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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49 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작성일 : 17-07-18 16:24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8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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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49 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많이 기다렸어요?”

 

 세희가 밝은 얼굴로 지원에게 걸어왔다.

 

 그러자 지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세희가 지원이 눈치 못 채게 최대한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한들, 그의 날카로운 눈썰미를 피해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아니. 그보다 어디 안 좋아? 힘들어 보여. 힘들면 지금이라도 갈까?”

 

 지원은 파티 장에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에 관한 온갖 소문들을 잠재워야한다는 세희의 부탁을 해결한 셈이었다. 그런 그가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자꾸 아니라고 잡아떼는 그녀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이제는 아예 상체까지 숙이고 세희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는 지원을 바라보며 세희가 손을 내저었다.

 

 “저 괜찮아요.”

 

 지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까 자신에게 다가올 때부터 걸음걸이가 이상한 것 같더니...

 

 “그래? 그럼 한 번 걸어봐.”

 

 팔짱을 낀 채 세희의 발을 내려다보는 지원을 뒤로 하고, 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걸음마다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일 년에 한 번 신을까 말까한 높은 굽을 신은 탓에, 발목까지 욱신거려 눈물이 날 뻔 했다.

 

 결국. 통증을 이기지 못한 세희는 얼굴로 고통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그런 그녀의 얼굴은 세희가 지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그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지원은 성큼성큼 걸어와 세희의 팔을 잡아끌었다.

 

 “내가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하라고 했잖아. 안 되겠다.”

 

 마음이 아픈 건 어떻게든 눌러 담아 애써 괜찮은 척, 담담한 척 할 수 있는데. 여태껏 꾹꾹 눌러두었던 통증이 지원의 걱정스러운 말투와 눈빛에 파도처럼 밀려와 눈물이 찔끔 났다.

 

 세희는 속절없이 지원의 강한 힘에 이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조금만 참아.”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날카로운 눈.

 

 구석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이는 손에 들린 잔을 기울여 와인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은 뒤, 흥미로운 듯한 이채와 함께 자줏빛 액체를 삼켜버렸다.

 

 

 

 ***

 

 

 그들은 파티 장을 벗어나 지원의 차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지원은 세희의 여린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꼭 부여잡고 걸음을 옮겼다.

 

 “많이 아파?”

 

 “아니...”

 

 또 괜찮은 척하려는 세희의 말을 지원이 단번에 가로막았다.

 

 “거짓말 하면 안 들을 거야.”

 

 마음은 세희의 발이 내딛는 걸음마다 아플까봐 걱정 되어 천천히 걷자고 수없이 되새기는 지원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 저도 모르는 사이 점점 커지는 보폭과 함께 그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한 번도 무슨 일로 인해 조바심을 낸 적이 없는 그였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세희와 관계된 일이라면 인내심이 바닥이 난다.

 

 “아흑...!”

 

 저런, 남자의 빠른 걸음을 따라 잡을 수 없던 세희는 결국 차를 지척에 두고 발목을 삐끗하고 말았다. 발 상태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높은 굽을 신고 속도에 쫓기다 보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정신없이 차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지원이 세희의 짧은 비명 소리에,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세희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지원의 얼굴 또한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저로 인해 세희가 더한 고통을 얻게 된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그는 답답함에 넥타이를 풀어 끌어내렸다.

 

 “미안...”

 

 지원은 길 한 복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세희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다,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 자신의 차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장님, 누가 보면 어쩌려구요. 내려주세요. 저 혼자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되니까 괜찮아요.”

 

 저벅저벅 걷는 동안 그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때리는 연약한 힘은 간지럽기만 했다.

 

 “보라 그래. 내가 안 괜찮으니까 가만있어.”

 

 지원은 세희를 안고 차로 걸어가는 동안 숨 한 번 거칠게 내뱉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레 차 보닛 위에 세희를 내려놓았다. 그의 눈은 세희의 고통을 짐작할 수 없어 안타까움, 걱정 등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손길 또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신발, 잠깐만 벗길게.”

 

 세희의 발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곧장 병원으로 향할 작정이지만,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그녀가 어떻게 될까 불안했다.

 

 “ㅁ.. 뭐하는...!”

 

 그가 조심스레 세희의 발목에 감겨있는 끈을 풀어내고 신발을 살살 벗겨내기 시작했다. 적막이 가득한 공간에서 그런 섬세한 그의 손길을 받고 있으려니, 그가 벗겨내는 그것이 왜 신발이 아닌 다른 무언가 같은 착각이 드는지. 야릇한 장면이 연상된 세희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스치는 남자의 피부에, 솜털이 바짝 세워지고 발끝이 간질거렸다.

