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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24 화. 둔한 예비 커플과 뜨거운 커플
작성일 : 17-07-15 10:36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9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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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24 화. 둔한 예비 커플과 뜨거운 커플

 

 

 지원은 여전히 당황한 채, 혹시라도 그녀가 눈치챘을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입술로 느껴본 따뜻하고 촉촉한 감촉에, 간질 간질거리는 가슴의 원인을 생각해 볼 틈도 없이 세희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에게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하며 그녀를 바라본 순간. 그는 자신이 한 짓이 어떤 짓이었는지 깨달아 버렸다.

 

 절대 하면 안 되는 일.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과 재희의 경고가 겹쳐졌다.

 

 이미 남자가 있는 여자에게 이상한 마음을 품는 것은 아무리 그라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물며, 그녀는 자신의 친구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가라앉을 줄 모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에게 등을 보인 상태로 뒤돌아섰다.

 

 

 

 세희는 서서히 눈을 뜨며 점점 선명해져가는 의식의 끈을 잡았다. 눈을 뜨기 전 뭔가가 닿았던 것 같은데. 너무 피곤했나? 모든 감각을 놓은 상태로 잠에 취해 있었던 터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코 앞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지원이 들어왔다.

 

 "아, 저.. 저기...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래요?"

 

 "......"

 

 그녀는 깨자마자 보이는 지원의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 책상에서 상체를 완전히 일으켜 세웠다. 이어서 들려온 지원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뭐, 뭐야..?

 

 난데없이 등장한 그의 얼굴에 얼떨떨했지만, 그가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제안에 답해줘야 하기에 그녀는 왠지 모를 쑥스러움을 뒤로 하고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자신의 답을 기다리며 이쪽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홱 하고 등을 돌려버린 그의 뒷모습에 그녀는 가슴 한 쪽이 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친구라면서.. 그런데 저렇게 쌀쌀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을까.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차가운 그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몸에서 기운이 쫙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그녀를 등지고 있는 저 등처럼, 아직도 그들 사이에는 친한 관계로도 어쩔 수 없는 단단한 벽이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네, 가요. 아, 저.. 이 서류들은 제가 머물 객실에 두고 와야 할 것 같아요. 사장님 먼저 1층에 가셔서 기다리고 계실래요? 금방 갈게요."

 

 "그러죠."

 

 들려온 지원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뒤돌아 있는 모습에,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기분이 낮게 가라앉아 있는 듯 했다.

 

 그와 식사를 하며 가깝게 지내기 시작한 이후부터, 한동안 자신에게 쌀쌀맞게 굴지 않았던 지원이었다. 가벼운 얘기들을 나누기는 해도, 단 한 번도 자신의 속마음을 비친 적이 없는 그였기에. 지금 그가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며 생각했다.

 

 세희는 종이뭉치들과 정리된 서류들을 들고 그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

 

 

 

 

 

 지원은 밖에서 세희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오려나보다. 사람들이 저마다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날씨는 이제 쌀쌀해지기 시작했지만, 지원은 춥지 않았다. 세희에게 다가가 도둑처럼 훔친 입술이지만, 앞으로는 하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니. 생각하면 할수록 그에게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가슴으로 번지는 온기가 따뜻했다.

 

 저 멀리서 세희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지원은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데.. 이 감정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지.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기가 싫다.

 

 가슴 한 쪽에서는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한 번도 충동적으로, 올곧은 선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그는. 그런 자신의 마음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헛숨을 내뱉었다. 친구한테 그런 몹쓸 짓은 하지 말자. 곁에서 그냥 같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도진이 그런 그를 봤다면, 적극적으로 어떻게 해 볼 생각은 못할망정. 소심한 놈! '천하의 울트라 왕 둔탱이'라며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연애의 '연'자도, 남녀상열지사도 모르는 내면 순수남인 것을.

 

 

 

 그래서, 그의 앞길에는 그를 자극하고도 남을 최강의 자극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인생의 묘미는 어떤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향해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만나는 소중한 순간들에 있는 법이다.

 

 

 

 

 

 ***

 

 

 

 

 

 세희는 지원을 데리고 회사 근처에 있는 분식집으로 갔다.

