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45 화. 어차피 씻을 거, 같이 씻을까?
작성일 : 17-07-18 16:20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668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45 화. 어차피 씻을 거, 같이 씻을까?

 

 

 

 지원과 세희가 빠져나간 엘리베이터는 남녀의 뜨거운 숨결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도진이 제게 달려든 혜빈을 떼어내고 그녀를 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지금 그의 눈에는 혜빈이 한없이 유혹적으로 보였다.

 

 그의 발목을 붙잡았던 갈등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도진은 굳은 얼굴로 그녀의 여린 팔을 움켜쥔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그 길로 곧장 그들이 머물고 있는 펜트하우스로 빠르게 걸음 하였다.

 

 쾅-

 

 도진은 그를 따라 조용히 따라온 혜빈이 집 안에 발을 들일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현관문으로 몰아붙였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혜빈의 행동에 깔려있는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탓에,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 아까 왜 그랬어?”

 

 혜빈은 차가운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그를 마주하자,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중이었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는 너 살고, 나 살자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제 한 몸을 희생(?)한 거였지만.

 

 도진의 차가운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지금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그들이 거리를 두고 있는 싸늘한 현실에. 한 쪽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한 편으로는 한 달 가까이 그와 대면 대면한 것에 대해 서운했다는 그녀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하기에 그를 덮친 것과 더불어 부끄러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그녀였다.

 

 한 번도 남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본 적 없었고, 이해를 바란 적도 없었다. 그녀의 성격은 한 마디로 도도함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처음으로 누군가로부터 이해를 받고 싶었고. 도진과 더 이상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가 싫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녀로 하여금 부끄러움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용기를 발휘하게 했다.

 

 혜빈은 굳게 다물고 있던 붉고 도톰한 입술을 떼며 말했다.

 

 “그러는 넌 왜 그 날 이후로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을 피하는데?”

 

 그녀가 톡 쏘듯이 도진의 정곡을 찌르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혼자서 갈 데까지 간 혜빈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의 분위기를 못 참고 결국 터져버렸다.

 

 옛날 옛날에. 이제는 십 년 가까이 된 시절이라 빛이 바랜 시절이지만 그녀의 주변에도 간혹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사랑한다는 거짓된 사탕발림으로 여자의 혼을 쏙 빼놓은 뒤, 그녀에게서 정말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버린 남자와는 그 날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는단다.

 

 혜빈은 그가 그녀와 거리를 두려한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날부터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연애에 바싹한 경험이 없는 터라 순진하게 첫사랑을 믿고 있었다. 당연히 도진이 그녀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은근한 믿음까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전부 사람으로서는 절대 품으면 안 되는 나쁜 마음에서 비롯된 것 일까봐 무서웠다.

 

 혜빈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조금만 잘못 건드렸다가는 톡하고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그녀는 지금 위태로웠다.

 

 “...혹시 내가 싫어진 거야? 그래서 그런 거야...?”

 

 둘 중 누가 됐든, 그들 사이에 생긴 오해가 깊어지면 결국 한 쪽에서 온갖 상상으로 머릿속을 무장 시킨 뒤 결론을 지으며 더 깊은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도진은 붉은 기가 잔뜩 오른 혜빈의 상처 받은 눈을 보고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몰랐다. 자신은 여태껏 혜빈이 소중하게 지켜오던 보물을 한순간에 빼앗아 가버려, 그 날 이후 그녀를 볼 때마다 더욱 강해진 욕심 때문에 그녀를 멀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두기 시작한 거리가, 제 마음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럴 때는 상대방이 오해를 하게 만든 당사자가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앞으로 이어나갈 그들의 관계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도진은 뒷머리를 헤집으며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그러고서는 피식 웃은 뒤, 예전의 혜빈을 똑바로 바라보던 윤 도진으로 돌아왔다.

 

 그가 크지만 따뜻한 손으로 혜빈의 여린 뺨을 쓸었다.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러자, 혜빈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눈빛을 그에게 보내왔다.

 

 “사랑하는 여자가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선물을 줬는데. 내가 그런 당신을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어...”

 

 “......”

 

 “나는 단지.. 그걸 너무 쉽게 가져가버려 미안해서...... 내 욕심만 부리다가 당신이 다칠까봐 겁이 났어. 내 마음만 생각하느라 당신을 돌아보지 못한 건 잘못했어. 미안해.”

 

 도진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혜빈의 눈빛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가 그녀를 제 품으로 가까이 당겨왔다.

 

 부드럽게 허리를 감아오는 그의 손길과 뜨거운 눈빛에, 혜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도진의 가슴팍에 팔을 척하니 올리며 그에게 끌려나기를 거부했다.

