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22.
작성일 : 20-08-13 19:11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11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을 나갔던 내가 다시 돌아와서인지, 레나는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차츰 안색이 좋아졌다.

 요즘에는 정원으로 산책하러 나갈 정도로 회복이 되어 다들 한시름 놨다.

 그리고 나는 건강해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불안해졌다.

 원작에서 그녀는 건강이 나빠져 죽었었다. 만약, 그녀가 죽게 된다면……. 그녀는 마지막에 진짜 라니에스를 보지 못하는 게 된다.

 

 “…어쩌면 좋지.”

 

 그녀의 병세가 언제 나빠졌더라? 무슨 병으로 목숨을 잃었지?

 아무리 생각해내려고 해도 이미 많은 것을 잊은 머리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원작을 읽고 왔다 한들 뭐하나. 이렇게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는데.

 

 적어도 그녀의 임종을 지키는 건 내가 아니라 라니에스인게 맞지 않을까?

 레나와 베르한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이 상황에 있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은 많았으나 실질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아픈 레나의 곁에 있어 주며 그녀의 몸이 좋아지길 바라는 일밖에는.

 

 7월에 가까워질수록 조급한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이 반이었다.

 이 집에 있으면서는 에드워드와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오는 편지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누가 그와 만나는 걸 막은 것은 아녔지만, 소문을 들은지라 차마 대놓고 만나기는 어려웠다.

 

 “라니에스, 오랜만에 같이 티타임이라도 가질까?”

 

 “네, 그래요. 어머니”

 

 가족에게서 오랜만에 듣는 라니에스라는 이름이 이렇게 낯설 수가 없었다.

 몇 달 동안 들었던 릴리라는 이름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이 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집과 소박하지만, 따뜻했던 마을…….

 

 다른 사람이 들으면 웃을지도 몰랐지만, 자신은 그 마을과 집이 그리웠다.

 그곳에서 지냈던 몇 달간이 너무 그리웠고 그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다.

 거기서 샤와 에드워드 셋이서 단란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큰 걸 바라는 건가 싶은 마음이었다. 라니에스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은 여전히 라니에스였고, 다른 사람 눈에 자신은 라니에스로 보일 테니까.

 다른 몸에 빙의하거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면 이곳에서 자신은 계속 라니에스로 불리겠지.

 

 레나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이 시간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진짜 모녀 사이라면 이렇게 어색하지 않았을 텐데……. 괜히 목이 타서 눈앞에 있는 차만 몇 모금을 마셨다.

 찻잔에 있는 차가 반쯤 없어질 때쯤, 가만히 앉아만 있던 레나의 입이 열렸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바뀐 것 같구나.”

 

 “그런…가요?”

 

 “그래. 머리 모양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그녀가 자신의 눈을 빤히 쳐다보자 왠지 모르게 시선을 피하고만 싶어졌다.

 저 눈을 계속 보고 있다 보면 진짜 자신을 들킬 것 같았다. 그녀에게 딸이 없어진 걸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들킬 거라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는데 이상하게 들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레나가 라니에스의 어머니라서 그런 걸까? 그녀라면 자신이 라니에스가 아니라는 걸 알아볼 것 같았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공포감과 당혹스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자, 맞은편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라니에스.”

 

 “네?”

 

 “괜찮으니까 고개를 들어보렴.”

 

 그녀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자 그녀는 다 이해한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정말 뭐든지 다 알고만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차마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제비꽃 색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 색을 보며 새삼, 라니에스가 누구를 닮았는지 깨닫게 됐다.

 

 레나는 한참이나 자신을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오히려 아무 말 안 하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뭐라고 말이라도 하면 아니라고 부정하거나, 맞다고 긍정이라도 할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초조해지는 건 이쪽이었다.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녀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그녀는 내가 라니에스가 아님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 이야기 안 해도 괜찮단다.”

 

 “하지만…….”

 

 “…들을 준비가 안 됐어.”

 

 “…….”

 

 “그냥…. 그냥 내가 편한 대로 생각하게 해주겠니?”

 

 곧 울 것 같은 레나의 표정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이런 일뿐이었다.

 침묵의 티타임이 끝나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따라 내가 어정쩡하게 일어서자 그녀는 나를 보며 웃었다.

 

 “먼저 들어가 보마. 편히 쉬렴…. 라니에스.”

 

 “네…….”

 

 차마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해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레나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라니에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되어서 눈물이 멋대로 비집고 나왔다.

 자세는 한 치 흐트러짐도 없었으나, 두 눈에선 눈물이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사리물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결국, 나는 걸음을 멈추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내 아이……. 내 하나뿐인 딸……. 침대 위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무언가 이상했다.