 

 지원이 살며시 세희의 작은 발을 들어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피부들 사이에 군데군데 붉게 달아올라 물집이 잡혀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아팠던 거구나.

 

 그는 미안함에 엄지로 부어오른 곳을 살살 달래준 뒤, 발목 통증의 진원지로 시선을 옮겼다.

 

 “앗!”

 

 발목을 잡혔을 때만 해도 별 말 없던 세희는, 지원이 살짝 방향을 틀자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뼈가 나간 것 같지는 않다.

 

 “......”

 

 지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스르륵. 고개를 숙여 여리고 작은 발에 입을 맞추었다.

 

 아까는 세희의 증상을 살피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뼈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니 안도와 함께 그녀의 앙증맞고 보드라운 발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의 발인가 싶을 만큼 엄청 작고 예뻤다.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이지만 촉촉한 감촉이 그녀의 발에 따뜻한 도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온기는 그녀의 혈관에 스며들어 발을 타고 퍼지면서 온 몸을 간지럽게 만들었다. 척추를 따라 흘러들어오는 아찔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세희는 지원의 손에 잡혀있는 제 발을 한 번 쳐다본 뒤, 고개를 들어 낮게 가라 앉아 있는 눈빛의 지원을 올려다보았다.

 

 세희가 입고 있는 검은색 드레스는 어둠이 내려앉은 주변에 기죽지 않고 더욱 고고하게 빛내고 있었다. 지원의 세상은 세희로 가득 차 있었다. 제대로 된 조명이 하나 없어도 그의 눈에는 세희가 또렷하게 잘 보이기만 했다. 그들의 눈이 허공에서 얽혔다.

 

 지금 그에게 문제가 있다면, 의도치 않은 상황임에도 이미 일어난 일 때문에 미칠 것 같을 뿐.

 

 보닛 위에 앉아 그를 올려다보는 세희의 맑은 눈빛이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여 초롱초롱 빛이 났다. 게다가, 풍성하게 컬을 줘 한 쪽으로 넘긴 기다란 칠흑색 머릿결이 그를 자극해왔다.

 

 옷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 벗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까.

 

 그는 뜨거운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자세는 다른 각도에서 남들이 바라본다면 충분히 야릇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차고가 있는 곳은 신경 써서 보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정도의 구석진 곳이었다. 때문에 지원이 세희의 발에 애틋한 도장을 남기는 사이, 밀애(密愛)를 나누려던 젊은 커플 하나가 먼저 와 있던 그들의 기에 눌려 재빨리 자리를 피해버렸다는 후문이다.

 

 지원은 살짝 올라간 드레스 자락을 통해 보이는 하얗고 매끄러운 다리를 보는 순간 끓어오르려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새하얀 살결은 더 도드라져 보였다.

 

 그는 보닛 위에 두 팔을 올렸다. 제 품 안에 갇히게 된 세희를 바라보며 천천히 상체를 숙여 세희의 붉은 입술을 한가득 베어 물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세희를 배려하지 않는 거친 움직임이었다.

 

 지원의 숨결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손길이 스르륵 올라와 그녀의 뒷목을 붙잡고 깊이 다가오려는 그였다. 분위기가 점점 야릇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세희의 상체가 보닛과 평행을 이룰까 말까한 아슬아슬한 상황.

 

 그러나, 지원의 손길이 드레스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그의 충동으로 저지를 뻔 했던 불은 다행히 미수로 그치고 말았다. 매끄러운 허벅지를 탐하려던 발칙한 손길이 뚝하고 멈추었다.

 

 지원이 제 두 어깨를 꽉 잡은 세희를 올려다보자, 세차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그 작은 행동 하나로 뜨겁게 끓어오르던 피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예쁘다...”

 

 그는 세희의 볼에 가볍게 뽀뽀한 뒤, 웨이터가 뒤늦게 가져다준 그녀의 하얀 코트를 단단히 여며주었다.

 

 탁한 한숨이 짙게 깔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참아. 이 근처에 내가 아는 병원 하나 있으니까 금방 도착 할 거야.”

 

 그러고서는 세희를 다시 안아들어 조수석에 앉혀준 뒤, 재빨리 운전석으로 뛰어가 민첩한 몸놀림으로 차를 출발 시킨 지원이었다.

 

 차를 타고 올 동안 그들은 말 한 마디 없었다.

 

 지원이 차를 몰고 온 곳은 인근의 작은 병원이 아니라, 대학병원이었다.

