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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21.
작성일 : 20-08-13 19:08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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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화가 끝나고 나는 제대로 식사를 하지도 못하고 저택에서 나와야 했다.

 그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밥을 먹었다가는 체했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 그들 역시 나와 밥 먹자고 부른 게 아녔을 테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타자 급격히 피곤해졌다. 눈을 잠깐 감았을 뿐인데, 어느새 마차가 멈추고 나를 깨우기 위해 집사가 마차의 문을 열던 참이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깨셨습니까?”

 

 “아냐. 어차피 일어나서 들어가야 했었어.”

 

 “많이 피곤하신가요?”

 

 “조금 피곤하네.”

 

 “그럴 줄 알고 바로 들어가서 주무실 수 있도록 목욕물도 준비해뒀습니다.”

 

 “고맙네. 시중들 이는 최소한으로 보내줘.”

 

 “알겠습니다.”

 

 나는 축축 처지는 발을 겨우 옮겨 방에 들어가 집사가 미리 준비해준 목욕물에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이 지친 내 몸을 풀어지게 했다. 노곤해진 몸 때문인지, 이대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늑했다.

 눈을 반쯤 감고 있자 물이 점점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무거운 몸을 들어 겨우 욕조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시종이 내게 수건을 건넸다. 간단하게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자 잠이 쏟아져 왔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 정말 순식간에 잠들었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였다.

 눈 감고 뜨자마자 아침이라는 게 이런 걸까. 나는 밝게 빛나는 하늘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난 걸 알아차렸는지,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며 집사가 들어왔다.

 집사는 물 한잔을 건네며 오늘 할 일들을 쭉 읊어줬다. 며칠 자리를 비웠다고 금세 할 일이 쌓여 있었다.

 저 많은 일을 다 하다 보면 릴리가 있는 곳에는 일주일 후에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중요하지 않은 일 빼고, 지금 당장 급한 것만 가져와.”

 

 “지금 말씀드린 것들이 당장 급한 것들입니다.”

 

 “그게 다?”

 

 “네.”

 

 “내가 없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오면서 말씀드렸다시피 헛소문이 많이 퍼져있습니다. 일단 지금은 소문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

 

 “주인님의 마음은 알지만, 주인님이 해야 하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알았어, 서류들은 놓고 이만 나가봐.”

 

 “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집사가 나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현실은 내 발목을 붙잡아 물고 늘어진다.

 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여기에 있었다. 소문을 잠재우는 것도, 이 가문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전부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곳은 당분간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시 일을 미뤄두고 릴리에게 편지를 적었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을 때쯤엔 급한 일이 전부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펜을 놀렸다.

 

 

 

 

 

 에드워드가 집으로 돌아가고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내 생활은 변함없이 평화로웠고 그래서 조금은 지루했다.

 이 지루한 일상에서 유일하게 기다리게 되는 것은 에드워드의 편지뿐이었다.

 일이 많아서 금방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에드워드의 편지를 시작으로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손편지를 써본 적 없던 나에게는 손편지를 쓰는 일은 굉장히 새로운 일이었다.

 조금 손이 아프고,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해 신경 쓰는 내가 어색해서 편지를 쓰다가 웃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실물이 더 좋은데……. 나는 답장을 쓰기 위해 집었던 펜을 잠시 내려놨다.

 

 “보고 싶다고 쓰면 와주려나…?”

 

 그와 떨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리워졌다. 이렇게 만날 수 있을 때도 그리운데, 내 세상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더 그가 그리워질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다지 달갑지 않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저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면, 지금은 누가 등을 떠밀어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길 원했다.

 

 그렇게 누가 정해주면 고민할 거리도 없고, 나도 돌아가지 못해도 그냥 받아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런 생각 해봤자 어차피 결정하는 건 자신이었다. 돌아갈 수 있다면, 혹여 돌아가지 못한다면…….

 어느 쪽이든 후회가 남겠지. 이곳에 남는다면 남는 대로, 남지 않는다면 남지 않는 대로.

 

 “가장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겠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도 됐다.

