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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28 화. 사랑은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
작성일 : 17-07-17 11:45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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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28 화. 사랑은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

 

 

 

 지원은 차를 몰아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 할머니로부터 들은,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어서 잠시 그답지 못하게 정신을 반쯤 놓고 있었다.

 

 사랑이란 것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그였다.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가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는 강 회장의 철저한 선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사랑'을.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보지 못한, 한 번도 남녀의 사랑에 대해 경험을 해보지 못한 그는.

 

 자신의 모든 행동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거라 결론 내린 이 상황에서도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

 

 확신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 그였지만.

 

 그는 세희에 관한 일만큼은 그 확신이란 것을 잠시 내려두기로 했다.

 

 

 

 사랑...

 

 해보지 않아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그것 또한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 있고 싶고. 그녀와 있는 시간이 일하며 보내는 치열한 시간들보다 좋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결과가 무엇이든, 망설이지 말고 한 번 가보자.

 

 그는 핸즈프리 기능을 이용하여 장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희가 보고 싶은 그는 지금 그녀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으나, 그녀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였다.

 

 

 

 달칵-

 

 "네, 사장님."

 

 "장 비서, 세희 씨가 오늘 결근한 이유. 안 가르쳐줄 건가."

 

 "......"

 

 마음은 이미 세희에게 가고도 남았건만. 그런 그의 타들어 가는 마음과는 달리, 장 비서에게서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장 비서는 난감했다. 그런데, 이어서 들려온 지원의 말은 그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다.

 

 "세희 씨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려줘. ...현우야."

 

 이걸 가르쳐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원이 마음만 먹으면 회사에 있는 인사카드에 적힌 그녀의 인적사항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그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직원의 사생활에 간섭을 하는 것은 사장으로서의 권한 남용이라며 회사 밖에서의 일은 업무에만 지장을 안 줄 정도라면 괜찮다던.

 

 아니, 정확히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그가. 이렇게 정중하게 사장으로서가 아닌 친구로서 자신에게 묻는다는 것은.

 

 세희를 생각하는 그의 감정이 남다른 것이 아닐까.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제법 시끄러웠다. 지원이 운전 중인 거라면, 지금 그의 목적지는 자신에게서 알아내려는 그곳일 것이 틀림없다.

 

 그는 자신이 지원과 알고 지낸 이후부터 늘, 지원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저렇게 실연당한 것 같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져버렸다.

 

 아무리 그가 자신의 친구이기 이전에 사장이라도, 직원의 인적사항은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는 지원의 마음이 통하길 빌며. 그를 따라 잠시 형식적인 선은 지워두기로 했다. 그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주소는 통화 끝나고 문자로 보내줄게. 세희 씨... 지금 좀 많이 아프다."

 

 

 

 쿵-

 

 여태껏 느껴왔던 가슴 속 울림의 몇 배는 되고도 남을 통증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무슨.. 어디가 얼마나 아픈 것인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지원은 비상등을 켠 뒤,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그러고서는 핸즈프리 기능을 해제하고 핸드폰을 손에 고쳐 잡았다.

 

 "어디가, 얼마나?"

 

 현우는 속으로 웃었다. 확실히 뭔가 있다.

 

 일부러 사실에 살을 조금 더 보태서 목소리도 진지하게 나갔더니.

 

 그의 초조한 모습은 오랜 시간을 그와 함께해 왔던 현우에게 낯설었다.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세희가 그와 같은 마음일지, 아닐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은 물론. 그들이 같은 감정으로 사랑을 키워나간다고 할지라도, 강 회장이 이를 가만두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그래서, 지금 지원에게는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 크면 클수록 더 좋다. 그것은 앞으로 그들이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갈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지원은 세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강한 사람이니까.

 

 "독감이래. 들은 바로는 최근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독립해 나갔다던데. 지금 가는 길이면 한 번 들여다 봐줘. 혼자 살면서 제일 슬플 때가 아플 때야."

 

 갑자기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고요해졌다. 현우는 뭔가 끊겨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가득 뿜어내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냈다.

 

 "허."

 

 지원이 현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었다.

 

 강지원. 그녀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팔불출 끼가 다분했다.

 

 

 

 

 

 ***

 

 

 

 

 

 성환은 아내와 모처럼 저녁 외식을 나온 자리가 즐겁지 않았다.

 

 아침에 세희에게 줄 반찬들과 삼계탕 재료를 싸들고 갔던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어찌된 영문인지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진짜 끝까지 독립해 나간 딸에 관해서는 기밀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한 마디도 안 해 줄 작정인지. 묵묵히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비밀 유지가 군대보다 더하면 더 했지.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시은이 성환을 홱 쳐다보았다.

 

 "왜 자꾸 그렇게 쳐다봐요?"

 

 "응? 으.. 응. 오늘따라 당신이 더 예뻐 보여서."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잘못한 게 있다면 속으로 그녀를 밉다고 욕한 죄 밖에 더 없는데. 그는 말을 더듬었다.

