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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22 화. 이 감정은 뭐지?
작성일 : 17-07-14 21:49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9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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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22 화. 이 감정은 뭐지?

 

 

 

 세희는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지원의 제안을 거절하고 오는 길이었다. 아무리 서로 친하게 지내는 '밥 친구'라도, 사장인 그에게 폐를 끼치긴 싫었다. 주말이니까. 주말인 만큼 조금 여유롭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그녀는 손에서 핸드폰을 놓은 적이 없었다.

 

 지원의 차에서 서로 주고받은 서로의 사진들.

 

 사진 전송법을 지원에게 가르쳐준 세희는 고심 끝에 그에게 그녀가 찍은 지원의 사진을 가져도 되냐고 물어봤었다.

 

 흔쾌히 그러라고 해준 지원 덕분에 그녀는 그의 사진을 사수할 수 있었다.

 

 아까 한 번도 제대로 놀러가 본 적이 없다는 지원의 말을 듣고 조금 놀라웠다. 자세히는 몰라도, 그 말을 하는 그의 어깨가 왠지 쓸쓸해 보여서 그녀는 그의 첫 나들이가 좋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더 밝게 행동했다.

 

 세희는 핸드폰에 있는 그의 사진을 쳐다보았다.

 

 밥을 먹으면서 조금씩 얘기를 나누고 가까워지며 그에 대한 나쁜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요즘 들어 그와 나누는 문자 덕분일까. 영화관에서 내려오던 엘리베이터에서의 일 덕분일까. 그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사에 완벽하고 칼 같은 사장인 줄 알았더니. 사진 전송법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도 그렇고, 이를테면 '저는 지금 밀크 티 마셔요. 고양이가 품에서 계속 꼼지락 거리네요. 세희 씨는 뭐해요?'라고 보내오는, 조금 뻣뻣한 그의 문자에 웃음이 나오던 것이 여러 번.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를 괴롭히던 나쁜 사장의 이미지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빠져나간 후 남은 것은. 그를 향한 새로운 시선이었다.

 

 

 

 예전에는 그를 이루고 있던 모든 것들이 미웠는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외모와 관련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냥 잘 생겼다고만 생각했던 지원의 외모가 점점 그녀에게 호감 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남자답게 잘 빠진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부드러운 턱선. 무엇보다, 아까 호수에서 보여준 그의 유혹적인 미소가, 진심이 아닌 억지인 것을 알면서도 자석에 끌리듯이 자꾸 쳐다보게 만든다.

 

 내가 사장님을...

 

 제동이 걸리는 마음과는 달리,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여러 번 그의 사진에 눈길이 가는 것을 그녀는 막을 수 없었다.

 

 

 

 

 

 ***

 

 

 

 

 

 지원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기 전. 아까 찍은 세희의 사진이 생각이 나서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두근.

 

 두근.

 

 또 시작이다.

 

 그녀를 마주할 때면 가끔 일어나는 심장의 거센 고동소리. 이제 보니, 그녀와 같이 있으면서 가슴이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다 이 뜨거운 울림 때문이었나 보다.

 

 그렇다면 왜?

 

 지원은 핸드폰에 비친 세희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항상 자신의 앞에서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행동하던 그녀는 귀여운 오리를 봤다는 즐거움 때문인지 말괄량이처럼, 신나는 기운을 온 몸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지원은 그녀의 얼굴에 끌려. 저도 모르는 사이 핸드폰 액정으로 손을 뻗었다.

 

 저 부드러워 보이는, 말랑한 얼굴을 한 번 만져보고 싶다.

 

 이런..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왜 이러지...'

 

 그는 자신의 반응에 대한 원인을 알지 못해 답답한 듯,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기댔다.

 

 

 

 

 

 ***

 

 

 

 

 

 지원은 도진과 점심을 먹은 후,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왔다.

 

 도진 녀석, 정말 제 짝을 찾은 모양인지.

 

 싱글벙글거리며 식사를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기를 한 번,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여 한숨을 픽픽 내쉬기를 또 한 번.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의 기분 중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지원은 그가 이상하게 보였다. 왜 저래? 만난 거야, 못 만난 거야?

 

 "왜? 지난번에 얘기했던 그 여자랑 못 만났냐?"

 

 "에휴~ 아니. 만났어."

 

 "그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왜 자꾸 웃었다가 세상이 꺼져라 한숨도 쉬었다가 하는 거냐? 하나만 해라 하나만."

 

 도진은 식사를 마무리 하고 휴지로 입을 닦았다.

