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16화
작성일 : 19-11-09 03:14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50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병원에 온 후, 나는 멍하니 있었다. 공부한 것들 마지막 점검을 해야 되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가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직접 마주친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자연스레 나에게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 가파른 계단과 불편한 시설들. 난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잠을 청했다.

  수능 날이 밝았다. 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들, 뭐해? 일어나야지.”

  “엄마, 나 수능 안보면 안될까?”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돼. 그런데 그렇게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혜정이랑 약속도 했잖아.”

  “하지만… 아니야, 알겠어…”

 난 준비를 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아는 사람만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어제 도착한 그 주차장, 변한 것은 없었다. 나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아빠의 도움을 받아 내 자리로 향했다. 난 여전히 모자와 목도리로 나를 감추고 있었다. 아빠가 떠났다. 이제는 정말 나 혼자였다. 난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을 하려했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우…? 선우 맞지?

  내 시선은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했다.

  “선우 맞네! 소식은 들었어. 괜찮아?”

  고1때 같은 반 아이였는데 그렇게 친하진 않은 사이였다. 사실 내 기억에 거의 없는 아이였다. 공부도 보통, 운동도 보통이던 그냥 평범한 아이었던 것으로만 기억한다.

  “응… 오랜만이야.”

  “응, 어쩌다가…”

  “응… 그냥…”

  난 빨리 자리를 떠나 주길 바랐다. 아무도 나에게 아는 척 안 했으면 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책상으로 향했다.

  “그럼, 시험 잘 봐.”

  그 친구는 형식적인 말투로 말을 던지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난 누군가 또 나를 알아볼까 책상에 엎드렸다. 조금 후, 담당 선생님이 들어와 주의사항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언어 영역 듣기 평가가 시작되었고, 끝남과 동시에 시험장은 “사각사각” 펜 소리만이 들렸다. 난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나도 시험 문제에만 집중을 했다. 문제는 잘 풀렸다.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됐다. 그렇게 마킹까지 마치니 끝나는 종이 울렸다. 만족스러웠다. 걱정과는 달리 이대로 뭔가 잘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다음 시험을 위해 화장실을 가고자 했다. 복도에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꾹 참고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내가 평생 견뎌야 하는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사히 화장실에 도착했다. 장애인 화장실이 구비된 학교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다시 강의실로 향하던 중,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쟤 선우 아니야?”

  “응 맞아.”

  “어떻게 된 거야? 사고 났나?”

  “교통사고 났대…”

  “헐 어쩌다가…”

  “트럭에 치였다더라, 아까 내가 인사하러 갔거든.”

  “응? 너 별로 안 친하잖아. 너 쟤 싫어하지 않았었냐?”

  “응, 예전에 나 무시했었거든, 잘난 척만 하고. 그래서 그냥 어떤 가 궁금해서 가봤어. 사고나고도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싶어서.”

  “야, 너도 너무한다. 안 그래도 불쌍한데.”

  “맞아, 표정 보니까 너무 안쓰럽더라. 그래서 시험 잘 보라고 쿨하게 말해주고 왔어.”

  그들은 내가 다리가 없으니 귀도 안 들린다고 생각한 건지 복도에서 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난 못 들은 척 내 교실로 향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계속 내 귓가에 맴돌았다.

  ‘불쌍한데… 불쌍한데… 불쌍…’

  학교에서 나에게 말도 잘 못 붙이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아이들의 동정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자만했던 나 자신의 모습에 환멸이 느껴짐과 동시에 지금 모습이 더욱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 저것 봐라. 지 잘났다고 사람들 무시하더니.”

  “잘난 척은 자기가 다 하더니, 휠체어 타고 다니는 꼴 봐라.”

  “운동 못 한다고 나 무시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뭘 해도 쟤보단 잘 하겠는데?”

  “혼자 화장실은 가려나?”

  “쟤 부모는 무슨 죄야? 앞으로 평생 수발 들고 살아야 되잖아.”

  “나 옛날에 쟤한테 고백했다가 차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다행이다. 휴우 거절해줘서 고마워.”

  “불편하게 왜 자꾸 길을 막는 거야. 자기가 복도 전세냈어?”

  “보는 거 참 불편하네. 저런 사람들 다 모아서 따로 시험보면 안되나?”

  “앞으로 인생이 불쌍하다. 공부 잘하면 뭐하나. 어디 취업도 못 할 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수많은 목소리가 내 머리속에 꽂혔다. 주변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나는 개미만큼 작아져 그림자들의 발에 밟힐까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그러다 어떤 큰 그림자가 나타나 나를 밟았다. 난 그의 발에 밟히며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병원이었다.

  “아들, 일어났어? 괜찮아?”

  “엄마, 나 꿈꿨어. 수능보는… 응? 꿈 아닌 것 같은데… 시험은? 나 왜 여기 누워있어?”

  “선우야, 일단 푹 쉬어. 시험 생각은 하지 말고.”

  시계를 봤다. 시계는 냉정하게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험은 예전에 끝났다. 난 머리가 지끈하는 느낌과 함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렸다. 동창 아이들의 대화… 그 뒤에 나의 망상들… 그리고 마지막에 나를 짓 밟은…

  응? 그 사람 얼굴… 뭐지? 왜 거기에서 갑자기 그 사람 얼굴이 나오지? 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거기에서 전혀 상관없는 그 사람이 등장한 거지…? 왜…

  난 영문모를 상황을 납득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그러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를 마지막에 짓밟은 사람은 분명히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분명… 선글라스를 쓴 그였다.

