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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42 화. '오빠'라고 한 번 불러봐요
작성일 : 17-07-18 12:02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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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42 화. ‘오빠’라고 한 번 불러봐요

 

 

 

 똑. 똑. 똑.

 

 “들어와요.”

 

 세희는 지원의 사무실로 올라왔다. 서류 정리를 핑계로 야근을 해야 했던 날들을 떠올리니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야근은 업무의 연장과도 같았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그와 같은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릴 줄이야.

 

 그의 얼굴을 더 오래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했다. 연애를 막 시작하는 세희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이제 조금씩 싹을 틔워 자라나는 새싹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원이 그녀를 힐끗 쳐다본 뒤 다시 보고 있던 서류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던 남자가 맞나 싶다.

 

 “잠시만 거기 앉아 있어요. 이것만 마저 처리하고 갈게요.”

 

 세희가 입을 삐죽였다. 자기가 먼저 나 찾아와서 진하게... 아흥~ 그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진했어. 아무튼! 숨도 못 쉴 정도로 몰아붙이더니 왜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 반겨주지도 않는지.

 

 지원의 시큰둥한 반응에, 오후 내내 들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혼자 설레 했던 것 같아 기분이 가라앉은 탓이었다. 오후 내내 일만 하며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사장실로 올라오려 했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서운하기까지 했다.

 

 세희는 퉁퉁거리며 들고 올라온 노트북을 펼쳐서 브리핑 심사 준비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그래, 일해야지. 일!

 

 

 

 지원이라고 세희와 늦게까지 일하는. 아니, 업무를 핑계로 데이트를 하는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겠는가. 지난번처럼 도진과 같은 방해꾼의 존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모든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지시해두기까지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으니. 이 정도면 말 다했지.

 

 그는 마지막 일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 세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소파로 걸어갔다.

 

 그녀의 일에 방해가 될까, 소리 없이 조용히 다가가 옆에 앉았다. 지원이 그녀를 슬쩍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항상 제 눈에 예쁘게 보이는 그녀였지만,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마저 더할 나위 사랑스러웠다.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구나.

 

 “......”

 

 위에서 내리누르는 그의 무게로 인해 소파가 한 쪽으로 조금 꺼졌다. 지금 지원이 앉아있는 자리는 그의 숨소리마저 그녀의 귀에 선명히 들릴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이 정도면 돌아봐줄 법도 하건만. 그녀는 여전히 그를 돌아봐주지 않는다. 단단히 삐친 탓이었다.

 

 

 

 지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그녀의 옆에 딱 달라붙은 뒤 살며시 여린 허리에 팔을 둘렀다.

 

 아주 잠시, 타자를 치던 그녀의 움직임이 멎었지만 노트북을 향해 있던 뾰루퉁한 시선만은 변함없었다.

 

 “세희 씨.”

 

 “......”

 

 “나 일 다 끝내고 왔는데... 세희 씨는 나보다 노트북이 더 좋아요?”

 

 지원의 집요한 시선과 투정어린 유치한 질투에, 그제야 세희가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그의 모든 행동에 초연해지려면 좀 더 오랜 시간과 내공이 필요할 듯싶다.

 

 “야근해야죠. 야. 근. 이 시간도 업무의 연장이잖아요.”

 

 지원의 귀에, 세희의 목소리가 조금 삐친 것처럼 들려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정말 그게 다에요?”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나는 세희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그의 눈빛에. 마지막 남은 그녀의 고집마저 꺾여버렸다. 조금만 더 버티고 싶었는데.

 

 혼자 소리 없이 툴툴거리고 있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뿐더러, 솔직하게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은 그녀의 성격 탓도 있었지만 말이다.

 

 “사장님은 야근... 아니, 일 좋아하시잖아요.”

 

 지원이 세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눈빛은 한없이 진지했으나, 왜인지 목소리만큼은 장난스러웠다.

 

 “음... 세희 씨가 한 말 중에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그게 무슨...”

 

 

 

 그의 매력적인 얼굴이 그녀의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싱그러운 남자 향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해왔다.

