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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38 화. 오늘부터 사귑시다
작성일 : 17-07-18 11:58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8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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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38 화. 오늘부터 사귑시다

 

 

 

 세희는 자신의 입술에 다녀간 지원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야 말로 지원이 자신을 좋아할 일은 없을테니 곁에서 친구로 있는 것 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원에 관한 그 소문을 들은 후부터 기정 사실로 받아들인 그녀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녀의 양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또르르 흘러내렸다.

 

 지원의 손이 살며시 다가와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이 여자는 왜 자꾸 울까.

 

 그의 마음도 그녀의 마음에 동화되어 코 끝이 시큰해졌다. 저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연인의 눈물에 한없이 약하기만 하니까.

 

 "왜 울어요?"

 

 걱정이 가득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한없이 따뜻하기만 했다.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그녀의 눈물샘은 누군가가 고장낸 것처럼, 쉼 없이 뜨거운 물기를 흘려보내기 바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의 저 눈빛을 보니 감정이 울컥한 탓이었다.

 

 지원은 세희가 눈치 못챌 정도로 아주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세희의 눈물이라서,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든 것도 있지만. 여자가 울 때는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난감하기만 했다.

 

 "세희 씨, 얼굴 보여줘요."

 

 "...싫어요."

 

 그녀의 얼굴이 살짝 뾰루퉁해진 것처럼 보였다면 기분 탓일까? 그녀는 지원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얼굴을 숙이기 바빴다.

 

 

 

 지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는 얼굴도 괜찮은데.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남은 이야기를 마저 하고 싶었다.

 

 결국 그는 세희에게 져주기로 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세희와 지원. 이들 중 누가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를 따질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지만.

 

 단지 지금 이 순간.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그가 세희의 어깨를 당겨 품에 안았다. 어서 빨리 눈물이 멈추었으면 하는 마음에 등을 쓸어주었다.

 

 "왜 우는지는 안 물을게요. 대신, 이렇게 있으면서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

 

 "이렇게 우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면 미안해요. 그리고 날 만나면서 분명히 힘든 일이 있을거예요. 그것도 먼저 사과할게요. 미안해요."

 

 그녀가 그의 옷깃을 손에 꽉 쥐었다. 그가 이렇게 진심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사과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가볍게 농담처럼 넘기는 사과는 들어봤어도 그의 단단한 자존심 마저 내려놓은 채 그녀의 마음까지 울린 적은 없었다.

 

 그만큼 그는 세희에게 간절했고, 진심이었다. 그에게 세희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세희는 지원의 품에서 한동안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절박한 목소리를 통해 울려오는 미안하다는 말이 그녀의 마음을 여러번 쓸어내렸다. 괜찮다. 괜찮다. 더 이상 혼자 앓지 말고, 앞으로도 아프지 말라는 주문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가와준 그의 마음 씀씀이에 어느덧. 그녀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이 멎었다.

 

 

 

 "혹시 나에 대한 어떤 소문을 접했다면, 지금으로서는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 없어요."

 

 "세희 씨."

 

 세희의 울음이 어느 정도 그친 것을 확인한 그는 소중한 것을 손에 감싸듯, 그녀의 한 쪽 얼굴을 크고 듬직한 손에 담았다.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맞췄다.

 

 "내가 지금 세희 씨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이 말 밖에 없어서 싫어요. 미안해요. 세희 씨가 평소에 나를 어떤 사람으로 봤는지 모르겠지만, 나랑 이거 하나만 약속해요."

 

 세희가 눈물에 촉촉히 젖은 속눈썹을 들어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야 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 제일 컸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만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믿음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관계는 외나무 다리에 선 것처럼 위태로울 것이니까.

 

 강 회장의 압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세희의 전적인 믿음이 필요했다.

 

 "앞으로 세희 씨가 힘들어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믿겠다고 약속해줘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세희 씨에게 강요하는 게 정말 싫지만, 세희 씨가 날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난 당신이 필요해요."

 

 그렇게 얘기하는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한치의 거짓도 없었고. 얼굴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마치 제발 자신을 믿어달라고 울부짖는 것 같았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세희가 콧물을 훌쩍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지 마요."

 

 지원은 기대와 다른 그녀의 대답에 상심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그녀의 대답에, 그는 강 회장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녀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하지 마시라구요. 사장님은 사과하는 거랑 안 어울려요. 그냥 사장님 답게 해요."

 

 아까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하던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그녀였다.

 

 지원이 그답지 않게 세희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확실한 게 좋았다.

 

 "그럼... 나 받아주는 건가요?"

