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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Impairment
작가 : 쿤호
작품등록일 : 2019.11.9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완벽한 고등학생 선우.
그는 어느 날 참석한 봉사활동에서 삶의 변곡점을 맞게 된다.

 
5화
작성일 : 19-11-09 03:09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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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조금 후 그녀가 나타났다. 검은 머리에 하얀 얼굴, 아까 내가 봤던 그 옷을 입은 바로 그녀였다. 그녀가 먼저 말을 했다.

  "언제 왔어요?"

  "좀 전에 왔어요. 늦어서 미안해요. 오다 누굴 만나서."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보자고 한 거에요?"

  "일단 밥 먹으면서 얘기할래요? 근처에 맛있는 집 아는데."

  "그래요"

  "아 그리고..."

  "예?"

  "아, 아니에요. 저 쪽으로 가요."

  난 왜 아까 전화를 안 받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다른 궁금증들을 해결하는 것이 더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빨리 나의 이 호기심을 정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평생을 준비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 중에 하나에 몰두해야 하니,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처의 이탈리안 식당에 들어와 파스타 2개를 주문했다. 둘이 마주보고 앉으니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난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물만 마셨다.

  "뭐 때문에 보자고 한 거에요?"

  그녀가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메마른 말투로 먼저 말을 꺼냈다.

  "아, 다른 건 아니고... 물어볼 게 있어서요."

  "뭔 데요?"

  "그...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이게 아닌데...)

  "예?"

  긴장한 건지, 뭔가 이 사람에게 경호원에 대해 물어보면 안 된다고 느낀 건지,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전 스무 살이에요. 선우씨는요?"

  "예? 고등 학생 아니었어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말을 내 뱉었다. 앳된 모습이라 당연히 동갑 이하라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 했다.

  "예, 전 대학생이에요."

  "아... 그럼 누나시구나. 하하... 전 고3이에요."

  "동생이었어요?"

  이번엔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예, 제가 좀 늙어 보이죠?"

  "아뇨, 키가 커서 그런 가 뭔가 동생처럼은 안 느껴졌어요."

  그녀의 얼굴이 처음보다는 조금 편해 보였다.

  "하하... 고마워요."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지? 선우군? 선우학생?"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선우라고."

  "그래도 돼? 그럼... 선우야, 오늘 왜 보자고 한 거야?"

  "궁금한 게 있어서...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응, 뭔데? 선우도 말 편하게 해도 돼."

  “괜찮아요. 제 질문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돼요."

  "응"

  "누나는 은혜학교에 봉사하러 오래 다녔죠?"

  "응, 난 일 년 조금 더 됐어."

  "그럼, 혹시 그 이사장님 옆에 항상 계시는 경호원 아저씨 잘 알아요?"

  "잘 알다니? 무슨 의미야?"

  "아... 음... 뭐라고 설명해야 될까? 그러니까 그..."

  "제대로 말해 봐."

  "에이 모르겠다. 혹시 그 아저씨가 애들이나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걸 본 적 있어요?"

  난 희수한테 들은 얘기를 그녀에게 털어놨다. 그녀는 큰 표정변화 없이 얘기를 끝까지 들었다.

  "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글쎄... 그런 장면을 본 적은 없는데..."

  "아... 그래요? 그렇구나..."

  "응, 그런데 그 분 그렇게 나쁜 분 아니야. 애들 한테도 굉장히 잘 해주시고."

  "그렇구나... 그럼 혹시 선글라스 벗은 건 본 적 있어요?"

  "아니, 항상 쓰고 계시 더라고."

  "왜 그런 지도 모르시죠?"

  "응, 주변에서 예전에 눈을 다쳐서 그렇다고 얘기하는 걸 들은 거 같기도 해."

  "아..."

  "근데 왜? 그 분이 너한테 무슨 실수라도 했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뭔가 비밀이 좀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 난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가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나를 경계하던가... 우리는 가볍게 식사를 마쳤다.

  "누나, 음식 맛있게 먹었어요?"

  "응, 내가 학생한테 얻어먹어도 돼나?"

  "당연하죠, 제가 용건이 있어서 먼저 보자고 한 건데.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래, 고3이라 이제 바쁘겠네? 봉사 활동할 시간도 없을 거 같은데..."

  "괜찮아요. 나가면 기분 전환도 되고, 머리도 식힐 겸."

  나도 모르게 평소 마음과 다른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실은 이제 봉사를 그만두어야 할 때라고 말을 했어야 됐는데…

  "오~ 대단하다. 선우는 공부도 잘 한다며?"

  하늘에 지고 있는 석양 때문인지, 그녀의 볼에 분홍빛이 살짝 감도는 것처럼 보였다.

  "그냥... 못하진 않죠!"

  난 자신감 있게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지 않은가?

  "하하하! 너 웃긴다. 당당해서 좋네."

  이럴 수가, 무뚝뚝할 것만 같던 그녀가 갑자기 소리 내어 웃었다. 나도 같이 따라 웃었다.

  "선우야, 이제 더 늦기 전에 가야겠다. 오늘 즐거웠어."

  "예, 누나 조심해서 가세요. 우리 반대 방향이죠?"

  "응, 맞아. 그럼... 안녕."

  "예... 아! 누나! 이번 주에도 봉사 나오시죠?"

  "응 난 큰 일 없으면 매주 가."

  "아... 알겠어요. 그럼 주말에 학교에서 봐요!"

  "응, 그래 알겠어."

  "예 들어가세요. 저도 갈게요.”

  이런... 나도 모르게 주말에 또 봉사를 간다고 말해 버렸다. 공부할 것이 산더미인데... 근데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그 말을 해야만 할 타이밍인 것 같았다. 별 소득은 없는 만남이었다. 근데 거울 속에서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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