 

 "사장님은 뭐 드실래요?"

 

 "떡볶이만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지원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간식거리에 전혀 지식이 없는 그였기에, 떡볶이와 어울릴 만한 궁합 요리들이 있는 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 제가 몇 번 와봤거든요. 튀김이랑 어묵국물이 끝내줘요! 전 김말이랑 오징어튀김도 시킬 건데. 사장님은 그냥 떡볶이만 드시려구요?"

 

 세희는 피곤했던 얼굴을 싹 지워버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꾸 그렇게 보지 마요, 세희 씨.

 

 그녀의 얼굴을 볼수록 커져만 가는. 저 얼굴과, 웃음은 자신에게만 보여주었으면 하는 욕심에 그는 속으로 어쩔줄 몰랐다. 자꾸 한숨만 늘어나는 것 같아 큰일이다.

 

 그는 은근슬쩍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며 그녀에게 튀김도 주문해달라고 했다.

 

 "오늘 간식은 제가 살게요. 제가 세희 씨 시간 뺏어가며 야근 시키는 거라 미안해서.."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자, 세희가 그에게 수저를 챙겨준 뒤. 자신이 먼저 떡 하나를 집어 들고 복스럽게 베어 물었다. 또 오물오물 거리며 집어든 떡 하나를 다 해치운 그녀는. 함께 나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말이를 떡볶이 양념에 콕하고 찍어 호호 불며 조금 베어 물었다.

 

 자꾸 그에게 흐뭇한 웃음을 피어오르게 하려는 그녀의 먹는 모습에 절로 배가 불렀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이런 뜻으로 쓰이는 건가...

 

 "앗, 뜨거! 사장님도 얼른 드셔보세요~. 역시 이 집 튀김은 최고에요!"

 

 지원은 세희가 한 것처럼, 김말이를 떡볶이 양념에 찍은 후 한 김 시켜, 한 입에 넣었다. 바삭바삭 거리며 매콤한 양념과 어울린 김말이는 그의 입 안에서 춤을 추며 따뜻하게 노닐었다. 최고였다.

 

 "정말이네요. 맛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눈을 반짝였다. 앞으로도 간식은 입에 대지 않을 생각이지만, 떡볶이와 튀김들은 야근을 하며 그녀를 자주 볼 핑계로 종종 사먹을 것 같다.

 

 

 

 세희는 맛있게 호호 불어가며 튀김과 떡볶이를 먹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궁금했다. 그가 사적인 얘기는 잘 안하는 편이지만, 기본적인 걸로 딱 하나만 알고 싶었다.

 

 "사장님은 외동이세요? 사장님을 보고 있으면 왠지 그럴 거 같아서요. 엄청 곱게 자라신 티가 팍팍 나요. 까칠하기는 어찌나 까칠하신지. 집 안에서 엄청 사랑 받고 자라셨죠?"

 

 갑자기 자신의 가족에 대해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는 최대한 들춰내고 싶지 않은 부분들은 얘기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 까칠하다고 중얼거리던 말이 신경 쓰였다.

 

 "제가 까칠한가요? 그렇게 얘기하면 섭섭하니까 취향이 확고한 거라고 해두죠. 그리고..."

 

 조금 장난스럽게 얘기하던 그의 얼굴이 조금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그의 미세한 반응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

 

 "저, 외동 아니에요. 위로 누나가 두 명 있어요."

 

 "우와~ 정말요?!"

 

 그녀가 수저를 내려놓으며 눈을 반짝였다.

 

 내 말이 떡볶이를 안 먹을 정도로 놀라운 건가?

 

 "의외..인가요?"

 

 "네! 누님 분들도 엄청 예쁘실 것 같아요."

 

 지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특히, 둘째 누나가 저희 집에서 제일 화끈해요. 큰 누나는 조용한 편이고."

 

 누나들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고, 온기마저 감돌았다.

 

 

 

 세희는 머릿속으로 지원의 누나들을 그려보았다. 왠지 삼남매가 서로 닮았을 것 같다. 화끈한 성격과 조용한 성격을 가진 느낌이 나게 얼굴을 슥슥 그려놓고, 그것을 지원의 이목구비와 똑 닮게 만든 뒤. 머리카락을 사르륵 길게 늘어뜨리면!