 

 그의 물음에, 세희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저 한 번도 사장님 안 믿은 적 없어요. 그러니까 사장님과 관련된 그 소문에 대해서도 풀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제가 오해하기 전에 빨리 얘기해주세요."

 

 지원은 세희를 계속 쳐다만 보고 있었다. 쑥스러운 말을 제 정신으로 얘기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빨리 알아채지 못하는 그가 미웠다. 내가 알던 그 남자 맞나?

 

 남자는 여자 사람의 언어를 쉽게 알아듣지 못한다. 직선이라는 좋은 길을 두고 샛길로 빙 둘러갔다가는, 남녀 사이의 의사소통은 절대 이루어지지 못하리라.

 

 지원 역시 그 언어적 마수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한 번 더 용기내어 말했다. 이번에는 우회적으로 돌리지 않고 직구로.

 

 

 

 "이미 다 알게 됐는데 받아 주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오늘부터 읍...!"

 

 거기까지. 세희의 다음 말은 지원의 입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그의 혀가 뻣뻣하게 굳어있는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각에, 세희의 모든 신경이 입술로 쏠렸다.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그는 천천히, 그녀의 혀를 자신의 혀로 감았다.

 

 자꾸만 그를 피하며 도망을 다니는 그녀를 잡기 위해 애를 먹었지만, 독 안에 든 쥐처럼 쉽게 잡혀버린 그녀는 서서히. 그가 주는 감각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발끝부터 간질간질 거리는 무언가가 혈관을 타고 올라와 그녀의 온몸을 뒤덮었다.

 

 사장실에서 있었던 그 날처럼 누군가의 충동으로 저지른 것이 아닌. 배려와 애정이 듬뿍 배여있는 그들의 진짜 첫 키스는 어색했지만 꿀처럼 달콤했다. 그리고 짜릿했다. 세희는 지원의 옷자락을 꼬옥 움켜쥐었다.

 

 

 

 지원은 그녀와 짧게 키스를 나눈뒤 먼저 눈을 떴다. 눈을 꼬옥 감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쪽.

 

 그는 아쉬운듯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한 뒤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방금 나눈 키스 탓인지 그녀의 눈에 지원이 유혹적으로 보였다.

 

 "난 세희 씨가 먼저 그 말 하는거 싫어요."

 

 무슨 얘기인지 몰라 멀뚱멀뚱 앉아 있는 그녀의 귓가에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늘부터 사귑시다."

 

 쪽.

 

 그가 또 한 번 그녀의 볼에 입술 도장을 남겼다.

 

 가만.

 

 이 남자.

 

 부끄럽다더니 왜 이렇게 능숙해?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세희의 아버지, 성환의 말처럼 남자는 다 늑대다. 하지만, 늑대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그 성격에 조금 차이가 있다.

 

 첫번째 유형은 타고 난 늑대.

 

 여기에 속한 남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여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자에 관한 모든 것에 아주 지식이 많은 선수다. 대표적인 예로, 윤도진.

 

 그가 고등학생 때 잠시 보였던 그 풋풋한 모습은 어렸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남이지만, 타고난 본능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검은 욕망을 다스리느라 애를 먹는다.

 

 

 

 두번째 유형은 잠재적인 늑대.

 

 이 경우는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늑대의 형질이 나타날 수도 있고, 안 나타날 수도 있다. 아, 물론 이 유형 역시 남자라는 특성상 안 나타날 확률이 희박하지만 나타난다고 해도. 본인의 의지로 얼마든지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강지원. 세희가 지원의 행동을 능숙하다고 밖에 느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원은 남자로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동물적인 본능을 경계하는 편이다. 하지만, 경계하면 뭐하나. 그 역시 남자인데.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늑대는 겉으로는 엄청 부끄러워 하고, 키스 같은 스킨십을 한다고 해도 왠지 서툴기만 한데. 그것은 전부, 본인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남자의 내숭이다.

 

 이미 몸속 어딘가에 탑재되어 있는 본능이 있는지라, 이 경우는 연애에 눈을 뜨고 진도를 점점 나가게 되면서 서서히. 진짜 남자가 되어 간다.

 

 어쩌면, 두 번째 유형이 더 무서운 놈일지도 모른다.

 

 

 

 지원은 달콤한 분위기를 제쳐둔 채,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세희의 이마를 두 손가락을 모아 튕겼다.

 

 "아야!"

 

 "아가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그의 얼굴 가득 매력적인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

 

 지원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하고. 출근 안 해요?"

 

 "맞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의 뒤에서, 아직 자리에 앉아 있던 지원이 팔로 허리를 감아왔다.

 

 "......"