 

 "야, 넌 손에 넣었지만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그 기분을 아냐?"

 

 지원은 얼굴을 찌푸렸다. 매사에 가볍게 대처하던 그가 저러는 모습은 흔치 않아서 낯설었다. 갑자기 진지하게 저러는 것은 도진의 인생에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뭐? 뭐야 그게. 갑자기 네가 철학적으로 나오니까 적응 안 된다."

 

 "큭. 넌 모를 거야 짜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사람이 이제 내가 있는 곳으로 왔는데. 그 여자는 나를 기억하지 못 해. 좋은데... 좋아서 안아도 보고 싶고 키스도 하고 싶은데... 바로 그러면 나 미움 받잖아."

 

 

 

 결국은 그녀에게 마음껏 애정표현을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저토록 상심하고 있었던 건가. 지원은 웬일인지 도진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저 놈이 저렇게 있는 모습은 저 놈이랑 안 어울려.

 

 "여자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네가 뭐가 무서워서 그러냐? 그냥 너답게 행동해."

 

 "...그래. 역시 그렇지? 그래.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거지. 흐흐. 나 먼저 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어버리고 턱을 쓸며 일어나, 씨익 웃는 도진을 본 지원은 어이가 없었다. 지원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있더니. 역시 윤도진... 그의 인생은 자신과는 달리 가볍고 능글거리는 게 훨씬 더 어울렸다.

 

 "어디가?"

 

 문을 열고 나가려던 도진은 지원을 홱 돌아보았다.

 

 "나? 당연히 내 님 만나러 간다~. 나중에 연락할게."

 

 도진은 엄지를 척하고 치켜 올려 보이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지원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님이라..

 

 도진이 그렇게 나간 후부터 회사에 들어오는 내내, 지원의 머릿속에는 세희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왜 그 놈이 애인 보고 싶다는데, 세희 씨가 떠오르는 거야?

 

 지원은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를 한번 쳐다보았다.

 

 아직 시간은 직원들이 점심을 먹느라 바쁠 때였다. 지원은 시계를 보고 망설임 없이 식당을 향해, 자석처럼 끌리듯. 천천히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세희 씨도 식사하느라 식당에 있겠네.

 

 지원은 그의 등장이 불러일으킬 파장은 꿈에도 모른 채.

 

 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식당이 있는 층의 버튼을 눌렀다. 그녀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괜스레 가슴이 간질거렸다.

 

 

 

 

 

 ***

 

 

 

 

 

 재희는 여느 때처럼 세희와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이 회사로 파견 근무 나왔을 쯤부터, 세희는 외근 때문에 그와 자주 만나서 놀던 저녁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덕분에 평일에 세희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녀를 만나는 것은 어려웠다.

 

 주말에 가끔 보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렇게 되면 그가 교환 사원에 지원한 의미가 없어진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이상한 점이, 한 두 번이면 끝날 것이라고 여겼던 그 외근이 매일을 넘어 몇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었으니. 사장이라는 남자, 젊고 능력 있는 줄만 알았더니 괜히 사람 괴롭히는 악취미가 있는거 아냐?

 

 세희에게 그의 심부름에 대한 사정을 들은 터라,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강 사장이 세희를 계속 업무를 빌미로 괴롭힌다는 사실과는 반대로.

 

 세희의 얼굴에서는 그 날 이후로 조금씩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남들이 본다면 일이 즐거워서라던가,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세희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만큼 그는 그녀의 표정에 있어서 민감했다. 세희는 평소에 기분이 좋으면 저렇게 웃지 않는다. 해맑게 소녀처럼 헤실헤실거리며 웃거나 꺄르륵거리지. 그가 바라본 그녀의 얼굴에서는 수줍은 아가씨의 미소가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자신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낯설었다.

 

 세희야, 뭐야.

 

 내가 너와 함께하지 못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에게 한 번도 성숙한 아가씨의 얼굴을 보여준 적 없는 세희가 그는 조금 낯설었다.

 

 

 

 "세희야, 오빠랑 언제 놀러 다닐 생각이야?"

 

 "응?"

 

 "우리 만나서 못논 지 꽤 됐잖아. 나 너랑 놀러 다니면서 맛있는 거 사주려고 돈도 많이 모아뒀는데. 놀러 가고 싶지 않아?"

 

 "아, 응. 근데 오빠, 알잖아. 나 요새 저녁에도 외근 나가느라 바빠."

