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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23화
작성일 : 19-11-09 03:19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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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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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누나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기로 했다. 근처 음식점을 검색하여 유명한 식당을 찾았다. 우리는 크림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자고 얘기하며 들뜬 마음으로 식당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높은 현실의 벽이었다. 식당은 지하 1층이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단층 건물이라 내려갈 수 있는 수단이 계단밖에 없었다. 누나가 나를 업고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휠체어도 가볍지 않다.

  누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나에게 다른 것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다른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누나에게 미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누나가 나 같은 사람 안 만나고 평범한 사람 만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치를 보며 음식점을 찾는 누나에게 미안했다.

  메뉴가 바뀌었다. 1층에 있는 일식집에서 돈까스와 초밥을 먹었다. 누나는 밝으려 노력했다. 나도 누나의 노력에 맞춰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선우야, 나 사실 스파게티보다 초밥이 더 먹고 싶었어.”

  “그래? 다행이다. 나도 사실 돈까스가 먹고 싶었는데!”

  우리는 서로의 유치함에 마주보고 웃었다.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들로 한땀 한땀 기분 좋은 시간을 짜내 갔다. 이 시간들이 모아져 행복한 우리의 일상이 되고, 그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 인생도 언젠간 행복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밀크 티가 유명한 곳에 가서 후식을 먹으며 데이트를 이어 나갔다.

  “선우야, 너는 이제 뭐 할거야?”

  “음… 조금만 쉬었다가 재수 준비하려고…”

  “정말?? 생각 잘했다!”

  “대학에 들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가도… 뭔가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기도 하고, 내가 제일 잘 하는게 이거인 거 같아서…”

  “잘 생각했어. 다른 거 해도 다 잘 하겠지만, 공부 잘 했었고,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있으니까.”

  “응, 아직 뭐 할지는 못 정했는데 나같이 몸 다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이런 몸으로 살아보니 불편한 게 너무 많더라고.”

  “그래, 지금부터 잘 생각해봐! 내가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하고.”

  “응, 고마워!”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우린 오랜만의 데이트를 여유롭게 즐겼다. 이렇게 편안하게 좋은 생각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누군가가 희생되어 이처럼 힘든 일을 겪게 된다는 상상이 나를 덮었다.

  ‘지금 이 일만 해결하자… 내가 모르는 일까지 다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알게 되고 관련되어진 이 일만 해결하고, 나도 내 인생에만 신경 쓰자’ 마음속으로 결심을 되뇌었다.

  난 누나에게 대학 얘기, 전공 선택이나 필요한 얘기 등을 물었고, 그 외에 요즘에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등 시시한 얘기도 주고받았다. 대화를 나누며 누나를 찬찬히 지켜봤다. 하얀 피부와 검은 눈동자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무쌍의 날렵한 눈매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잘 빠진 스포츠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을 때 크고 날렵한 눈이 사라지며 반달처럼 변하는 것도 좋았다. 이 웃음을 옆에서 평생 보고 싶었다.

  “선우야.”

  “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응? 아니, 갑자기 왜?”

  “너가 갑자기 빤히 쳐다보길래.”

  “아… 저… 그…”

  난 당황해서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누나가 알아채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뭐야, 내가 너무 이뻐서 정신 못 차리고 본 건 아니지?”

  “당… 당연히 아니지! 이에 뭐가 낀 거 같아서…”

  “응? 정말?”

  이번엔 반대로 누나의 얼굴이 잘 익은 감처럼 붉어졌다. 너무 탐스러워 깨물고 싶었다.”

  “농담이야. 하하.”

  “뭐야 정말~~~”

  그렇게 우리 둘만의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이 또 한 장 채워지고 있었다.

 

 

  누나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신나게 얘기했다. 이렇게 마음 편히 웃고 떠든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덧 밤이 되었다. 난 누나를 바래다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몸으로는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헤어지기는 싫었다. 난 시계를 보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누나가 나에게 말했다.

  “선우야, 내가 집에 바래다줄까?”