  난 나에게 반문했다.

  ‘도대체 왜 임실장이 거기에서 나온 거야?’

 

 

  나의 외출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단 한 번도 두려운적 없는 나였는데… 앞으로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졌다. 어떻게 해야 될 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세상은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엔 너무 차가웠다. 그냥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까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그 상상인지 망상인지의 마지막 장면… 확실히 이상했다. 왜 임실장이 나의 망상에 나왔을까? 평소 내가 그를 의심한 것이 나의 속 깊이 감춰져 있다 꿈과 함께 뒤섞여 나온 것뿐일까? 그냥 나의 오해일까? 아니다. 이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난 생각을 집중했다. 내가 처음 이사장을 본 날, 그 옆에 서있던 그도 처음 봤다. 그 때에도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 후에, 누나를 만나는 날에도 나는 그를 봤다. 이사장이 나를 불러서 2층에 갔을 때는 누나와 그가 교실에서 둘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했다. 그가 항상 누나의 주변을 맴도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가 누구를 때렸다는 아이의 얘기와 그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이럴 수가!’

  내가 하나 빼먹은 것이 있었다. 어떻게 이걸 잊을 수가 있었지. 그건 바로 우리집 앞 사고였다! 그 날 난 분명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남자를 목격했다. 바로 그였다. 그는 그 날 분명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 난 그가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었다.

  그는 그 날 더럽고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당연히 위에는 늘 입던 검정 정장이었다. 그래서 그 날 내가 그를 봤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평소의 그는 늘 깔끔하게 광이나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항상 너무 깨끗해서 신기하단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항상 깔끔한 머리에 옷차림과 행동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를 신으니 내가 이상하게 느낀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로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그가 뛰어온 방향은… 바로 사고가 난 지점이었다. 다시 말해, 그가 그 방향에서 뛰어오고 난 후, 몇 분 후에 내가 그 곳에 도착했고 사고를 목격했다. 그 사고는 뭔가 무거운 것이 위에서 갑자기 떨어졌다고 했다. 상황이 뭔가 석연치 않아 경찰이 나에게 그 날의 사건에 대해 물어봤었고, 나는 고민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그 사건과 그를 연결하는 것이 너무 지나친 억지는 아니지 않을까…? 합리적인 의심은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한테 물어볼까? 아니다. 누나는 그 사람과 친분이 있다. 괜히 이런 얘기를 해서 좋을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럼 경찰한테 말을 할까? 사건이 지난 지 벌써 한참이 지났다. 이제 와서 관심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상상만으로 경찰에 얘기를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다 나는 우선 내가 직접 조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파헤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이상한 부분만 확인하고 그것이 맞으면 경찰에 말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고민스런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옛날 같으면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녔을 텐데… 주인 잃은 내 신발이 애처롭게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 6>

  경기도 성남시 XX동에서 지난 달 8월 14일 16시경 중량물을 나르던 A씨(35)가 빗길에 넘어져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김XX기자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XX 기자입니다. 지금 이곳은 사고 현장인데요, 보시다시피 경사가 높은 길입니다. 보기만해도 아찔한데요. 사고자 A씨는 이 곳에서 혼자 중량물을 이동용 카트에 싣고 옮기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당일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빗길에 미끄러워진 바닥을 A씨가 밟으며 미끄러진 순간, 잡고 있던 카트를 놓치며 중량물이 A씨의 손 위로 떨어졌습니다. 물체는 오른손을 가까스로 빗겨갔지만 A씨의 엄지 손가락 위로 떨어져 손가락이 절단되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A씨는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절단된 손가락을 찾아 한 손에 쥐고 지나가는 행인을 한 명 지목하며 119에 신고를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단면 훼손 상태가 심해 손가락 봉합 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지역은 비탈길이 많아 예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많이 일어났었는데요, 행정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4화 2019 / 11 / 9 34 0 3586   
24 23화 2019 / 11 / 9 23 0 5631   
23 22화 2019 / 11 / 9 19 0 4974   
22 21화 2019 / 11 / 9 27 0 3938   
21 20화 2019 / 11 / 9 18 0 3942   
20 19화 2019 / 11 / 9 23 0 4619   
19 18화 2019 / 11 / 9 23 0 4467   
18 17화 2019 / 11 / 9 19 0 4842   
17 16화 2019 / 11 / 9 22 0 5077   
16 15화 2019 / 11 / 9 19 0 6057   
15 14화 2019 / 11 / 9 18 0 4421   
14 13화 2019 / 11 / 9 22 0 4023   
13 12화 2019 / 11 / 9 18 0 4488   
12 11화 2019 / 11 / 9 20 0 3499   
11 10화 2019 / 11 / 9 18 0 4020   
10 9화 2019 / 11 / 9 18 0 6627   
9 8화 2019 / 11 / 9 22 0 4222   
8 7화 2019 / 11 / 9 17 0 5579   
7 6화 2019 / 11 / 9 22 0 6608   
6 5화 2019 / 11 / 9 22 0 2565   
5 4화 2019 / 11 / 9 18 0 4162   
4 3화 2019 / 11 / 9 22 0 2862   
3 2화 2019 / 11 / 9 24 0 6345   
2 1화 2019 / 11 / 9 33 0 4792   
1 INTRO 2019 / 11 / 9 230 0 982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