 

 사실, 그는 거짓말은 물론이고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바꾸지 못한다. 그런 그의 순수한 면이 시은의 마음을 잡은 제 한 몫 했지만.

 

 "오빠, 나 속일 생각은 말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그렇게 내 눈치만 봐?"

 

 요즘 그들은 세희가 독립해 나간 후, 부부사이가 더욱 돈독해져 연애시절의 감정과 함께. 호칭까지 풋풋하게 섞어 쓰고 있었다.

 

 "은아, 이제 그만하고 세희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안 돼?"

 

 "안 돼. 독립해 나간 지 1년도 안 됐는데. 걔도 우리 간섭 없이 살아 보고 해야지."

 

 자신의 아내지만, 아니면 아니라고 단칼에 선을 긋는 행동은 조금 섭섭하다.

 

 그 역시 아내가 세희를 지극히 아낀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꿀단지를 숨겨놓은 것처럼 세희의 위치를 꽁꽁 묶어두려는 아내의 의도를 자신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1년 될 때까지 안 가르쳐줄 생각이야?"

 

 "에이, 내가 설마 그러겠어요."

 

 

 

 시은은 딸과 약속한 '자유'라는 삶을 그녀가 마음껏 누렸으면 했다. 원래는 딸이 독립해 나간후 두 달 정도가 지난 시점에 남편에게 주소를 알려줄 생각이었으나.

 

 마음이 바뀌었다.

 

 우리 딸, 자유도 좋지만. 연애도 해야지?

 

 그렇다고 남자를 집으로 들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성환은 한 발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아내의 말이 곧 상사의 말과 같을 정도로 그녀를 존중하는 그였다.

 

 "그럼, 이거 하나만 가르쳐 줘.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당신 얼굴이 이래?"

 

 "내 얼굴이 뭐요? 뭐 묻었어요?"

 

 그는 시은이 마음과는 달리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냥 묵묵히 시은을 바라보며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후.. 그럼 놀라지 말고 들어요."

 

 답답했는지, 그녀가 물이 담긴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세희가 아파서 끙끙 앓고 있더라구요. 미련하게 밥도 제대로 안 챙겨먹고."

 

 순간, 그는 당장 밖으로 뛰쳐나갈 뻔 했다.

 

 

 

 "오빠."

 

 그런 그를 시은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저지했다.

 

 "계속 누워서 자고 약도 먹고 해서 많이 나아졌으니까 괜찮아요. 지금쯤이면 열도 많이 내렸을 거야. 일 때문에 기운이 많이 떨어졌나봐."

 

 그래서 아내의 얼굴이 어두웠구나.

 

 그도 딸이 어떤 성향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이리라.

 

 "또 미련하게 일만 했대? 거기는 야근도 직원들 의지에 맡긴다면서. 무슨 일 있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내년 초에 신입 인턴들을 상대로 하는 브리핑 심사가 있대요. 야근은 안 하지만 그거 준비한다고 애가 집에서도 밤 늦게까지 일 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이러니까 나. 딸 더 보고 싶잖아."

 

 보채듯 얘기하는 그를 시은이 얄밉지 않게 째려보았다.

 

 "오빠가 먼저 집요하게 물어놓고는. 이제 가요."

 

 "정말 안 가르쳐줄 거야?"

 

 성환이 아내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잘 안 쓰는 애교를 부렸다.

 

 "세희 사는 곳은 아무리 오빠가 애교 작전으로 날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안 돼!"

 

 또 거절당한 성환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그러면서, 반드시. 언젠가는 꼭 딸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 말겠다고 다짐하는 그였다.

 

 

 

 

 ***

 

 

 

 

 

 세희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짚고 일어섰다.

 

 띵한 머리와 함께 시야가 아직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보니, 열만 내렸을 뿐. 아직 몸 상태가 회복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그녀는 침대 옆에 있는 탁상에 시선을 주었다. 노트북을 보니 브리핑 심사 준비도 부지런히 해야할 것 같은데. 몸은 좀처럼 따라주지를 않고.

 

 속상한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달그락-

 

 그녀는 물을 뜨겁게 끓인 뒤 컵에 부었다. 유자차 한 잔을 먹을 생각이었다.

 

 따뜻하고 새콤한 유자차가 몸에 들어가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마시며 곰곰히 생각해보던 그녀는. 오늘부터 주말 동안은 무리하지 말고, 회복하는 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녀가 빈 컵을 싱크대에서 씻고 있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지?

 

 올 사람 없는데?

 

 

 

 달칵-

 

 열어본 문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도 없는 복도였다.

 

 하지만.

 

 문을 닫으려는 그녀의 눈에 하얀 쇼핑백 하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쇼핑백을 손에 들었다. 집에 들어와서 보니, 쪽지 하나가 있었다.

 

 말투는 어른이 쓰는 어투 같은데. 글씨는 어찌된 일인지 삐뚤빼뚤. 애가 썼다고 해야 될 것 같았다.