 

 '헉.. 이 집 유전자는 사기 아냐?!'

 

 여신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우월한 외모가 탄생하게 된다.

 

 세희는 지원의 누나들을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스쳐지나가며 보고 싶었다.

 

 

 

 "세희 씨는, 형제 있어요?"

 

 "아, 아뇨. 전 외동이에요. 덕분에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자랐어요. 아빠가 절 엄청 예뻐하세요. 아시죠? 요새 딸 바보 아빠들이 난리잖아요. 저희 아빠는 아마 그 중에서도 최고이실 거예요."

 

 푸스스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지원 역시 살짝 웃어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안 풍경이 떠올라 씁쓸했다.

 

 누나들과 함께하며 즐거웠던 기억은 많이 있어도, 부모님과. 아버지와 함께하며 행복했던 시간은 그의 기억 속에 없었으니까.

 

 "부럽네요... 아, 식겠어요. 어묵국물도 최고인데요?"

 

 메마른 목을 축이고자 마신 어묵국물이 최고라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자세한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여기서 그만하기로 했다. 왠지 그의 마음속에서 더는 묻지 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지원과 세희는 분식집을 나와, 회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 멈춰섰다.

 

 나란히 선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먼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세희는 지원을 슬쩍 쳐다보았다. 회의실에서의 표정은 잠깐 스쳐지나간 것이었는지, 어느새 조금 풀려있었다.

 

 "사장님은 몇 시에 퇴근할 생각이세요?"

 

 "음.. 지금 하던 일마저 하면 퇴근할 것 같아요. 세희 씨는 바로 객실로 올라갈 거죠? 데려다줄게요."

 

 "네? 아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무리 저희 회사가 안전하다지만,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객실까지 데려다준다는 말에 왜 이리 설레는 건지. 그녀는 수줍게 끄덕여주고는 신호등이 초록불로 이제 막 바뀐 것을 확인하고.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때.

 

 "세희 씨!!!!!"

 

 빠앙~~~!!!

 

 신호를 위반한 차가,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직 인도에 서 있던 지원은 그녀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재빨리 손을 뻗어 세희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끌어당겼다.

 

 

 

 

 

 ***

 

 

 

 

 

 차가 없는 혜빈은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가용은 얼마든지 강 회장이 마련해줄 수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자신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로 알고 일을 몰아 부칠 것이 뻔해서 포기했다.

 

 한국에 자리를 잡을만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열어두는 것은 그녀에게 족쇄와도 같았다. 한국에 흔적을 남기는 일은 되도록이면 하고 싶지 않았다.

 

 

 

 남 모르게 한숨을 포옥 내쉰 그녀는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남자. 윤도진.

 

 지치지도 않는지 매일, 것도 아주 자주. 발이 닳도록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는 그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있을 때 옆에 와서는 '누나, 오늘은 뭐해요? 나랑 놀아요.' 라든지.

 

 조용히 갤러리에서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다가와 자신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누나는 이 그림이 저보다 더 좋아요?' 라는 둥의 실없는 소리로 그녀의 애정을 요구했다.

 

 

 

 될 수 있으면 아주 긴 시간 동안 모른 척하면서 도도하게 있을 생각이지만, 그게 뜻대로 될 지는 잘 모르겠다.

 

 매일 그를 보면서 그새 정이 들어 버렸는지. 자꾸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굴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어질 인연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안 보이네?

 

 매일 출석 도장을 찍는 것도 아니고. 얼굴을 들이대는 그가 이렇게 하루라도 안 보이면 도도함은 집어던져 버린 채,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하고 걱정부터 하는 그녀였다.

 

 

 

 그때.

 

 그녀가 서 있는 쪽으로 잘 빠진 고급 스포츠 카 한 대가 다가왔다.

 

 빵빵-

 

 "누나! 이런 데서 뭐해요? 타요.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도진이었다.

 

 그는 오픈 카 안에서 능글거리는 미소를 가득 달고, 조금 과장된 손짓으로 혜빈의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혜빈은 오늘도 자신을 보러와 준 그가 반가웠다. 우연인지, 고의로 그녀를 이때까지 몰래 따라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혜빈은 실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뒤로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벗어나 인도를 걷기 시작했다. 아직은 튕겨야 할 때!