 

 "나에 관한 소문. 그거 사실 나도 자세히 몰라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나 믿어줘서 고마워요. 자세한 얘기, 해줄게요."

 

 그녀가 지원의 팔에 손을 얹었다. 아직도 제 허리에 감긴 지원의 온기가 믿기지 않아 여러번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의 팔을 토닥거렸다.

 

 지원은 작지만 든든한 세희를 품에 안고 그녀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폐로 들어오는 그녀의 온기에, 처음 느껴보는 가슴 뭉클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그녀를 놔주었다.

 

 

 

 "잘 다녀와요. 얘기는 퇴근 후에 해줄게요."

 

 세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그곳을 나가려고 했다. 그가 좋은 건 그거대로 좋았지만, 그의 스킨십이 낯설어 부끄러운 탓이었다.

 

 그런 그녀를 지원이 잡아세웠다.

 

 "세희 씨, 설마 그 차림으로 출근하려는 건 아니죠?"

 

 "네?!"

 

 세희는 그제서야 아차하며 자신의 부주의함을 탓했다. 술에 취해 지원과 한 방에 있었던 것도 모자라,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까지 나눴으니 제 정신으로 있는게 오히려 더 이상했다.

 

 입을 옷이 없어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완연한 그녀의 곁으로 지원이 다가왔다. 그가 무슨 걱정이냐는 듯한 얼굴로 씨익 웃으며 그녀의 팔을 이끌었다.

 

 "이리 와요."

 

 세희가 지원을 따라 간 곳은, 지원의 침실 옆 방이었다. 원래 직원용 객실로 쓰이는 공간이지만 지원은 자신이 지낼 방을 만들면서 일반 규격의 두 배를 사장전용 객실로 할당하였다. 덕분에 세희가 보고 있는 이 공간은 거실처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원이 그녀에게 쇼핑백 몇 개를 건네주었다.

 

 "오늘은 이거 입고 출근해요. 부담 갖지 말구요. 내가 세희 씨 예뻐서 주는거니까."

 

 갑작스런 그의 고백에 그녀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달아올랐다.

 

 이 늑대는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참 잘해요.

 

 아, 물론. 뻔뻔한 내숭이지만. 지원 역시 속으로는 엄청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한 번만 더 뻔뻔해져볼까.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그녀가 귀여웠다.

 

 쪽.

 

 "이건 고마워서. 얼른 입고 와요. 난 다시 침실에 가 있을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세희를 뒤로 하고. 지원은 침실로 돌아가 침대에 털썩 앉았다. 그는 손을 들어 쳐다보았다. 가슴 따뜻하게 차오르는 뭔가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는 행복에 젖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위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 누른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도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그는 또 다른 쇼핑백을 열어 와이셔츠를 꺼냈다.

 

 

 

 

 

 ***

 

 

 

 

 

 세희는 지원이 입술에 남기고간 기습적인 스킨십에 그 상태 그대로 얼어있었다. 연애를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지원의 고백, 스킨십, 키스. 3단 콤보 공격은 상당한 영향을 끼졌다.

 

 세희는 손을 들어 지원의 입술이 닿은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가슴이 간질거린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쑥스럽기도 했지만 입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은 막을 수 없었다. 그녀가 베시시 웃었다.

 

 이제는 그와 같이 일하며 얼굴을 마주하고, 웃을 수 있다. 힘이 들면 그에게 안겨 위로를 받을 수 있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설레며 매일 행복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인생은 그러하지 않다. 하물며 사랑도. 지금 당장은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지만 삶은 굽이굽이 휘몰아치는 파도와도 같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세희는 지원이 건네준 옷을 입고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사랑에,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가려던 그녀의 걸음이 눈 앞에 마주한 광경에 절로 멈추었다.

 

 

 

 

 

 ***

 

 

 

 

 

 지원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와이셔츠를 몸에 걸쳤다. 와이셔츠에 숨어버린 그의 탄탄한 근육은 얇은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도 선명하게 제 선을 빛내고 있었다.

 

 그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려다 세희와 있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일을 떠올렸다. 그는 탁자에 올려둔 핸드폰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까 세희와 부드럽게 얘기하던 사람이 맞는 건지.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사무적이였지만 조금 다급했다.

 

 "현우야, 최대한 빨리 아버지가 지금 추진하시고 계신 일에 대해서 알아봐줘. 아무도 모르게. 고맙다."

 

 그는 통화를 끝낸 뒤 입가로 손을 가져가 매만졌다. 세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짧게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그의 미래를 위해 한 발자국 내딛는 걸음이지만, 아버지를 상대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착잡한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던 그는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몸을 돌려 그녀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의 얼굴에 매력적인 미소가 자연스럽게 피어났다.

