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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33 화. 입가에 묻은 팥앙금을 훔쳐간 남자는 섹시하다
작성일 : 17-07-17 16:43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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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33 화. 입가에 묻은 팥 앙금을 훔쳐간 남자는 섹시하다

 

 

 

 새해를 맞아, 강 회장과 M 호텔 민 회장의 저녁 식사 약속이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그저 평범한 저녁 약속처럼 보였지만, 민 회장이 자신의 아들을 사윗감으로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진작 눈치 챈 강 회장은 한 달에 몇 번씩. 자주 민 회장과 얼굴을 마주보고 일에 관한 얘기나 사소한 얘기를 나누곤 했다.

 

 이 모든 것은 강 회장만의 계산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민 회장과 사돈을 맺으려면 어색한 관계보다야 친밀한 것이 좋지 않겠는가.

 

 M 호텔 민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다란 호텔을 꾸려나가는 사람답지 않게 대쪽 같이 올곧고 소탈한 사람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불의를 참지 못하고 올바른 정도(正道)만 고집하는 조선 시대 선비를 떠오른다.

 

 

 

 강 회장은 지원과 혜빈에게 얘기한 3개월 동안 그들을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지원은 그의 말을 따를 것을 익히 알기에, 그는 일의 빠른 진행을 위해 예정대로 계속 민 회장과 자주 만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딸, 혜빈은... 그렇게 화를 내며 펄쩍 뛰더니. 어찌된 영문인지 조용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 제어가 안 되는 유일한 자식이지만, 혜빈의 혼처 역시 R 그룹 장남과 연결시키려고 마음에 두고 있었던 터라 그녀가 이렇게 잠잠한 것은 그의 말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해석한 그였다.

 

 드디어 그가 고대했던 일이 하나둘씩 진행되려 한다.

 

 

 

 "민 회장님, 여기 송아지 스테이크가 참 맛있지 않습니까?"

 

 민 회장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네, 그렇군요."

 

 "스테이크가 있으니, 와인이 생각나는 군요. 드릴 말씀도 있고... 와인도 같이 듭시다."

 

 주문한 와인이 나왔다.

 

 그들은 와인 잔을 허공에 들어 올려 빙빙 돌리고는 입에 한 모금 머금은 뒤 향을 음미했다.

 

 민 회장이 강 회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실 말씀이라는 게, 뭡니까?"

 

 강 회장의 눈빛이, 사업 성사를 코앞에 둔 사람처럼 낮고 날카롭게 내려앉았다.

 

 "전부터 말씀하셨지요. 저희 아들을 사위로 삼고 싶으시다고..."

 

 살짝 말 끝을 흐리는 그의 말에, 민 회장이 털털하게 웃었다.

 

 "껄껄. 그랬지요. 그냥 지나가듯이 해본 말인데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강 회장은 그를 따라 농담하는 투로 말했다.

 

 "제가 웬만해서는 한 번 들은 말을 잘 기억하지 못 하는데 이상하게 민 회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좀처럼 머리를 안 떠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민 회장의 얼굴을 바라보는 강 회장은 차가움 그 자체였다. 그는 회사와 일에 관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저희 아들과 회장님 따님을 한 번 만나보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민 회장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 회장이 계산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 민 회장은 그와 반대로 순수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 그러셔도 괜찮겠습니까?"

 

 강 회장이 그게 뭐 대수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얼마든지요. 저희 아들이 아직 결혼하겠다고 데려오는 여자가 없는걸 보니 저러다 결혼 못하고 늙어죽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이 안 되는 게 이상하지요. 이 애비라도 나서서 짝을 지어주는 것이 부모 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도 회장님께 말씀 못 드린 게 있었는데..."

 

 민 회장이 말을 꺼내는 것을 주저했다.

 

 

 

 "뭡니까?"

 

 "딸아이가 이번에 회장님 회사의 인턴으로 들어갔습니다. 경영 지원팀에 들어가서 일도 배울 겸, 실무 공부도 한다고 그래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딸아이가 자랑하고 다니며 어디 나서는 성격이 아니라 이걸 얘기 드려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몰라 많이 망설였지요."

 

 "아~ 그렇습니까?! 허허허. 회장님 따님이 참 기특하네요. 인턴으로 들어온 김에 아예 정 직원 채용에도 도전해보라고 하심이 어떻습니까?"

