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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14화
작성일 : 19-11-09 03:13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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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 살게, 그러니 울지 마…”

 나는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더 이상 엄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여태까지 엄마가 나를 위해 산 것처럼, 나도 내 남은 인생을 엄마를 위해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서로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엄마, 아빠는?”

 “아빠는 새벽에 밤새고 휴게실 잠깐 가셨어.”

 “응, 그렇구나. 아빠는 뭐래?”

  “그냥 아무 말 안하셔.”

  “응… 아빠가 실망했으려나?”

  “무슨 실망?”

  “그냥…”

  “우리 아들한테 실망할 게 뭐가 있어? 얼른 회복 해야지.”

  “회복하면 뭐해, 다리가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닌데…”

  “……”

  엄마는 말이 막혔다. 다시 적막감이 흘렀다.

 

  난 누나 생각이 다시 났다. 지금 상황이 어떻든 간에 갑자기 연락이 안된 지 꽤 됐는데… 그래도 걱정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고…

  난 고민하다 결국은 연락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사실 핸드폰을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혹시나 누나가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상한 두려움이 있었다. 벌써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버려지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았다. 특히 더더욱 그 첫 번째가 누나이진 않았으면 했다.

 

  창 밖의 밤과 낮이 몇 번 변했다. 병원에서의 하루는 지루하고 길면서도 지나가면 몇 일이고 금방 지나가 있었다. 오늘이 몇일인지 몇 시 인지도 몰랐다. 수능은 끝났나? 아직 기간이 좀 남았으려나… 나랑은 이제 상관없는 일인데 뭐…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갑자기 어디선가 봤던 단어가 생각났다. 우울海. 나는 ‘우울해’라는 바다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몇 일이나 지났을까? 어느 날 오전이었다.

 꼬르르륵

 적막한 어둡고 무거운 공기의 병실에서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났다. 범인은 바로 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내 몸속의 장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우스꽝스런 소리를 내다니… 내 몸이지만 나의 마음을 대변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미웠다.

  하지만 사실 난 배가 몹시 고팠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고프다는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 자괴감이 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런 생각이 들수록 배가 더 고파졌다.

  “엄마… 엄마… 나 배고파.”

  내가 몇 일 만에 내뱉은 첫 마디였다. 계속 내 옆을 지키던 엄마는 깜짝 놀라 대꾸했다.

  “응? 아들, 일어났어? 배고파? 뭐 먹고 싶어?”

  엄마는 한 눈에 봐도 몹시 지쳐 보였다. 늘 아름다웠던 엄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초췌한 모습만 보였다.

  “응, 배고파. 이런 상황에서도 웃기게… 엄마, 이거 지금 꿈 아니지?”

  “뭐가 웃겨, 하나도 안 웃겨. 엄마가 음식 가져올게.”

  엄마는 꿈이 아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내 가슴을 칼로 후벼 파듯 아프게 만들었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좋은 말만 해주던 엄마였기에 난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병원에선 아직 소화기관이 안정되지 않았으니 죽을 먼저 먹으라 했다. 하얀 죽을 한 숟가락 펐다. 손에 힘이 없어 부들부들 떨렸다. 그것을 텁텁한 입에 집어넣고 입을 닫은 후, 숟가락을 뺐다. 간도 거의 하지 않은 죽이었지만, 따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갑자기 굵은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너무 맛있었다. 바보같이 이 상황에… 죽이 너무 맛있었다.

  아주 순간이나마 죽이 맛있어서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내 다리를 보며 더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죽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배부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엄마 얼굴도 아주 조금이나마 편안해진 것처럼 보였다.

 

  누나 생각이 더 났다. 난 엄마에게 핸드폰 좀 갔다 달라고 말했다. 누나에게 온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수두룩하게 와있었다. 연락이 안돼서 걱정하는 문자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난 답장을 하기위해 자판을 치다 다시 폰을 손에서 내려놨다. 자신이 없었다. 지금 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설명을 해야 하는지…

  이런 내 모습을 보던 엄마가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아들, 혜정이라는 친구 알아?”

  “응? 엄마가 어떻게 알아?”

  “병원에 몇 번 찾아 왔었어. 지금 너가 아무도 안 만나고 싶어하는 거 같아서 말 안 했는데…”

  “응? 정말이야?? 어떻게 알고?”

  “연락이 안돼서 학교에 물어봤대.”

  난 당황했다. 누나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니... 어쩌지... 하는 마음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던 엄마가 다시 말했다.