  “응? 아니야, 내가 바래다줘야지…”

  난 말끝을 흐렸다. 누나는 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다음에 너가 바래다줘, 이번엔 내가 가고 싶어.”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 역에서 내려 우리 집까지 걸었다. 모두 알겠지만 물론 나는 걸었다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다. 아직까지 걸었다는 표현이 내 입에 자연스레 붙어있는 것이 싫었다. 누구나 당연한듯이 사용하는 말조차 난 쓸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나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평정심을 찾고 누나와의 대화에 다시 집중했다. 화낸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누나, 요새 봉사학교는 어때? 뭐 별다른 일 없어?”

  “별다른 일? 무슨 일?”

  “아, 뭐 특별하다 기보단 그냥 보통이랑 다른 점 없나 해서.”

  “거기는 늘 똑같지 뭐.”

  “아 그래...?” (난 약간 실망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맞다. 최근에 임 실장님이 안 보이시더라.”

  “임 실장님이?? 무슨 일 이래?”

  “보통 이사장님 옆을 비우신 적이 없거든. 그런데 최근에 안 보이길래 좀 의아해서 이사장님께 물어봤더니, 어디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쉬고 있다고 하시더라구.”

  “그래? 그럼 언제 다시 온다던 가 그런 말도 하셨어?”

  “아니, 그런 말은 없었어. 근데 이게 너가 말한 특별한 일이야? 난 애들에 관해서 물어본 지 알았는데…”

  “아, 누나 말이 맞아. 희수랑 준현이는 잘 지내지? 나 보고싶다고 안 해?”

  “엄청 하지, 안 그래도 나한 테 매일 너 언제 오냐고 물어봐서 힘들어 죽겠다니까.”

  “하하 귀여운 애들이야. 이번주 주말에 시간되면 갈게.”

  “정말? 애들이 좋아하겠다! 알겠어. 확실히 정해지면 바로 말해줘.”

  “응, 이제 집에 도착했다. 누나 같이 와줘서 고마워. 조심 히 가.”

  “그래 선우야, 몸 관리 잘하고 또 보자. 이제 연락 끊지 말고 자주 해!”

  “알겠어, 걱정 마. 조심 히 가! 쪽!”

  우린 가볍게 입 맞추고 헤어졌다. 누나는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지켜본 후에 돌아갔다. 난 문이 닫히는 동안 누나에게 계속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마자 나의 머리속은 또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임실장이 학교에 안 오고 있다고? 무슨 일이지? 눈치 채고 도망간 건가? 아니면 어디서 또 무슨 꿍꿍이를 부리고 있는 거 아니야?’

  난 이번 주말에 다시 학교로 가 상황을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기사 8>

  어제 오후 5시 39분쯤 경남 XX시 XX도 남쪽 해상에서 어선이 뒤집혔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구조대와 연안 구조정 등을 현장에 보내 선원 2명 및 탑승자 5명을 무사히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다만 고령인 A씨가 저체온 및 어지러움을 호소해 인근 응급실로 옮겨 치료를 하였습니다.

  해경은 낚시를 하던 도중 그물을 끌어 올리다 배가 기울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토요일이 됐다. 난 일찍부터 봉사학교에 왔다. 임실장의 행방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티가 나게 바로 물어볼 수는 없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어떻게 자연스레 알아봐야 할까 고민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임 실장을 최근 언제 봤는지 물어봤다. 몇 명의 아이들의 얘기를 종합한 결과 한 달 전쯤 인 것 같았다. 그 때는 내가 그 외국 노동자를 쫓다 놓친 바로 그 시기였다. 확실히 뭔가 그 일과 관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걸론 좀 부족했다. 난 뭐가 더 없을까 고민하며 이사장실 앞을 서성였다. 조금 후에, 이사장님이 문을 열고 나왔다.

  “어머, 선우 군. 여기 뭐 볼 일 있어?”

  “예? 아니요. 혜정이 누나가 여기 있나 해서요.”