 

 "말씀은 고맙지만, 저희 딸아이가 제 뒤를 이어 호텔도 꾸려나가야 하는 지라..."

 

 민 회장은 사람 좋고 선비 같은 인품을 지니고 있지만 사람 관계만큼 불확실한 일에 덥썩 나서지 않는다. 더군다나,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관계는 아무리 서로가 좋아서 만나도 언제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는 일.

 

 그는 자신에게 하나뿐인 외동딸에 관한 일인 만큼 더욱 철저하고 싶었다. 상대가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집안 일지라도 사위 될 사람이 그의 딸을 아내이기 이전에 여자로서도 돌아봐주지 않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에게는 그 어떠한 실리추구적인 계산보다는 딸아이의 순수한 행복 자체가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강 회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날렸다. 그리고 민 회장은 그런 강 회장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더욱 단단히 먹었다.

 

 "어차피 저희 아들이랑 결혼하면 호텔 관리에 남편 업무까지 내조해야 될텐데 뭐가 그리 걱정이십니까."

 

 민 회장은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선을 그었다.

 

 "허허허, 이거 참... 아직 애들이 만나보지도 않았는데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은 뒤로 물러나야할 때임을 안 강 회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머쓱해했다.

 

 "아, 제가 너무 앞서 갔나요.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장가보낼 생각에 기뻐서 그만... 제가 저희 집 주소 적어드리겠습니다. 아이들 만나보게 하기 전에 따님 먼저 보고 싶군요.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기도 하니 여간 기특한 게 아닙니다."

 

 민 회장은 그러겠다고 했다.

 

 

 

 먼 훗날.

 

 민 회장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닫게 된다.

 

 

 

 

 

 ***

 

 

 

 

 

 딸깍-

 

 희연은 술에 잔뜩 취한 상태로 들어오는 남편을 마중 나갔다. 저렇게 또 술에 먹혀버린 것을 보니 오늘도 힘든 수술 후,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인 듯 했다.

 

 희연은 신발을 벗는 남편을 부축해주기 위해 팔을 뻗었다.

 

 탁-

 

 "손 떼."

 

 날아오는 것은 차갑기만 한 그의 목소리와 그녀를 거부하는 매몰찬 손길.

 

 

 

 그는 형식적으로만 행동하는 아내의 행동에 화가 났다.

 

 남편 현석과 그녀는 강 회장과 박 원장의 제안으로 결혼했다. 남들이 권유로 만났네, 최고의 집안끼리 만났네, 떠들어대도 그들은 그렇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싫었다. 말이 좋아 권유로 만난 사이지, 속사정은 달랐다.

 

 강 회장은 국내 최고의 병원을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에 박 원장에게 병원 운영 자금을 지원해줄 테니 사돈 맺기를 제안했다. 그 당시 박 원장의 병원은 국내 최대의 대학 병원이라는 이름만 거창하게 있었지, 자금이 탄탄하지 못한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터라 그런 강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원과 혜빈이 남편될 사람 좀 소개시켜달라고 할 때 그러지 못했던 것도. 결혼식 당일에 그를 동생들에게 소개시켜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자신 역시 그를 결혼 며칠 전에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의 그는 온실 속 화초로 여리게만 자라왔던 그녀에게 충격이었다.

 

 부부로 이어진 후에도 그들의 삶은 기계적이었다. 어느 누구도 남편으로서의, 아내로서의 의무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희연의 얼굴에서 웃음은 점차 사라져갔고, 현석은 밖으로 나돌며 술과 여자에 빠져 살기 바빴다.

 

 어느 누구도 서로의 마음을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한 명은 아버지가 바라시는 일이니까 따를 뿐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결혼? 그게 뭐 별거야?'하며 흘러가는 나날들에 몸을 맡기며 지내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상처를 줬다.

 

 박 원장으로부터 결혼식이 일주일 남았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듣고 친구들과 총각파티를 연 날, 그는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결혼하면 뭐 하겠냐고 했다.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하는 결혼이라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한 그였다.

 

 그러니 그녀와의 첫 만남을 가졌던 당직실에서 그녀에게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니까.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결혼을 하겠다는 그녀, 희연은 첫날밤 그렇게 소박을 맞고서도. 그가 어떤 모습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입혀도 그녀는 그의 아내였다.

