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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29.
작성일 : 20-08-15 17:5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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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셨네요, 아가씨.”

 

 “이상한 부탁일지도 모르겠는데, 내 이름 불러줄래?”

 

 “…네?”

 

 “뭐라고 안 할 테니까, 빨리.”

 

 “릴리 아가씨…. 갑자기 이런 부탁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냐. 내가 꿈자리가 좀 뒤숭숭해서……. 나 옷 갈아입는 것 좀 도와줘.”

 

 “네, 알겠습니다.”

 

 하녀의 시중을 받으며 치장을 하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정말로 내가 ‘라니에스 셰리카’가 아닌 ‘릴리 셰리카’가 된 것이다.

 그때 아스트라이아가 보여준 풍경은 꿈이나 환각이 아닌 진짜인 모양이었다.

 레나가 나를 낳고 지은 이름이, 라니에스가 아닌 릴리로 바뀐 것도…. 내 세상의 내가 죽음을 맞이한 것도.

 

 병실에 누워있던 창백한 기색의 내 몸과 그런 나를 돌보던 엄마를 떠올리자 목구멍이 콱 막혔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순 없었다. 여기서 갑자기 울면 하녀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겨우 눈물을 삼키며 치장을 마친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귀밑까지 내려오는 짧은 은빛 머리카락과 제비꽃 색 눈동자…. 여전히 외모는 라니에스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몸은 이제 더 라니에스라고 불리지 않는다. 내가 지은 릴리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자각을 해서일까, 아니면 더는 누군가에게 라니에스라고 불리지 않아서일까.

 나는 드디어 내가 나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라니에스가 아닌 진짜 나. 릴리라는 이름을 가진 영애로.

 

 “아가씨, 식사하시죠. 주인님과 부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내려가지.”

 

 그러면 이곳의 부모님도 내 부모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낯선 기분으로 저택을 바라봤다.

 라니에스가 아닌 릴리로 보는 저택은 왠지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커다랗고 부담스럽다고만 느껴졌던 저택은 은근히 따뜻했다.

 여기저기 정감 가는 곳이 있고, 시선을 돌리면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괜히 아련해졌다.

 

 계단을 내려가 홀을 지나갈 때도 이상하게 추억에 잠기게 됐다.

 라니에스로 지낸 기억이지만, 이젠 어째서인지 자신에게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레나와 베르한이 웃으면서 나를 반겼다. 그들의 얼굴에서 깊은 애정과 사랑이 느껴졌다.

 

 ‘아…. 저 둘은 기억이 완전히 바뀌었구나.’

 

 그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건 영혼이 바뀐 가짜 딸을 보는 얼굴이 아녔다.

 저런 깊은 애정과 사랑은 진짜 딸이라고 생각할 때만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어쩐지 그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무거운 마음으로 의자로 가 자리에 앉았다.

 

 “릴리, 오늘따라 안색이 별로구나.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꿨니?”

 

 “네…. 좀 꿈자리가 사나웠어요.”

 

 “무슨 꿈을 꿨길래 안색이 그래? 약이라도 하나 먹을래?”

 

 “아뇨, 괜찮아요. …어머니.”

 

 “그래? 어디 아프면 꼭 말해라. 알았지?”

 

 “네.”

 

 레나의 걱정스러운 말에도 나는 진심으로 고마워하기보단 어색해서 그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기 바빴다.

 대충 아침밥을 다 먹고 방으로 올라오자 그제야 내가 진짜로 릴리가 됐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 내 이름을 ‘릴리’라고 부른다. 모두가 이제 나를 릴리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드워드는? 에드워드에게 새로운 기억이 덧씌워져 나를 기억 못 하거나 나를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면 어쩌지?

 그가 기억을 잃어서 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을 고른 이유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당장 그를 만나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진짜 셰리카 가의 영애가 된 나에게 외출은 어려웠다.

 

 ‘에드워드…. 당신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죠?’

 

 아스트라이아는 기억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에드워드의 기억이 나와 같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는 라니에스가 아닌 나를 사랑한다고 했으니까.

 그 말만이 지금 내겐 희망이었다. 초조하게 방안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아가씨, 에드워드 영식께서 아가씨를 찾아왔습니다.”

