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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30.
작성일 : 20-08-15 18:05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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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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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밀려있는 서류를 무시하고 집사를 불렀다.

 집사는 꽤 난처한 얼굴로 내 앞에 앉아있었다. 나는 그를 빤히 보며 그가 정직하게 답하길 기다렸다.

 몇 초 정도 흘렀을까.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더니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정말 있는 그대로 말씀드려도 되는 겁니까, 도련님?”

 

 “물론이지. 그러라고 내가 집사를 부른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들어서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도련님에 관한 소문은 반 정도가…….”

 

 “거짓이지. 하지만 그걸 듣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지 않은가? 그러니 내 소문을 듣고 싶다는 거야.”

 

 “…….”

 

 “괜찮으니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만을 말하게.”

 

 “…알겠습니다.”

 

 집사는 어렵게 입을 열기 시작했고 그 입에서 나오는 소문들은 소문이라기엔 원색적인 비난의 결을 띄고 있었다.

 내 어머니에 대한 모욕, 그런 어머니의 피를 이은 나를 우습게 보는 시선. 나보다 못한 형을 추어올리는 달콤한 말들.

 직접 들으니 사교계에서 내 평판이 어떤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런 평판을 듣는 남자와 누가 결혼시키려고 하겠는가. 그건 아마 베르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과 릴리의 마음이 맞으면 뭐 하는가. 그녀의 부모님이 반대하면 결혼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니 릴리와 함께하기로 한 이상,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내 평판이 바닥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군.”

 

 “…죄송합니다.”

 

 “자네가 왜 죄송한가.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평판이 바닥인 내 탓이지.”

 

 “아닙니다. 도련님께선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뒤의 말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었다. 자신의 평판을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이리저리 노력해온 것이 수십 년이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판이 바닥인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배다른 형제가 평판이 나아질 법하면 악질적인 소문을 퍼트리곤 했다.

 

 처음에는 이복형이 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나뿐인 가족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덮었다. 모르는 척했다. 그러나 그 모르는 척이 그다음을, 또 그다음을 가져왔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깨닫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덧없고 볼품없는지……. 겨우 눈을 떠 마주한 진실은 고작 그런 것이었다.

 

 “내 형이 문제군요.”

 

 “도련님……. 이런 말씀 하면 불경죄로 잡혀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

 

 “그분을 쳐내셔야지 도련님이 사십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집사의 말에 나는 눈을 감았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어쩌면 하는 기대가 나도 모르게 존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이제는 밟아 없애버려야 할 기대이지만……. 오랜 시간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악을 쓰고 기를 써왔다.

 이젠 그들의 인정이나 관심 따위는 필요 없다. 제게 필요한 건 오직 하나. 릴리와 함께 하는 미래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가족도 끊어내야 했다. 내가 지켜야 하는 건 릴리와 이 저택에 있는 사람들뿐이다.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자신이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이제……. 이제 정말로 이복형과 아버지를, 그 가족을 끊어내야겠지.

 

 “집사.”

 

 “네, 도련님.”

 

 “내가 진정 펠포트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사람일까?”

 

 “당연한 말씀 하지 마세요. 도련님이야말로 펠포트 가의 한 줄기 희망입니다.”

 

 집사의 말에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펠포트라는 이름에 애정이라곤 한 톨도 없지만 그런데도 이 이름을 지켜야 했다.

 그래야 릴리의 옆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펠포트에게 이 정도 가치라도 생긴 게 어딘가?

 그러니까 자신은 이 이름을 가지기 위해서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쉬쉬했던 문제를 전부 짚고 넘어갈 것이다.

 

 “그럼 우선 우리 형부터 불러볼까? 저녁에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편지를 보내줘.”

 

 “알겠습니다, 도련님.”

 

 저번 소문 사건부터 하나하나씩 짚어줄 것이 꽤 많았다. 이제까지는 아무 말 하지 않았으나 이제부터는 달랐다.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원하는 것 하나를 위해 달려갈 뿐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을 쳐내는 것쯤이야.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괜히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런데도 여전히 입안이 텁텁하고 목이 마른 듯한 느낌이었다.

 

 저녁이 되고 이복형인 라파엘이 굉장히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저택에 들어왔다.

 그를 맞이하기 위해 그의 앞에 서자 희미하게 술 냄새가 풍겨왔다.

 술 냄새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자 그의 입에선 걸걸한 욕이 내뱉어졌다.

 

 “쓰레기 같은 사생아가 날 왜 불렀어?”

 

 “…말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형님. 여긴 보는 눈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무슨 일로 나를 불렀냐고 물었잖아.”