 

 그 또 다른 한 명은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어른들께서 맺어주는 사이니 보여주기 식의 부부 역할만 다해내면 되겠지 했는데 그녀는 아니었다. 어떻게 만난 사이든, 아내로서 그를 내조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관심이 갔다.

 

 

 

 한 번쯤은 강제로 그녀의 인생을 결정해버린 강 회장을. 그녀를 여자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돌아봐주지 않는 자신을 원망할 법도 하건만. 그녀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자꾸 그렇게 버티기만 하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서로가 어떤 이유로 맺어진 관계인지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의 시선을 제게로 돌리고 싶었다.

 

 아직까지는 형식적인 남편에 불과하지만, 남자로서 그를 봐달라고 그녀에게 호소했다. 소리 없이.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항상 그랬듯. 기계적이었다. 그의 진심에서 나온 행동들은 그녀에게 형식적인 남편으로서의 행동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들은 항상 그렇게 지내왔으니까. 속이 없는 빈껍데기처럼.

 

 그래서 그는 계속 그녀의 관심을 받기 위해 밖으로 나돌았다.

 

 지금도.

 

 

 

 그는 술기운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워 희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입안을 거칠게 탐했다.

 

 "......"

 

 그 혼자 일방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 건조함이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또 같은 반응. 그녀의 눈동자는 그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로 내려갔다.

 

 아무런 저항조차 않는 그녀를 보다 못한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저항하지 않는 거지?"

 

 "...저는 당신의 아내니까요. 당신이 원한다면 아내로서의 의무는 다해야하니까..."

 

 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 지르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게 아니잖아! 날 봐! 날 보라고!!"

 

 그가 가슴을 세차게 내리쳤다.

 

 "저한테 방금 그러신 이유가 그게 아니면 뭔가요?"

 

 

 

 그들은 대화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고. 서로에게 남긴 수많은 상처 때문에 그럴 의지 조차 상실한 상태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여버린 건지...

 

 만나려 해도 이어지지 않는 평행선의 연속이었다.

 

 현석은 답답한 마음에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제야 희연은 바닥으로 스르륵 주저앉았다. 그녀 역시 남편에게 사랑 받고 싶은 여자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에는 언제나 깰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겉으로 표현 안 할 뿐이지, 저렇게 밖으로 돌기만 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 흐으윽..."

 

 오늘도 그녀는 쓸쓸하게 정이 식은 집에서 눈물을 삭힌다.

 

 

 

 

 

 ***

 

 

 

 

 

 세희는 온몸을 웅크리며 출근길을 나섰다.

 

 한파와 폭설이 덮친 서울 시내는 새하얀 겨울 그 자체였다.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려다 빨간불이 들어와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눈에 붕어빵 장사가 보였다.

 

 그녀는 붕어빵 장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경기가 안 좋아져서 어릴 때 쉽게 먹을 수 있었던 먹 거리 장사들을 보기가 힘든 요즘. 이렇게 만난 붕어빵이 반가웠다.

 

 "어으~ 추워. 아주머니 붕어빵 3개만 주세요."

 

 계산을 하기 위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던 그녀는 문득, 지원이 생각났다.

 

 "아, 아주머니 팥 붕어빵으로 3천원어치랑 슈크림, 피자, 팥 이렇게 3개 섞어서 5천원 어치만 주세요."

 

 따끈한 붕어빵을 나눠먹을 생각에,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배시시 피기 시작 했다. 벌써 속에서 온기를 찾으며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세희는 기획팀 팀원들에게 세 가지 맛의 붕어빵을 전해주고 사장실로 올라왔다.

 

 똑. 똑. 똑.

 

 "네."

 

 세희가 사장실로 들어오자 지원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는 부탁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불쑥 찾아온 그녀를 보며 어리둥절해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책상 앞 소파로 안내했다.

 

 

 

 사실은, 좋았다.

 

 같은 건물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나 업무 핑계가 아니면 그녀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그의 담당 인턴인데. 그는 사랑 앞에서도 요령이라는 것을 피울 줄 모르는 바른 남자였다.

 

 

 

 과연 그게 언제까지 갈까?

 

 

 

 "사장님, 바쁘세요?"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그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셨다. 그리고 저 도톰하고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는 것을 보니 할 말이 있는 듯했다.