 

 “ㅈ.. 잠깐...! 우리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이 남아 있잖아.”

 

 그러자, 그가 아-하는 얼굴로 그녀의 얼굴에 제 얼굴을 바짝 붙여왔다. 언제 봐도 잘생긴 그의 매력적인 얼굴에, 그녀의 목을 타고 침이 꼴깍 넘어 갔다.

 

 “그럼 이제 당신 차례. 아까 왜 나한테 그랬어? 그것도 우리 둘만 있는 장소가 아니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은근하게 흘러나왔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 또한 어찌된 영문인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짙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녀가 한동안 재워두었던 도진의 늑대본능을 건드리고 만 것이었다.

 

 혜빈은 이상하게 흘러만 가는 분위기에 갈피를 못 잡고, 어색한 움직임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려버렸다.

 

 “이.. 이제 앞으로 풀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숨기지 말자. 끝!”

 

 도망가야 했다.

 

 재빨리 제 할 말을 다하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신발을 벗으려는 그녀를 그가 강하게 옭아매어왔다.

 

 ‘헉...!’

 

 예정된 행동이었다. 혜빈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그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을 때부터 그에게 꽉 잡힌 거나 다름없었다.

 

 도진은 제게서 빠져나가고자 아등바등 거리는 혜빈을 내려다보며 섭섭한 눈치를 줬다.

 

 “왜?”

 

 “집에 들어가서 씻어야지. 높은 굽을 오래 신고 있었다니 발 아파.”

 

 혜빈의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걸렸다.

 

 “이거 아쉽네...”

 

 도진은 뭐가 그리 아쉬운지 그녀를 바라보는 은근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목소리까지 퇴폐적으로 흘러나왔다.

 

 “뭐?!”

 

 “나는 아까 당신이 날 덮쳤을 때부터 집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당신은 아닌가봐......”

 

 혜빈은 그들이 연출하고 있는 야릇한 자세 덕분에, 안 그래도 달아오를 틈을 노리고 있던 분위기와 그의 한 방에 코피가 터질 뻔했다.

 

 그러니까... 내가 내 동생 피하려고 애태울 동안 넌 즐거웠다, 이거지?

 

 그동안 그에게 느꼈던 섭섭한 마음을 정리할 틈도 없이, 숨김없이 드러낸 도진의 늑대본능에 얼굴이 붉어진 것은 잠시. 혜빈은 기가 막혔다. 그녀 역시 평소의 도도한 성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눈치의 도진을 지나치고 제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뗐다.

 

 나 혼자 속으로 앓게 한 벌이다!

 

 그녀의 새침하고 도도한 몸짓은 얼마 가지 못했다.

 

 !!!!!!

 

 “사람을 이렇게 흥분 시켜 놓고 어딜 가려고. 하던 거마저, 다해야지. 진하게. 안 그래?”

 

 도진이 방으로 들어가려던 혜빈을 돌려세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짙은 욕망에 지배되어 으르렁거렸다.

 

 혜빈은 그의 낮은 속삭임에, 야릇한 거사를 치렀던 그 밤의 장면이 되살아나 입만 뻥끗거리고 있었다.

 

 도진이 그녀의 입술로 내려와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말캉한 그것을 부드럽게 탐했다. 온 몸의 피가 그의 움직임에 맞춰 얼굴로 집중되는 듯했다. 감각 또한 그에게 지배되기 시작했다.

 

 혜빈은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제 몸을 밀착시켰다. 그녀의 몸이 그가 주는 짜릿한 감각에 맞춰 뜨겁게 달아올랐다.

 

 혜빈을 잡아먹은 늑대는 탁한 숨을 내쉬며, 또 한 번. 그녀를 향해 유혹의 목소리를 속삭인다.

 

 “어차피 씻을 거, 같이 씻을까?”

 

 퍽-

 

 욕심 많은 늑대는 작은 것을 탐하려다 큰 것까지 잃게 생겼다. 그녀가 그의 정강이를 걷어찬 뒤 욕실로 숨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피 끓는 청춘을 막을 방법이 어디 있을까.

 

 그들은 혜빈이 욕실에서 씻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반대편에 위치한 또 다른 욕실에서 씻고 나온 도진에 의해 침실로 직행했다는 후문이다.

 

 

 ***

 

 

 지원은 세희를 데리고 그의 집 문 앞에 멈추어 섰다.

 

 그는 누군가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어색했다.

 

 지원은 그가 키우는 고양이를 만날 생각에 한껏 들뜬 얼굴의 세희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웃은 뒤,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지원이 현관문을 열자, 레온이 현관 앞에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냐앙.”

 

 세희가 레온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하얀 털 뭉치가 제 발로 그녀의 품으로 폴짝 뛰어올랐다.