 

 그는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돌아와 세희를 다시 공주님 안기로 품에 안고서 응급실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전에 누가 혹시라도 그녀의 여린 속살을 볼까 걱정된 그는 코트를 꼭꼭 여며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었다.

 

 응급실은 항상 사경을 헤매는 정말 위독한 환자들이나 가벼운 부상으로 잠시 머무르다 가는 소위 말해 반짝 손님들로 붐벼야 하는데, 오늘 저녁 시간은 웬일인지 한산했다.

 

 덕분에 간만에 찾아온 휴식 시간을 여태껏 제대로 못 잔 잠으로 보람차게 보낼 생각인 남자 인턴은 선배들에게 들켜 불호령을 들을까, 몰래. 수납창고 뒤에 앉아 팔짱을 낀 채 꾸벅꾸벅 조는 중이었다.

 

 안경이 삐뚤어지고 고개가 허공을 향해 여러 번 디스크를 추기 시작할 무렵, 응급을 알리는 연락이 옴과 동시에 그의 동료들이 작정이라도 한 듯 단체로 우르르 몰려왔다.

 

 잠결에 발견한 그들을 따라 헐레벌떡 뛰어온 그는 동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상황 파악을 하고자 했다.

 

 “왜? 무슨 일이야?”

 

 오늘은 참 이상한 일이다.

 

 평소 같으면 웬만해서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싸가지 치프까지 납시셨다.

 

 도대체 무슨 환자 길래?

 

 “중요한 응급 환자가 곧 들어온단다. 우리 병원 VVIP래.”

 

 응급환자면 증상 파악을 우선 시 해야 처치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증상 하나 가르쳐주지 않고 무작정 들어온다고 연락을 주면 어떡하나.

 

 일동 바짝 긴장하고 그 환자를 기다리는 사이, 지원이 세희를 안고 응급실로 들어왔다.

 

 “아까 연락드린 사람입니다. 엑스레이 촬영이 급할 것 같은데 진행해주시죠.”

 

 건장한 남자가 드레스 차림의 여성 한 명을 안고 들어오자,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주르륵 빠져버렸다. 겉으로 봐서는 둘 다 멀쩡해 보였다.

 

 게다가 환자 보호자의 일방적인 판단 아래, 다짜고짜 엑스레이 촬영이라니...

 

 싸가지 없지만, 상황 파악 하나는 끝내주게 빠른 치프는 그들에게 재빨리 다가가 엑스레이실로 안내하기 위해 길을 틀었다.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는 여의사에 눈이 반짝거렸다. 그런데. 이 남자, 꼼짝도 않은 채 움직이질 않는다.

 

 왜 안 따라 오냐는 눈빛을 보내는 여의사와 고집스럽게 그 자리에서 망부석 마냥 서있는 지원을 지켜보는 인턴들의 눈이 구경거리가 생긴 것 같아 반짝반짝 빛났다. 저 여의사가 저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기 때문이다.

 

 묘한 정적을 뚫고 지원이 부드러운 중저음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박 현석 교수님 불러주십시오.”

 

 “아, 저... 박 교수님이라면 지금 퇴근하셨을 텐데...”

 

 “불러주십시오. 강 지원이라고 하면 아실 겁니다.”

 

 박 교수를 호출하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그녀 역시 성격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깡 하나는 죽여주는데, 왠지 지원의 앞에서는 못 당할 것 같았다. 한숨을 쉰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박 교수를 호출하기 위한 조취를 취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호출해드릴 테니, 엑스레이는 찍고 기다리세요. 교수님 오시면 바로 결과 판독해서 치료 들어갈 수 있게요.”

 

 그제야 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세희를 데리고 엑스레이실로 갔다.

 

 “혹시...”

 

 “?”

 

 여의사가 세희의 촬영을 후배들에게 떠넘긴 뒤 밖으로 나와 지원에게 조심스레 물어왔다.

 

 “저 환자 분이랑 무슨 사이세요? 여기 근처에 호텔이 많아서 그런가, 파티 도중에 저렇게 다쳐서 오시는 분들이 꽤 되거든요.”

 

 여자들의 화법으로 빙빙 돌려 말했다 뿐이지. 즉, ‘나 당신한테 관심 있어요’라고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물음이었다.

 

 지원은 지난 번 세희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보여준 모습도 있고, 그녀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간단하고 냉정하게 여의사의 관심을 끊어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 저렇게 잘 생긴 남자가 혼자라면 그게 말이 안 되지.