 얼굴은 분명 자신의 딸인데 행동은 자신의 딸이 아녔다.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몇 달간의 가출이 딸의 성격을 조금 바꾼 거라고. 그저 그뿐이라고 생각하며 침착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딸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녀가 자신이 알던 라니에스가 아니라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평소 라니에스가 싫어하던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라니에스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걸 보며 낯선 사람을 보는 듯했다.

 

 저 아이가 내가 아는 아이가 아니라면, 저 안에 있는 건 도대체 누구라는 말인가?

 내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라니에스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매번 무너졌다.

 도대체 누구지? 누구길래 내 딸의 몸에 있는 거지? 알고 싶다는 마음과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 반.

 

 어지러운 마음속에서 자신은 진실을 알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저 덮어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받아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감고 그저 그곳에 있는 게 라니에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라니에스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깨달았다.

 

 그 미안하다는 표정과 어쩔 줄 모르는 손. 그게 어찌 엄마를 대하는 딸의 모습인가?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자 자신은 도망쳤다. 그 이상 대화해서 라니에스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라니에스…….”

 

 내 소중한 딸아이. 하나뿐인 딸 아이……. 그 아이가 사라졌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 아이의 몸에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는 추측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진실은 인정하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진실을 마주하자 나오는 건 눈물뿐이었다. 내 아이는 어디로 간 거지? 신은 왜 나에게서 자식을 빼앗아간 거지?

 내가 그리 잘못한 것이 있었나? 인생을 통틀어 자식을 뺏길 정도로 나쁜 짓을 했던가?

 

 그런 적이 없었는데…. 혹시 모른다, 자신이 모르는 악행을 자신이 저질렀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신에게 용서를 구하면 자식을 돌려줄까?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모았다.

 두 손을 부여잡고 풀밭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드레스가 구겨지고 치맛자락에 풀물이 들어도 상관없었다.

 

 자식을 돌려주신다면 못 할 게 무엇이 있을까. 지금 당장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해도 괜찮았다.

 그래서 라니에스를 돌려주신다면, 신에게 모두 받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니 제발…….

 

 “제발 제 아이를 돌려주세요…….”

 

 라니에스를 돌려주신다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다음 생에 가장 비천한 자로 태어나라고 하면 그리할 것이고, 쌓아 올린 부를 전부 내려놓으라 하신다면 그리하겠습니다.

 그러니 신이시여, 부디 당신이 존재하신다면 제 아이를 제게 다시 돌려주세요.

 제가 이렇게 당신에게 빕니다. …내 소중한, 제 목숨보다 귀한 제 아이를 제 곁으로 보내주세요.

 

 기도하는 내내 눈물은 멎을 생각이 없는 듯 흘러내렸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있었을까,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풀 밟는 소리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눈을 뜨자 흐린 시야 너머로 베르한이 보였다.

 베르한은 자신을 보며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자신을 끌어 안아주었다.

 

 “…밖에 너무 오래 있었소, 이제 방에 들어갑시다.”

 

 “그래요…….”

 

 그도 알고 있는 걸까? 지금 라니에스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걸?

 아마 그도 아버지이니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부는 서로를 껴안으며 마음을 나눴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이 슬픔이 지금 어둠에 가려져 없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4 44. 2020 / 10 / 14 223 0 4262   
43 43. 2020 / 10 / 5 234 0 4114   
42 42. 2020 / 9 / 20 235 0 4217   
41 41. 2020 / 9 / 15 235 0 4180   
40 40. 2020 / 9 / 3 241 0 4211   
39 39. 2020 / 9 / 1 236 0 4105   
38 38. 2020 / 8 / 31 237 0 4141   
37 37. 2020 / 8 / 30 246 0 4182   
36 36. 2020 / 8 / 28 243 0 4071   
35 35. 2020 / 8 / 27 251 0 4102   
34 34. 2020 / 8 / 26 244 0 4111   
33 33. 2020 / 8 / 25 245 0 4130   
32 32. 2020 / 8 / 24 240 0 4215   
31 31. 2020 / 8 / 17 240 0 4259   
30 30. 2020 / 8 / 15 237 0 4270   
29 29. 2020 / 8 / 15 247 0 4166   
28 28. 2020 / 8 / 15 244 0 4191   
27 27. 2020 / 8 / 15 254 0 4133   
26 26. 2020 / 8 / 15 250 0 4263   
25 25. 2020 / 8 / 13 253 0 4172   
24 24. 2020 / 8 / 13 236 0 4091   
23 23. 2020 / 8 / 13 248 0 4143   
22 22. 2020 / 8 / 13 241 0 4116   
21 21. 2020 / 8 / 13 235 0 4278   
20 20. 2020 / 8 / 10 240 0 4223   
19 19. 2020 / 8 / 10 240 0 4211   
18 18. 2020 / 8 / 10 238 0 4241   
17 17. 2020 / 8 / 10 228 0 4180   
16 16. 2020 / 8 / 10 240 0 4229   
15 15. 2020 / 8 / 7 245 0 432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Blood Rose
사로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