 

 심지어 그녀의 품에서 지원에게 선 보인 적 없는 필살 애교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꼼지락거리는 따뜻한 레온의 움직임에, 세희의 관심은 온통 레온에게 쏠리게 되었다.

 

 “어, 사장님이 너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고 그러셨는데... 너, 내가 예전부터 좋았나 보구나? 네가 사장님이 키우시는 고양이라 정말 다행이야.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나자.”

 

 “냐아앙.”

 

 서로 인사를 나눈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오래 만나온 사이처럼 분위기가 좋은 세희와 레온이었다.

 

 그게, 지원의 눈에 거슬렸지만 말이다. 그는 세희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레온에게만 눈길을 줘서 저기압 상태였다. 그가 앉아있는 주위에서 시커먼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했다.

 

 단단히 삐친 탓이었다.

 

 누가 보면 이 집이 고양이 집인 줄 알겠네. 그는 놀이공원에 놀러갈 생각만으로도 한껏 들뜬 아이 같은 심정으로 그녀와 함께 이곳으로 왔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본 적도 없고. 심지어 누나들마저 그의 집에 놀러온 적이 큰누나 희연의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을 제외하면 없었다. 그는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게 당연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세희와 자신의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고 싶었다. 세희를 만나기 위해 밖을 나서기 전, 잔뜩 기대하여 저녁 식사를 위한 준비에 완벽을 가했는데. 정작 본인은 저러고 있으니. 기대했던 마음이 섭섭할 만도 하지.

 

 그의 입이 씰룩거렸다.

 

 지원은 세희와 레온을 내려다보다 이내 결심이 선 듯. 그녀의 옆에 다가가 털썩 앉았다.

 

 “... 넌 얘가 좋아? 나보다?”

 

 어디선가 흘러나온, 그녀의 관심을 바라는 퉁명스러운 말투에 세희의 얼굴이 옆으로 향했다.

 

 지원의 미간이 살짝 좁혀져 있었다.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세희는 지원의 눈길이 향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겨보았다. 이게 웬걸. 그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심각한 얼굴. 그리고 고양이. 그녀는 지금 그가 저러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질투였다.

 

 “사장님 혹시... 질투, 하세요?”

 

 그러자 그가 정색을 하며 반문했다. 마치, 내 사전에는 질투란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아니기는 무슨. 얼굴에 다 쓰여 있구만.

 

 질투하는 그가 귀여웠다.

 

 세희가 그의 생각을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씨익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살짝 쳤다.

 

 “에이~ 아니기는. 사장님은 그렇게 자신 없으세요? 자신감 하면 절대 지지 않으실 거면서.”

 

 세희의 은근한 표정에, 왠지 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지원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나도 좀 봐 줘. 쟤는 혼자 놀아도 되지만 나는 아니라고.”

 

 어라? 이제는 레온을 저쪽으로 밀어내기까지 하네?

 

 레온은 지원의 기막힌 행동에 콧방귀를 꼈다.

 

 자기가 좋다고 와서 막 비비고 들러붙고 그러더니. 여자 생겼다고 바로 찬밥 신세 만들어 버리냥? 흥이다!

 

 

 

 나는 도도한 고양이.

 

 내 눈을 보면 모두들 쓰러지지.

 

 사랑하던 내 님 다른 님에게 보내고 나니 이 시린 가슴 어찌할꼬.

 

 내 님 짝 찾아줬던 이 사내 마음으로 나 또한 내 여인 될 이의 마음을 녹여야겠네.

 

 나는 자유로운 고양이.

 

 

 세희가 그의 팔을 잡아끌며 부엌으로 이끌었다.

 

 “?”

 

 “사장님, 이제 곧 저녁 시간인데... 배고파요. 뭐 먹을 거 없어요?”

 

 씨익.

 

 그제야 지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먹을 거? 많지.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요? 먹을 게 많으면 그냥 먹으면 되지.”

 

 그가 뻔뻔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료만 있어서 만들어 먹어야 돼. 나는 만들 줄 몰라.”

 

 말이야 분위기 잡으며 거창하게 했지. 그는 정말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법을 몰랐다. 작년 워크숍에서 그가 세희에게 만들어준 베이글 피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의 요리였다.

 

 그는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 요리법에도 흥미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세희가 지원의 팔짱을 끼며 냉장고 앞에 섰다.

 

 “걱정 마요. 내가 해 줄게요. 나 밥 잘해요.”

 

 세희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 엄청 당당한 몸짓으로 냉장고의 문을 철컥 열었다. 드디어 지원이 준비해두었던 창고의 문이 활짝 열리며 빛을 보는구나.