 

 “세희 씨가 나를 처음 봤을 때도 느꼈겠지만, 맞아요. 나 일 좋아해요. 하지만 이제는...”

 

 그가 예고도 없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제 무릎 위에 앉혔다.

 

 “그 일도 세희 씨 없이는 하기 싫어요. 이제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일이 아니라. 세희 씨에요. 세희 씨랑 야근을 핑계로 데이트 하려고 오후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모르죠? 그러니까 기분 안 좋은 일 있으면 얼른 풀어버려요.”

 

 진심이 가득 담긴 고백을 듣긴 들었는데. 그의 얼굴을 마주하니 아까 있었던 그와의 일이 생각난 그녀는 그를 볼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에게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지만. 언제쯤 그녀가 자신의 행동들에 부끄러워하지 않을지. 사랑스러운 연인의 행동에 흠뻑 젖은 그의 눈길이 스르륵. 절로 도톰하게 살이 오른 붉은 입술로 향했다.

 

 자신은 미친놈이 절대 아닌데. 왜 자꾸 저 입술만 보면 키스를 하고 싶은 건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어 미치겠다.

 

 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몇 분 동안 한참 갈등하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의 발칙한 행동은 그녀의 손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지만 말이다.

 

 “ㅁ.. 뭐하세요, 사장님?!”

 

 그가 당연할 걸 왜 물어보냐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를 막은 그녀의 손이 마음에 안 든 것인지, 지원은 세희의 두 손을 잡고 밑으로 내려버렸다.

 

 세희가 급한 마음에 지원의 무릎에서 내려왔다. 왠지 지금 그가 하는 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내려왔던 터라, 그녀는 자신이 앉은 곳이 어딘지 신경 쓸 틈조차 없었다.

 

 지원이 탁상에 걸터앉게 된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보이자, 그제야 아차 싶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기 위해 바닥에 발을 짚었다.

 

 

 

 일어섬과 동시에, 지원의 단단한 팔에 의해 제지당해 다시 제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완전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었다.

 

 구석에 몰린 세희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그를 가로막았다.

 

 “그만!!!”

 

 지원은 조금씩 무르익어 가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보기 좋게 박살이 나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사장님, 오늘은 그거 그만해요.”

 

 “왜요?”

 

 왜라니?! 키스를 왜 하면 안 되냐고 물어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마땅한 핑계를 둘러댈 길이 없어 눈이 뱅글뱅글 돌았다.

 

 그녀가 몇 초간 입만 벙끗거리다 눈을 질끈 감고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ㅂ.. 부끄럽잖아요! 게다가 여기는 회사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한 번 했으니까...”

 

 세희의 말에, 지원이 그녀 모르게 속으로 웃었다. 그게 몇 번하라고 법으로 정해둔 것도 아닌데. 귀여웠다.

 

 연애를 처음 한다는 둘 사이의 공통된 분모가 있었지만, 그는 올해로 서른인 혈기왕성한 남자였고. 그녀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인 풋풋한 아가씨였다.

 

 5년이라는 긴 세월의 차이만큼, 연애 수준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

 

 

 

 가만.

 

 ‘흠...’

 

 지원이 혼자 생각에 빠져 턱을 매만졌다.

 

 회사만 아니면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앞으로는 그녀를 회사 밖에서 자주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리고, 키스를 그만하라고 했으니.

 

 쪽.

 

 그와 그녀의 입술이 맞붙었다 떨어지며 앙증맞은 소리가 사무실 가득 울려 퍼졌다.

 

 “......”

 

 그녀의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한 채, 입안을 맴돌기만 했다. 멋대로 그녀의 말을 해석해버린 그의 기습 공격에 멘붕이 온 탓이었다.

 

 “키스를 그만하자고 했으니, 뽀뽀는 괜찮잖아요.”

 

 “......”

 

 지원이 자리에서 일어선 뒤 넓고 듬직한 손을 들어 세희의 머리 위에 턱하고 올렸다.

 

 “오늘은 봐줄게요. 세희 씨 얼른 커서 나한테 적응해요. 대신, 나한테 잘 참았다는 의미에서 상 줘요. 안 그러면 나 어떻게 할 지 몰라요?”