 

 - 식사 꼭 챙겨 먹고 빨리 나아요.

 

 누구지?

 

 

 

 

 

 ***

 

 

 

 

 

 지원은 장 비서가 가르쳐 준 장소로 차를 몰았다.

 

 "하..."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건물은 너무나도 낯이 익었다. 그의 집에서 바로 보이는 아주 가까운 오피스텔이었으니까.

 

 지원은 차에서 내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그의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걸 어떻게 전해줘야 하나...'

 

 그는 하얀 쇼핑백을 쳐다보았다. 할머니께서 나누어주신 반찬이 생각보다 양이 많아, 그녀와 충분히 나누어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들고 온 것이었다.

 

 

 

 망설이지 말자며 그녀의 집으로 달려왔으나, 그가 그녀를 볼 이유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본인한테 묻지도 않고 집에 찾아오는 것도 예의가 아닌데.

 

 난감해 하는 그의 눈에 일곱 살 정도 되는 남자 아이가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의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지원은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는 아이를 슬쩍 슬쩍 쳐다보았다.

 

 엘리베이터의 공기가 아슬아슬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게 얘기를 건넨다는 것은 지원에게 낯선 일이었다. 애들은 어떻게 해야 말이 통할까.

 

 안 하려니, 세희 때문에 해야 하고. 하려니 상대가 아이라서 어렵고.

 

 

 

 결국, 그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흠흠.. 저기 꼬마야."

 

 "저 꼬마 아니거든요!"

 

 꼬마가 그를 홱 쳐다보며 눈에 힘을 주었다.

 

 '저 얼굴에 꼬마가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하나.'

 

 지원은 고슴도치처럼 자신을 경계하는 남자 아이를 보며 입 안 쪽의 여린 살을 깨물었다. 난감해하는 그의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럼, 꼬마 아닌 꼬마야. 내가 뭐 하나 부탁하고 싶은데."

 

 "저 꼬마 아니라니까요?! 제 이름은 지원이에요. 강지원! 그리고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랑 함부로 얘기하는 거 아니라고 했어요."

 

 흠칫.

 

 자신의 분위기에 눌리지 않는 이 맹랑한 꼬마가 자신과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성도 같다니. 뭔가 기분이 오묘하다.

 

 '이걸 어쩌지...'

 

 

 

 "지원아."

 

 자신의 이름을 그의 입으로 부르는 것은 어색하면서도, 눈앞에 있는 저 아이가 꼭.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져서 남달랐다.

 

 "내가 꼭 너한테 부탁해야 하는 게 있거든? 이거 하나만 해주면 귀찮게 안 할게. 안 될까?"

 

 지원의 간곡한 부탁이 통했는지, 어느새 어린 지원의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진 듯 했다.

 

 아이는 어른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던가. 순수한 그들의 눈에는 순수한 마음이 통하는 법이었다.

 

 "뭔데요?"

 

 지원은 어린 지원과 함께 세희가 있는 층에서 내렸다. 그러고서는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었다.

 

 그는 하얀 종이와 펜을 품에서 꺼내들었다.

 

 "여기, 내가 불러주는 말들 써줄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잘 못 써서 지원이가 꼭 필요해. 해줄 수 있지?"

 

 "주세요."

 

 역시, 아이는 단순하다.

 

 "식사 꼭 챙겨먹고 빨리 나아요."

 

 지원은 아이를 배려해서 천천히 불러주었다.

 

 

 

 받아본 아이의 글씨는 아직 서툰 면이 없지 않았지만, 또래답지 않게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여기요."

 

 "고맙다. 잘 쓰는데?"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어린 지원은 칭찬에 우쭐해했다. 지원은 그런 아이가 왠지 귀여워 보였다.

 

 "이거."

 

 "?"

 

 "사고 싶은 거나 먹고 싶은 거 사 먹어. 내가 이런 거 잘 안 주는데 내 이름도 지원이거든. 강지원. 반가워서 그래. 오늘 나 만난 거 운 좋은 거다?"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함부로 받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지원이 손에 쥐어준 돈이 싫지는 않았는지. 어린 지원은 해맑게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 집으로 돌아갔다.

 

 

 

 

 ***

 

 

 

 

 

 지원은 허리를 펴고 일어서서 세희의 집 앞으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복도에 난 작은 창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집. 이렇게 가까이 있었을 줄이야.

 

 그녀가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집으로 가는 길이 즐거울 것 같았다.

 

 지원은 초인종에 손을 가져갔으나, 차마 누르지는 못하고 손을 거둬들였다.

 

 역시, 무리다.

 

 정면으로 그녀를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딩동-

 

 그는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둔 후 초인종을 누르고 재빨리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지원은 어둠에 가려진 구석에서 세희의 얼굴을 훔쳐보고 있었다.

 

 못 본 사이 많이 수척해진 모습에, 얼마나 아팠으면 저럴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속이 탔다.

 

 그는 세희가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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