 

 시무룩해진 여의사는 여느 때처럼 후배들에게 응급실 업무를 떠넘기고 터덜터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 밀린 공부에 열을 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현석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퇴근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러던 차에 응급실로부터 강 지원이 그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분주히 서두르던 퇴근 준비마저 재껴두고 응급실로 내려왔다.

 

 그의 전공은 내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발목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와 함께 있는 지원에게 달려가는 것은. 한 번도 제대로 만난 적 없는 제 아내의 동생. 즉, 그의 처남에게 간절한 무언가가 있기에 현석은 지원을 꼭 만나야 했다.

 

 그가 응급실로 내려가니, 엑스레이 촬영을 마친 지원은 세희를 침대에 내려둔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레지던트 하나가 다가와 환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침대에 앉아계신 여성분이 환자입니다. 발목에 통증을 호소하셔서 찾아오셨습니다. 엑스레이 결과로 봤을 때, 아무래도 Contusion(타박상) 같습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현석은 엑스레이 결과 판독을 마친 뒤, 천천히. 그들에게 걸어갔다.

 

 현석과 지원은 가벼운 고갯짓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그리고 현석은 양해를 구하며 세희의 발목을 조심스레 살피기 시작했다.

 

 “잠깐 보겠습니다. 아프면 얘기하세요.”

 

 현석이 세희의 발목을 살핀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쯤, 그는 차트에 정보들을 기록하며 세희의 증상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타박상이네요. 다행히 엑스레이 상으로도 그렇고 골절로 판단되는 증상은 없습니다. 보통 이렇게 발목을 접질리고 나면 근육이 놀래서 부어오릅니다. 붓기의 정도로 보아 오늘 하루는 얼음찜질 해주시고, 내일부터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는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해주세요. 심한 타박상이 아니라서 온찜질도 사흘 정도면 될 겁니다. 가벼운 타박상이라고 해도 한 번 상한 부위는 계속 상할 수 있어요. 당분간 붕대로 발목을 보호해야 하니 운동화만 신으시고 과도한 운동은 삼가시구요. 제 성격상 필요 없는 약물 투여는 삼가자는 주의라서, 약물 처방은 없습니다.”

 

 현석의 등장에 한 번 놀란 인턴들은 그의 자세한 설명에 또 한 번. 게다가 직접 붕대 처치까지 해주는 모습에 두 번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지원이 현석과 아는 사이라지만, 지금 현석이 보이는 행동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답지 않은 것이었다. 현석의 진료 스타일은 항상 깔끔하고, 환자에게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 항상 인턴이나 레지던트에게 시키는 성격이었으니까.

 

 모든 치료가 끝난 세희에게 다가간 지원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주며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그런 그들의 뒤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한참을 바라보던 현석은 다들 돌아가라 지시 한 뒤,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며 지원을 불렀다.

 

 자신이 지원에게 ‘처남’이라고 부를 자격이 과연 있는가 싶은 그의 얼굴에 씁쓸함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강 사장님.”

 

 지원이 현석의 부름에 그를 쳐다보았다. 큰 누나, 희연의 결혼식 전후로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던 그들이었기에. 지원의 눈빛 또한 일할 때와 다를 바 없이 차갑고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하실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현석은 입에서 맴도는 그 말을 하려다 힐끗, 지원의 옆에 있는 세희가 신경이 쓰여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혈육에게 제 잘못을 털어놓고, 관계의 개선을 원한다하면 될 거라 생각했던 그의 답답한 마음은 그저 생각으로 끝나나 싶어 착잡했다.

 

 그런 그가 지원의 눈에는 뭔가 할 말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 역시 현석과 자리를 마련하여 희연에 대해, 그리고 매형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세희가 있는 터라 당장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현석은 품에서 명함을 꺼내 지원에게 건네주었다.

 

 “내 입으로 이 말을 꺼내기가 죄스러울 만큼 잘못한 게 많지만... ...처남. 언제라도 가능한 시간에 연락 줘.”

 

 “?”

 

 현석의 명함을 건네받은 지원은 곧장 그의 번호를 제 폰에 입력하여 현석에게 연락했다.

 

 “제 번호입니다. 저장해두세요.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현석은 지원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뒤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가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은 후회로 가득 물들어 있었고,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지원은 현석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의아해하다 세희를 조심스레 안아들고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응급실에서 보기 힘든 진귀한 광경을 자아내던 커플 역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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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 23 화. 봄바람을 실은 도둑 입맞춤 2017 / 7 / 14 27 0 8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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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 21 화. 노란오리와 첫사랑 2017 / 7 / 14 26 0 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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