 우연히 만난 점쟁이가 알려줬어요. 7월에 신전에 가면 된다고. 그래서…….”

 

 “자질구레한 설명은 필요 없다. 결론만 말하도록.”

 

 “…결론은 제가 사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 라니에스는 어떻게 된 거지? 내 진짜 딸은 어디로 갔냐 이 말이야.”

 

 그가 내 정체를 알아차리자 나올 거라 예상했던 질문이 나오자 목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베르한에게 사실대로 전부 털어놓을 순 없었다. 그에게 이곳이 원작이 존재하는 소설이라는 말을 어떻게 하는가?

 그렇다면 라니에스가 사라졌다고 말해야 하는 건데…. 그건 라니에스의 아버지에겐 지나치게 비극적인 소식이었다.

 

 딸의 육신은 여기 있는데, 그녀의 영혼은 소멸해버렸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렇다고 원작의 라니에스의 영혼과 합쳐졌다고 말하기에도 어려웠다.

 내 침묵을 다른 의미로 여겼는지, 그는 불같이 화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네가 내 딸을 잡아먹었구나!”

 

 “…….”

 

 “그렇지 않고서야 내 딸이 갑자기 사라질 리도 없고, 네가 대답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의 눈을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라니에스의 영혼이 이 몸을 떠날 일도 없었다.

 이 모든 사건에 내가 관련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분노는 합당한 것이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네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내 딸이 돌아오나? 그러면 네가 할 일은 하나지. 내 딸이 돌아오게 하는 거.”

 

 “…….”

 

 “내 딸이 돌아오는 방법도 모르면서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죄송…해요…….”

 

 “됐네. 한 번만 더 내 딸아이의 몸으로 위험한 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어.”

 

 베르한은 할 말이 끝났다는 듯 그대로 몸을 돌려 서재에서 나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베르한도 레나도 내가 라니에스가 아닌 걸 알았다.

 되도록 그들에게만큼은 숨기고 싶었던 사실이 드러난 후에 느껴지는 감정은 참담함뿐이었다.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서재에서 나와 나는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독하게 피곤했다. 침대에 누워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내가 여기서 라니에스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이제 그들의 얼굴만 봐도 나는 죄책감에 시달릴 게 뻔했다.

 

 시선을 돌리자 책상 위에는 에드워드가 보낸 편지가 눈에 보였다.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유일한 이유……. 내가 라니에스여도 괜찮은 단 하나의 이유가 눈에 걸렸다.

 만약 에드워드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 신전에서 내 진짜 이름을 불렀을 텐데…….

 

 아니, 어쩌면 신전에서 벌써 내 세상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곳에서 내 마음을 붙잡는 건 에드워드뿐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편지를 잡아 편지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편지 위에 적힌 글씨만이 내 마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갑자기 에드워드가 너무도 보고 싶어졌다.

 

 이 집에 있으면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에드워드를 만나는 것쯤은 괜찮지 않을까?

 나는 몸을 일으키고 나갈 준비를 했다. 부디 오늘 내 외출을 막을 사람이 없길 간절히 바랐다.

 내가 간단하게 몸치장을 마치고 방을 나서자 마치 기다린 듯 하녀가 내게 다가왔다.

 

 “어디 가시나요?”

 

 “에드워드 영식을 만나러 가는데…. 무슨 일 있어?”

 

 “외출하시려면 주인님에게 허락을 맡으셔야 합니다.”

 

 “…아버지에게? 꼭 그래야 하는 거야?”

 

 “네, 아가씨께서 혹시 외출한다면 꼭 말하라고…….”

 

 아무리 한 번 전적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지나친 서사가 아닌가 싶어지다가도 그의 마음이 십분 이해됐다.

 그래, 자기 딸의 영혼이 없어졌는데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의 말을 듣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녔다. 그냥 외출 허가만 받으면 되는 거니까.

 

 “알았어. 그럼 네가 가서 아버지에게 전해주렴. 내가 에드워드 영식을 만나러 간다고.”

 

 “알겠습니다.”

 

 하녀는 베르한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기 위해 걸어갔다. 나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길 복도에서 잠시 기다렸다.

 그렇게 몇 분 동안 기다리고 있자, 멀리서 아까 그 하녀가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나를 보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주인님께서 아가씨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못 나간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하녀의 말에 갑자기 황량한 기분이 들었다. 이 집에 돌아오는 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베르한은 나를 계속 저택에서 내보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이 집안에 갇혀있게 되는 건가?

 그럼 나는 군말 없이 그의 말에 따라야 하는 걸까? 나는 멍하니 복도에 서서 복잡해진 마음을 다스리기 바빴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겨우 잠재운 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하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지금은 일단 베르한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았다. 며칠 후에도 계속 내 외출을 막으면 그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오늘만큼은 그의 말대로 외출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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