  "아들, 사실 지금 와있는데 들어오라 그럴까?"

  "응?? 지금 누나가 와있다고?"

  "누나였구나, 응 계속 밖에 있었어."

  기쁨과 망설임. 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들, 뭐 어때. 지금 아들도 여전히 잘생기고 멋있어."

  엄마의 말에 용기를 얻은 나는 고민 끝에 말했다.

  "알았어, 엄마. 들어오라고 해줘."

  난 거울을 가져다 달라고 하여 머리를 매만졌다. 몇 일간 씻지 못해 꾀죄죄하고 눈이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참 못나 보였다.

  "그래, 누나가 실망하면 어쩔 수 없지. 헤어질 거면 빨리 헤어지는 게 나을 거야."

 

 

  끼이익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의 시선은 움직이는 문으로 향하다 열리는 문 틈의 사람에게 향했다. 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과 그 사람의 하얀 피부가 마치 그 사람을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마치 천상에서 나를 데리러 온 천사 같았다. 차라리 나를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누나는 오늘 유난히 더 하얗게 보였다. 어두운 내 모습과 대조되듯이.

  나의 시선은 누나의 얼굴로 향했다. 그러나 누나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곧바로 아래로 향했다. 뭔가 죄 지은 사람처럼,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항상 자신만만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의 자신감도 결국 아침이 지나면 사라지는 이슬처럼 찰나의 것이었을 뿐이었다. 운 좋게 보기 좋은 외모에 팔다리 건강하게 태어난 것뿐, 그건 영원하지 않은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주어졌고, 의도치 않게 다시 가져갔을 뿐이다. 난 그것을 나의 것이라 여기고 자만했었…

  “선우야, 무슨 생각해?”

  나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 나를 불러 그 안에서 끄집어 냈다. 바로 누나였다.

  “응…? 누나 오랜 만이야…”

  난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했다. 여전히 나의 다리가 있던 부분은 비어 있고, 침대 시트가 보였다. 이 빌어먹을 침대시트. 괜히 애꿎은 침대시트에 화가 났다. 괜히 이불로 나의 다리 부위를 덮었다.

  “선우야, 나 좀 쳐다봐. 왜 연락 안 받았어. 걱정 많이 했잖아.”

  ‘걱정? 이런 나를? 웃기지 마, 지금 속으로 나를 얼마나 불쌍하게 생각하겠어.’

  난 누나에게 동정 받고 있다는 생각에 비참함을 느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선우야, 말 좀…”

  누나는 말을 더 하려 다 멈췄다. 난 무슨 일인가 싶어 누나를 쳐다봤다. 누나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아주 티끌만한 힘만 가해져도 와르르 무너질 듯, 간신히 간신히 매달려 버티고 있었다. 아주 위태로워 보였다. 그 걸 본 순간 내 눈에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나는 소리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펑펑 울었다. 누나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이제 나는 소리까지 내며 엉엉 울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울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항상 당당하고 멋진 모습만 보였었는데, 그냥 모든 걸 내려 놓은 듯 펑펑 울어버렸다.

  한바탕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한 했다. 나와 누나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주변에서 우리를 봤다면 분명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서로의 얼굴이 웃겼다. 이런 걸로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니, 인간이란 참 신기한 동물이다.

  “여기 왜 왔어?”

  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누나에게 말 했다. 여전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 뱉긴 했지만.”

  “너 보려고 왔지. 당연한걸 물어봐.”

  “이런 모습 봐서 뭐해. 누나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그래서 평생 안 보여 줄라고? 기다린다고 다리가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누나는 직설적이었다. 그렇다. 누나 말은 사실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리가 다시 생기진 않는다. 꾸미지 않은 진심 어린 말이 나에게 상처와 동시에 현실을 일러주었다.

  “맞아. 그러니까 누나는 이제 여기 오지 마.”

  “응? 왜? 너 다리가 없어져서? 그 거랑 나랑 만나면 안 되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어?”

  “이런 꼴로 누나를 어떻게 만나. 밖에서 데이트도 제대로 못할거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다 쳐다볼 텐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누나도 이런 내 모습 보는 거 불편하잖아.”

  “선우야, 그건 네 생각이야.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

  “아니야, 솔직히 나도 타인을 그렇게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속 마음으론 불쌍하다던가, 불편하단 느낌을 받을 거야.”

  “그러면 너도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겠네?”

  “응? 무슨 소리야? 내가 누나를 보고 왜 그런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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