 

 그는 씨익 웃으며 답해주었다. 오늘따라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따뜻했다.

 

 "음.. 아직 바쁘기 전이에요. 무슨 일이에요?"

 

 "출근길에 붕어빵 장사가 있어서 조금 사와 봤어요. 같이 먹어요. 아까 팀원들한테도 주고 왔는데, 추운 날씨에 따뜻한 붕어빵만큼 좋은 간식이 없죠!"

 

 그녀가 통통거리며 말했다. 왠지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사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부터 그녀와 같이 붕어빵을 먹으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매일 그녀를 아침마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원래 붕어빵은 안에 팥이 들어간 게 원조에요. 그런데 요즘은 슈크림, 피자 같은 독특한 재료들을 안에 넣어서 팔더라구요. 저랑 사장님이 먹을 붕어빵은 오로지 팥 하나입니당."

 

 

 

 워크숍을 다녀온 이후로,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은 전보다 더욱 가까워져 있었다.

 

 지원은 그녀에게 망설임 없이 말을 걸 수 있게 되었고 때로는 정말 친한 친구처럼 시시한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되었다. 세희의 애교 같지만 애교 아닌 말투 또한 그가 더 이상 딱딱한 사장이 아니라 그와의 친밀함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더 이상 지원을 감싸고 있던 차가운 기운마저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이렇게 그는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마다 웃고, 그를 통해 느끼는 온기가 온몸으로 퍼지며 그를 변화시켰다.

 

 "그런데 왜 저는 팥 붕어빵 밖에 못 먹는 건가요?"

 

 지원이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냥 이렇게 그녀에게 장난을 쳐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그녀는 과연 그의 물음에 뭐라고 대답할까.

 

 "어.. 이게 붕어빵의 대표니까요. 그리고 사장님 같이 딱딱하신 분은 고전적인 게 어울려요."

 

 그녀는 차마 자신이 팥 붕어빵을 좋아해서 9마리 전부를 팥으로 사왔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세희가 오물거리며 붕어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그의 입으로 붕어빵을 가져가면서.

 

 아직도 그가 딱딱하기만 한 사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건지. 괜히 심술이 났다. 그의 얼굴이 뾰루퉁 해졌다.

 

 붕어빵이 3개 남았을 때.

 

 세희가 얼굴에 팥 앙금을 묻힌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

 

 지원은 그녀가 일어서는 이유를 알 지 못해 어리둥절해 했다.

 

 "장 비서님도 드셔야죠. 이제 저 가볼게요."

 

 그가 그녀의 팔목을 잡고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

 

 "가지 마요. 제가 다 먹을 거니까.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네요."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사다준 무언가를 다른 이와 나누기 싫은 그였다.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이 커져있었다. 그가 그녀를 이렇게 잡아 세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나 보다. 놀랐겠지. 저렇게 놀란 모습도 귀여워 보이니 정말... 그답지 않게 그녀를 깨물어주고 싶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그는 몸을 조금 그녀 가까이로 가져간 뒤, 팔을 뻗었다. 그녀가 그에게 딱딱하다고 말한 벌이었다. 욱하는 마음에 그녀의 입가로 손길이 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지원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조금 묻은 팥 앙금 덩어리를 휴지가 아닌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그는 그녀의 입가에서 가져온 팥 앙금 덩어리가 묻은 엄지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그녀를 바라보며 그의 손가락에 묻은 팥을 훔치는 그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섹시했다.

 

 "이것도 맛있네요. 고마워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자극했다.

 

 

 

 그녀를 놀리려는 마음에 시작한 그의 행동은 그녀의 마음에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를 일으켜버렸다.

 

 그녀가 어디, 이런 그의 마음을 알기나 하겠는가.

 

 얼굴로 모일 수 있는 열이란 열은 다 모인 것 같았다. 뜨거웠다.

 

 입가에 뭐가 묻은 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다가와 자신의 입가를 닦아주는 그의 행동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다음에 보여준 그의 행동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말할 의지를 말끔히 지워버렸다. 마치 그녀가 보라는 듯이 그의 손가락을 핥는 것 같았다.

 

 저 조그만 팥 앙금이 뭐라고. 팥 앙금이 그를 만나는 순간 사장실의 공기가 후끈 달아오른 것 같았다.

 

 지원은 말을 더듬으며 사장실을 나가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통쾌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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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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