 

 재희는 자꾸만 외근이라고 둘러대는 그녀에게 서운했다. 자세한 사정을 얘기해주지 않는 세희에게 그러려니 하며 쉽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한 번도 그에게 얘기해주지 않은 것들이 없을 만큼 솔직했던 그녀가 대답을 회피하니 이상했다.

 

 가끔 슬쩍 무슨 일을 하냐고 몇 번 물어볼 때마다 보게 되는 그녀의 낯선 표정에 재희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일 때문에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묘했다.

 

 

 

 뭐지...?

 

 요즘들어 누가 너를 내 곁에서 데리고 갈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어.

 

 이건 나의 괜한 걱정인 걸까..?

 

 "세희야, 자세히는 아니라도... 네가 하는 일에 대해 알려줄 수는 없어?"

 

 "응? 아... 일 때문에 누구랑 만나서 저녁 먹어."

 

 "누구?"

 

 재희는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자세히 알고 싶었다. 세희와 함께 하는 그 누군가의 존재에 대해 확인이 되지 않으면 지금 느끼는 이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빠, 밥 다 식겠다. 얼른 먹자."

 

 애석하게도 그녀는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화제를 돌려버렸다.

 

 그때.

 

 그들에게로 걸어오는 지원이 재희의 눈에 들어왔다.

 

 

 

 

 

 ***

 

 

 

 

 

 지원이 식당으로 들어오자, 그를 발견한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일제히 굳어버렸다.

 

 한 번도 사내 식당에 모습을 비춘 적 없는 강 사장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식사를 하던 직원들은 당황했다. 모른 척 하고 열심히 먹는 시늉을 해야 할까,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해야 할까 갈등이 되었다.

 

 갈팡질팡 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그는 눈빛으로 인사는 생략하라는 뜻을 보냈다.

 

 게다가, 날카로움의 대명사인 강 사장이 보내온 그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 보이기까지 했으니. ‘처음으로 직원 식당에 온 그가 신기루처럼 보여서 착각한 걸 거야’라고 생각한 그들이었다.

 

 

 

 지원은 걸음을 바쁘게 움직이며 식당 안을 둘러보는 척했다. 식사를 하는 직원들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며 이리저리 눈으로 세희를 찾던 그는.

 

 서 이사의 레이더에 걸려버렸다.

 

 낭패다.

 

 "아이고~ 우리 사장님. 어서 오세요! 아직 식사 안 하셨으면 제가 준비해드릴 테니 여기 앉으세요."

 

 지원은 서 이사의 옆 자리로 자리를 빼주려는 그를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다, 다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의 눈에, 드디어 세희가 들어왔다.

 

 지원의 입술이 살짝 씰룩거렸다.

 

 그는 서 이사의 말을 냉랭한 표정으로 딱 자른 뒤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괜찮습니다."

 

 

 

 뚜벅뚜벅-

 

 지원은 쑥스러움에 괜히 뒷목을 쓸며 걸어갔다. 한 번도 사내 식당에 걸음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 때 한 번도 세희의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던 그였기에. 지금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낯설었다.

 

 "흠흠..!"

 

 딱히 둘러댈 말이나 건넬 말이 떠오르지 않아, 헛기침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재희는 그런 그를, 계속 경계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왜...?

 

 "?.. 어, 사장님!"

 

 밥을 먹다 이상해진 분위기에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뒤에 지원이 서 있었다. 식당에서 유일하게. 세희 만이 그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 밥. 맛있게 먹어요."

 

 어렵게 꺼낸 말이 고작 밥 맛있게 먹으라는 말이라니. 지원은 속으로 말주변이 없는 그의 입을 탓했다.

 

 "네. 사장님은 식사하셨어요?"

 

 끄덕끄덕.

 

 지원이 그녀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얼른 대답해주었다. 마치 그에게 물어봐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원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런 행동을 거울로 본다면 경악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모르지만, 이제 그에게. 세희 앞에서 미소를 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게 세희의 눈에 예쁘게 보였다. 부끄럼 많은 소년 같았다. 그녀도 그에게 살짝 웃어주며 합석을 권했으나 그는 사장실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재희에게 눈길을 주었다.

 

 

 

 서로를 향하는 눈빛이 서늘하기만 했다.

 

 "......"

 

 "아, 두 분 아직 정식으로 인사 못 나누셨어요?"

 

 못 나눈 게 아니라, 안 나눈 걸로 해두지.