 

 “여기서 이야기할 건 아니니,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라파엘은 껄렁껄렁하면서도 내 뒤를 쫓아 응접실까지 들어왔다. 응접실에 들어오자 그는 소파 위에 누워서 날 바라봤다.

 그 모양새가 대단히 오만불손했지만, 나는 그걸 지적하는 대신 집사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집사가 나가자 그는 아예 눈까지 감았다. 난 라파엘의 태도를 신경 쓰는 대신 할 말만 간결하게 내뱉었다.

 

 “사교계에서 제 더러운 소문을 뿌리고 다니는 게 형님이라고 들었습니다.”

 

 “…….”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는 이유가 뭔가요?”

 

 “…….”

 

 “라파엘 형님.”

 

 “누가 네 놈의 형님이라는 것이야!”

 

 한동안 말이 없던 라파엘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내게 삿대질을 해가며 목청을 높였다.

 그의 목에 선 핏줄을 보자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 그가 내게 화내는 것은 그만큼 내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처의 자식인 라파엘이, 사생아인 자신에게. 그렇게 생각하자 그가 더없이 가소로워 보였다.

 

 할 줄 아는 거라곤 방탕하게 술이나 마시며 이 여자 저 여자 손대는 파렴치한 놈.

 그런 놈이라도 장자라면서 끊임없이 기회를 주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벌레 보듯 보는 어머니…….

 무엇을 위해서 그들에게 사랑받으려 애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약하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서랍 안에 있던 서류를 하나 가져와 그의 앞에 내밀었다.

 

 “이번에도 사업 하나를 거하게 말아 드셨더군요.”

 

 “그…그걸 어떻게 네 녀석이……! 분명 아무도 모르게 잘 덮어뒀는데…!”

 

 “형님만 제 뒤를 조사할 줄 아신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숨겨질 비밀은 없죠. 만약 이걸 아버지가 아신다면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네 녀석이 원하는 게 뭐야!”

 

 “한 반년간 북부로 휴양을 하러 가는 게 어떻습니까? 마침 거기에 좋은 별장 하나가 있죠?”

 

 “내가 거기서 가만히 있을 줄 알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텐데요, 형님. 제가 가진 게 이것뿐만이 아니라서요.”

 

 “너…!! 쓰레기 같은 놈이 어디서 협박이야!”

 

 “저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내신 형님께서는 깨끗하시고요?”

 

 “……!!”

 

 “조용히 끝내는 게 형님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반년간 북부의 별장에서 쉬세요. 아시겠습니까?”

 

 “더러운 새끼……. 역시 네 녀석의 피는 못 속이겠구나!”

 

 “이 몸에 흐르는 피의 반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입니다만, 뭐 그래서 형님과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쓰레기인 모양이죠.”

 

 “이 새끼가!!”

 

 내 도발을 못 이긴 그는 결국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난 그 주먹을 피하지 않고 순순히 맞아줬다.

 눈에 보이는 증거가 있어야 그가 북부의 별장에 휴양이라는 이름으로 갇히게 될 테니까.

 사업 실패쯤이야 아버지가 또 덮고 넘어갈 수 있지만, 폭력은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거기다 라파엘과 나는 일단 형제사이다. 형제 사이의 폭력은 다른 사람들 입에 올라가기 아주 좋은 이야기였다.

 

 나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여전히 길길이 날뛰는 그를 무감하게 바라봤다.

 내 얼굴을 한 대 더 때리려는 그의 팔을 붙잡고 나는 문밖에 서 있을 집사에게 기사를 불러오라 시켰다.

 기사는 나를 보며 씩씩거리는 라파엘을 끌고 나갔고 집사는 엉망이 된 내 얼굴을 보더니 약을 가져왔다.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으셨습니다.”

 

 “괜찮아. 이렇게 하는 편이 더 확실하니까.”

 

 “그래도 상처가…….”

 

 “치료하면 되는걸. 아버지에게 지금 일어난 일이 그대로 귀에 들어가겠지?”

 

 “…그럴 겁니다.”

 

 “그러면 아버지도 가만히 있진 않으시겠지. 몇 시간 후에 아버지가 오실지도 모르니 준비해둬.”

 

 “알겠습니다.”

 

 약을 바른 입가가 따가웠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이번 일로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거다.

 형은 북부에 있는 별장으로 갈 것이고 아버지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지.

 그동안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내 평판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릴리와의 교제를 허락받을 거다.

 그것만이 내 행복을 위한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니 망설이지도 않을 것이고,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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