 

 “에드워드가? 지금 어딨어?”

 

 “응접실에서 아가씨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당장 가봐야겠어.”

 

 에드워드가 왔다는 사실을 알려준 하녀를 제치고 나는 망설임 없이 응접실을 향해 걸어갔다.

 응접실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심장 소리도 점점 커졌다.

 응접실 앞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이 안에 에드워드가 있다. 그가 어떻게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무섭기도 했다.

 긴장으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어젖혔다.

 문 안쪽에서 앉아서 나를 기다리는 에드워드를 보자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에드워드…….”

 

 “릴리.”

 

 “기억…해요? 내가 누군지?”

 

 “무슨 이상한 질문을 하는 겁니까? 당연히 기억하죠.”

 

 “그러면…내가 누군데요? 말해봐요.”

 

 “내가 아는 릴리는…. 정략결혼이 하기 싫어서 혼자 가출을 감행하고 신전에도 홀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며 긴 머리를 망설임 없이 잘라낼 수 있는 사람이죠.”

 

 “…….”

 

 “내가 함께하고 싶었던 모든 곳에 혼자 가서 홀로 이겨내고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굴 때 내가 얼마나 속상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졌는지 압니까?”

 

 “에드워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제 앞에 존재하는데.”

 

 그의 말에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기억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부모님이나 이 집 사람들과 달리 그는 온전히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그의 마음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그저 벅차고 고마워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에드워드…. 나 정말 이 세상 사람이 됐어요.”

 

 “그런 것 같더군요. 들어올 때부터 당신을 릴리라고 부르는 걸 보고 저도 꽤 놀랐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그래서 당신의 기억도 달라졌을까 봐 걱정됐고요…….”

 

 “제 기억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확인해봐도 괜찮아요.”

 

 “아뇨, 확인하지 않아도 믿어요. 당신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내 말에 그는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더니 내 입술 위에 짧게 키스했다.

 그 짧고 가벼운 입맞춤에 어쩐지 안달이나 나는 까치발을 들어 멀어지는 입술 위에 다시 입술을 맞댔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내 허리를 끌어안아 더 깊게 입 맞췄다.

 입술이 떨어지자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얼굴을 푹 숙였다.

 

 “우리 이번에는 정식으로 교제 허락을 받을 수 있겠죠?”

 

 “그러도록 노력해야죠.”

 

 “이번에도 반대하시면 어떻게 할 거예요?”

 

 “허락하실 때까지 몇 번이고 와야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당신을 어떻게 포기합니까?”

 

 “고마워요. 저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게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른 말을 할 새도 없이 다시 입 맞췄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대답을 얻고 답을 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에드워드는 할 일이 있다면서 금방 응접실을 떠났다.

 

 에드워드를 배웅하고 혼자 남은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릴리 셰리카가 되고 나서 겪은 평범한 하루가 마치 폭풍처럼 느껴졌다.

 이제 앞으로 지내게 될 일상도 이런 느낌일까. 조금 낯설지만 이젠 정말 적응하고 살아야 했다.

 

 셰리카 가의 영애로서, 귀족다운 삶을 살아야겠지. 그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생활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정략결혼을 시키겠다는 말 한마디에 가출까지 감행할 정도니, 말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런 자신이 과연 이 삶에 잘 적응해 도망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그래, 해봐야지.”

 

 뭐든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건 이르다. 이곳에 제대로 적응해보기로 마음먹으면 달라질 것이다.

 원래 마음먹기 달린 것 아닌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돌아갈 생각뿐이라 적응할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이곳에서 살기로 한 이상 이제 자신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이곳에 대한 지식이나 예의는 아스트라이아가 보여준 기억 덕분인지 생생히 기억나서 다행이었다.

 그거라도 기억나지 않았으면 아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지식은 괜찮을지도 몰라도 실제로 적용하는 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여전히 예법은 몸에 익지 않은 느낌이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행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생각난 김에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봤다.

 의식하면서 앉자 몸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세로 몇 시간씩이나 앉아 있어야 한다고?

 

 “벌써 힘든데…….”

 

 의자에서 일어나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자신이 이 세계에 잘 적응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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