 

 지원은 교환 사원 입사식 때 재희를 한 번 본 이후로 그를 만난 적이 없었다. 행여나 그 둘이 회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더라도, 세희 옆에 있던 그와 스쳐지나가는 게 전부였던 터라 서로 악수조차 나눌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서로를 소개시켜주려는 세희를 한 손을 들어 저지한 지원은 재희에게 뚜벅뚜벅 다가갔다. 세희 옆에 있는 이 남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아는 오빠? 남자 친구?

 

 그것이 무엇이 됐든. 싫다. 그가 세희를 마음에 담기 시작할 때부터 그녀의 옆에 있는 재희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세희랑 이 남자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상태에서 더 진전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원이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은.

 

 '질투'였다.

 

 세희에게 관심이 쏠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를 마음에 품어버린 그가 다른 남자에게 질투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 않을 남자는 없다!

 

 질투라는 낯선 감정이 익숙하지가 않아, 속에서 욱하고 뭔가가 끓어올랐지만. 사장인 그는 얼굴 하나 꿈쩍이지 않을 만큼 여유로울 수 있었다.

 

 아니. 그것은 여유로운 척! 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가 재희보다 우월하다는 자만심에 빠진 수컷의 단순한 행동이었다.

 

 내가 저 남자와 친해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지원은 붉은 입술을 열며 재희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아, 네. 박재희입니다."

 

 재희와 지원의 손이 맞물렸다. 재희는 지원의 손을 맞잡으면서 조용히 그를 탐색했다. 이 회사에 오기 전에 기사를 통해 살펴본 강 사장의 행보는, 그와 비슷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남자로서 존경할 만 했다. 성격도 남자다워 보였다. 사장과 직원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알고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지원을 향한 재희의 평가는 최고였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 세희가 없었다면.

 

 재희는 지원을 유난히 반기는 세희의 행동에 의아했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앙숙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툴툴거리던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확 바뀔 수가 있는 걸까?

 

 그런 그의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그 몇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세희가 바뀌었고, 그녀와 함께했던 상대가 강 사장이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라면 세희가 저러는 것에 대해 납득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알았다.

 

 세희가 그의 등장에 수줍게 베시시 웃으며 얼굴을 살짝 붉히는 행동은...

 

 '사랑'이었다.

 

 연애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순진한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첫사랑.

 

 재희는 아직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옛날부터 널 내 아내로 맞이할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한테 최선을 다하며 기다리고 있으면 그게 언제가 되었든, 나를 봐줄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왜 내가 아니고 저 남자야..?

 

 아니야. 내가 잘못 본거겠지?

 

 세희야, 네 입으로 직접 저 남자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나 너 못 놔줘.

 

 만약... 정말로 네가 저 남자한테 가고 싶다는 날이 오면 그때는...

 

 나 어떡해..?

 

 세희를 지원에게 뺏길까봐 불안한 그의 마음은 지원의 등장 전보다 훨씬 더 커져, 가슴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지원의 손을 맞잡은 그의 손에서 핏줄이 붉게 돋아났다.

 

 

 

 지원은 갑자기 세게 손을 죄어오는 그의 행동에 도발하려는 건가 싶었다.

 

 서로를 향한 이유 모를 경계심.

 

 지원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딱 그렇게 느껴졌다. 왜 갑자기 자신에게 바짝 날을 세우는 건지... 재희는 무엇인가를 자신으로부터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뭐, 잘됐다. 먼저 이렇게 나와 주니, 직원과 사장의 관계를 떠나 남자 대 남자로서. 그의 의도를 숨길 필요없이 단도직입적으로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남자다운 모습은 높이 평가해주지.

 

 "박재희 씨, 손이 아주 남자다우시네요?"

 

 "하하.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요. 칭찬 감사합니다."

 

 이제는 그들의 손이 빨갛게 변한 걸로도 모자라, 하얀색으로 변하려고 했다.

 

 "이세희 씨랑은 꽤 친하신 것 같던데. 무슨 사이신가요?"

 

 그때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웃으며 지원을 상대하던 재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재희는 그의 얼굴로 다가와 귓가에 대고 말했다. 재희의 목소리가 그를 향해 날을 세우며 으르렁거렸다.

 

 "외람 되는 말씀이오나, 직원들의 사생활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걸로 압니다. 하물며, 사장님 입장에서는 일개 직원일 뿐인 세희 씨를 신경 쓰시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즉, '넌 알 필요 없으니 꺼져라.'라는 조용한 경고였다. 끼어들지 말라는 건가. 박재희.. 쉽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는 뚝심이 있고 강한 남자였다. 역시.. 둘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걸까...

