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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17화
작성일 : 19-11-09 03:15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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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몸으로 그가 있는 은혜학교로 봉사를 가긴 무리가 있다. 봉사를 받아야 될 몸이 무슨…

  ‘응? 잠깐? 진짜 그렇게 해볼까?’

  그 학교에는 나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내가 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내가 봉사를 받아도 뭐라 그럴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내가 봉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리고 혹시나 그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다만 문제는 내 감정이다. 봉사를 하러 가면서 나의 속마음 깊숙한 곳에는 그들을 밑으로 내려보는 마음이 존재했다. 이건 나쁜 마음인 걸 알지만 솔직한 내 감정이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내가 그들과 같은 높이로 내려가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기분이 든다. 그 감정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나를 알던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수능 날 내가 겪은 일들을 또 다시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 때 누나가 병문안을 왔다.

  “선우야, 괜찮아? 얘기는 들었어.”

  “응, 수능은 무리였나 봐.”

  “아쉽지만 일단 몸 추스르는 게 먼저니까 마음 편히 먹어.”

  “응, 아 맞다. 누나,” (난 고민하며 머뭇거렸다)

  “응? 왜 선우야? 뭔데? 말해봐.”

  “음… 혹시 내가 봉사 학교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응? 당연하지! 뭘 그런 걸 물어. 이사장님도 좋아하실 거야.”

  “그래? 애들 가르치는 거 말고 다른 일은 못할 거 같은데.”

  “그것 만해도 충분히 도움되지. 애들도 좋아 할거야.”

  “정말 이런 내 모습도 좋아할까…?”

  “그럼, 다를 게 뭐 있어. 애들이 뭐 너 겉모습보고 좋아했을 거 같아?”

  “응 그랬을 거 같은데…” (난 진심이었다)

  “하하, 뭐야. 완전 웃겨 진짜. 내가 이사장님한테 말해 놓을 게. 준비되면 말해.”

  “응, 알겠어. 고마워 누나.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그 사람도 내가 가면 좋아할까?”

  “응? 그 사람이 누군데? 김선생님? 그 분도 너 좋게 보던데.”

  “아니 김선생님 말고, 그… 임실장.”

  누나는 잠깐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임실장님도 얼마나 좋으신 분인데. 걱정 마 선우야.”

  누나의 마지막 말이 나를 자극했다.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구? 지금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일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난 이 말을 입 안에서 씹어 다시 목구멍으로 넘겼다. 가슴이 꽉 막히고 체한 듯했다.

  “알겠어, 병원에 주말에 갈 수 있나 물어볼 게.”

  그리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누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주말이 다가왔다. 병원에 말해 주말 외출을 허락받았다. 난 또 다시 외출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시도했다. 부모님은 풀 죽어 있는 모습만 보이던 내가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하니 엄청 대견스러워하셨다. 외출 하나에 부모님을 감동시킬 수 있다니, 이럴 땐 참 편리한 몸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오늘은 아빠의 차를 타고 봉사학교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빠가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며 난감해하셨다. 그리곤 나에게 다음 주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그러나 난 단 하루도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오늘이 오기까지의 단 몇일도 나에겐 너무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전에는 계속 이럴 것 같았다. 원래 안 풀리는 문제가 나오면 밤을 세워서 라도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다.

  아빠에게 괜찮으니 다녀오시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택시만 잡아 달라고 했다. 평생 두 분 보살핌만 바라고 살 수는 없었다. 앞으로 계속 겪어야 될 일,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기가 차가웠다. 세상이 온통 희고 푸르스름하게 보였다. 마치 얼음왕국처럼…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는 길, 숲으로 둘러 쌓인 외길은 뭔가 음산한 기분마저 들었다. 어두운 마왕이 사는 성으로 쳐들어가는 용사의 기분이랄까?

 

 

  학교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려 휠체어에 몸을 실었다. 아직은 좀 어색했다. 하지만 수능 시험을 보러 갔을 때보단 마음이 조금 더 편했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휠체어를 탄 것 만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본관 건물로 들어가는 길, 이 길이 이렇게 멀고 힘든 길인지 몰랐다. 한 달음에 달려서 갈 수 있었던 길인데, 지금은 한참을 손으로 바퀴를 굴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고난의 길이 되어버렸다. 작은 돌부리에만 걸려도 엉덩이까지 아픔이 전해졌다.

  사소하지만 달라진 일상을 느끼며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 곳엔 공주(?) 아니, 누나가 마중나와 있었다.

  “선우야, 왔어?”

  “응, 누나. 언제 나와 있었어?”

  “너 오는 거 보고 나왔어.”

  “아, 고마워.”

  누나를 보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난 누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로 향했다. 그 곳에 다다를수록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몸이 스스로 긴장하고 있던 것이다.