 

 

 

 또각또각.

 

 "어어, 누나. 자꾸 저 피하시면 확 보쌈해서 덮치는 수가 있어요?"

 

 멈칫.

 

 그녀는 그의 서슴없는 발언에 얼굴을 붉히며 홱 하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를 살짝 흘겨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자, 도진의 차가 스르륵 대로변에 멈추어서며 그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가요. 계속 머물고 있는 그 호텔로 모셔다 드리면 되죠?"

 

 도진이 혜빈의 손목을 살며시 잡고 그녀를 차로 이끌었다. 혜빈은 자신이 더 이상 도진의 차를 거부한다면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능글맞은 소리를 해댈지 몰라 순순히 그를 따라갔다.

 

 그가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

 

 도진은 싱긋 웃고서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차를 출발 시켰다.

 

 

 

 얼마를 달렸을까.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도진이 브레이크를 밟고 운전대를 두드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

 

 "근데 그 쪽은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매번 느끼는 건데, 나만 졸졸 따라다니면 일은 언제 해요? 나 따라다니면 누가 돈 준대요?"

 

 혜빈이 새침한 표정으로 그가 있는 쪽으로 몸을 살짝 틀었다.

 

 드디어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려고 한다. 그녀에게 장난을 쳐도 꼼짝 않더니. 여태까지 아무 말 없이 혜빈의 뒤만 졸졸 따라다닌 것은 전부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는 더욱 싱글싱글 웃으며 답했다.

 

 "글쎄요~? 그러는 누나는 왜 매일 호텔에만 있어요? 다 큰 어른이, 철없는 고등학생처럼 가출 코스프레 해요?"

 

 

 

 그는 그냥 장난삼아 툭 던져본 말이었는데. 혜빈은 그녀답지 않게 시무룩해졌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마지막 말은 혼잣말을 하다시피 중얼거렸다.

 

 "그게.. 다 사정이 있어요. 집에 들어가면 내 인생은 끝나거든요."

 

 "설마, 부모님 눈 밖에 날만한 사고 쳤어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아니거든요?!"

 

 "네, 믿어요 누나. 그리고..."

 

 도진이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아무 조건 없이 전적으로 그녀를 믿는다는 얼굴. 그녀는 그가 자신의 편이 되어줄 진짜 남자친구처럼 든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저 같은 사람이 돈을 써줘야 우리나라 경제가 돌아가죠."

 

 

 

 뭐야, 아직 젊은 놈이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해?

 

 이놈의 정체는 뭘까? 고등학생 때 잠깐 스쳐간 그들이라, 서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도진이 입고 있는 옷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스윽 훑어 내렸다. 그가 입고 있는 옷들은 흔한 디자인의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그가 몰고 온 차와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일도 안 하면서 저런 것들은 다 어디서 구했대?

 

 내가 얘랑 1살 차이가 나지? 그럼 얘도 지원이처럼 스물아홉이란 말인데. 회사에서 구슬땀 흘리며 일은 안 하고. 아아, 이렇게 또 하나의 젊은 인재가 썩어가는구나..!

 

 이제 혜빈의 머릿속에서는 그의 정체를 향한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떨떠름한 표정의 그녀를 보며 도진이 입을 열었다.

 

 "이왕이면 제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안 되려나... 제 이름은 그 쪽이 아니라 도진이에요. 윤도진."

 

 '알아. 네 이름 윤도진인 거.'

 

 자신의 이름을 거듭 강조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속으로 웃었다.

 

 

 

 

 

 ***

 

 

 

 

 

 도진은 혜빈이 머물고 있는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잠시 생각에 빠졌다.

 

 혜빈은 그런 그를 한 번 보고서는, 고맙다는 인사는 쿨하게 생략하고 차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녀 쪽의 문이 막 열리려는 순간.

 

 도진이 그녀의 손목을 가로채 붙잡고서는,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당겼다. 그는 혜빈의 허리를 살짝 감아올려 자신을 가까이서 바라보게 했다.