 

 마지막 말은 거의 으르렁거리듯 흘러나왔다. 왜 저 말이 맹수가 먹잇감을 코앞에 두고 겁을 주는 것처럼 들렸을까.

 

 

 

 조금 기가 죽은 세희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상요.....?”

 

 왜 상을 달라고 하는 지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지. 다시 되묻는 물음이 끝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천천히 말을 한 그녀였다.

 

 “오빠라고 한 번 불러 봐요. 그리고 그 존댓말도 떼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연인끼리 사장이랑 직원이 쓸 법한 존칭은 이제 좀 아닌 것 같아요.”

 

 세희의 얼굴이 순간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등으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뻔뻔한 얼굴로 ‘오빠’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그의 요구가 어렵게 느껴진 그녀였다.

 

 그는 작년에 있었던 워크숍에서부터 그녀가 재희를 아무렇지도 않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에 질투가 난 것이었다.

 

 재희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니, 진짜 연인 관계에 있는 그를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다는 그의 귀여운 마음을 그녀는 알까. 그토록 고대하던 그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순간이 제게 찾아온 것에 잔뜩 기대한 그의 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도리도리-

 

 세차게 좌우로 젓는 그녀의 얼굴.

 

 거절의 의사였다.

 

 “싫어...?”

 

 지원은 하루라도 빨리 그녀와 자신 사이에서 존댓말을 없애고 싶었다.

 

 남자들이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은 가져본다는, 연인의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불러주는 그 ‘오빠’라는 단어. 여동생이 없는 그는 내심 세희가 먼저 그를 그렇게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계속 딱딱하게 ‘사장님’이라는 단어로 만들어진 벽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에 진전이 없을까봐 신경이 쓰인 그였다. ‘오빠’라고 부르며 조금 편해지기 시작하면 그녀가 자신의 속도에 빨리 적응하지 않을까 하는 시커먼 속내와 함께.

 

 그는 세희의 뒤에 버티고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아직 사장님이랑 만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그렇게 부르라고 하면 어떡해요!”

 

 “...그럼 평생 사장님이라고만 부를 거야?”

 

 생각해보니 그건 또 아니다. 재희야 오래 알고 지내며 편해지다 보니 쉽게 그 소리가 나오는 것이고, 지원과 그녀 사이에는 재희와 있을 때와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한 번 정도라도 불러보자니 입 안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쉽지가 않다.

 

 편하게 지내는 오빠랑 연애하면서 부끄러운 짓, 오글거리는 짓하는 오빠랑 같으면 그건 말이 안 되지!

 

 “아.. 그건 아닌데...”

 

 지원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한 발자국 물러서주기로 했다. 기회야 얼마든지 있으니 저 귀여운 입에서 반드시 그 ‘오빠’ 소리 한 번 듣고 말리라.

 

 “좋아. 그럼 네가 부르고 싶은 호칭으로 불러줘. 뭐라고 할 거야?”

 

 어느새 지원은 그녀보다 먼저 앞서 사장과 직원으로서의 모든 격식을 던져버린 상태였다. 확실히 딱딱한 존칭을 쓰는 것보다 말을 놓는 편이 그녀와의 보이지 않는 거리를 좁히는 데 꽤 효과가 있는 듯 했다. 적어도 그에게는.

 

 “지원 씨...?”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렇게 해서 그 단어까지 한 번에 도달하면 좋겠다는 바람은 역시 현실로 실현하기에는 아직 무리였나. 그는 목소리마저 딱딱하게 굳은 것을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존칭 안 쓰는 걸로 찾아봐.”

 

 존칭 안 쓰는 거...? 그럼 뭐가 있나... 대놓고 이름을 부르기는 그렇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오빠.

 

 세희가 울상을 지었다. 자신이 그를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날이 곧 올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게 생각보다 힘든 것을 어떡하나.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사장님 죄송해요. 오늘은 봐주세요. 네?”

 

 아직 ‘오빠’라고는 못해도 애교는 술술 흘러나왔다.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려는 그녀의 임기응변이 꿩 대신 닭처럼, 애교를 택한 것이었다.

 

 

 

 “......”

