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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4화
작성일 : 19-11-09 03:08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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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 날 저녁, 나는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지이이잉

  그러다 핸드폰 진동이 오면 재빠르게 핸드폰을 확인하곤 했다.

  '에이, 광고잖아'

  "선우야, 밥 먹을 때는 핸드폰 두고 와."

  아빠가 말했다.

  "저 나이 때는 친구들 이랑 연락도 자주 하고 그러는 거에요. 그냥 두세요. 혹시 뭐 기다리는 연락 있니?"

  아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마가 내 편을 들어주며 말했다.

  "응? 아니야. 그냥 친구가 나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연락 주기로 했거든."

  "친구 누구? 뭘 물어보려고 그런 다니?"

  "학교에서 내 준 숙제 중에 잘 모르는 게 있대."

  "아이고, 역시 우리 아들 참 똑똑해. 친절하게 잘 알려줘."

  "응, 알겠어."

  그렇게 대화를 하며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방으로 들어와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도통 공부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내 모든 신경은 핸드폰으로 향해 있었다. 내 기억속엔 적어도 이렇게 무엇인가를 초조하게 기다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 이럴 거면 핸드폰 번호를 받아올 걸, 왜 내 번호만 찍어주고 온 거지?'

  '아니 연락하기로 했으면 연락을 해야지. 왜 안 해? 나를 또 무시하는 건가?'

  '갑자기 뜬금없이 그렇게 말하면 나 같아도 안 할 거 같아. 그렇지?'

  '아니, 그래도 거절할거면 그 자리에서 하던가, 이건 매너가 아니잖아. 내가 무슨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단순히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 건데'

  '뭔가 오해한 거 아니야? 내가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그래서 연락 안 하나?'

  '나도 너한테 관심 없어. 뭐야 도대체. 나만 이상한 사람 됐네. 괜히 오해받은 거 같아서 기분 나쁘네'

  이런 저런 생각에 혼잣말로 횡설수설하다 점점 연락을 기다리던 마음이 분노로 변해가고 있었다.그 분노를 느끼는 내 자신이 조금 이상하다고 스스로 느낄 때쯤

  위이이잉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누군가에게 톡이 왔다. 드디어 누군가에게 문자가 오니 내 심장이 멎는 듯 덜컹하며 환희를 느꼈다. ‘내용을 볼까? 응?’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내일 뭐해?”

  '내일 뭐하냐니?' 난 누구에게 온 문자인지 확인했다.

  ‘에이...’ 학교 친구였다. 나는 실망감과 함께 화가 나 “나 내일 바빠”라고 답장을 하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위이이잉

  다시 진동이 느껴져 폰을 확인했다. 역시 친구의 답장이었다. 난 폰을 멀리 던져두고 잠을 청했다.

  위이이잉

  진동 소리가 한 번 더 느껴지는 듯했다.

  ‘친구겠지?’

  난 친구가 메시지 하나를 더 보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잠을 자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한참을 잠들었던 것 같다. 눈을 뜨자마자 늘 그렇듯이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켰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

  “혹시 선우 핸드폰 맞나요? 저 혜정인데요.”

  '응? 혜정이가 누구지?' 학교 후배 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던 순간 나는 갑자기 놀라서 눈이 번쩍 떠지고 몸이 자동적으로 일어나졌다.

  '그 아이구나!'

  갑자기 가슴이 또 뛰기 시작했다. 어제 밤의 분노는 뜨거운 불 앞의 버터처럼 고소한 냄새와 함께 녹아 사라졌다. 문자가 온 시간을 확인했다. 밤 10시... 어제 친구의 카톡이 온 바로 직후였다.

  '아오... 그 놈만 아니었으면 바로 연락했을 텐데, 너무 늦게 답장하는 거 아닌가? 늦어서 답장이 또 안 오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과 함께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예, 맞아요. 은혜학교에서 봉사하시는 분 맞으시죠?”

  다시 지옥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 올 까봐 두려움을 느끼려는 순간 다행히도(?) 답장이 바로 왔다.

  “예, 맞아요. 갑자기 보자고 해서 놀라기도 하고 고민하다 연락이 늦었어요. 그래도 연락을 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아서... 무슨 일이시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요?”