  “혜정이는 아이들 이랑 있을 텐데, 밑에서 못 봤어?”

  “아… 올라오다 엇갈렸나 봐요. 하하.”

  “그래, 내려가봐. 근데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그러다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 호호.”

  “예? 아… 아니에요.”

  “농담이야. 당황하는 거 보니 아직 어리긴 한가 봐.”

  “하하… 아! 그런데 임실장님은 혹시 어디 가셨어요? 안 보이시는 거 같은데.”

  “아… 일이 좀 있어서 출장을 보냈어. 멀리 가서 좀 오래 걸릴 거야.”

  “그래요? 멀리 어디요? 해외에요?”

  “응, 해외에 좀 나가 있어.”

  “오, 좋겠다. 해외 출장이라니… 어디인데요? 뭐 하러 가신 거에요?”

  “우리 선우 군이 언제부터 이렇게 임실장한테 관심이 많았지? 나머지는 중요한 일이라 더 말해줄 수 없어.”

  나는 나도 모르게 궁금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이사장은 끝까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내게 말했다. 하지만 짜증나는 것을 참으려는 듯 대답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냉정하게 느껴졌다.

  “아, 해외에 많이 안 가봐서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볼 게요.”

 

  난 여기에서는 이만하고 물러서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사장이 임실장과 같은 패인지, 아니면 임실장 단독 행동인지도 아직 파악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내 인사를 받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응? 선우야. 왜 거기서 내려와? 이사장님이 부르셨어?”

  이번엔 혜정누나를 만났다. 난 살짝 당황했다.

  “응? 아… 아니야. 그냥 올라가 봤어.”

  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얼버무렸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다행히 누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누나, 배 안 고파?”

  난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고프지, 그래도 점심 시간 되려면 1시간이나 남았어.”

  “나도 배고픈데, 컵라면 같은 거 먹으면 맛있겠다.”

  “음… 선생님들 계신데 있을 텐데… 정 먹고 싶으면 교실에서 먹을래?”

  “누나랑 같이?”

  “나는 좀 그런데… 이따 애들 이랑 점심 먹어야 돼서”

  “에이~ 한 번인데 뭐. 이 정도는 괜찮잖아.”

  나는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누나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것도 나와 함께. 누나는 당황하고 고민하는 눈치였다. 나는 계속 같이 먹자고 말했다. 혼자 먹기 싫다는 등의 이유도 댔다. 누나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좋다고 했다.

  우리 둘은 컵라면에 물을 받아서 아무도 없는 빈 교실 구석에 나란히 앉았다. 조용한 교실에 둘만 있으니 설레었다. 아직은 약간 쌀쌀한 날씨에 따끈한 라면의 온기가 우리 둘에게 온기를 전했다. 그 이후 짭짜름한 향기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바로 그 때였다. 난 나도 모르게 누나의 입에 내 입을 가져갔다. 그 공간의 분위기와 상황이 나를 이렇게 행동하게끔 만들었다. 그 후로 한참동안 우리는 입을 맞추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올까 하는 불안함은 나를 더욱 더 자극시켰다. 라면 냄새 때문인지 약간 짭짜름한 맛이 나는 기분이었다.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누나가 잠시 후에 입을 땠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 후, 누나가 그 침묵을 깨며 말했다.

  “선우야, 누가 들어와서 보면 어쩌려고...”

  “나도 모르게 그만… 누나 입술이 너무 달콤할 것 같았어.”

  누나는 나의 말에 얼굴이 복숭아처럼 분홍색으로 변했다. 그러다 어색했는지 말을 꺼냈다.

  “라면 다 불었겠다. 얼른 먹자. 너 설마 이러려고 라면 먹자고 한 건 아니지…?”

  “아니야! 내가 무슨…”

  이건 정말 사실이었다. 그렇게 생각 한다는 것이 약간 억울했다. 사실 정확한 이유를 꼽자면 누나가 너무 예뻐서였다… 하지만 이 얘기는 나중에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우리는 같이 라면을 먹었다. 그것은 내 생애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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