 

 "예뻐요. 세희 씨, 이리 와요."

 

 그에게 가고는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을 그가 알까?

 

 이상하게 세희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요? 무슨 일 생겼어요?"

 

 그가 더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녀는 고개와 시선을 그의 반대편으로 더 돌려버렸다.

 

 그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라 붉어져 있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탄탄한 선으로도 정신을 못 차렸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맨살이라니.

 

 지원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팔목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 입고 있던 와이셔츠를 벗어 팔에 걸친 뒤.

 

 세희의 팔을 와이셔츠 옷자락으로 끌며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지원의 속삭임이 드러난 몸매와 함께 분위기를 불건전한 쪽으로 몰아갔다.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와이셔츠, 입혀줘요."

 

 그의 낮은 속삭임에 세희의 팔이 나무 막대기처럼 뻣뻣하게 굳었다. 그는 그녀가 술에 취했을 때처럼 나올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여 그녀를 건드려본 것이었으나.

 

 어이쿠, 그게 자기 무덤 파는 일이 될 줄 알았더라면 안 하는 게 나았을텐데.

 

 세희가 고개를 돌린 상태로 쭈뼛거리며 손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의지한 채로 그의 셔츠를 잠그기 시작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일의 속도도 느려질 뿐 아니라, 모든 감각이 쏠린 손 끝은 더 예민해지기 마련.

 

 세희는 자신의 손 끝을 통해 느껴지는 단단하고 매끈한 감촉에 손이 덜덜 떨렸다. 할 수만 있다면 거절하고 먼저 출근한다는 핑계로 이 방을 나서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지원이 제게 다가와 옷을 입혀달라고 속삭였을 때, 그녀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버린 상태였다. 처음 들어보는 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뭐라고. 모든 신경이 그에게로 쏠려버렸다.

 

 

 

 지원은 속으로 오늘 일정을 여러 번 되새겼다. 세희에게 부탁한 자신의 행동이 후회스러웠다. 더듬더듬 거리며 그의 팔에 걸쳐진 옷을 당긴 뒤, 그의 가슴 앞으로 모은 그녀가 단추를 채우기 시작한다. 스르륵 그의 팔 위를 스쳐간 그녀의 손길 하나에도 속에서 낯선 감각이 솟아오르는데.

 

 닿을듯 말듯. 만질듯 말듯한 손 놀림으로 단추를 채워가는 세희의 조심스런 손길이 와이셔츠를 채워주던 그 손길보다 어째서 더 유혹적으로 보일까.

 

 세희는 여전히 바닥을 보며 그와 눈을 마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툴고 어색하기만한 행동에 애가 탔다.

 

 왜 애가 탈까?

 

 그것은, 그녀를 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은 늑대의 본능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 그럴 것이다.

 

 몸에서 보이는 솔직한 반응과는 별개로, 그는 지금 이 순간이 좋았다. 그녀의 손길 하나하나가,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

 

 

 

 그녀가 단추를 완전히 다 채웠을 때, 그가 멀리 떨어지려는 그녀를 품에 가뒀다. 그녀의 향기가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줬다.

 

 "고마워요."

 

 이걸로도 충분하니까.

 

 그가 그녀의 입술을 살짝 머금었다가 곧 바로 떨어졌다.

 

 그녀의 입술은 닿으면 닿을수록 더 깊이 닿고 싶었다. 저 안에 뭐가 있는지 자꾸 갈증이 났다. 한 번 시작하면 쉽게 제어가 될 것 같지 않아, 최대한 참아야 했다.

 

 '출근해야지.'

 

 이제 직원들이 출근할 시간이다.

 

 "넥타이, 매줄래요?"

 

 

 

 그 전에. 정말 딱 하나만 더.

 

 이제 막 행복을 알아가기 시작한 남자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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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28 화. 사랑은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 2017 / 7 / 17 21 0 6776   
28 제 27 화. 초보 늑대도 엄연히 남자다! 2017 / 7 / 15 24 0 7070   
27 제 26 화. 엉큼한 늑대와 초보 늑대 2017 / 7 / 15 26 0 7108   
26 제 25 화.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2017 / 7 / 15 23 0 6909   
25 제 24 화. 둔한 예비 커플과 뜨거운 커플 2017 / 7 / 15 27 0 9707   
24 제 23 화. 봄바람을 실은 도둑 입맞춤 2017 / 7 / 14 27 0 8617   
23 제 22 화. 이 감정은 뭐지? 2017 / 7 / 14 26 0 9937   
22 제 21 화. 노란오리와 첫사랑 2017 / 7 / 14 26 0 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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