 

 재희는 그 말을 끝으로 물러나려다, 쐐기를 박았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세희와 저는 결혼할 사이입니다."

 

 

 

 쿵-

 

 지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땅으로 꺼지는 듯 했다. 왜지..? 왜 세희 씨가 저 남자랑 결혼한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저릿하게 아픈 거지?

 

 답답했다. 숨이 턱 하니 막혀왔다.

 

 지원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의 가슴을 밀쳐내며 터덜터덜. 식당을 나갔다.

 

 "어? 사장님..!"

 

 재희는 강 사장을 따라 나가려는 세희를 붙잡았다.

 

 "세희야, 그냥 내버려두자. 사장님 기분이 조금 안 좋으신 것 같아. 우리 식사마저 하고 아이스크림 사 먹을래?"

 

 "어..? 아이스크림은 여기도 있잖아..."

 

 "응? 사 먹으러 나가자. 갈 거지?"

 

 재희는 세희가 지원에게 가는 것이 싫어서 마지막에는 조금 투정을 부리다 시피 말했다.

 

 "으.. 응..."

 

 

 

 재희는 식사를 마저 하며 아까 봤던 지원의 표정을 곰곰히 되짚어 보았다. 강 지원... 뭐야?

 

 그가 지원의 손을 세게 잡았을 때부터 그를 도발할 생각이었다. 그가 세희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알고 싶었다. 돈 많은 남자들이 그러하듯, 세희를 가볍게 생각하고 장난을 쳐서 그녀가 그에게 쉽게 빠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신의 말에 제법 큰 타격을 받은 듯 했다.

 

 자신이 생각한 범위와는 다른 그의 반응. 그가 그녀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다.

 

 게다가, 지원에게 타격을 입힌 것으로 조금 누그러질 줄 알았던 답답한 가슴은 여전히 콱 죄어오고 있었다.

 

 

 

 

 

 ***

 

 

 

 

 

 쾅-

 

 지원은 식당을 빠져나온 이후로 어떻게 해서 사장실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양복 재킷을 입은 그대로 의자로 걸어가서 앉아 털썩, 몸을 기댔다.

 

 가슴이 답답하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부터, 시간에 비례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마음이 커져만 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미 결혼할 사이라니... 그 말 때문에 가슴이 좀 전보다 배로 답답해졌다.

 

 이 감정은 뭐지..? 세희 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은 기쁜 일인데... 왜 가슴 한 켠이 시린 걸까...

 

 그는 아직까지도 세희가 '밥 친구'이자 직원이 아닌, 좋은 회사 동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미치겠다. 누가 답을 알려주면 편해질 텐데...

 

 그는 답답함을 못 이겨 넥타이를 살짝 밑으로 끌어내렸다.

 

 나는 그냥.. 그녀와 얘기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좋을 뿐이다.

 

 지원은 오른손을 얼굴로 가져가 마른세수를 했다.

 

 그녀가 결혼할 때까지 만이라도..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가 생각이 나고 같이 있고 싶었다.

 

 

 

 지원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을 둘러보았다. 요즘은 그녀에 대한 악감정이 없던 터라, 괴롭히는 것은 그만둔지 오래였고. 웬만한 일들은 몰아서 부탁하곤 했다.

 

 덕분에 오늘도 점심시간 전에 그녀에게 시킬 일들을 다 부탁해버려서 오늘은 더 이상 그녀를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 그의 눈에.

 

 세희가 공을 들여 종류별로 분류해놓은 파일 뭉치들이 보였다.

 

 뚜벅뚜벅.

 

 그는 그 파일들이 쌓여있는 탁자로 걸어가, 파일들을 엮어둔 끈을 다 풀어헤친 뒤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는 하얀 종이들이 널 부러진 바닥을 힐끔 쳐다보았다.

 

 끈이 풀려버린 종이들은 구속될 존재가 없어져버려, 서로 이리저리 엉킨 상태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제 뭐가 뭔지 구분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렇지.

 

 씨익-

 

 세희 씨를 부르면 되는 거지.

 

 내가 얘기하면 그것이 무엇이 됐든, 일이 되니까.

 

 아, 그리고 브리핑 심사 예고 일정도 조금 당겨야겠어.

 

 지원은 핸드폰을 집어 들어 문자를 찍었다.

 

 [세희 씨, 잠깐 사장실로 올라와요.]

 

 

 

 야근이다!

 

 그녀와 일이라는 핑계를 대서라도 잠시나마 함께 있고 싶었다.

 

 

 

 그들의 관계에 새로운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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