 

 도진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은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여태까지 그녀를 쫓아다니며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스킨십을 하고 싶은 욕구를 달래느라, 그가 가지고 있던 인내란 인내는 싹싹 긁어모았더랬다.

 

 자신의 눈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얼어있는 그녀의 얼굴이 미칠 만큼 귀여웠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볼을 쓰다듬다 그녀의 두 팔을 잡았다. 눈앞에 있는 붉은 입술이 너무 유혹적으로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지만 아직 조금 남아있는 그의 이성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절로 뜨거운 숨이 새어나왔다.

 

 하.. 지금도 많이 참고 있는 거라고.

 

 

 

 "?"

 

 "누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무슨..."

 

 "나, 누나가 아직도 좋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누나가 누구든,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 상관없을 만큼.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누나가 힘들 때면 기댈 수 있게 해줄게요. 나 만나는 거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요. 누나.. 혜빈 누나... 사랑해요."

 

 혜빈은 또 한 번의 로맨틱한 충격으로 멍하니 있었다. 아니, 얘는 방어할 틈도 없이 불쑥불쑥 비집고 들어오면 어쩌자는 거니?

 

 

 

 하지만, 도진은 더 이상 그녀에게 머뭇거릴 여지를 주지 않았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읍..!"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온 도진이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고개를 틀어 그녀의 입 안을 점령했다. 첫 만남 때 보여주었던 부드러움과 풋풋함은 어디로 갔는지. 조금 거칠고 절박한 느낌이 가득했다.

 

 도진은 혜빈의 붉은 입 안을 마음껏 탐하기 시작했다. 거친 키스와는 달리, 그의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녀의 허리와 등을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에, 그녀는 아찔했다. 모든 열기가 얼굴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능숙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범상치 않더라. 그때는 너무 놀라 잠시 잊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순수하게 자신 만을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그가 보이는 행동은 바보도 알아차릴 만큼 남녀의 스킨십에 능숙한 선수가 보일만한 것이었다. 아니면 타고났을 때부터 선수였나?

 

 "하아..."

 

 "하.. 누나..."

 

 도진이 고개를 들어 그녀의 귀 뒤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혜빈은 그런 그의 뜨거운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자신에게 숨을 내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한참을 놔주지 않는 도진에게 붙잡혀 있느라 몸의 힘이 다 빠졌다. 그녀는 맥없이 차에서 내렸다. 처음 느껴보는 아찔한 열기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도진은 그런 그녀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

 

 

 

 

 

 도진과 혜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는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조금 냉랭해진 그녀의 분위기에 도진은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을 거절할까봐 불안했다.

 

 서로에게 한 마디도 붙여보지 못한 상태로. 그들은 혜빈의 객실 앞에 다다랐다.

 

 띠릭-

 

 혜빈은 문의 손잡이를 잡고 객실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도진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싫으면 싫다고 해요... 괜찮아요."

 

 

 

 아, 그가 절박했던 이유가 나 때문이구나. 지금 도진은 그녀에게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냉랭했던 것은 그녀가 처음 마음먹었던 생각이 아까 차 안에서 이루어졌던 뜨거운 행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라지만, 자신이 생각한 시기보다 너무 빨랐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튕겨보기 위해 연기를 좀 했다.

 

 이제 그의 노력에, 사랑에 보답을 해줘야 한다.

 

 그가 누구든, 뭐 어때.

 

 저 녀석은 나한테 푹 빠져있고. 나는 그런 저 녀석이 좋은 걸.

 

 

 

 그녀는 부끄러워, 차마 그를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 네? 지금 뭐라고..."

 

 도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건.. 꿈인가?

 

 "연애.. 하자고."

 

 그녀가 천천히 그를 향해 돌아섰다.

 

 드디어 그의 첫사랑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그녀의 말을 기다리며 서 있던 그 짧은 시간들이 혹시나 거절의 답을 들을까 무서워 길게만 느껴졌었는데.

 

 지금 그녀로부터 그토록 자신이 듣고 싶어 했던 말을 듣게 되자마자, 온 세상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날아갈 것 같았다. 입이 제 의지와는 다르게 헤벌쭉 늘어진다.

 

 그는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끌어당기며 객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객실의 문이 새로 탄생한 커플처럼 쫀쫀하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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