 

 “헐.. 이게 다 뭐야?”

 

 그녀를 반겨준 것은 잘 정리된 냉장고였지만, 냉장고 칸마다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식재료들이었다.

 

 아무리 남자 혼자 산다지만 이렇게까지는 해놓지 않는데...

 

 세희가 고개를 홱 돌려 그에게 설명해보라는 눈치를 줬다.

 

 “그게... 나 요리할 줄도 모르고, 집에서 밥 먹는 것도 싫어해. 그런 내 집에 네가 온다는데 내가 준비 안하고 있을 수가 있나.”

 

 세희가 모르는 이야기.

 

 지원은 세희에게 오기 직전 장 비서에게 빛의 속도로 연락하여 다짜고짜 냉장고에 필요한 식재료들을 채워 넣을 것을 신신당부했더랬다.

 

 장 비서가 무슨 우렁이 각시도 아니고. 모든 일은 세희가 모르게, 은밀하고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이야기.

 

 음식은 먹을 만큼 먹어야 된다고. 남기면 벌 받는다고 그랬는데.

 

 이 남자는 준비성만 철저하지, 음식 아까운 줄 모르는 것 같다.

 

 세희의 코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비장하게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재료를 쓰윽 훑어본 뒤 그에게 말했다.

 

 “기대해요. 내가 집 밥이 얼마나 맛있는 지를 보여줄 테니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반전을 사랑한 남자 완결 안내 2017 / 7 / 28 598 0 -
51 제 50 화. 당분간은 우리 집에 있어 2017 / 7 / 18 45 0 7248   
50 제 49 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2017 / 7 / 18 25 0 8175   
49 제 48 화. 걱정 마. 날 믿고 따라 와. 2017 / 7 / 18 28 0 6316   
48 제 47 화. 이런 기분 때문에 연애 하나봐 2017 / 7 / 18 30 0 8328   
47 제 46 화. 행복에 대한 욕심 2017 / 7 / 18 27 0 7338   
46 제 45 화. 어차피 씻을 거, 같이 씻을까? 2017 / 7 / 18 28 0 6687   
45 제 44 화. 널 정말 많이 사랑해 2017 / 7 / 18 24 0 7847   
44 제 43 화. 굳게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리다 2017 / 7 / 18 25 0 6897   
43 제 42 화. '오빠'라고 한 번 불러봐요 2017 / 7 / 18 24 0 7755   
42 제 41 화. 사랑은 믿음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2017 / 7 / 18 27 0 7188   
41 제 40 화. 왜 이렇게 예쁜 거예요? 2017 / 7 / 18 24 0 6654   
40 제 39 화. 더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게 해줄게… 2017 / 7 / 18 23 0 8072   
39 제 38 화. 오늘부터 사귑시다 2017 / 7 / 18 24 0 8337   
38 제 37 화. 부끄러워서 두 번은 못 하니까 잘 들… 2017 / 7 / 17 25 0 7411   
37 제 36 화. 취중에 질러버린 고백과 늑대의 울… 2017 / 7 / 17 25 0 9132   
36 제 35 화. 그녀가 술을 마시면.......? 2017 / 7 / 17 22 0 6451   
35 제 34 화. 새하얀 차림으로 그녀를 반겨주면 … 2017 / 7 / 17 26 0 6131   
34 제 33 화. 입가에 묻은 팥앙금을 훔쳐간 남자… 2017 / 7 / 17 26 0 7756   
33 제 32 화. 달빛과 함께한 두 사람 2017 / 7 / 17 24 0 7189   
32 제 31 화. '오빠'란 단어가 귀에 거슬린… 2017 / 7 / 17 24 0 5734   
31 제 30 화. 사랑은 마음 가는대로 2017 / 7 / 17 25 0 5977   
30 제 29 화. 누군가의 결심 2017 / 7 / 17 31 0 7116   
29 제 28 화. 사랑은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 2017 / 7 / 17 21 0 6776   
28 제 27 화. 초보 늑대도 엄연히 남자다! 2017 / 7 / 15 24 0 7070   
27 제 26 화. 엉큼한 늑대와 초보 늑대 2017 / 7 / 15 26 0 7108   
26 제 25 화.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2017 / 7 / 15 23 0 6909   
25 제 24 화. 둔한 예비 커플과 뜨거운 커플 2017 / 7 / 15 27 0 9707   
24 제 23 화. 봄바람을 실은 도둑 입맞춤 2017 / 7 / 14 27 0 8617   
23 제 22 화. 이 감정은 뭐지? 2017 / 7 / 14 27 0 9937   
22 제 21 화. 노란오리와 첫사랑 2017 / 7 / 14 26 0 10428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콩깍지라는 마법
샤뚜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