 

 지원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눈빛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바다처럼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는 몰라도 그런 그의 모습에, 이번에는 세희의 애가 탔다.

 

 ‘그럼, 오늘은 이걸로.’

 

 그가 그렇게 있었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순간이었다. 지원은 순식간에 그의 눈치를 보며 서있던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오늘은 퇴근할 때까지 이렇게 있자. 봐주는 대신, 나랑 하나만 더 약속해.”

 

 그녀가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무슨 약속요..?”

 

 “앞으로 존댓말은 회사 안에서만 쓰자. 이것도 많이 봐주는 거야.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 사람들한테 우리 관계를 알리고 널 편하게 해주고 싶지만, 상황이 좋지가 않아. 미안해.”

 

 

 

 지원이 세희의 여린 팔을 쓸어내리며 그녀를 창가로 데려갔다. 그러고서는 그녀의 뒤에서 목에 팔을 두른 뒤, 그녀에게 기대는 그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놀라지 말고 들어줘. 그리고 다시 한 번 미리 얘기해두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혹시라도 네가 상처 받을 일이 있다면 상처 받지 마. 네 옆에는 항상 내가 있어.”

 

 지원은 그녀의 목을 통해 전해져 오는 따뜻한 온기와, 그녀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장 비서로부터 보고 듣고 나서야 알았어. 작년부터 아버지가 나 결혼 시키시려고 혼처를 알아보고 계시다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이렇게 진행된 거야. 지금 너한테는 이게 변명으로 밖에 들릴 지도 모르지만 이게 내 진심이야. 앞으로 나와 함께하는 그 길이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 손. 놓지 말아줘.”

 

 “......”

 

 세희가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처음부터 그를 포기할 생각이었으면, 그의 객실에서 받은 그의 마음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지원에게 했던, 사랑은 믿음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그 말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어쩌면 무모해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녀는 제 눈을 바라봐주는 지원의 올곧은 그 눈빛 하나로 충분했다. 그 속에는 그녀를 향한 넘치는 사랑과 믿음이 가득했으니까.

 

 도전도 젊은 때나 해 볼 수 있는 거라던 아버지, 성환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사랑도. 인생도. 용기 있는 자가 쟁취하는 것 아니겠는가.

 

 

 

 세희는 비장한 표정으로 창가에 비친 지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상대가 누구..에요?”

 

 “M 호텔 민 지수. 알아보니 우리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어. 혹시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어?”

 

 세희는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제 목에 둘러진 그의 팔을 덥썩 잡았다. 그 설마가 추측으로 끝나버리기에는 민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 회사에서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무슨 팀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가르쳐 줄 수 있으세요?”

 

 “경영지원팀...”

 

 정말 본 적이 없냐는 눈빛을 가득 안고 허공에서 집요하게 달라붙는 그의 시선에 못 이긴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첫 번째는 그녀가 상처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민 지수와 연관 시켜 혼자 생각의 깊이만 더하기가 싫음이었다.

 

 

 

 “에이~ 본 적 없어요. 사장님 심부름 다니느라 눈 코 뜰 새도 없이 바빴는데. 그런 제가 다른 팀원들 둘러볼 여유가 있었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더 씩씩하게 말한 그녀였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내면 저 깊은 곳에서는 약한 마음이 고개를 들려고 한다. 그녀 역시 말과는 달리 마음 여린 성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봤던 민 지수의 분위기만으로도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그녀였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마음이 약해질 때는 연인의 위로가 최고의 약이다.

 

 세희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 한 번 안아줘요.”

 

 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벌려 그의 너른 품에 안긴 그녀를 보듬어주었다.

 

 “괜찮을 거야. 넌 내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세희가 지원의 등 뒤로 팔을 두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겨 안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낮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가득 채운다.

 

 “좋다.. 이렇게 있으니까...”

 

 “......”

 

 “앞으로 매일, 이렇게 자주 붙어있고 싶은데. 매일 야근 할까?”

 

 그의 짓궂은 농담에 세희는 얼른 그의 품에서 조금 벗어나, 단단한 가슴팍을 아프지 않게 팡팡 두드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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