 쓸데없는 걱정을 털어버리고 나는 다시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잡았다.

 종이 위에는 오늘의 내 일상을 적어 보냈다. 다음 편지의 답장을 기다리며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지나갔다.

 

 그는 가끔 내 집에 들렀고, 오래는 3일 짧게는 하루 정도 머물다가 돌아갔다.

 원거리 연애라서 그런 걸까.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애틋하기 그지없었다.

 그와 만날 때는 늘 즐겁고 행복했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음이 나왔고, 눈만 마주쳐도 좋았다.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갔다. 계절이 바뀌고 어느새 해가 쨍쨍한 6월이 됐다.

 7월까지 1개월이 남았을 때, 에드워드가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에드워드,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릴리…….”

 

 “놀라지 말고 들어요. 당신의 어머니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네…?”

 

 “당신이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나는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라니에스이 어머님이 건강이 나빠진다는 사실을 왜 떠올리지 못했던 걸까?

 소설 속에도 분명히 적혀 있었을 것이다.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늘어난 지금엔 생각나는 부분이 별로 없지만, 이건 기억하고 있었어야 했다.

 좋든 싫든 지금 자신의 몸은 라니에스였다. 그런데 그녀의 가족에게 무심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들었다.

 분명, 그녀의 어머니가 건강이 나빠진 원인에는 분명 자신의 가출도 한몫했을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비록 자신이 진짜 라니에스가 아니지만, 그녀의 옆에 있어 줘야 했다.

 

 “갈게요. 지금 당장 준비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샤가 침착하게 짐을 꾸려줘서 10분 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마차에 올라타고 멀어지는 집에 헛헛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라니에스의 어머니인 레나가 걱정됐다.

 원작에서도 그녀는 워낙 허약한 체질이라 라니에스가 결혼하는 것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원작이지만, 큰 흐름은 전혀 변하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자신은 7월까지 저 집에서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원작이 갑작스레 얼굴을 내밀고 그 집으로 나를 돌려보내고 있었다.

 순간 겁이 났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원작의 강제성에 등 떠밀려 없던 사람처럼 사라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라니에스와 에드워드가 행복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릴리,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을 보면 어머니도 금방 털고 일어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과연 원작이 바뀔 수 있을까? 그녀가 죽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다가오는 원작을 그대로 받아드려야 하는 걸까.

 이 세계에 얼마나 원작이 간섭하는 걸까? 내 감정도 원작이 간섭한 것일까?

 집으로 가면 갈수록 생각이 많아졌다. 밤이 되면 조금 낡은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마차에 타는 걸 반복한 지 3일째, 떠났던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 앞에 마차가 서고, 문이 열리자 수척해진 베르한이 보였다. 그는 나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라니에스. 돌아왔구나.”

 

 “아버지…….”

 

 수척해진 베르한을 보자 없던 죄책감도 솟아났다. 가출 할 게 아니라, 적어도 대화를 나눠볼 걸 그랬나.

 그렇다면 이렇게 수척해진 베르한을 볼 일도,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에드워드의 입으로 듣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나간 날에 대해 후회해봤자, 변하는 건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내민 손을 그저 붙잡았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그래, 그러자꾸나.”

 

 에드워드는 가족만 있을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눈치 좋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 안은 예전 같으면서도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셰리카 가의 안주인인 레나가 쓰러졌는데, 분위기가 안 좋은 게 당연했다.

 어두침침한 분위기의 복도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색의 나무문이 보였다.

 노크를 두어 번 하고 문을 열자 침대에 앉아 있는 레나의 모습이 보였다.

 

 “라니에스…!!”

 

 레나는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물에 나는 마음이 콕콕 쑤셔왔다.

 가출한 딸을 걱정했겠지. 나는 하염없이 우는 그녀가 안쓰러워졌다. 머리보단 몸이 먼저 그녀에게 향했다.

 그리고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나는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 앙상하게 마른 팔이 나를 끌어안자 나도 코끝이 시큰해졌다.

 울고 있는 그녀 앞에서 나까지 울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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