  ‘아이들이 날 안 좋아하면 어쩌지? 예전이랑 다르게 대하면 상처받을 거 같은데…’

  많은 걱정이 앞섰다. 드디어 교실 문 앞에 도착했다. 안에선 아이들이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중에는 낯익은 반가운 목소리도 들렸다.

  드르륵

  난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난 수능 날의 기분이 갑자기 떠올랐다. 갑자기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팔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난 그때처럼 쓰러지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두두두두두두

  그 때 갑자기 어떤 아이가 나에게 달려왔다. 난 깜짝 놀라 아이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아이는 달려와 나에게 안겼다. 바로 준현이었다. 아까 들었던 반가운 목소리도 이 아이의 목소리였다. 이 아이가 처음 나에게 달려와 안겼을 때, 불쾌한 기분과 감정을 느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저번에 왜 안 왔어요?”

  “준현아, 반가워. 선생님이 일이 좀 있었어.”

  “선생님 어디 아팠어요?”

  “응, 선생님이 조금 아팠어… 근데 이제는 괜찮아.”

  이 아이의 가식 없는 질문에 난 눈물이 왈칵 나려는 걸 간신히 참고 대답했다. 이어 다른 아이들과 인사했다. 말없던 희수도 나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다들 아무 편견없이 나를 밝게 맞아주고 예전과 똑같이 좋아해줬다. 내 다리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난 묘한 기분이었다. 내 도움이 필요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 사람들도 한 사람의 몫을 하는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의 도움만 기다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더 착하고 정감가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역경을 극복하고 이겨낸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난 긴장했던 마음과 함께 얼굴 근육이 풀어짐을 느꼈다. 갑자기 싱그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자, 얘들아. 자리에 앉자. 오랜만에 봐서 좋은데 그래도 수업은 해야지.”

  “에이~~ 수업 재미없어요. 그냥 다른 거 해요.”

  “선생님도 다른 거 하고싶어. 수업 빨리 끝내고 너 네들이 하고 싶은 것들 같이 하자.”

  “네~~”

 

  아이들이 잘 따라주어 수업을 기분 좋게 끝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기쁜 감정에 휩싸인 채로 집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내가 여기 온 다른 목적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기 위해?’ ‘나의 복수를 위해?’ 이런 것이 아예 아니라고 하긴 어렵지만, 혹시나 누나가 나와 같은 피해를 입을 까봐 걱정되는 것이 더 컸다. 물론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도 포함하여.

  만약 내 가설이 맞는다면, 누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이런 고통을 또 받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남 일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그 누군가가 바로 내 부모님, 가족,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 것은 꼭 밝혀야만 하는 일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였다. 우선 임실장이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알아봐야겠다. 이제 누구에게 물어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 임실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2층 이사장실 앞에 있다. 그 곳은 2층 복도 끝. 몰래 가서 그를 지켜 볼만한 장소는 없다.

  음… 어떻게 해야 할까? 난 교실에서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선생님, 뭐해요?”

  “응?”

  준현이었다.

  “선생님 자요?

  “응? 아냐,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선생님, 우리 같이 놀아요.”

  “응? 갑자기? 선생님은 좀 피곤한데…”

  “에이, 같이 놀아요. 숨바꼭질하고 놀아요.”

  “응? 아니야. 선생님은 그냥… 응? 잠깐만. 숨바꼭질?”

  “예, 숨바꼭질.”

  난 순간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2층 교실에 숨는 척하며 들어가 있으면 임실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준현아. 우리 숨바꼭질 하자.”

  “네, 좋아요! 그럼 선생님이 먼저 술래에요.”

  “그래, 알았어. 얼른 숨어.”

  “예, 선생님 눈 감고 30초만 세요.”

  “30… 29… 28… … 5… 4… 3… 2… 1… 자, 이제 찾는다.”

  난 눈을 뜨고 준현이를 찾기 시작했다. 얘가 어디 숨었을까? 거동이 예전처럼 편하지 않아 막무가내로 찾기보단 추리를 해 보기로 했다.

  상대방은 초등학생 아이, 또래보다 조금 어린 지능을 가졌다. 멀리 갔을까? 아니다. 이럴 땐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단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곳에 본인이 숨으면 남들이 자길 못 본다고 생각할 만한 장소에 숨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위를 둘러봤다. 우선 교실 안에선 숨을 만한 곳이 없었다. 복도로 나갔다. 복도 끝 쪽으로 휠체어를 천천히 굴렸다. 그 쪽에는 청소도구나 안 쓰는 책상 등 잡동사니를 모아두는 창고 같은 곳이 있었다. 그 안을 살펴봤다. 아이가 딱 들어갈 만한 크기의 청소함이 눈에 보였다. 난 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준현이가 어디 갔지?”

  난 괜히 능청스럽게 혼잣말을 했다. 청소함은 안은 잠잠했다.

  활짝

  난 닫혀 있는 청소함 문을 열었다.

  “응?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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