  “음… 문자로 하기는 좀 그렇고,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예? 저를요? 글쎄요…”

  “절대 불편하게 하거나 그러지 않을게요. 걱정 마세요.”

  “음… 예, 알겠어요. 그럼 몇 시에 어디서 볼까요?”

  그렇게 그녀와 몇 번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우리는 서로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이상하게 들 뜨는 기분이었다. 이 기분은 나의 호기심에서 기인한 것이라 여겨졌다. 다만 그 학교에 대한 호기심인지 그녀에 대한 호기심인지는 불분명했다.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나온다는 것이 서두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너무 일찍 와버렸다.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다. 가만히 기다리 자니 무료하여 근처에 있는 XX백화점으로 갔다. 일요일 낮의 백화점은 역시 사람으로 붐볐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나온 건지, 서울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던 찰나 익숙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어? 경호원 아저씨다!'

  그는 여전히 검정 선글라스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쇼핑을 할 때도 저렇게 입고 다니는 건지, 다른 용건이 있어서 온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집에 저 옷 밖에 없나...

  마침 시간도 남아있고 해서 난 멀찌감치에서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 그녀와 만나기로 한 이유도 저 사람에 대해 물어보려고 한 것 아니었던가?

  그는 1층의 XX브랜드 시계를 둘러본 후, 위 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몇 층 올라간 후, 스포츠 매장으로 향하여 아령 등의 운동기구를 구경했다. 그리곤 식품 매장이 있는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부터 맛있는 냄새들이 내 코를 향해 가득 달려들었다.

  '응? 이건 만두네, 맛있겠다. 오, 내가 좋아하는 튀김 냄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잠시 한 눈을 판 순간, 그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아, 어디간 거지?' 하며 나를 자책하던 순간

  톡톡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쳤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응? 선우 학생? 여기서 뭐해요? 누구 만나기로 했어요?"

  '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 사람은 바로 시도 때도 없이 내 주변에서 나타나는 김미정 선생님이었다. 귀찮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 여기 근처에서 친구 만나려고 왔어요."

  "오, 그래 선우 학생. 고3이라고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근데 친구면... 여자친구?"

  "예? 아뇨, 그냥 친구에요."

  "그래? 선우 학생은 여자친구 없어?"

  "예, 학생인데 공부 해야죠. 연애는 대학가서 하려구요."

  "역시 선우 학생은 모범생이구나."

  "아...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그녀를 만나기로 한 것을 숨겼다. 그냥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 선생님은 여기에 누구를 만나러 온 거지? 혹시 그 경호원을 만나러 온 건가?'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겼다. 물어볼까? 말까? 몇 번 고민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시간이 꽤 지난 것을 확인했다.

  "선생님, 저 약속시간 돼서 먼저 가볼게요."

  "응, 그래 선우학생. 좋은 시간 보내고, 다음에 보자."

  난 혹시나 그 경호원 아저씨가 나를 볼 까봐 급히 그 자리를 떴다. 선생님이 어디로 가는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 서둘러 약속 장소로 돌아가며 시계를 봤다.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아직 안 왔나? 먼저 왔으면 연락을 했을 텐데...'

  난 혹시나 그녀가 가버렸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뛰다시피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다다랐을 무렵 저 멀리 횡단보도 건너에 그녀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난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가 역시 알아챌 리가 없었다. 급히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녀가 맞는다면 전화를 받을 것이다.

  전화가 온 것을 알아챘는지 역시나 그녀는 핸드폰을 쳐다봤다.

  '빨리 받아라, 나 여기 있으니까'

  그녀가 받으면 얘기를 하려고 기다리는 순간, 그녀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곤 어딘가로 향했다.

  난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했다.

  '뭐지? 사람 잘 못 봤나? 이 놈의 횡단보도 신호는 왜 이렇게 긴 거야'

  난 신호가 바뀌지 않아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멀리서 지켜만 봤다. 신호가 바뀐 후, 바로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에 만나기로 한 장소로 터덜터덜 돌아갔다. 그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도착했어요?”

  이럴 수가, 그녀였다.

  “예, 조금 늦었죠. 죄송해요. 혹시 집에 가셨어요?”

  “아니요, 근처에 잠깐 왔어요.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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